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지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저주를 받았다.


그녀와 일정한 시간을 보낸 사람은 모두 죽는 저주이다.


누군가의 음모로 그런 저주에 걸린 것은 아니다.


타고난 체질이었다.

단지 그녀가 저주의 발생원일 뿐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에 괴로워하면서도, 카테지나를 사랑하는 부모와 함께 방랑 생활을 계속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만이 내 저주에 죽지 않는 상대.


카테지나는 그렇게 믿었지만, 그것은 단지 소원에 불과했다.


그녀가 걸음마를 하게 되었을 무렵, 부모님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죽었다.


『불쌍한 카테지나』


그게 아버지의 뒤를 쫓듯 죽은 어머니의 마지막 말이다.


그 후 계속 타인의 시선을 피해 마계를 방랑하는데, 그 특이한 체질과 보기 드문 미모 탓에 그녀의 존재는 금방 소문이 퍼졌다.


특히 그 아름다움은 모든 종족의 이성을 매료해, 곁에 두면 저주를 받는 걸 알면서도 그녀를 원하는 남자들은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카테지나 본인도, 누군가와 접하고 싶다는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설령 자신의 능력만을 바라거나, 혹은 추악한 욕망을 품은 상대라도, 어쩌면 저주에 죽지 않는 상대가 어딘가에 있을지 모른다고, 완전히 타인과의 접촉을 끊지 못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그녀는 주변의 사람들을 죽였다.


불쌍한 카테지나라는 말대로.


한때 이런 일도 있었다.


정처 없이 떠도는 방랑의 나날, 병에 걸린 카테지나를 변경의 영주가 불쌍히 여겨 구해주었다.


한동안, 카테지나는 그 친절한 영주의 저택에서 지냈다.


그녀를 돌봐주는 사용인들과의 접촉도 최소한으로.


매일 밤마다 그녀의 몸상태를 묻는 영주와의 대화도 문을 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누구도 죽지 않았다.


저주받은 여자인 자신의 의지를 존중하는 저택의 주민들에게 감사하며, 카테지나는 긴 방랑과 병으로 지친 몸을 달래 갔다.


그것은 카테지나에게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이는 병 때문에 저주의 힘이 약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병세도 이제 다 나아갈 무렵.


카테지나는 저택을 떠나려 했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 영주는 그녀를 말리려 했으나, 그녀의 손을 잡는 순간 저주가 작렬.


결국 영주는 죽고, 영주의 복수를 하려던 주민들도 같은 결말을 맞이했다.




카테지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그 후로도 그녀의 저주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런 카테지나가 지금 있는 곳은 인간계. 특무기관 G라는 조직의 연구소다.


그 깊숙한 곳에 자리한, 그녀 전용 격리실에 갇혀 있다.


자신은 누구와도 접촉할 수 없다고 오랫동안 남의 눈을 피해, 그러나 누군가 곁에 있어 주었으면 하는 나약함에 완전히 타인과의 접촉을 끊지 못하고, 마계 여기저기를 헤매다가 마침내 인간계에까지 발길을 돌린 결과, 그 인간들에게 붙잡히고 만 것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카테지나의 저주를 이용한 무기 개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인간은 마족에 비해 훨씬 수명이 짧다. 저주의 영향도 받기 쉬울 것이다.


두려움을 모르는 그 호기심에 어이가 없었지만, 개발은 나름대로 결실을 맺고 있는 듯, 카테지나에게 입혀 놓은 봉주(封呪)의 옷도, 이 격리실도 저주의 영향을 조금은 억제할 수 있는 것 같다.


적어도 눈 앞에서 인간이 차례차례 죽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연구원들은 그녀의 저주를 두려워 해, 모니터 너머로만 접촉하려 하지만.


카테지나 (어차피 나는 주변 사람들을 저주로 죽이고 말아.)

카테지나 (그렇다면 여기서 포로 신세를 지는 편이 나을 거야.)


펜릴 퍼피 "끙끙."


끝 모를 슬픔에 잠긴 카테지나를 펜릴 퍼피가 위로해줬다.


카테지나 "고마워"


카테지나는 그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그것은 카테지나의 능력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개발된 인조 마수다.


카테지나의 저주의 영향 아래 수정 실험을 통해 태어나, 그녀가 저주에 내성이 있어서 가까이 있어도, 이렇게 머리를 쓰다듬어도 죽지 않는다.


그녀에게는 첫 친구라 할 수 있다.


이 펜릴 퍼피의 존재가 얼마나 카테지나의 마음에 위안이 되고 있는지.


하지만 실험동물인 그는 이 연구소 밖에서는 살 수 없다.


그것도 카테지나가 이곳에서 실험체가 되는 걸 받아들인 이유 중 하나였다.


수수께끼의 남자 "친구가 개 뿐이어선 외롭겠지."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격리실에서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고개를 들자 낯익은 남자가 낯선 모습으로 서 있다.


카테지나 "또 당신입니까? 그 모습은......?"


마치 어새신 같은 모습이다.


