미즈키들은 집사인 시게모리를 쓰러뜨리고 거미 귀부인 방에 우르르 들이닥쳤다.



귀부인을 자처하는 만큼 그곳은 훌륭한 침실이었다.

덮개가 달린 침대, 손님용 소파에 탁자, 벽난로도 있다.


어둠 속에서 빨강, 파랑, 노랑 등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상한 광경에 미즈키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고 말았다.


미즈키 "앗, 저기 보세요."


천장에 10개가 넘는 거대한 실타래가 매달려 너울너울 흔들리고 있다.

희고 가는 실을 둘둘 말아, 세로 1m, 가로 50cm 정도의 누에고치 같은 덩어리다.


분명 저 안에 거미 귀부인에게 사로잡힌 인간이 산 채로 담겨져 있을 것이다.


린 "저 중 한 곳에 사나다도 있을 테지. 하나하나 열고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겠어."

무츠호 "잿물을 빼는 중이랬나? 얌전해서 좋네."

미즈키 "반드시 구해내겠습니다.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도."

린 "그러고 싶은 참이지만."

무츠호 "쉽게는 못 시켜주겠는데?"


미즈키는 부채를, 린은 전휘도를, 무츠호는 독침을 겨누었다.

세 사람 모두 임전 태세다.


그런 미즈키들을 비웃듯 안쪽 침대에서 자고 있던 거미 귀부인이 느릿느릿 일어났다.


거미 귀부린 "뭐가 이리 시끄럽니."


미즈키를 알아채고도 아직 졸린 얼굴을 하고 있다.


거미 귀부린 "시게모리 녀석, 당해버렸나? 그 녀석도 예상외로 별 것 없었군."

미즈키 "네, 그 사람은 쓰러뜨렸어요."

거미 귀부린 "아, 그래?"


충실한 집사가 쓰러진 것조차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한 태도다.


거미 귀부린 "그럼, 첩의 방에까지 발을 들여놓았으니. 철부지 같은 벌레들을 쫓아내야겠지."


그것만이 불쾌힌 것이다.

거미 귀부린은 그 여덟 개의 다리를 삐걱삐걱 초조하게 흔들었다.


미즈키 "퇴치당하는 건 당신입니다! 각오하세요!"


미즈키는 단호히 내뱉었다.


거미 귀부린 "후후후, 이 첩을 퇴치하겠다고."


거미 귀부린은 가볍게 웃고 나서 그 얼음처럼 차가운 눈동자를 번득였다.


거미 귀부린 "이 어리석은 것들이."


***


결전이 시작되었다.




린 "뇌둔·뇌격광검!! 하아아아앗!!"


선수필승.

셋 중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지닌 린이 먼저 칼을 휘둘렀다.

푸른 잔광을 허공에 반짝이며 전휘의 검이 내려친다.


거미 귀부린 "천치가."


미즈키는 보지도 못할 정도의 신속한 참격을 되받아친다.

거미 귀부린은 여덟 개의 다리를 교묘하게 다뤄, 뇌격광검을 가볍게 쳐낸 것이다.


린 "읏!"


강철조차 쉽게 절단하는 전광의 칼날도 흠집 하나 못낼 만큼 딱딱한 다리.

게다가 보통이라면 건드린 것만으로 적에게 먹일 수 있는 전격적인 타격조차 없다.


다리를 땅에 꽂음으로써 피뢰침처럼 전기를 흘리고 있는 것이다.

린의 공격이 완전히 막힐 거라고는 미즈키 역시 상상하지 못했지만, 그것을 한가롭게 보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미즈키 "우에하라 씨, 물러나세요! 풍둔──."

거미 귀부린 "늦어."

미즈키 "엣!?"


린에게 가세하려는 순간

적은 거미의 다리를 준동하여 무서운 속도로 접근해 와, 기술을 사용하려던 미즈키의 다리를 후려쳤다.


미즈키 "아윽!!"


인간형 생물로는 불가능한 기괴한 움직임에 미즈키는 넘어지고 만다.


