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리에게 짓밟혀 유코 선생님이 무릎 베게 해준 그날.


그 방과 후.


나의 일상은 끝을 고했다.


나 "좋아, 끝났어! 돌아간다! 오늘은 돌아가서 『레드 프로토콜』 할 거라고."

나 "초난관 ID를 오늘에야말로 노라 파티로 클리어 해 주겠다 이거야!"

리리 "......"

나 "저기......뭔가 용무라도?"

리리 "흥!"

나 "에......?"

리리 "너도 꽤 하는구나!"

나 "에엣!?"

리리 "선생님께 무릎 베개 받았었지!? 어떻게 한 거야!"

나 "어떻게 했냐고 물어봐도......"

리리 "보잘 것 없는 오타쿠인 척하는 것도 여기까지야!"

나 "......나한테 무슨 원한 있어?"

리리 "없어!"

나 "그래......"

리리 "뭐야? 그것 뿐?"

나 "또 무슨 말을 하라고?"

리리 "아무튼! 너한테 지지 않을 테니까!"

리리 "그럼 난 동아리가 있으니 간다. 안녕 평민!"

나 "저 녀석......혹시......진성 레즈?"

리리 "아니야!"


이 회상은 별로 필요없네.


저 녀석은 왜 남의 회상에까지 나오는 걸까.


뭐, 관계 없지는 않다──라기 보다, 내가 이렇게 된 원인의 절반은 저 녀석에게 있는데.


아무튼 학교가 끝나고, 나는 평소처럼 북문의 언덕을 내려와, 그 거리의 온갖 가게들이 모여 있는 메인 스트리트를 걷고 있었다.


내 집은 그 길 동쪽으로 가면 보이는 산의 고지대에 있다.


그때 누군가 말을 건 것이다.



노점상 "이봐, 소년."


그것은 노점상이었다.


폐점한 가게의 처마 끝을 멋대로 빌려, 펼쳐 놓은 담요에 뭔가 상품을 진열하고 있었다.


머리와 눈 색깔로 보아 외국인 같지만 머리부터 푹 뒤집어 쓴 검은 망토 차림.


파는 물건도 보석이나 반지, 펜던트 같은 종류.


그것도 제대로 된 것이 아니라, 수제 영적 계열 같은, 요컨대 사이비 냄새가 난다.


척 봐도 수상했다.


잡동사니나 다름없는 상품을 비싼 값에 팔 것 같은 분위기가 풍겼다.


누구라도 접근하고 싶지 않을 거다.

물론 나도 그랬고.


무시하고 지나가려 했지만, 그 남자는 내 마음을 흔드는 교묘한 말을 던져 온 것이다.


노점상 "그 노짱의 사진집 있어!"

나 "네!? 정말요!?"

노점상 "거짓말이다 소년."

나 "그럼 됐어요"

노점상 "잘 봐줘 소년. 네 미래를 여는 마법의 물건들 뿐이야."

나 "마법의 물건?"

노점상 "소년에게만 보여주지. 봐봐."


노점상은 그럴싸한 트레져 박스 뚜껑을 열었다.


나는 그만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확실히 그럴듯한 물건들이 즐비하다.


상자 밖의 짝퉁과 달리 진짜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어떻게 그런 사실을 알았냐면, 그 저택에 있는 물건과 비슷했던 것이다.


언덕 위의 저택.


할머니가 말씀해주신 마녀가 살았다는 저택이다.


그때 그 트러블 메이커 여자가 끼어들었다.


리리 "그래서 이게 진짜야?"

나 "켁!? 너 동아리 간다지 않았냐?"

리리 "갔어. 오늘은 교외 활동. 잠깐 종합병원에 말이야."

나 "종합병원? 무슨 동아리야. 게다가 이 동네 종합병원이라면 5년 전 폐쇄돼 이웃 마을로 가야 한다고."

리리 "그래서 어떤 마법의 물건이야? 제대로 설명해줘."

리리 "그럴싸하게 흘려 넘기려 해도 소용없어. 나는 그런 것에 전문이니까."


리리는 나를 무시하고 엄청 수상한 노점상에게 말을 걸고 있다.


노점상 "이것은 북유럽 켈트의 위커맨, 승자의 축복과 패자의 저주가 듬뿍 담긴 일품이지. 이쪽은 시리아의──."


노점상도 타깃을 리리로 변경하고 부랴부랴 설명을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이거 참 다행이라고, 이상한 물건을 팔기 전에 거기서 떠났다.


