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다른 차원에서 일어난 일.


차원침략자 브레인플레이어에 의해, 후우마 코타로가 암살당한 세계.


인류를 아득히 넘어서는 테크놀로지를 가지고, 모든 인법을 약화시키는 초차원 물질 테셀락을 쥔 브레인플레어에 대마인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각지의 거점은 차례차례 괴멸하고, 미연이나 마족과의 연락도 완전히 끊어져, 노마드가 거느린 지하도시 요미하라는 그 마을 째 소멸했다.


마침내 대마인의 최후의 보루, 오차마을에까지 브레인플레이어의 군세가 밀려왔지만, 최대의 무기인 인법을 봉인당한 대마인은 너무나 무력하여 이가와 아사기, 이가와 사쿠라, 야츠 무라사키를 필두로 한 교사진은 미래에 희망을 걸고 학생들을 철수시키려 하였으나, 그마저도 잘 풀리지 않아 대마인은 하나, 또 하나 그 목숨을 잃어 갔다.


불길이 치솟는 오차마을.


패주하는 시노하라 마리와 아이슈 헤비코는 무시무시한 섬광과 폭발에 무심코 멈춰섰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두 사람은 모른다.


이미 대마인끼리의 연락도 끊겨, 각자 뿔뿔이 흩어져서 도망칠 수밖에 없다.


지금,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도 브레인플레이어 습격 때 우연히 근처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슈 헤비코 "지, 지금 것은?"

시노하라 마리 "몰라. 누군가 적을 물리쳤을지도?"


헤비코의 물음에 마리가 대답했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그 표정이 말하고 있다.


헤비코 "아니면......또 누군가가......우나짱처럼......으으으."


두 사람의 친구, 모치즈키 우나는 브레인플레이어의 함정에 빠져 이미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이 됐다.


헤비코 "헤비코......이제 틀렸어......더는......문어발이 움직이지 않아......"


헤비코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힘없이 말했다.


마음의 버팀목이었던 후우마 코타로, 그리고 우에하라 시카노스케를 잃고, 헤비코는 기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자신도 울컥하는 것을 참으며 반장인 마리가 헤비코를 질타한다.


마리 "헤비코짱, 울면 안 돼!! 우리는 아직 살아있다구!"

마리 "우나짱 몫까지, 시카노스케 군 몫까지! 후우마 군의 몫까지 싸워야 해!"

헤비코 "하지만 아군은 어떻게 되었지도 모르고, 어디든 적 투성이인데 어떻게 해야......"

마리 "이럴 때일수록 헤비코의 문어발 센서야!"

마리 "평소의 문어 파워는 내지 못해도 아직 기색은 감지할 수 있지?"

마리 "살아 남은 사람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해?"

헤비코 "으, 음......해볼게......"


헤비코는 필사적으로 문어발을 들어, 빨판 센서로 주위를 살피려 했지만 테셀락 탓에 그 감도는 급감하고 있다.


더구나 헤비코를 비웃듯 겨우 빨판 센서로 감지한 것은 생존자가 아니라 적이었다.


헤비코 "마리짱, 또 적이!"

마리 "......!!"


파즈즈 "아직 생존자가 있었나?"


아사그

「―――――」

「―――――」

「―――――」


브레인플레이어의 기계 생명체 파즈즈. 그 부하인 아사그 부대.


지금의 그녀들로는 도저히 당해낼 수 없는 상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온힘을 다해 각자의 인법을 썼다.


본래 땅을 세차게 융기시켜 크고 작은 무수한 탄암弾岩을 분출시키는 기술은 약간의 흙먼지 밖에 일으키지 않으며, 주위 일대를 칠흑의 먹물로 감싸 생물의 눈, 기계의 센서를 저해하는 문어먹도 눈을 가리는 정도 밖에 안 된다.


그러나 적이 잠시 멈춘 틈을 타 두 사람은 도주에 성공했다.


헤비코는 문어발을 원래대로 되돌려 기계의 적이 들어오지 못하게 건물과 건물 틈으로 몸을 밀어 넣는다.


여기는 그녀들의 고향, 오차마을. 어디와 어디가 연결되어 있는지, 본래는 길이 아닌 장소까지 알고 있다.