거미 귀부린 "그대는 나중에 먹어 줄 생각이었지만, 이제 흥미가 없어졌어. 첩의 독에 죽어."


미즈키를 내려다보며 거미 귀부인이 입을 열었다.

역겨운 송곳니가 난 입에서 독액이 뿜어져 나온다.


미즈키 "윽!!"


바람으로 막을 새도 없다.

미즈키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아버린다.

그러나 독액은 날아오지 않는다.


대신 미즈키 아닌 무언가에 찰싹 소리가 났다.


미즈키 "엣!?"

무츠호 "이게 독이라고? 웃긴 농담이네."


눈을 떠보니, 무츠호가 중간에서 미즈키 대신 독액을 받아내고 있었다.


미즈키 "야나기 씨!?"

무츠호 "반장, 어서 일어나!"

미즈키 "네, 넷!"


미즈키는 재빠르게 몸을 일으킨다.


거미 귀부린 "쯧."


거미 귀부린은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무츠호 "받아, 답례야!"


무츠호가 입을 오므렸다.

이번에는 무츠호의 입에서 물대포처럼 독액이 내뱉어졌다.


거미 귀부린 "칫."


거미 귀부인 그것을 받아들일 생각은 하지 않고, 부드럽게 몸을 돌려 회피했다.


무츠호 "어이, 왜 그래? 나와 독의 강함을 겨룰 자신은 없는 건가?"

거미 귀부린 "더러운 벌레 같은 게."


무츠호에게 도망친 것을 조롱당해, 거미 귀부린은 초조해 하는 얼굴이 되었다.

그 사이에 미즈키와 무츠호는 거리를 두고 자세를 바로잡는다.


최초의 공격을 막힌 린도 두 사람 곁에 잽싸게 돌아왔다.


미즈키 "야나기 씨, 괜찮아요?"

무츠호 "뭐, 어떻게든. 하지만 반장들은 저걸 안 맞는 게 좋겠어."


무츠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안색이 나쁘다.

태연하게 받아낸 것처럼 보이지만 역시 독에 당한 것 같다.


린 "코우사카의 말대로였군. 내 검을 막아내다니."


린의 어조도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린 "노마드의 대간부에 필적한다.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몰라."

미즈키 "그런......"


지금까지 계속 미즈키를 지지해 왔다 린이 전율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적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만한 상대에게 어떻게 맞서야 할까.


미즈키의 마음에 지그시 공포가 솟아오르다.


거미 귀부린 "첩을 거역하는 어리석음을 이제와서 알아챘다고 해도 이미 늦었어."


미즈키들의 두려움을 느꼈는지 거미 귀부인의 목소리에 기쁨이 섞였다.


거미 귀부린 "그대들은 이것을 갖고 싶은 것이겠지? 되찾고 싶으면 해봐."


거미 귀부린은 매달려 있던 실타래 하나를 떨어뜨리고, 다리 끝으로 그 표면을 북북 찢었다.

안에 들어 있던 것은, 양손 양발을 움츠린 사나다 호무라였다.

눈을 감은 채 마치 죽은 듯 굳어 있다.


미즈키 "사나다 선배!!"


호소하지만 대답은 없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피부에는 붉은 기가 남아 있었고 가슴도 약간 오르내린다.


거미 귀부린 "꽤나 정기를 빨아줬지만, 아직 살아있다. 죽으면 안 되니까."

거미 귀부린 "첩이 이놈을 잡아먹는 모습을 보여줄까? 응?"

거미 귀부린 "그렇지 않으면 벌레 같은 것들도 슬슬 도망가려나? 그것도 괜찮겠지."


거미 귀부린은 도발하듯 다리 끝으로 호무라의 몸을 쿡쿡 찔렀다.


미즈키 "읏."


미즈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최대의 공격력을 지닌 린의 뇌격광검은 담백하게 막혔다.

무츠호는 자신을 돕기 위해 중독됬다.

미즈키도 이런 방 안에서는 바람의 힘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한다.


공격수가 생각나지 않는다.

리더로서 지시를 내릴 수 없다.

한심스러워 이를 갈다.


그때 린이 말했다.


