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연구소에 경보가 울렸다.


갑자기 실험체들이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안바르 "아아아앗!!!! 인간......!!"


마수에게 인간의 영혼을 넣은 실험체 안바르가 수조의 우리를 뚫는다.


경비병

"빨리 놈을 멈춰!"

"마술을 사용하기 전에 재워라!


안바르 "나를 방해하지 마라!! 아아아아악!!!"


안바르는 경비병들을 물의 창으로 모두 꿰뚫었다.


인비저블 비스트 "크아아아아아아악!!"


다른 실험실에서, 역시 개발 중인 인비저블 비스트가 날뛰고 있다.


경비병

"사, 사라졌어!?"

"크아아아!!"


문자 그대로 모습을 감추고 경비병을 몰살시킨 뒤 인비저블 비스트는 달리기 시작했다.


리저렉션 "......♪"


연구원

"꺄아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악!!"


그리고 인공 마족 리저렉션이 무력한 연구원을 즐겁게 죽이며 복도를 걷고 있다.


그 3체만이 아니다.


연구소 곳곳에서 실험체들이 폭주, 그리고 탈주를 시작하고 있었다.


이곳은 원래 노마드의 대간부 휴르스트가 만든 비밀 연구소다.


희귀한 마수를 이용한 실험이나, 마계 의료를 이용한 사이보그의 개발이 그의 지휘 아래 행해지고 있었다.


휴르스트가 죽은 뒤에도 그와 연결된 미연 특무기관 G의 관리 아래 연구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오늘 밤, 여러 실험체가 마치 미리 짠 듯 폭주한 것이다.


원래 주인이었던 휴르스트가 죽고, 어떤 마술적인 단속이 사라졌기 때문인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한 파괴 공작인가.


원인을 파악할 새도 없이 폭주가 폭주를 낳으면서, 피해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그리고 이 연구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던 어떤 실험실에서도──.



비비 블러드 "......"


프로젝트 『비비 블러드』.


그 실험체가 멋대로 기동하고 있었다.


기이한 전투용 사이보그였다.


단정한 얼굴과 풍만한 몸매는 여성형 사이보그에선 드물지 않다.


하지만 그 신체는 반투명하게 만들어져, 내부의 골격이나 기타 기계 부품에 더해, 생체 부품인 자궁이 밖에서도 보인다.


비비 "......"


기동한 비비는 메인테넌스 시트에서 벌떡 일어났다.


연구원들이 실험실에 뛰어든 것은 그때였다.


연구원

"젠장!! 이 녀석도냐!!"

"빨리 멈춰!! 관리 키를 사용해!!"

"안 돼, 역시 무효화 돼 있어!"

"경비병은 아직인가!! 이 녀석만은 놓칠 수 없어!"


비비 "......"


비비는 평소 그녀의 몸을 만지작거리던 연구원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무표정하게 지켜봤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못한 눈치였다.


그때 경비병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경비병 "비비 블러드! 움직이지 마라! 거기서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면 널 파괴하겠다!"


살의를 느끼고 나서야 비비는 전투용 사이보그로서 분명한 반응을 보였다.


비비 "싫어......나는......가야......해......"


비비는 그녀의 전용 무기 블러드 레터를 양손에 쥐었다.


반투명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여성으로서 아름다운 형태의 바디로 디자인되어 있는 비비지만, 양손과 두 다리만은 기계로 되어 있다.


그것이 전투용으로도 애완용으로도 언밸런스한 모습을 두드러지게 하고 있었다.


경비병 "어쩔 수 없지! 쏴라!!"


비비가 무장한 것을 보고 경비병은 서슴없이 총을 쏘았다.


비비 "......"


하지만 비비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는다.


반투명한 몸은 그 충격을 부드럽게 받아내고 있었다.


비비 "날......방해......하지 마......"


블러드 레터의 회전하는 원형톱이 무자비한 소리를 낸다.


비비 "비켜......"


그것을 한 번 휘두르자, 그녀에게 살의를 향한 경비병들의 목이 한꺼번에 날아갔다.


비비 "나는......간다......"


비비는 겁에 질린 연구원들을 무시하고 천천히 실험실을 나갔다.


그 무렵, 다른 실험실에서는 연구원 한 사람이 기도하는 듯한 마음으로 한 사이보그를 기동하고 있었다.


연구원 "제발, 제대로 움직여줘."

서페이스 "......"



그녀는 서페이스.


비비와 마찬가지로 반투명 보디의 전투용 사이보그다.


하지만 신체의 일부가 비치는 인조인간이라는 이상한 구조의 비비와 달리, 그녀는 온몸이 투명한 소재로 만들어져 있다.


광택을 띤 신체는 특수한 유체금속으로 물리적, 광학적 충격을 표면(서페이스)에서 미끄러뜨려 버린다.


그것이 그 이름의 유래다.


연구원 "서페이스, 나를 알아보겠어?"

서페이스 "물론. 오늘 밤은 꽤 시끄럽네. 여기저기서 사람이 죽은 것 같은데."


서페이스는 주위를 살피며 연구원을 진정시키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연구원 "실험체가 차례차례 폭주해 연구소를 탈출하고 있어. 아쉽지만 여기는 이제 끝이야."