리리가 그토록 흥미진진했던 것은 사실 오컬트 연구회의 회장이었고, 게다가 진짜 마녀였기 때문인데, 그런 것보다 지금은 절실히 생각한다.


왜 나는 그 수상한 노점상을 리리에게 맡기고 그 자리를 떠나 버렸을까 하고.


꽁꽁 묶어서든, 끌고 가서든, 자빠뜨려서라도 리리가 저 노점상에게서 그걸 사는 것을 막았어야 했다고.


──그렇게, 운명의 그날 밤.


나 "좋아, 이제 시간 다 됐나?"

나 "다녀올게요!"


나는 아무도 없는 집을 나왔다.


당시 부모님은 일 때문에 두 분다 도쿄, 나는 혼자. 친정에서 살고 있었다.


부모님은 도쿄에 같이 가자고 했지만, 나는 이 도시가 좋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해야 하는 건 여러가지로 힘들었지만, 혼자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그때의 나는 유코 선생님에게 푹 빠져있었다.


나만이 유코 선생님의 비밀을 알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 날 밤까지는.


나 "하늘이 맑은데."


올려다보면 별이 빛나는 하늘.


여름밤의 맑은 공기.


벌레와 개구리의 대합창.


집 앞 언덕길을 오르면 언덕 꼭대기에 그 저택이 있다.


마녀가 살았다는 저택이다.


유코 선생님은 거기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언덕을 다 오르고 나서 숲 속으로 들어가면, 나만 아는 비밀의 샛길이 있었다.


그것이 저택 뒤뜰로 통한다.


한 가지 미리 말해두자면.


나는 그 저택에서 보는 여름 하늘이 너무 좋았던 것이다.


유코 선생님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디까지나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 샛길은 그런 학술적 활동 과정에서 찾아낸 정당한 것이다.


바스락바스락......부스럭부스럭......


풀숲을 헤치고 나아가 저택을 둘러싼 돌벽에 생긴 작은 구멍을 빠져나가면 저택 마당이다.


그곳에는 식물이 전뜩 자라고 있었다.


울창하게 우거진 느낌이지만, 거친 느낌은 아니었다.


다른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풀들이 많았고, 여러 허브 냄새가 특별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런 녹색 미니어처 가든을 건물 따라 마당 안쪽으로 살며시 발걸음을 옮기면 벽돌로 지은 낡은 헛간에 부딪힌다.


겹겹이 쌓인 벽돌과 벽돌 사이에 몇 개의 틈이 있어, 그곳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


그때도 나는 살며시 틈새의 하나로 다가가 헛간 안을 들여다보았다.


안은 널찍한 방이다.


그리고 유코 선생님이 낡아 보이는 두꺼운 양서를 한 손에 들고 서 있었다.


낮의 유코 선생님과는 전혀 다른 섹시한 의상을 입고, 이상한 말을 외우고 있다.


마치 시 낭송 같은 말을.



유코 "아쿠아 텔라, 아쿠아 카름. 물이여, 대기에 피는 꽃, 땅의 조수."

유코 "여기를 따라 소용돌이 치고, 숨을 한 번 쉬게 해다오."

유코 "마녀의 손바닥 사이로, 물의 여자의 실뜨기, 햇빛을 쬐어 누그러져라."


유코 선생님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헛간 바닥이 빛나기 시작한다.


이윽고 그것은 명확한 빛의 선을 이루어 마법진을 형성한다.


그래, 유코 선생님은 마녀인 것이다.


진짜 마녀.


그게 유코 선생님의 비밀.


유코 선생님이 주문을 다 외우면 빛의 마법진도 사라져 간다.


마법진이 있던 중심에는 마치 불꽃이 흔들리는 듯한 신기한 물덩어리가 생겨 있었다.


유코 선생님이 그 물덩어리에 손을 대자 그것은 빨려들어가듯 팔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현실적인 광경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마법이다.


내가 두근거리며 보고 있는데, 그 방해꾼이 갑자기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리리 "역시나. 저건 고도의 마법을 행사하기 위한 장치야. 그것도 상당히 상위의 공격 마법이지."

나 "공격 마법......!? 잠깐......응그으으읏!!?"


놀란 내 입을 리리가 막는다.


리리 "잠깐! 선생님이 눈치채겠어!"

나 "으그그그긋......!? 리, 리리......!?"