린 "호시노, 너의 또 다른 무기를 살려라"

미즈키 "나의 또 다른 무기?"

린 "분석력이다. 그걸 높이 사 너를 리더로 선택했다."

미즈키 "분석력......"


무츠호도 미즈키를 북돋는다.


무츠호 "그 분석력으로 내 독도 활약하게 해주면 좋겠는데, 반장."

미즈키 "야나기 씨......"

무츠호 "저번에 한 소리 들었지. 체내에서 만들어 내는 '독'의 특성을 구별하면 굉장한 인법이 된다고 말야."


무츠호는 적의 독을 중화하면서 한껏 미소를 지었다.


미즈키 "그게, 예의 후마 씨에게서 말입니까?"

무츠호 "어떠려나. 일단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야겠지."

미즈키 "알겠습니다."


미즈키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거미 귀부인을 똑바로 응시했다.


거미 귀부린 "벌레들이 의욕에 넘치네."

거미 귀부린 "상관없겠지. 첩의 저택까지 온 상이다. 발버둥쳐보렴."


거미 귀부린은 유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당장 미즈키들을 공격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자기가 질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얼굴이다.

죽이려고 하면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분명히 그만한 실력차가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귀부인의 그 교만을 승리로 이어야 한다.


여기서 승리한다는 것은 적을 쓰러뜨리는 것인가?

그게 아니다.

호무라를 구하는 것이다.


호무라가 잡혀 있던 실타래는 거미 귀부인이 일부러 찾아내 주었다.

그리고 또 하나.


아까 거미 귀부린은 린의 참격은 정면으로 막았는데, 무츠호의 독은 피하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역시 생물인 이상 독이 전혀 듣지 않는 것은 아닌가.

어릴 때부터 온갖 독에 대한 내성을 몸에 익혀온 무츠호가 죽지는 않을 정도로 적의 독에 시달리고 있는 것처럼.


그렇다면──.


미즈키 "둘 다 들어주세요."


미즈키는 거미 귀부인을 등지고 바람에 목소리가 새지 않도록 하면서 무츠호와 린에게 작전을 전했다.

뒤에서 공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무츠호 "좋은 작전이군."

린 "알았어."


두 사람은 망설임 없이 미즈키의 계책을 받아주었다.


거미 귀부린 "어떻게 할지 정해졌나?"


거미 귀부린은 인간이 상자 속 곤충을 보는 듯한 눈으로 미즈키들을 보고 있었다.


미즈키 "네, 결정되었습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애써 빙그레 웃으며 고개까지 숙인다.


거미 귀부린 "이상한 벌레들. 어디 마음껏, 첩을 즐겁게 해보렴."

미즈키 "갑니다!"

린 "우쭐대는 것도 거기까지다!"


미즈키와 린은 동시에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런 잔재주 없이 서로의 무기를 최상단에 휘둘러 곧장 파고든다.


거미 귀부린 "도망가지 않은 건 칭찬해 주지."


거미 귀부린은 움직이지 않았다.

미즈키들을 칭찬하는 여유를 보이며 정면으로 받아내려 한다.


생각했던 대로다.


미즈키 "이야앗!!"

린 "하아아앗!!"


미즈키는 펼친 부채를 칼처럼 휘둘러, 린은 아까와 같은 뇌격광검으로 벤다.


거미 귀부린 "소용없다."


미즈키와 린의 동시공격을 거미 귀부린은 다시 다리로 받아넘겼다.


린 "밀어붙인다!"

미즈키 "네엣!!"


두 사람은 서로의 무기에 힘을 싣는다.

격렬한 불꽃이 튀지만, 여덟 개의 다리는 꿈쩍도 않는다.


거미 귀부인 "시시하구나. 한 마리에서 두 마리로 늘어난들 변함없다."


거미 귀부인은 시큰둥하게 말하지만 이는 양동이다.


무츠호 "나를 잊지 않았어?"


두 사람이 공격을 하고 있는 동안, 무츠호가 적의 배후로 돌아서고 있었다.


거미 귀부인 "계속 냄새가 난다. 이 천치야."