서페이스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연구원 "비비 블러드의 포획을 명령한다. 비비는 휴르스트 님이 직접 제조를 명한 특별한 사이보그."

연구원 "특무기관 G로서도 비비를 방치할 수는 없어."

서페이스 "그래......비비는 여기를 떠났구나."

연구원 "이건 비비의 관리 키에 접근하는 컨트롤러야."

연구원 "기존의 관리 키는 누군가에 의해 비활성화 되었지만."

연구원 "내가 몰래 설정한 이 키를 사용하면 비비를 무력화할 수 있을 거다."

연구원 "너는 우리가 만든 가장 완성도 높은 사이보그다. 지금도 폭주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큰 증거야. 부탁한다, 서페이스."

서페이스 "알았어. 멋진 걸 줘서 고마워."


서페이스는 컨트롤러를 받아들자, 웃는 얼굴로 연구원의 가슴을 손날로 꿰뚫었다.


연구원 "커헉......어째......서......!?"

서페이스 "내가 비비를 쫓는 것은 특무기관 G 때문이 아니야. 나는 나를 위해 비비를 쫓을 거라서."


하지만 그녀를 기동시킨 연구원은 더 이상 그 말을 듣지 못했다.


서페이스는 죽은 연구원에게서 손을 쑥 뽑아낸다.


붉은 피가 손과 몸을 적셨지만 투명한 피부를 미끄러지듯 흘러내려, 그녀를 더럽히지는 않았다.




실험체 폭주가 시작된 지 몇 시간.


연구소는 조용했다.


살아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거대한 관이 된 연구소를 한 여자가 걷고 있다.



프로스트 "끔찍하군......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녀는 프로스트.


화이트 타이거 수인족이다.


이곳의 실험체는 아니고, 그 폭주를 멈추러 온 것도 아니다.


원래 그녀는 인간계와 인연이 없고, 마계에서 홀로 자신을 단련하는 여행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향 마을에서 여동생 메이리아가 인간에게 붙잡혀, 그녀를 구출하기 위해 마계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여동생이 실험 재료로 이 연구소에 옮겨졌을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오늘 밤 이곳을 찾았다.


화이트 타이거는 그 흉포함으로 유명해, 프로스트는 특히 호전적인 성격이다.


만약 실험체들의 폭주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녀가 연구소를 습격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프로스트가 당도했을 때는 모든 것이 끝나 있었다.


직원들은 모두 실험체에게 죽었고, 그 실험체도 처리된 것 이외에는 이미 오래 전에 탈주했다.


남은 것은 인간이나 실험체의 시체, 파괴된 사이보그, 그리고 비인도적 실험의 흔적 뿐이다.


프로스트 "메이리아는 정말 여기 있었나? 이런 끔찍한 장소에......"


여동생이 이곳에 끌려와 실험체로 붙잡혀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그 가능성만 생각해도 여동생을 아끼는 프로스트는 진정할 수 없었다.


프로스트는 여동생의 단서를 찾기 위해 무너진 연구소를 돌아다녔다.


여동생이 배양캡슐 속에서 떠 있거나, 시체로 복도에 굴러다니는 등 최악의 사태만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그 이상은 전혀 알 수 없었다.


데이터 룸에 들어가 봐도, 여기에 뭔가 정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프로텍트가 걸린 시스템에 접근하는 기술은 그녀에게 없다.


프로스트 "젠장!! 이런 곳까지 왔는데 아무것도 모르겠잖아!"


여동생이 여기 있었는지, 없었는지.


있었다면 실험체로 잡혔는지, 아직 무사한지.


아무것도 몰라 이를 악물고 있는데, 누군가 복도를 걸어오는 기색을 느꼈다.


프로스트 "......!"


프로스트는 재빨리 그늘에 숨었다.


키리하라 준코 "이건......"

샐리 로버츠 "지독한 꼴이구만."

준코 "살아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습격을 받았을까요?!"

샐리 "아니, 이 시체 좀 봐. 곰에게 당한 것처럼 엉망진창이야. 외부에서의 습격자가 이렇게까지 할까?"

준코 "그럼 내부의?"

샐리 "아마도. 휴르스트가 죽고 관리가 소홀해져, 무슨 일이 일어나, 실험체들이 도망쳤다......"


인간이 두 명, 프로스트가 숨어 있는 데이터룸에 들어왔다.


긴 검을 지닌 여자와 곰인형을 안은 여자다.


준코 "여기는 아직 무사한 것 같군요."

샐리 "나는 다른 쪽을 보고 올게. 쓸 수 있는 데이터가 있는지 알아봐 줘."

준코 "알겠습니다."


인형을 안은 여자가 나가고, 긴 검을 지닌 여자가 남았다.


프로스트 (과연......여기 실험체들이 탈주했나......)

프로스트 (어쩌면 메이리아도 그 안에 있었을지도 몰라......)


프로스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남은 여자가 데이터를 보려는 것을 운이 좋다며 숨은 채 훔쳐보고 있었다.


수인족인 프로스트가 기척을 죽이면, 인간 따위는 결코 눈치채지 못할 것이지만,


준코 "누군가 있군요. 이곳의 생존자는 아닌 것 같은데. 어수선한 틈에 침입한 스파이인가요?"