실제로 그런 부류의 인간일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는 연구소 제복을 입고 있어, 이곳 사람인가 싶었는데, 그 행동. 무엇보다 태연하게 그녀 곁으로 다가오는 점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남자는 어딘가의 에이전트인 듯, 이 연구소의 직원으로 잠입하고 있다고 말해 왔다.


카테지나의 저주를 두려워 한 다른 직원들이 이곳에 오지 않는 것을 이용해, 카메라 영상이나 시큐리티를 속여 이런 식으로 여러 번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 남자에게 약간의 흥미가 생기고, 물론 접근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못박았지만, 연구소에 남자의 존재를 말하지는 않았다.


남자 "슬슬 여길 나가려고."

카테디나 "그런가요."


그건 좀 외로워지겠네. 카테지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저주 때문에 눈 앞에서 죽으면 더 외로워진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동안에, 없어져 주는 편이 좋다.


남자 "너는 이런 감옥에서 나가고 싶지 않나?"

카테지나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저주받은 여자니까요."

카테지나 "당신도 볼일이 있으면 빨리 끝내고 떠나요."

남자 "그럴 생각이다. 그걸 위해 오늘 밤 소동을 일으킬 거야."

카테지나 "소동?"

남자 "옛 여자를 불렀다. 대마인이지. 여기 포로 신세가 된 불쌍한 여자를 구해 달라고 말이야."

카테지나 "왜 그런 걸?"


따지는 말이 강해졌다.


그런 걸 부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남자 "이쪽의 목적 때문이다. 그때 여기 머물지 떠날지, 마음대로 해."


남자는 일방적으로 말하고 떠났다.


카테지나 "여기에 머물지, 나갈지......"

펜릴 퍼피 "크응."

카테지나 "괜찮아......괜찮아"


카테지나는 그녀를 위로하는 듯한 펜릴 퍼피를 쓰다듬어 주면서 이 포로 생활, 하지만 바로 곁에서 누군가 죽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되는 생활이 끝날지도 모른다며, 어쩔 수 없는 불안감을 품었다.




<Section 3>


―――며칠 후.


옛 남자의 연락 하나로 오차를 뛰쳐나온 안리는 소개 받은 특무기관 G의 연구소에 도착해 있었다.


이런 종류의 수상한 시설은 외딴 교외에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 빌딩은 도시 한복판에 있었다.



안리 "여기인가......"


겉으로는 평범한 제약 회사지만 안에서 불법적인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안리가 아무리 조사해도 카테지나라는 여자는 알 수 없었다.


안리 (둘은 무슨 사이지?)


안리를 배신한 그 남자가 이제 와서 도움을 청해 왔을 정도다.


평범한 관계일 리가 없다.


남자와 여자.


혹은 예전의 안리처럼 이용되고 있을 뿐일지도 모르지.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아직 만난 적도 없는 카테지나에게, 안리는 질투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빌딩의 경비는 삼엄했다.


혼자서 뛰어드는 것은 자살 행위지만 남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안리 (이런 차림으로 나는 뭘 하고 있는 건지......)


배꼽을 드러낸 파커에 니트. 의족에는 스타킹.


대마인 슈트도 뭣도 아니다. 데이트 할 때나 입는 옷이지.


제대로 몸치장 하고 싶다는 마음을 도저히 억누를 수 없었다.


그런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는데, 예의 통신기에 연락이 들어왔다.


안리 "나야"

남자 『뭐지 그 모습은?』


인사도 없이 말하다.


어디선가 안리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당신을 위해 입고 왔다고는 말할 수 없어,


안리 "나는 은퇴했어. 그리고 이건 공적인 임무가 아니야. 대마인 슈트를 입을 필요는 없지."

남자 『그런가. 바보 같은 짓을 했군.』

안리 "무슨 뜻이야?"


이제 와서 멋을 부려도 소용없다.


그렇게 비꼰 것 같아, 부끄러움에 발끈했지만,


남자 『모처럼의 몸치장이 헛수고가 된다는 거다. 서쪽 하수도의 시큐리티를 속였다. 거기로 침입해라.』

안리 "알았어."

남자 『다시 연락하지. 아아, 하나 잊었군.』

안리 "뭐야?"

남자 『그 옷, 잘 어울린다.』

안리 "......"


마음이 들뜨지만, 눈치채이지 않도록 입을 다문다.


그런 안리의 속내를 눈치챘는지 남자는 그대로 통신을 끊었다.


안리 "정말 난 뭐하는 건지......"


안리는 자조하는 듯이 중얼거렸다.


복잡한 마음을 안고, 안리는 남자가 시키는 대로 하수도로 침입한다.


물론 이렇게 멋을 부릴 곳은 아니다.


적어도 입가를 마스크로 가려, 더러운 지하를 나아간다.


안리 "......"


이것 외에 괜찮은 진입로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텐데, 이런 하수도로 들어가라는 것은 안리에 대한 괴롭힘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안리 (와줘서 고맙다는 한 마디도 없었고.)

안리 (지금도 내가 자기 말을 듣는다고 생각하는 거야.)

안리 (그러고 있는 나도 나지만, 정말이지.)