그 근소한 지리감을 살려 두 사람은 가까스로 적의 포위망을 돌파했다.


마리 "모두 분명 살아 있을 거야. 우리, 꼭 여기로 돌아오자!"

헤비코 "응! 반드시!"


절망으로 꺾일 것 같은 마음을 서로 격려하며 마리와 헤비코는 계속 발버둥쳤다.


쓰러져간 자들을 위해서.


그리고 역 앞에서도 두 사람의 대마인이 아직 싸우고 있었다.


사나다 호무라 "먹어라!! 화둔! 염진炎陣!!"


화둔중 3번대 필두, "창염의 전투광"이라는 이명의 사나다 호무라.


나나세 마이 "지기 방위진!!"


오차 제일이라 불리는 지기술사, 종이를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인법의 사용자 나나세 마이.


불꽃과 종이인 만큼 인법의 궁합이 나쁜 것 같고, 성격도 전혀라고 할 만큼 다르지만, 사적으로는 둘 다 소녀 코믹을 좋아하고 마음이 잘 맞아 호무라의 절대적인 화력과 마이의 견고한 방어력으로 콤비로서의 전투력은 본래 상당하다.


하지만 그 두 사람 역시 테셀락의 영향으로 인법의 위력이 격감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불타오르는 역에서 농성하며, 호무라는 그 이글거리는 불길을 간신히 조종하여 적을 공격──한다기보다 견제하고, 마이는 소지하고 있는 종이를 차례차례 줄여가며 호무라를 지원하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아메미트 "하등한 인간들. 내버려둬도 타죽을 거야. 우리는 그것을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두 사람을 공격하고 있는 적은 브레인플레이어를 섬기는 외계의 마인 아메미트.


여기에 인공생명체인 사큐라, 아사그 부대까지도 가세하고 있었다.


상황은 압도적으로 불리.


게다가 불타는 역에서 농성해 두 사람 모두 이미 퇴로를 잃은 상태.


적은 그들이 불에 타 죽기를 기다리듯 먼 곳에서 작은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반면 호무라가 조종하는 불길에도, 마이가 날리는 종이에도 적은 피해를 입는 기색이 없다.


호무라 "젠장!"

호무라 "아무리 공격해도 이쪽의 인법은 제대로 안 들어! 도대체 뭐하는 놈들이야!"

마이 "모르겠어요. 이럴 때 후우마 씨가 있었다면......"


약한 소리를 내는 마이를 질타하지 않고, 호무라도 분한 듯이 그것을 인정한다.


호무라 "아아, 그러게. 애당초 인법을 쓰지 못하는 그 녀석이라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놈들을 쳐죽일 방법을 떠올렸을 거야."

마이 "저도 이제 한계에요. 호무라 씨의 힘이 될 수 없어요. 죄송해요."

호무라 "그럼 어쩔 수 없지."


죽음을 각오한 것처럼 보이는 마이에게 호무라는 단호하게 말했다.


호무라 "마이, 여기서 도망가!"


호무라는 이글거리는 역을 향해 불의 힘을 사용했다.


두 사람에게 육박하던 불이 갈라지면서, 사람 하나는 지나갈 수 있는 길이 만들어졌다.


그 불꽃의 터널을 통과하면, 이 역에서는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호무라 "빨리 가! 더는 쓸 종이가 없는 넌 방해야!"

마이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잖아요!"

호무라 "하핫! 화둔중 필두를 얕보지 말라고!? 불이 약하면 태우면 돼."

마이 "농담할 때가 아니라구요."

호무라 "나는 언제든 진심이야! 인법이 타오르지 않는다면 몸과 마음으로 불태울 뿐!!!"

마이 "뭘 하려는 거에요!?"


무언가 위험한 것을 느끼고, 마이는 호무라를 멈추려 했지만,


호무라 "그건 보면 알아! 화둔절기・종염설終炎説!!"



지옥의 업화가 치솟는 듯, 호무라의 온몸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머리띠가 순식간에 타들어가고, 흰머리가 빨갛게 물들어, 불꽃과 함께 격렬하게 춤춘다.


마이 "그런......"


마이는 직감했다.


호무라가 선언대로 인법이 아니라 생명 에너지 자체를 연료 삼아 자신을 태우고 있음을.