준코 "저는 대마인, 키리하라 준코. 숨어 있지 말고 나오세요. 그렇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어요."


여자의 목소리에 살기가 깃들었다. 완전히 발각되었다.


마계에서 인간계로 나오며, 인간 중에도 방심할 수 없는 능력자가 있다는 것을 프로스트는 알았다.


지금 저 여자가 말한 대마인은 대표격이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프로스트 "잠깐만!"


프로스트는 각오를 다지고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서 대마인과 싸우는 것은 상책이 아니다.


준코 "고양이......아니, 호랑이 수인족인가요......"

프로스트 "그렇다. 화이트 타이거, 프로스트다. 나는 여동생을 찾으러 왔어."


프로스트는 준코게 자신이 여기에 온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마계에서 무사 수행을 하는 동안 고향의 여동생이 인간에게 붙잡혀, 그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

인간계에 와도 아무런 단서도 얻을 수 없고, 그 여동생이 여기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알고 안절부절 못한 것까지 말했다.


프로스트 "나는 메이리아가 여기에 있었는지......없었는지, 그것만 알고 싶어. 부탁해, 가르쳐줘......부탁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감정이 넘치며 메이리아의 모습이 떠올랐고, 마지막에는 눈에 눈물이 맺혔다.


준코 "알겠습니다. 당신을 믿을게요."

프로스트 "고마워."

준코 "화이트 타이거 수인족, 이름은 메이리아 씨라 했죠."


프로스트가 보고 있는 옆에서 준코는 연구소의 데이터를 조사해 주었다.


준코 "어떤 여동생이에요?"

프로스트 "나와는 달리 아주 착한 아이다. 싸움에는 적합하지 않아."

준코 "그렇군요......여동생이 여기 있었다는 데이터는 없는 것 같아요."

프로스트 "그렇구나......다행이다......"


프로스트는 안도했지만,


준코 "아니, 잠시만요."


준코의 얼굴이 갑자기 험악해졌다.


준코 "프로젝트 『비비 블러드』?"

프로스트 "뭐야 그건?"

준코 "이 연구소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생각됩니다."

준코 "노마드의 대간부 휴르스트가 직접 시작해, 그 뒤로는 특무기관 G가 인수한 것 같습니다."

프로스트 "어떤 프로젝트인데?"


준코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준코 "죽은 여성의 뇌와 자궁을 사용한 전투용 사이보그입니다."

프로스트 "뭐!?"


너무나 끔찍한 말에 프로스트는 말을 잃었다.


준코 "프로젝트에 사용된 여성의 데이터는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프로스트 "그게 메이리아일지도 모른다고!?"

준코 "그럴 리 없다고는......단언할 수 없어요."

프로스트 "그르르......"


만약 그렇다면 하고 상상한 것만으로도, 분노로 프로스트의 털이 곤두선다.


준코 "시큐리ㅣㅌ에 남아 있던 기록으로는 이 비비라는 사이보그도 오늘 밤 탈주했습니다"

프로스트 "행선지는!?"


준코는 고개를 흔들었다.


프로스트 "녀석은 노마드의 휴르스트 명령으로 만들어졌다 했지!"

준코 "네, 하지만 휴르스트는 이미 죽었어요."

준코 "이 상태로는 특무기관 G도 행방을 파악하기 힘들어요......"

프로스트 "그렇다면 휴르스트가 있던 요미하라에 갈 뿐이야!"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여동생일지도 모르는 비비의 단서를 찾기 위해 프로스트는 달렸다.




비비 (나는 비비 블러드. 그렇게 들었다.)

비비 (나는 도대체 누구지? 무엇을 위해 태어났지? 그저 그걸 알고 싶다 생각할 뿐인데.)

비비 (본능이 내게 말을 건다. 싸우라고.)


비비는 전투용 사이보그다.


한 번 죽고, 얼마 남지 않은 맨몸의 부품, 뇌와 자궁을 이용해 신체를 만들었다.


속이 훤히 비쳐 보이는 이 몸을.


비비 (내가 왜 죽었는지, 어떤 인간이었는지. 나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비비 (전사에게는 필요없는 기억이니까.)

비비 (하지만 무언가가 호소해 온다. 생각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비비 (이 몸에서 아직 움직이고 있는 뇌 혹은 자궁으로부터의 외침일지도 모른다.)

비비 (그날 밤, 연구소를 탈출한 나는 정신을 차려 보면 요미하라로 향하고 있었다)

비비 (그 마계에 가장 가까운 거리로.)


지금 비비가 걷고 있는 곳은 수도권 신외곽 방수로였다.


도쿄의 지하 100m, 신전처럼 광활한 공간이다.


지하에 있는 요미하라까지의 중간 지점에 해당해, 무장난민들의 집합소라고 한다.


즉, 그 무리들──.


무장난민 "봐, 저 사이보그 여자. 굉장한 몸을 하고 있잖아."

무장난민 "몸이 반쯤 비치고 있어. 뱃속에서 보란 듯이 번들거리는 게 자궁이야."

무장난민 "박아도 좋고, 먹어도 좋아. 오랜만에 즐겁게 해줄 만한 사냥감이다."


무장난민이 파수견 데블스독을 데리고 다가온다.


비비의 투명한 몸을 보며 천박한 호기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저 눈빛은 기억에 있다.