남자보다 자신에게 짜증을 내며 하수도를 나아가다 보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여기에 자연 발생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마계 와스프의 시체가 여럿 굴러다니고 있다.


모두 검인가 뭔가로 일도양단되어 있다. 그것도 죽은지 얼마 안 되었고.


안리 (아무래도 선객이 있는 것 같네)


안리와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연구소에 침입하려는 것 같다.


연구소에 있어서는 적이겠지만, 안리에게는 어떨지 모르겠다.


하지만 경계할 필요가 있다.


안리는 남자를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대마인의 마음가짐으로 기척을 죽이며 신중하게 나아갔다.


이윽고 안리는 하수도에서 연구소 지하 구획으로 침입했다.


남자가 시큐리티를 건드린 덕분에 여기까지 별 문제 없이 올 수 있었지만, 전방에서 압력을 느낀다.


안리 (들켰나......)


아무래도 선객이 안리를 눈치챈 것 같다. 그리고 그녀를 요격하려 한다.


기척을 감추었음에도 들키다니, 저쪽에 상당한 탐지 능력의 소유자가 있는 것 같다.


안리 "......"


안리는 말없이 자세를 취했다.


이쪽도 눈치채고 있다. 올 테면 오라는 의사표시다.


직후 통로 안쪽에서 경비 드론이 나타났다. 이 연구소에서 사용하는 경비 드론이다. 그럼 상대는 여기 사람인가? 그런 의문을 품으면서 안리는 필요 최소한의 위력의 폭권으로 드론을 순살했다.


경비 드론을 조종하고 있던 상대, 아까부터의 느껴지는 압력의 주인은 통로 너머에 아직 숨어 있다.


안리 "이런 걸로는 날 쓰러뜨릴 수 없어."


안리가 이번에는 소리내어 재촉하자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위무르 "저희가 나설 수 밖에 없겠네요."


한 명은 마족.


시아리 "상대는 강해요."


또 한 명은 안드로이드.


둘 다 여자다.


안리는 모르지만, 미연 DSO의 에이전트 위무르와 시아리였다.


DSO의 임무로 이 연구소에 침입하려다가 안리가 뒤에서 쫓아오는 것을 눈치채고 요격 행동에 나선 것이었다.


이렇게 침입자 간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시아리 "정신체 구축, 수면 간섭."

안리 "큿."


뭔가 머릿속을 헤집는 듯한 역겨운 감각이 안리를 덮쳤다.


뒤이어 급격한 수마가 덮쳐온다.


안리 (정신간섭인가!)


마법이든 과학적인 수단이든 이런 종류의 정신 공격을 받은 적은 현역 시절에 여러 번 있었다.


당연히 그 대처법도 터득했다.


기합이다.


안리 "하앗!"


그 기합으로 안리는 적의 정신 간섭을 날려버렸다.


시아리 "안 되겠네요. 레지스트 당했어요."

위무르 "그만한 상대인가 보네요. 당신은 물러나세요. 여기선 제가."


또 다른 마족이 다가온다.


위무르 "죄송해요. 죽어주세요."


그 얼굴에 근심을 품고, 하지만 날카로운 태도(太刀)로 베어온다.


위무르는 강적이었다. 호각의 싸움을 이어가는 위무르와 안리.


위무르 "제 공격을 이만큼 견뎌내다니, 당신은 매우 강하군요."

위무르 "그런데 그 힘, 두렵지 않나요? 저는 제 힘이 무서워요."

위무르 "강화마족의 실험체로, 병기일 뿐인 내가. 누군가를 죽일 수 밖에 없는 이 힘이."


안리 (뭐지?)


안리를 보는 눈이 이상하다.


음울한 말을 하면서도 묘하게 기쁜 얼굴을 하고 있다.


시아리 "위무르 씨, 안 돼요."


시아리가 위무르를 타이르지만,


위무르 "그저 병기일 뿐인 제게 시아리, 당신의 정신 간섭은 듣지 않습니다. 이 사람이라면, 어쩌면──."


재차 공격해 오는 위무르. 그러나, 아까와 달리 빈틈 투성이다. 일부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안리 (내 손에 죽고 싶은 건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 틈을 노려 위무르를 죽이는 건 간단하지만


안리 "웃기지 마!!"


안리는 위무르의 두 칼을 손에서 튕겨내며 품 속으로 파고들어,


안리 "하앗!!"


주먹을 안면에 처박기 직전에 딱 멈추었다.


일부러 불발시킨 폭권의 풍압에 위무르의 머리칼이 헝클어진다.


위무르 "어째서......?

안리 "나는 대마인이다. 이 주먹은 마(魔)를 쓰러뜨리기 위함. 네 자살은 돕지 않아."


의아하단 눈빛의 위무르에게서 안리는 주먹을 되돌렸다.


위무르 "대마인......그런가요. 당신도 저를 죽여주지 않는군요. 아쉽습니다."


위무르는 정말로 안타까운 듯이 말하고는, 다시 근심 어린 표정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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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리의 전 남친에게서 결전 아레나 시절의 후붕이가 느껴진다


어새신 복장도 그렇고......너 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