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로쿠하라


그 산들로 둘러싸인 작은 분지에 아는 사람만 아는 학원 시설이 있다.


마魔를 물리치기 위한 전문직, "음양사"를 육성하는 교육기관.


그 이름도 오행학원.


얼마 전까지 일반인었던 나, 타치바나 이치로가 다니는 학교다.


키비노 미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수업이 끝났다.


나 같은 건 이해할 수도 없는 어려운 음양술 이론 강의다.


나는 미래의 음양사들을 방해하지 않으려 자고 있었는데, 나의 그런 배려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녀석도 있다.


후타바 리리 람세스 "뭘 졸고 있는 거야! 부끄럽지도 않아!?"


갑자기 사람을 때려 깨운 이 여자는 후타바 리리 람세스.


노출광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본인이 말하길 "유서 깊은 마녀의 옷"이란다.


리리 "정말로 그 대양大洋의 마녀, 유코 선생님 스승님의 손자야!?"

리리 "마력도 전혀 없고, 수업도 졸기만 하고, 할 생각은 있어!?"

나 "누, 누구 때문에 음양술이나 마술 공부를 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리리 "지난 일을 질질 끌지 마!"

나 "이렇게 촉수 생물이 되었으니 질질 끌 수 밖에!"



맞아, 이 질질 끌리는 촉수 생물이 나다.


물론 선천적으로 이런 모습이었던 것은 아니다.


어째서 내가 이런 촉수 생물이 되어버렸냐면, 여러가지 복잡한 이유가 있었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조금 망상을 좋아하는 평범한 인간 학생이었다.


그 날도 언제나처럼 피구 대회 도중 망상을 즐기고 있었는데,


バシィィィィィィィィィンっ!!!!!!


나 "가흑!"


갑자기 얼굴에 공이 부딪혀 나는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클래스메이트

"꺄악! 직격이야!"

"타치바나, 또 망상에 빠져 있냐!"


그 무렵, 나는 아타미처럼 언덕이 많은 항구도시, 미나미쿠 <난소> 타운에 있는 히가시자카키타노 학원의 2학년으로, 음양술에도 마술에도 인연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다.


모리노 유코 "후후. 멍하니 있던 탓이라구요 이치로 군."


쓰러진 나에게 제일 먼저 달려온 이 사람은 모리노 유코 선생님.


반의 담임이다.


매우 친절한 선생님으로, HR에 이런저런 것들을 기획하고는, 우리랑 함께 그것을 진심으로 즐겨주는 멋진 선생님이다.


그 날의 피구 대회에서도 본인 또한 부르마 차림이라는, 실로 왕성한 서비스 정신에 나의 망상 속에서는 하늘에서 내려와 준 듯한 선생님이었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유코 "괜찮은 것 같네요?"

나 "ㄴ, 네."


어쨌든 그 어른의 페로몬을 풍기는 포동포동 하면서도 들어갈 곳은 들어간 에로 거유 바디에 이노우에로부터 빌린 피치피치의 부르마 모습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드러내주다니, 이건 망상을 부풀리지 않는 편이 이상──.


ふぎょっ!


리리 "선생님! 이런 녀석 무시해도 되니까 계속하죠."


그렇다.


그때도 리리에게 짓밟혀 망상을 중단한 것이었다.


시답잖은 일이 생각났다.


저 "저......아픈데요."

리리 "어머 살아있었어? 그럼, 얼른 일어나 이 평민아!"


그러면서 발바닥으로 눌러대기 시작했다.


나 "일어서려 해도 짓밟힌 채로는 무리인데......"

리리 "어머, 실례."


그렇게 내 말을 듣고 나서야 리리는 내게서 발을 뗐다.


리리 "아─, 기분 나쁜 걸 밟아버렸어."


라는 등 욕설을 내뱉으며 더러워지지도 않은 신발 바닥을 땅에 문질렀다.


그때의 나에게 리리는 유코 선생님이 학교에 오는 것과 거의 같은 시기에 전학 온 귀국 자녀에 지나지 않았다.


아니, 지나지 않는다──는 아니네.


이집트의 고귀한 씨족 집안이라든가 해서, 사람을 대놓고 평민 취급하는 데다가, 이유는 몰라도 나한테만 심하게 대하는 성가신 녀석.


단정한 생김새에 모델 같은 스타일, 가만히 있으면 잘 팔리는 피규어 같은 미소녀 주제에 성격은 최악으로, 그만큼 망상 속에서 복수할 만한 여자──내게는 그런 존재였다.


그런 존재였으면 했다.


나 "으......"


클래스페이트

"오! 타치바나 코피 난다!"

"정말이야!"


리리 "잠깐 너! 나, 코는 안 밟았다고!"