연구소에서 비비를 실험체로 삼았던 놈들과 같은 눈이다.




연구원 "비비, 타깃을 파괴하라."

비비 "알았다."


반복되는 개조와 그 성과를 확인하기 위한 모의전.


비비 "......"


비비는 타깃인 드론 도그를 담담하게 파괴해 나간다.


상대방은 생명이 없는 기계일 뿐. 아무리 싸워도 비비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는다.


비비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같은 사이보그를 상대할 때다.


다들 모양이야 어떻든, 살아있다.


비비 "하아아아아앗!!"


호문클루스&울프

"크악!!"

"꺄악!!"


같은 종류의 신체를 찢을 때, 자신도 살아있음을 실감한다.


비비 (살아있는 자와의 싸움. 마음이 들끓는 것을 느낀다.)

비비 (나는 싸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나는 무기가 아니다.)

비비 (나는 전사다. 살아있는 적과 싸우기 위한 전사.)




비비 "......"


비비가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 무장난민들은 조용해져 있었다.


옛날 일을 떠올리며 반쯤 무의식적으로 살육을 자행했던 모양이다.


무기만 피투성이일 뿐, 전투의 충실감은 전혀 없었다.


무장난민들은 기계가 아니다. 살아있는 인간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비비 (좀 더 제대로 된 적과 싸우고 싶다.)


전사로서의 굶주림이 마음에 싹트다.


비비 "이런 놈들은 내 적이 아니야. 내게는 적이 필요햐."


비비는 자기가 누군지 모른다.


하지만 싸우기 위해 만들어진 사이보그라고는 이해한다.


그것이 비비의 존재의의.


요미하라에게는 분명 이 굶주림을 채워줄 적이 있을 것이다.


비비 (나는 적을 찾으러 온 걸까?)


그런 의문을 품으면서 비비는 요미하라를 향해 나아갔다.


――――――


비비가 그 자리를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살육을 숨어서 지켜보던 서페이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페이스 "비비, 피에 물든 당신의 몸은 너무나 아름다워."


무장난민들의 시체를 앞에 두고서, 서페이스는 넋을 잃고 중얼거린다.


서페이스 "어머......?"

무장 난민 "으......으으......"


시체인 줄 알았던 무장난민들이 신음하고 있다.


서페이스 "비비가 끝을 내지 못하다니. 역시 요미하라의 무장난민이네."

서페이스 "아니면 비비의 기능이 저하되고 있는 걸까? 우후후."


서페이스는 즐거운 듯이 말하며, 운 좋게 살아남은 무장난민을 확인사살했다.


그리고 진작 따라잡았던 비비를 다시 유유히 쫓아가는 것이었다.




비비 "......"


비비는 요미하라 입구에 다다랐다.


그곳에는 노마드의 문지기가 거리로 드나드는 인간을 체크하고 있었다.


문지기 중 한 명인 붉은 머리 마족이 비비에게 물었다.


알렉트라 "넌 사이보그냐?"

비비 "그렇다. 사이보그가 거리로 들어가려면 어떤 허가가 필요한가?"

알렉트라 "그런 건 없다. 오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떠나는 것도 쫓지 않는다. 그게 요미하라다."

알렉트라 "다만 사는지, 죽는지 그건 너에게 달렸다."

비비 "알고 있어."

알렉트라 "그럼 지나가라. 지금은 거리가 좀 시끄럽다. 조심해."


척 봐도 만만치 않은 상대임이 보이는 마족은 비비 못지않게 피부를 드러내고 있었다.


몸 속까지 보여주고 있는 비비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게다가 "조심해"라는 말을 듣고, 비비는 조금 맥이 풀려 거리로 들어섰다.


비비 "뭐야 이건?"


요미하라 대로로 나오자마자 비비는 아연실색했다.


확실히 시끄럽긴 하다. 다만 조금이 아니었다.


데빌 웜 

「GRUUUUUUUU!!!」

「GRUUUUUUUU!!!」

「GRUUUUUUUU!!!」


수십 마리의 거대 지렁이가 거리 곳곳에서 머리를 내밀며 날뛰고 있다.


비비는 알 리 없었지만, 철 지난 데빌웜 대발생에 요미하라 주민 총출동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럴 때는 조직 간의 혹은 개인 간의 적대관계는 접어두고, 서로 협력하는 것이 거리의 규칙이다.


리나 "그쪽에 한 마리 간다!! 누군가 부탁해!"

치알 "이 방송왕 치알에게 맡──우와앗!!"

토라지로 "거기 썩을 꼬마! 뭘 구르고 자빠진 거냐! 얌전히 방송만 하란 거다!"

치알 "헤엑, 받아라!! 필살 지옥차아아아아아아아!!"

나사라 "나사라도 지옥차. 데굴데굴♪"

후우마 아키 "우와! 둘이 구르는 거 귀여워! 힘내라 힘내라♪"

클론 아사기 "귀엽기만 하지만, 한 명은 짓누르고 한 명은 삼키고 있는 걸 보면 뭐라 해야 할까......"

프랜시스 "아하하. 데빌웜보다 위험해서 가까이 갈 수 없지."

미리암 "밀렌, 기네비아. 저런 데굴데굴 콤비에게 지지 마라. 수행의 성과를 보이는 거야."