 

거미 귀부인은 알고 있었다는 듯, 독이 들지 않는 무츠호에게 이번에는 실을 뱉어냈다.


무츠호 "그건 어느 쪽일까!!"


무츠호는 일순간에 구속되지만, 그것이 목표였다.


무츠호 "인법 사독의 꽃!!"


칭칭 감겨진 몸에서 보라색 독이 확 솟아올랐다.


거미 귀부인 "애송이가."


거미 귀부인은 다시 그것을 피하려 한다.

그러나, 아까 전과 달리 이번 독무는 의사를 갖고 있는 듯, 거미 귀부인에게 달려들었다.


거미 귀부인 "누웃!"


거미 귀부인이 휘청거렸다.

어지러움이라도 느낀 듯, 여덟 개의 다리를 사용해 몸을 지탱하려고 한다.


무츠호가 생성한 것은 거미의 상대를 전제로 한, 가장 강력한 독이다.

그나마도 거미 귀부인을 조금 약하게 하는 효과밖에 없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미즈키 "인법! 호풍선날!!"


미즈키는 지체없이 인법을 뿜었다.

방안에서 커다란 회오리가 몰아친다.


침실은 폭풍우 같은 상태가 되었다.

폭풍이 몰아치면서 의자와 소파가 떠오르고, 덮개가 달린 침대도 요란하게 뒤집혀 방을 엉망으로 만든다.


거미 귀부인 "첩의 방에서 이런 행패를 부리다니!"


지금껏 가장 불쾌해하며 신음하고 있지만, 회오리 앞에서는 귀부인도 날아가지 않으려고 다리를 바닥에 찔러 견디는 수 밖에 없다.

그 폭풍우가 한창일때──.


린 "잡았다!"


린이 날아올라 바람에 날아오른 사나다 호무라를 잡았다.


거미 귀부인 "뭣이!?"


거미 귀부인의 낯빛이 변했다.

린은 호무라를 안은 채 착지한 뒤, 망설이지 않고서 방을 뛰쳐나온다.


미즈키 "거미 귀부인, 당신은 당해낼 수 없기에, 사나다 씨만 데리고 돌아갑니다."

거미 귀부인 "뭣!?"

무츠호 "이 실은 좀 더 연구해 보는 편이 좋아. 그리고 오늘의 간식이 없어져서 아쉽겠는걸."


무츠호도 거미의 실을 자신의 독으로 녹여 조롱과 함께 도주한다.

마지막으로 미즈키가 두 번, 세 번 토네이도를 다시 일으키고,


미즈키 "실례했습니다!"


다짐이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인사하고 나서 쏜살같이 도망쳤다.


거미 귀부인 "너희드으으으으을! 벌레들이이이잇!!"


거미 귀부인이 아우성치고 있지만, 저 방은 한동안 폭풍이 계속 몰아칠 거다.

당분간은 못 나오겠지.


미즈키들은 호무라의 구출만을 꾀하고, 훌륭히 거미 귀부인을 속인 것이었다.


거미 귀부인 "기다려라아아아아! 잘도 지껄였겠다아아아아!!"


하수도 저쪽에서 성난 외침이 급속히 다가온다.

방의 폭풍이 가라앉고 나서 미즈키들을 쫓아온 거미 귀부인이다.

조금 전까지의 여유는 완전히 사라져 분노한 표정이다.


미즈키 "거미 귀부인, 쫓아왔군요."



미즈키는 길고 곧게 뻗은 지하도 끝에서 그녀를 맞아들였다.

함께 도망갔을 린과 무츠호, 그리고 구해낸 호무라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격앙된 거미 귀부인은 그런 것조차 모르는 눈치다.


거미 귀부인 "네년! 감히 첩을 농락했겠다!!"

미즈키 "죄송합니다."

미즈키 "사나다 선배만 들고 도망치는 것은, 처음부터 작전 중에 있었습니다. 당신은 너무 강하다고 들어서요."


미즈키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거미 귀부인 "이제와서 무슨 말을 해도 늦었어!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해주마!"


거미 귀부인은 노여움을 드러내며 다리 여덟 개를 비볐다.