리리 "조용히! 리리 님이잖아! 이 평민아."

나 "ㅇ, 왜 네가 왜 여기 있어!?"

리리 "흥! 시치미 떼지 말아줄래? 목적은 같으면서."

나 "엿보기!?"

리리 "아니야!"


리리는 굉장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예의 "유서 깊은 마녀의 옷"이다.


나는 그때 처음 봤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요염한 마녀일 뿐. "그것도 야한 방면의 마녀."


그만 그렇게 입 밖에 내고 말았다.


리리 "누, 누가 야한 방면이야!"

리리 "이건 우리 가문에 전해지는 유서깊은 마녀의 옷이거든!"

나 "ㄴ, 너도 마녀 좋아하는구나!?"

리리 "아니야!"


리리는 나에게 덤벼들었지만, 나도 억울했다.


나와 유코 선생님만의 비밀을 리리에게 알려준 것이다.


나와 유코 선생님만의 이 한때를 리리에게 방해받은 것이다.


낮의 일도 있었고, 그 날의 반찬은 무조건 이 녀석으로 해주겠다.


철저히, 망상으로──그런 생각을 했다.


리리 "왠지 한기가 드는데......뭐, 됐어!"

리리 "아무리 변명해도 소용없어! 여기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좋은 증거!!"

리리 "『대양의 마녀』의 제자가 되는 것은 이 나야, 평민 놈아!!!"

나 "대양의 마녀!? 제자!?"

리리 "아직도 시치미 떼!? 나를 겁내는 현명한 판단......의외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남자 같네!"

리리 "하지만 이 저택의 결계를 깨고 침입할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좋은 증거. 각오해라!!!"


언제나 그랬지만 그날 밤에도 리리는 내게는 의미불명의 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그리고 의미불명이 아닌 엉뚱한 행동에 나선 것이다.


갑자기 수상한 책을 꺼내더니,


리리 "수상한 노점에서 발견한 수상쩍은 고문서의 마법으로 묻어버릴 거야!"

나 "뭔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불길한데!"

리리 "아레나! 모래의 바람, 모래의 기둥, 모래의 불꽃......"

나 "영창!? 서, 설마 너 마법소녀냐!?"

리리 "마녀거든!"

나 "거짓말!? 기다려! 뭘 할 생각이야!?

리리 "나는 일부러 이집트에서 『대양의 마녀』의 제자가 되기 위해 일본에 온 거야!"

리리 "오행학원 마술과의 교사인 유코 선생님의 수제자가 되기 위해서!!!"

나 "오행학원!?"

리리 "그런데 어째선지 이런 평범한 인간의 학교 선생님으로 전임오셔서......"

리리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어!! 쫓아서 전학왔으니까, 유코 선생님의 수제자는 나야!!"

나 "너, 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리리 "날아서 박혀서 터져서 날아가 버려!"

나 "ㅈ, 잠깐! 그 이상한 영창을 멈춰!!"

리리 "죽지 않을 정도로 놀래켜, 그가 나를 다시 보게!"


리리가 그렇게까지 말했을 때, 수상한 노점상에게서 샀다는 고문서가 푸른 빛을 발했다.


나는 그 빛에 삼켜져......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또 사악한 마녀 리리에게 공격 당하는 꿈을 꾸었다.


뭐, 사악하든 아니든 그것은 이미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 있었지만.


***


나 "나......어떻게 된 거지?"


다음에 눈을 떴을 때, 나는 모르는 방에 있었다.


유코 "정신을 차린 것 같네."


마녀의 모습을 한 유코 선생님이 있었다.


나 "에에에에에에에에에아!!!?"


나는 일단 당황했다.


유코 선생님한테 다 들켰다고 생각했기에.


저택에 침입한 것! 그리고 엿본 것까지!


유코 "자. 이치로군에게 사과하세요!"

나 "어?"

리리 "......"


거기에 리리도 있었어.


그 야한 방면의 마녀 복장을 한 채.


본 적 없는 얼굴도 하고 있었다.


풀이 죽었달까, 조금 울먹이는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리리 "......"


그리고 한순간 고개를 푹 숙였다.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유코 "후타바 씨, 정말 반성하고 있으니까 용서해주세요."


유코 선생님이 말했다.


하긴, 그 리리가 아주 잠깐이지만 나에게 고개를 숙이다니 기적이나 마찬가지.