밀렌&기네비아 

"네, 선생님!"

"갑니다!"



웨스타 "요미하라를 더럽히는 벌레들!! 아스타로트 님의 명령대로, 내 창염으로 다 태워주겠다!"

펠리트 "위험해~~. 웨스피 엄청 의욕 빵빵하잖아~. 나도 조금은 힘내볼까."

펠리트 "벌레들 진짜 짜증나고~~. 살충가스 뿌릴까나~~."

리나 "좋아! 모두! 꽤 수가 줄어 들었다. 이대로 쭉쭉 쓰러뜨리는 거다!"

요미하라 주민들 ""오우!!""

    

오보로 "......하아. 모두 즐거워 보이네."

인티라이미 "오보로 님, 그런 곳에서 놀고 있을 때인가요!"

시키미 "그래요! 더 의욕을 내세요!"

오보로 "흥, 생각 없거든. 너희들 마음대로 해."


치어걸&오보 고양이

"모두! 지금이야말로 오보로 님을 기세를 북돋우는 거야!"

「あーーー! うーーー!」

"보──♪"


치어걸+멍게고양이

"플레이 플레이 오보로 님──♪"

「うーーー、うーーー♪」

"보, 보♪"


오보로 "시끄러워! 싸우면 될 거 아니야! 싸우면!"


친 슌타오 "오! 다들 하고 있네! 자아, 장사를 시작한다!"

하즈키 "싸우지 않아도 돼요?"

슌타오 "그건 토라지로에게 맡겼어. 싸우는 모든 이의 배를 지탱하는 것이 우리의 싸움이야."

샤오레이 "즉, 돈벌이 시간이네."

슌타오 "그렇게도 말하지!"

슌타오 "『미룡』 특제 치마키(チマキ)! 싸우면서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치마키! 지금이라면 싸게 줄게!"

로젠 "하나 줘. 우물우물, 아 맛있다─♪"

인티라이미 "로젠! 그런 곳에서 먹고 있을 때야──!"

로젠 "와앗 들켰다! 제대로 싸울 거라구──."


요미하라 주민들은 화기애애하게 데빌웜 무리와 싸우고 있다.


비비 "......뭐야 이건?"


마계에 가장 가까운 거리


마족이나 극악인, 아니면 창녀나 노예 밖에 없는 사상 최악의 범죄도시.


그렇게 생각하고 찾아왔는데 왠지 이미지와 다르다.


데빌웜 「GRUUUUUUUU!!!」


비비가 멍하니 있는데, 바로 옆 땅에서 데빌웜이 나타났다.


리나 "위험해!!"

비비 "읏!!"


분홍색 검을 든 소녀가 도우러 왔지만, 비비는 스스로 데빌웜의 머리를 절단했다.


리나 "오, 제법이잖아!! 처음 보는 얼굴인데! 누구야!? 나는 리나, 노마드의 마계기사다."

비비 "!?"


노마드라고 하면, 요미하라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악의 조직이다.


그곳의 마계기사라고 하면, 이 거리에서 꽤 높은 실력자일 터.


하지만 엄청 소탈한 이 모습은 그 이미지와 역시 다르다.


비비 "비비 블러드다"

리나 "그렇군! 지금 요미하라는 철 지난 데빌웜 대발생으로 발칵 뒤집혔다."

리나 "너처럼 강한 녀석은 대환영이야. 제발 같이 싸워줘!"

비비 "......알았다."

리나 "고마워!"


리나라는 마계기사는 상쾌하게 말하고, 다시 싸우러 돌아갔다.


비비 "나도 싸우는 건가."


비비는 요미하라에 오자마자 주민들과 함께 데빌웜 퇴치를 하게 되었다.


기이한 흐름에, 당황스러우면서도 묘하게 재미 있었다.


싸움의 고양감과는 또 다른 감각이다.


비비 (아아, 이 느낌은 기억나.)


비비는 데빌웜을 상대하면서 연구소에서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것은 비비와 같은 특무기관 G계열의, 다른 연구소의 사이보그와 모의전을 벌였을 때의 일이다.




사야NEO "와──! 엄청 굉장한 몸!"

사야NEO "사야의 몸도 굉장해! 너랑 싸우는 거구나──!"


인공 마족 사야NEO.


소피 "유피 언니, 이 사람 굉장히 멋있어."

유피 "그래, 소피. 게다가 강해."

소피 "이 사람이면 나랑 언니가 진심을 내도 괜찮을까?"

유피 "그렇네, 진심을 좀 내볼까?"


쌍둥이 오니 인간형 병기 유피와 소피.


모두 평소, 연구소에서 상대하던 사이보그들과는 다른 강함에, 그러한 상대와 싸우는 것은 즐거웠다.


그쪽도 똑같이 생각했던 모양이다. 둘 다 헤어질 때 이런 말을 했었다.


사야NEO "오늘은 정말 즐거웠어. 또 사야랑 싸우자."

사야NEO "가능하다면 이런 곳이 아니라, 평범하게 밖에서 싸우면 좋겠지만."

소피 "또 어디선가 보자. 우리 더 강해져 있을 테니까."

유피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그럼 다음에 또."