마이 "호무라 씨!"

호무라 "여기가 3번대 필두 사나다 호무라가 죽을 장소다!!!"


온몸을 격렬히 불태우며 호무라는 적을 향해 덤벼든다.


아사그 부대가 호무라를 향해 일제히 미사일을 발사하지만, 호무라는 피하려 들지도 않는다.


미사일은 호무라가 두른 불길에 도달하기 훨씬 전에 폭발해 버린다.


호무라 "대마닌을 얕보지 마라! 이것이 화둔의 불꽃이다!!"


답례하듯 호무라가 손을 뻗었다.


불길의 소용돌이가 뻗어나가, 아사그 부대를 걸쭉하게 녹여간다.


아메미트 "어떻게 된 거지? 힘을 되찾았나."

사큐라 "......"


약화되었을 호무라의 맹공에 적들은 경계하는 듯했다.


하지만 마이는 그것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저 무시무시한 불길은 호무라의 생명 그 자체다.


마이 "아아......그런......"

호무라 "마이! 뭘 우물쭈물 하고 있어!"

호무라 "빨리 가!! 가끔 선배에게 꽃이나 가져다 주고!"

마이 "못해요!"


마이는 어딘가에 종이가 없을까 하고 필사적으로 찾았다.


하지만 그런 게 남아있을리가. 마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다.


마이 "종이가 없는 나라니......"


너무나 무력하다.


호무라 "종이가 없어서 도망칠 수 없나! 그럼 이걸 주마!"

마이 "에......!?"


호무라가 마이를 향해 무언가를 던졌다. 저도 모르게 그걸 받아들인다.


마이 "......!!"


오늘 적의 습격이 있기 전, 둘이서 서점에 가 산 소녀 코믹이다.


저만한 업화에 휩싸이면서도, 그 책에는 그을음 하나 없었다.


호무라 "겨우 나온 신간이지만 나는 더 이상 읽을 수 없을 것 같아."

호무라 "그리고 마이카에게는 미안하다고 전해줘."

마이 "호무라 씨......"


책을 손에 쥔 채 울음을 터뜨릴 듯한 마이를 호무라가 질타한다.


호무라 "마이! 너는 살아남아 소임을 다해라!"

호무라 "살아남은 대마인이 언젠가 놈들을 박살낼 거야! 너도 그 중 한 명이다!"

호무라 "그리고 세계를 재건해! 분명 네 지식이 도움이 될 거야."

호무라 "맡긴다 마이! 그러니까 가!! 가는 거야!"


호무라는 마이를 외면했다. 더 이상 뒤돌아보지는 않았다.


호무라 "기다리게 했군, 빌어먹을 녀석들!! 한 놈도 남김없이 태워주마!"

호무라 "지옥에 가도 잊지 마라! 나는 창염의 전투광! 대마인, 사나다 호무라다!!"


호무라는 자신을 더욱 격렬한 불길로 만들어, 망설임 없이 적에게 돌진한다.


마이 "호무라 씨......"


마이는 울면서 호무라가 준 책을 안고 불길의 터널을 달려갔다.


그리고 어디로 어떻게 도망쳤는지, 마이는 헤비코와 마리와 합류했다.


헤비코는 문어발로 마리를 안고, 거리 밖으로 탈출하는 중이었다.


마이 "마리짱......선배......헤비코짱......"

헤비코 "마이짱!"

마리 "다행이다, 무사했구나!"

마이 "하지만......호무라 가......호무라 씨가......"


마이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두 사람은 그것만으로 헤아려 주었다.


마리 "그 희생을 무의미하게 만들어선 안 돼, 마이짱. 우리들, 살아남는 거야!"

마이 "응......으응......"


마이는 유품이 된 책을 끌어안고,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 "헤비코짱, 한 명 더 늘어나는데 괜찮아?"

헤비코 "괜찮아! 하나든 둘이든 이 문어발로 옮길게!"


헤비코가 문어발로 마리와 함께 마이를 안고 혼신의 문어점프를 했다.


그 순간──.


호무라가 싸우던 역 앞에서 하늘을 찌를 정도로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는 것이 보였다.


마이 (그것이 호무라 씨의......전투광이라 불린 호무라 씨의 최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