과연 확실히 반성하고 있는 것 같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야.


나에게 이런 짓을 해놓고선, 전혀 반성이 부족해.


나 "뭐, 그렇게 우울해하지 마, 리리!"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알지 못했던 나는 너그럽게 리리에게 말하고──찰박.


나 "응......?"


이상한 걸 눈치챘다.


일어나려다 바닥에 닿은 손이, 손이 아니게 되어 있었다.


슬라임처럼 미끈미끈한 물체였다.


나 "어? 어??"


손 뿐만이 아니다.


다리도 몸통도 얼굴도 아니 온몸이 이상하게 되어 있었다.


나는 이상한 촉수 생물이 되어 있던 것이다.


나 ",에에에에에에에!!?"

유코 "이치로 군, 눈치챘군요."

나 "유, 유코 선생님! 저, 저 이상해졌어요!!!"

유코 "이치로 군, 침착하게 들어주세요. 이치로 군은 후타바 씨의 마법으로 이상한 생물이 되어 버린 거에요."

나 "네!?"


미끈미끈한 얼굴을 움직여 리리를 보자,


리리 "......"


삐친 듯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나는 들은 것이다.


리리가 나한테 마법을 건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는 걸.


리리는 어떻게든 나를 원래대로 되돌리려고 혼자 힘쓰고 있었지만, 무리라는 것을 깨닫고 유코 선생님과 상담한 것.


그 결과 나를 교토의 로쿠하라에 있는 일본의 음양사와 마술사가 모이는 학교, 오행학원에 데려온 것을.


유코 "저도 처음 보는 마법이에요. 아주 오래된......사악한 마법. 사람을 마물로 바꾸는 마법 같아요."

나 "마물!? 나 마물이 되었어!!!!? 리, 리리!!! 너 잘도 이딴 짓을!!"

리리 "그, 그러니까 사과했잖아......"

리리 "평민인 너 따위는, 인간이든 촉수든 별로 달라지는 거 없으면서."


그걸 사과라고 하냐!


사람을 이런 촉수로 바꿔놓고!!


아니 기다려 촉수!?

지금의 나에게는 촉수가 있다!


그렇다면 이 촉수로 이 녀석을 당장 구츗구츗──라고 생각했지만, 그럴 때가 아니었다.


바로 옆에 유코 선생님도 계시고.


어쨌든 나는 미끈미끈 움직여서 유코 선생님에게 매달렸다.


나 "유코 선생님!? ㅈ, 저 어떻게 하면......!?"

유코 "안심하세요 이치로 군. 제가 꼭 원래대로 돌려드릴게요. 로쿠하라도 전폭적으로 백업해 줄 거고."

유코 "그러니까 후타바 씨를 용서해 주세요. 제가 호되게 혼냈으니까요."

나 "호되게?"

리리 "그렇게 혼난 적은 태어나서 처음이야. 정말 너 때문에 내가 왜──."

유코 "후타바 씨."


유코 선생님이 무서운 소리를 냈다.


학교에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다.


리리 "......윽!"


리리는 움찔했고, 내 몸도 떨렸다.


리리 "그, 그래서 반성하고 있어. 이렇게 만들어버려서, 그......미, 미안해......"


리리는 우물쭈물 망설이다가 그제서야 제대로 나에게 사과했다.


유코 "이치로 군, 당신에게는 제가 있어요. 그러니 저를 믿어주세요."

나 "유코 선생님......!"


역시 유코 선생님은 상냥했다.


철부지 마녀는 불타는 쓰레기 날이었다면 곧장 버렸을 텐데.


이런 마물이 되어버린 나를.


그때, 나는 생각했다.


유코 선생님이라면 분명 나를 원래의 몸으로 되돌려 줄 거라고.


하지만──.


삼귀 "단 조건부입니다, 타치바나 이치로 군."


오행학원 교장, 음양박사, 키비노 미키 선생님이 나에게 잔혹하게 고했다.


삼귀 "오행학원으로 전학 와 우리의 감시 아래 있을 것. 그리고 마수로서 폭주하지 말 것. 이 조건이 깨지면 바로 당신을 말살하겠습니다.

나 "네에에에에에!?"


이리하여 나는 정든 거리를 떠나, 히가시사카키타노 학원에서도 떨어져, 이 오행학원으로 전학을 오게 되어, 로쿠하라의 감시 아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슬프게도, 지금도 이상한 촉수 생물로 남아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