결국, 그 약속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 후, 세 사람 모두 연구소를 파괴하고 탈주했다고 들었다.


그녀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비비는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이들은 전투용 사이보그 비비의 친구였던 것 같다.


비비 (나는 적이 아니라 그녀들을, 친구를 찾으러 온 걸까......)


문득 그런 의문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그 연구소에도 그런 상대가 있었던 것 같다.


아니, 분명히 있었어. 누구였지?


비비가 그 생각을 하려 했을 때.


비비 "!?"


무릎 관절의 움직임이 갑자기 나빠졌다.


연구소를 탈주하고, 단 한 번도 메인테넌스를 받지 않고, 갑자기 데빌웜을 상대로 격렬한 전투를 벌인 영향이 나타난 것이다.


데빌 웜 「GRUUUUUUUU!!!」


위험하다고 생각한 순간, 데빌웜의 공격을 제대로 맞았다.


비비 "크윽!"


비비는 요란하게 날아가 땅을 구른다.


일어서려 했지만, 무릎 관절이 완전히 부서졌다.


게다가 머리를 세게 얻어맞았다. 날것의 뇌는 비비의 가장 큰 약점이다.


데빌 웜 「GRUUUUUUUU!!!」


어쩔 수 없이 다음 일격을 당할 뻔했던 그때.


서페이스 "도와줄게."


낯익은 목소리, 그리고 모습이 끼어들어 데빌웜으로부터 비비를 지켰다.


저 선명한 투명 보디는──.


비비 "서페이스!?"


지금 막 생각하려던 같은 연구소의 사이보그다.


그런데 그녀가 왜 여기에!?


그런 의문을 품으면서 비비의 의식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아 갔다.




비비 "......"


비비는 낯선 방에서 깨어났다.


사이보그의 메인테넌스실 같지만 연구소에 있던 것보다 수상쩍은 분위기다.



키류 미코토 "깨어난 것 같네. 나는 마계의사 키류 미코토."


오른팔에서 무서운 요기를 내뿜고 있는 여자가 말했다.


마계의사라는 자칭으로 보아, 그녀가 이곳의 주인인 것 같다.


미코토 "자기 이름은 말할 수 있어? 왜 여기 있는지 알아?"

비비 "나는 비비 블러드."

비비 "요미하라에 와서 데빌웜 퇴치를 돕다가 무릎 관절이 고장나, 당했다."

미코토 "기억은 제대로 하고 있네. 그래, 넌 데빌웜에게 당해서 여기로 옮겨졌어."

미코토 "이렇게 재미있는 몸을 하고 있는데도, 제대로 메인테넌스도 하지 않고 싸움을 시작하다니 무모해."

비비 "서페이스는?"

미코토 "서페이스? 친구? 아니면 숙적?"

비비 "같은 연구소에 있던 사이보그다."

미코토 "몰라. 적어도 널 여기로 데려온 건 그 사람이 아니야."

비비 "그런가......"


비비 (그건 환상이었을까......?)


미코토 "그건 그렇고......후후후, 뇌와 자궁만 날 것인 사이보그화. 게다가 몸을 이렇게까지 투명하게 만들다니."

미코토 "꽤 좋은 취미네. 비쳐 보이는 자궁이 엄청 섹시해."


미코토라는 마계의사는 비비의 몸을 거리낌 없이 바라보고 있다.


미코토 "보아하니, 미연의 특무기관 G 같은 곳에서 만들어진 것 같은데?"

비비 "그렇다. 하지만 연구소는 무너졌고, 나도 탈주했다."

미코토 "후후, 너도 그래?"

미코토 "그 녀석들, 왜 금방 탈주하는, 쓸데없이 자유도 높은 사이보그만 만드는 걸까."

미코토 "어머, 미안해. 네게는 자유롭게 살 수 있어 좋은 일이지."


미코토은 웃으며 말했지만 비비에게는 그런 실감이 전혀 없었다.


비비 "내가......자유......그런까......?"

미코토 "아니야?"

비비 "모르겠어......"

미코토 "사람들은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지."

미코토 "그런데 지금 넌 자유롭지 않아? 모처럼 연구소를 탈주했는데?"

비비 "아무래도 좋아......"


말장난에 사귈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미코토 "그래. 뭐 천천히 쉬고 가. 부서진 무릎은 고쳐주고, 메인테넌스도 해줄게."

미코토 "물론 돈은 내야겠지만, 이 멋진 몸이라면 얼마든지 요미하라에서 해먹을 수 있어."

비비 "나보고 매춘을 하라는 거야?"


비비의 몸에는 그를 위한 기능도 갖추고 있다.


모든 부분이 최상급 여자의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다고 한다.


창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지로 몰래 들어가는 첩보 활동 때문이다.


미코토 "그러고 싶으면 그러고. 싫으면 용병이든 도적이든 마음대로."

미코토 "모처럼 요미하라에 온 거야. 마음대로 살면 돼."

비비 "......"


마음대로 살라고 해도, 뭘 해야 할지.


애초에 요미하라에 와서 어쩌자는 건가.


비비가 침묵하자, 미코토가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미코토 "어머? 누가 왔나 봐. 너와 함께 싸운 사람들일까? 잠깐만 기다려."


미코토가 방을 나간다.