미즈키 "그건 좀 싫은지라, 또 하나 미안해요. 먼저 사과할게요."

거미 귀부인 "누우, 뭐가 말이냐!"


차분한 모습의 미즈키가 페이스를 어지럽히는지, 거미 귀부인이 되묻는다.


미즈키 "도망칠 생각이었다는 것은, 그것을 뒤쫓아 오는 상대에게 대응하는 것도 작전 중에 있습니다.

미즈키 "깊이 뒤쫓아오는 적을 토벌하기 위한 소소한 작전이었는데요."

미즈키 "설마 거미 귀부인이 걸려 들 줄이야."

거미 귀부인 "뭐라고!?"


거미 귀부인은 가슴이 뜨끔했다.


미즈키 "카미무라 씨, 부탁합니다!"

마이카 "겨우 차례인가! 호무라 누님을 돕기 위해서라면 내가 나서지 않을 수는 없잖아! 어이!"



그늘에서 위세 좋게 나타난 것은, 카미무라 마이카.

아직 오차학원 학생이면서도 최고 클래스의 화염을 조종하는 대마인이다.


출격 전에, 시즈루가 말했던 숨은 조력자로, 납치당한 호무라를 화둔의 대선배로서 크게 흠모하고 있다고 한다.


마이카 "어이어이! 네 녀석이 거미 귀부인이다 뭐다 지껄이던 빌어먹을 년이냐!"

마이카 "호무라 누님에게 이것저것 해주었다지?"

마이카 "덕분에 오늘의 나의 불꽃은 색다르다. 여기서 푸짐하게 받아봐라!!"


마이카는 거친 양키 어조로 말했다.

갑자기 전신에서 불길이 치솟아, 굉장한 기세로 타올랐다.


거미 귀부인 "앗!"


작열하는 불길에 거미 귀부인은 본능적인 공포를 품은 듯하다.

단정한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지고, 여덟 개의 다리도 딱딱하게 굳어 있다.


그 모습은 포위망에 잡힌 거미를 닮아 어딘가 처량했다.

그러나 미즈키는 조용히 고했다.


미즈키 "이 수로는 직선. 대마인 최고위의 화력 앞에서는 도망칠 수 없습니다."

미즈키 "거미 귀부인, 우리를 뒤쫓은 시점에서 당신은 지고 있던 겁니다."

미즈키 "죄송합니다만, 안녕입니다."

마이카 "우려영노(愚麗寧怒)<그레네이드>!!!"


마이카는 명도 바주카라고 이름 붙인 바주카를 들고 초고열의 폭염탄을 발사했다.

하수도 끝까지 붉게 뒤덮일 정도의 폭염.


도망갈 곳 없는 거미 귀부인의 몸은 순식간에 작열의 불길에 휩싸였다.


거미 귀부인 "구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무시무시한 비명이 터져나온다.

거미 귀부인은 공포로 굳어진 다리로 어떻게든 불길을 막으려 한다.

그러나 엄청난 강도를 자랑했던 다리도, 아름다웠던 얼굴도 초고열에 그을리고, 적열화되어 바삭바삭 금이 간다.


거미 귀부인 "오......내......내, 가......이런......이런 일로......"

마이카 "꽤 버티잖아! 미즈키 선배, 마무리를 부탁해!"

미즈키 "풍둔·화선풍!!"


미즈키는 부채를 힘껏 내리쳤다.

불길이 용솟음치는 하수도에 돌풍이 불어닥친다.

그것은 마치 풀무처럼 되어, 열량이 단번에 솟구쳤다.


거미 귀부인 "이 벌레들이이이이잇!!"


단말마의 외침과 함께 거미 귀부인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것은 토운의 최후이기도 했다.


이후 사나다 호무라는 의식을 되찾고, 토운에 사로잡혀 있던 다른 인간들도 모두 구출되었다.

거미 귀부인의 죽음으로 요미하라의 판도는 바뀌게 된다.


그녀에게 죽음을 가져온 대마인, 호시노 미즈키.

그리고 독립유격대의 이름은 어둠의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