클래스메이트 "우리도 보고 있었는데, 코는 안 밟았어!"

클래스메이트 "응응. 리리는 나쁘지 않아."

리리 "그럼 나쁜 건 멋대로 코피를 흘린 너네. 어휴, 보기 흉해라."


확실히 상냥한 유코 선생님과 성가신 리리로 순간 여러 망상을 떠올린 것이 원인이었겠지만, 어쨌든 이런 여자였다.


그리고 그때는 코피가 나고, 몸도 나른해지고, 열이 나기도 하다가──.


나 "......어?"


나는 그대로 기절한 것이었다.




언덕 위의 저택에는 마녀가 살고 있다.


할머니가 자주 나에게 해주던 말이다.


옛날에는 어느 거리에나 한 명의 마녀가 살고 있었고, 뭔가 곤란할 때는 마법으로 도와주었다든가.


하지만 개중에는 나쁜 마녀도 있어, 젊은 남자나 여자의 정기를 빨아들이고 사악한 마법으로 악마를 불러낸다고.


나는 마녀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나는 그 마녀의 이야기와 할머니를 자주 꿈에서 꾸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나는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 리리한테 덮쳐지는 꿈이다.


게다가 리리는 흉악한 마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의미불명인 악몽이었다.


그래도 지금이면 안다.


그런 꿈을 꾼 이유도.


리리가 나한테 막되먹은 이유도.


그리고 유코 선생님이 나에게 잘해준 이유도.



***



그런 흉악한 마녀 리리가 나타나는 꿈도 눈을 뜨자마자 잊어버렸다.


피구 대회 도중 코피가 나서 기절했을 때도 그렇다.


대체로 그런 것보다 기억해야 할 일이 있었던 것이다.


벚나무 그늘 아래, 시원한 바람


좋은 감촉의 베개. 그 부드러운 감촉. 그래, 그건──.



유코 "정신을 차린 것 같네요, 이치로 군."


유코 선생님의 무릎 베개다!


기절한 나를 유코 선생님은 무릎 베개로 간호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망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이 얼마나 멋진 추억인가.


비바! 마이 메모리!


유코 "후후. 이치로 군은 열사병으로 쓰러졌답니다. 미안해요, 알아주지 못했네요."

유코 "가벼운 열사병이니 이렇게 나무 그늘 아래서 쉬고 있으면 나아질 거라고 보건 선생님도 말씀하셨어요."

나 "ㅈ, 저 이제 괜찮아요!"


비정상적인 것에 익숙해진 지금의 나라면 그 후에도 마음껏 무릎 베개를 즐겼겠지만, 조금 망상을 좋아할 뿐인 평범한 사람이었던 나는 아직 순진했다.


유코 선생님이란 낙원에 상당히 끌리면서도, 이대로 계속 있으면 좋지 않은 점에 반응해 스스로 일어나려고 했던 것이다.


난 얼마나 성실한 건지.


유코 "안 돼요. 좀 더 쉬세요."


그런 나를 유코 선생님은 다시 낙원으로 되돌렸다.


그야말로 천사.


지금도 또렷이 생각난다.


그 허벅지의 끝내주는 감촉.


두근두근 벌렁벌렁 거리는 설렘.


어딘가 그립고 부드러운 감촉과 냄새.


유코 "무슨 일 있어요?"

나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유코 "그래."


유코 선생님은 상냥하게 미소짓고, 살며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나 "부적이......"

유코 "???"


행복이 가득한 그때, 나는 문득 부적을 꺼냈다.


항상 몸에서 떼지 않고 들고 다니는, 바지 주머니에 밀어넣고 있는 부적이다.


왜솜다리를 본뜬 브로치다.


『너를 지켜줄 테니 몸에서 떼지 말고 붙이고 다니렴.』


할머니의 유언이다.

나는 그걸 계속 지키고 있었다.


평소에는 의식하지 않던 그 브로치를 왠지 유코 선생님에게 보여주고 싶어진 것이다.


분명 할머니가 그렇게 하라고 나에게 속삭여주셨을 테지.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든다.


유코 "부적인가요?"

나 "네,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언으로 계속 갖고 있어요. 그래도 효과가 없는 것 같으니 그만둘까."


그런 쑥스러운 말을 하는 내게 유코 선생님은 말했다.


유코 "그건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할머니와의 추억의 물건이잖아요?"

유코 "틀림없이 당신을 지켜줄 거에요......"


공도 열사병도 막을 수 없었던 부적이지만, 이렇게 유코 선생님의 무릎 베개를 받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좋은 부적인지도.


그때의 나는 그런 식으로 태평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할머니가 남겨주신 브로치.


상징은 왜솜다리, 즉 에델바이스.


그 꽃말은 「고귀한 추억」 「소중한 추억」 그리고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