비비는 무릎이 부서져 움직일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가만히 있으면, 여자를 하나 데리고 돌아왔다.


프로스트 "네가 비비냐!"

미코토 "네 손님이야. 화이트 타이거 수인족 프로스트 씨. 여동생을 찾고 있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상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같은 화이트 타이거 수인족 여동생이 그 연구소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비비에게 사용된 뇌와 자궁이 그 여동생의 것이 아닌가 하고, 즉 비비가 여동생이 아닐까 생각하여 요미하라에서 단서를 찾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비비가 거리에 나타나 이 미코토의 연구소에 실려갔다는 것을 알고 황급히 달려왔다고.


비비 "내 언니?"

프로스트 "그래? 너는 내 여동생이냐?"


매달리는 듯한 프로스트에게 비비는 당혹감 밖에 느끼지 않는다. 미코토도 킬킬거리며 말했다.


미코토 "그렇다면 운명적인 재회겠지만. 아쉽지만 아니야."

프로스트 "끄걸 어떻게 알아!?"

미코토 "그야 저 자궁은 인간의 것이니까. 한눈에 알 수 있어."


미코토는 비비의 자궁을 유쾌하게 가리켰다.


프로스트 "으......그, 그런가......동생이 아닌가......"


프로스트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비비가 동생이 아니었음에 안도하는 듯하더니 이내 이렇게 물어왔다.


프로스트 "그렇다면 내 여동생은 몰라? 이름은 메이리아다."

프로스트 "네가 있던 연구소에 있었어? 알고 있으면 가르쳐 줘. 부탁해."

비비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내가 도대체 누구인지, 무얼 위해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프로스트 "그렇구나......"


프로스트는 고개를 숙인다.


그렇게 대답한 비비를 미코토는 흥미롭게 보고 있다.


미코토 "자세히 조사하지 않으면 모르지만, 분명 전투 사이보그로서 불필요한 기억은 적당히 지워져 있을 거야."

미코토 "특히 사람으로 살았을 때의 기억은 미리 완전히 지웠을 거고."

미코토 "너 같은 사이보그를 만든다면 나도 그렇게 할 거라서."


어디까지나 즐거운 듯이 말하는 미코토에게 이번에는 비비가 묻는다.


비비 "기억해낼 수는 없나? 나는 내가 누구인지, 누구였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

미코토 "우후후, 조급해 하지 않아도 돼. 넌 내 환자야. 잘 봐줄 테니까 좀 쉬어."

미코토 "기계의 몸에 날것의 뇌는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거야."

미코토 "걱정 마, 네가 자는 동안 아무렇게나 뇌를 만지작거리지는 않을 테니까."


미코토은 대답을 듣지 않고 비비를 재운다.

그녀의 의식은 깊이 가라앉아 갔다.




비비는 꿈을 꾸고 있었다.


지금까지 잊고 있던, 아니 연구소에서 지워진 기억을 꿈에서 떠올리고 있었다.


그날 비비는 한 강화인간과 모의전을 치르기로 했다.


마(魔)에 대항하기 위해 개발된 존재로, 이름은 클리어라고 했다.


하지만 비비는 싸울 수 없었다.


클리어를 눈 앞에 두고 있자니, 어째 몸이 움직이지 않게 된 것이다.


이유는 자신도 모르겠다.


클리어 "나랑 싸우지 않아, 왜?"

비비 "모르겠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클리어 "그래."

비비 "미안."

클리어 "됐어, 그냥 모의전이니까. 진정한 싸움은, 사명이 필요해."

비비 "사명? 싸우는 이유인가?"

클리어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를 토벌한다. 그게 내 사명. 당신의 사명은?"

비비 "나의 사명......내가 해야 하는 일......모르겠어......아무것도 모르겠어."

클리어 "사명을 찾아내면 좋겠네."


클리어는 만듦새 나쁜 전투용 사이보그를 위로하듯 비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비비는 클리어를 껴안고 있었다. 스스로도 생각치도 못한 행동이었다.


클리어 "갑자기 왜 그래?"

비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하고 싶어졌다."

클리어 "그럼 해도 돼."

비비 "......고마워."


비비 (그때의 기분. 그건 무엇이었을까?)

비비 (싸움의 고양감과도, 같은 전투용 사이보그에 품는 우정과도 다르다.)

비비 (그 이상한 마음을 나는 꿈 속에서 떠올리고 있었다)




비비 "......"


비비는 꿈에서 깼다.


방에는 아무도 없다.


메인테넌스는 끝난 것 같다. 부서진 무릎도 완전히 고쳐져 있었다.


비비 "나는......가야 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가야 한다는, 지금까지 없던 강한 충동을 느끼고 있었다.


그 앞에 비비에게 적합한 적인지, 친구인지, 사명인지 뭔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클리어와의 기억을, 그때의 감정을 떠올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비비는 스스로도 이상하게 느끼는 감정에 이끌려, 미코토의 연구소를 나섰다.


비비 "......"


밖으로 나가면 데빌웜과 싸웠던 대로보다 훨씬 좁은 길이었다.


뒷골목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요미하라에 처음 온 비비는 여기가 어딘지 모른다.


자신이 어디로 가려 하는지도 물론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비 "이쪽인가......?"


비비는 어딘지 모를 길을 걷기 시작했다.


비비 (나는 요미하라에 와본 적 있나? 아니면 인간이었을 때의 내가 요미하라에 있었던 걸까?)


스스로도 어리둥절해 하면서, 비비는 요미하라 안으로, 안으로 나아간다.


그런 그녀의 뒤를 쫓는 자가 있었다.


서페이스다.


서페이스 "몸이 나아진 것 같네. 기뻐, 비비."

서페이스 "너는 어디를 목표로 하고 있는 걸까? 나도 거기에 데려다 줘."

서페이스 "네 모든 걸 알고 싶어."


비비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쫓는 모습은 마치 그녀를 지켜보는 것 같았다.




프로스트 "비비가 없어졌어!"

미코토 "어머어머. 잠에서 깼다고 생각하니 바로 탈주. 꽤나 자신이 누군지 알고 싶은 모양이네."

프로스트 "당연하지. 저런 꼴이 되었는데!"

미코토 "그렇겠지. 자 여기. 쫓아갈 거지?"

프로스트 "뭐야 그건?"

미코토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해서, 그녀에게 발신기를 달아놨어."

프로스트 "멋대로 그런 걸 붙였다고!"

미코토 "비비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고, 메인테넌스비는 확실히 걷을 생각이라서."

미코토 "물론 걱정도 하지. 그녀는 내 환자인걸."

프로스트 "으으!! 매드 사이언티스트 녀석!"


프로스트는 미코토로부터 수신기를 받고, 비비를 쫓아 밖으로 뛰어나갔다.




비비는 요미하라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어느 교회에 이르렀다.


대간부 휴르스트 아지트 중 하나지만, 그녀는 그런 것을 모른다.


비비 "여기에 내가 원하는 게 있나?"


비비는 여기까지 온 것처럼, 내적인 목소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교회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지하로 갈 수 있게 되어 있고, 내려가면 여신의 제단이 있었다.


아름다운 여신상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그 이상의 감회는 없다.


비비 "나는 왜 여기에?"


무심코 던진 물음에 대답하듯, 갑자기 눈 앞에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비비 "......윽!!"


비비는 반사적으로 몸을 당겼다.


하지만 그것은 입체 영상 마법으로, 그것도 실시간이 아니라 그녀를 위해 남겨진 것이었다.


남자는 비비를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휴르스트 "비비 블러드 씨, 오랜만입니다. 아니면 처음 뵙는 걸까요."

휴르스트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일단 자칭해두죠. 휴르스트라고 합니다."

휴르스트 "당신의 근원이 된 인간의 시체로부터, 지금의 당신을 만들라고 명령한 자입니다."

비비 "......!!"

휴르스트 "당신이 이것을 보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저는 이 세상에 없는 것이겠지요."

휴르스트 "언젠가는 제 비장의 카드가 될 것 같아 당신을 만들었는데. 안타까운 일이죠."

비비 "네가, 나를 이런 몸으로......"


비비는 휴르스트를 노려보았지만, 상대는 과거의 영상일 뿐이다.


휴르스트 "왜 당신이 여기에 왔는지 알고 있어요."

휴르스트 "그 몸에 들어 있는 뇌와 자궁. 즉, 당신의 근원이 된 인간이 도대체 누구인지 알고 싶은 거죠?"


휴르스트는 비비의 반응을 즐기려는 듯 잠시 시간을 두고 말했다.


휴르스트 "물론 가르쳐 줄 수 있지만, 그러지 않을 겁니다."

비비 "뭣!?"

휴르스트 "『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누구이고,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정말 영원한 의문이에요."

휴르스트 "스스로 생각하는 게 좋을 거예요. 당신을 만들게 한 제 선물입니다. 그럼 안녕히."


어디까지나 제멋대로 말하고, 휴르스트의 영상은 뚝 꺼졌다.


비비 "웃기지 마!"


비비는 으르렁거렸다.


휴르스트는 이제 없다.


멋대로 비비를 만들고, 멋대로 죽어버린 것이다.


비비 "이런 걸 보기 위해, 나는 여기까지 왔나......"


비비는 고개를 떨구었다.


고친 무릎이 떨린다.


서페이스 "우후후후. 유감이겠네, 비비."


웃음소리에 화들짝 고개를 들면, 거기에 있었던 것은──.


비비 "서페이스?"


역시 요미하라에 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지금 여기에!?


서페이스 "네가 누구를 만나고 싶어했는지, 나도 관심이 많았어. 네가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지도."

서페이스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몰라. 어쩜 이리도 불쌍한지, 비비."

서페이스 "하지만, 우후후......슬픔에 잠긴 네 얼굴을 볼 수 있어서 나는 엄청 기뻐."

비비 "......?"

서페이스 "비비,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몰라서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겠지?"

서페이스 "내가 답을 알려줄게. 넌 내 것이 되기 위해 존재하는 거야."

서페이스 "나와 같은 투명하고, 자궁이 있는 그 몸. 나는 네 그 몸을 원해."

서페이스 "나는 자궁이 있는 몸이 되고 싶어. 그 아름다운 몸을 나에게 줘."


서페이스는 비비의 기억과 같은, 아름답고 투명한 몸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서페이스가 하는 말을 비비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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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보다 서페이스가 더 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