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오차마을 붕괴가 결정타로, 브레인플레이어의 침략은 가속화 되었고, 세계는 언덕길을 굴러가는 것처럼 황폐해져 갔다.


많은 도시가 파괴되고 인구는 격감, 정치, 경제, 에너지, 통신, 교통, 기타 모든 인프라는 과거의 유물이 되었다.


운 좋게도, 혹은 불운하게도 살아남은 이들은 브레인플레이어의 지배 아래, 지금까지 픽션으로만 경험했던 종말세계를 살아야 했다.


그러나 대마인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미즈키 유키카제는 코우카와 아스카와 함께 아직 싸울 의지를 가진 사람들을 모아 레지스탕스를 조직했고, 시노하라 마리와 아이슈헤비코는 오차마을의 생존자들과 Bandit을 결성해 저항 활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적의 테셀락 때문에 그 싸움은 오랜 시간 힘들었지만, 끝내 전환기를 맞이했다.


유키카제가 어떤 브레인플레이어의 차원 전이 장치를 강탈, 테셀락 파괴를 위해 단신으로 과거의 차원으로 도약한 것이다.


그곳은 후우마 코타로, 우에하라 시카노스케가 암살되기 전의 세계였다.


유키카제는 그들을 죽음의 운명에서 구하고 브레인플레이어 알사르를 물리쳐, 테셀락 파괴에 성공했다.


그 결과, 세계를 분기시키는 특이점이 발생하게 되었다.


거기서 갈라진 다른 차원은 유키카제가 출발한 세계와는 다른 미래로 나아가게 된다.


후우마나 시카노스케가 알사르에게 살해당하지 않고, 오차마을이 붕괴되는 일도 없는 미래다.


물론 이미 그런 일들이 벌어졌던 종말세계의 과거가 바뀌지는 않는다.


세계는 붕괴된 채로, 브레인플레이어의 지배는 계속된다.


그러나 테셀락은 그 성질상 모든 차원, 모든 시대에 단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브레인플레이어는 그 힘의 원천을 잃었다.


대마인은 본래의 힘을 되찾았고, 마침내 대반항이 시작되었다.


한때 전선을 이탈했던 카미무라 마이카, 오니사키 키라라 등의 대마인도 복귀해 레지스탕스나 Bandit에 의해서 적의 거점은 차례차례 함락되어 갔다.


이제 브레인플레이어는 여왕 마우자와 함께 수도 브레인코어를 마지막 생존권으로 둔 상태다.


하지만 그 수비는 견고하고 장기전은 불가피하다.


또 이들이 떠난 땅에서는 각 세력의 진을 치고 있다.


이 종말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었다.


그런 세계의 한 구석.


예전에는 번화한 상가가 있던 거리를 바이크 한 대가 달리고 있었다.


이제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제대로 된 바이크 자체가 희귀하고, 설사 가동 상태로 남아있더라도 휘발유나 전기는 더 귀하기 때문이다.


기묘한 것은 그 바이크에 타이어가 없고 엔진이나 모터 등 구동장치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바이크처럼 생긴 것이 공중에 떠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그것을 운전하고 있는 것은 여자다. 게다가 한 손으로 문고본을 읽으면서 말이다.


성장한 나나세 마이의 모습이었다.


마이 "(죽기 전날 나를 불러 도련님 훗날 키요시가 죽으면 도련님의 절에 묻어 주세요.)"

마이 "(무덤 속에서 도련님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키요시는 고히나타의 양원사에 묻혔다.)"



마이 "──좋아. 도착과 동시에 다 읽었다."


나츠메 소세키의 『도련님』을 다 읽고 마이는 바이크를 세웠다.


일본 문학사상 가장 아름답다는 말을 들었던 최후의 『그렇게』의 여운을 느끼며 문고본을 상의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바이크에서 내리자, 그 또한 탁탁 종이접기처럼 접혀 문고본 크기가 되어 주머니에 들어갔다.


크래프트 모빌. 마이가 만든 종이 바이크다.


그녀의 인법으로 움직이기에 타이어도 연료도 필요 없다.


황야를 홀로 돌아다니는 일이 많은 마이의 필수품이다.


마이 "오자키 시로의 『신편 도련님』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네."


마이는 배낭을 메고 폐허 탐색을 시작했다.


그곳은 어느 터미널역 근처에 있는 이른바 대형 쇼핑몰.


브레인플레이어에 의한 대파괴 전에는 마이도 몇 번인가 온 적 있었지만, 그 후에는 그들이 뿌린 바이러스로 식인 몬스터가 된 감염자나, 그 돌연변이체인 바바리안의 집합소가 되어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요즘 그 괴물들의 수가 갑자기 줄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것이다.


마이 (확실히 감염자나 바바리안의 기색이 줄어들었어.)


쇼핑몰의 폐허는 한산했다.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어, 낮에는 태양 아래서도 움직일 수 있는 바바리안들이 제 세상인 양 돌아다니고, 밤이면 숨어있던 감염자들이 가세해 그야말로 백귀야행의 양상을 띠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 정도가 아니다.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마이 정도라면 기척을 죽이고 충분히 탐색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된 이유는 불분명하다.


유키카제와 아스카의 레지스탕스가 그들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마이 (그것이 완성되었다고는 듣지 못했고, 키라라 선배가 환자를 얼리고 있다던데, 아직 여기까지는 오지 않았을 테고.)


뭔가 부자연스러운 것을 느끼지만 감염자가 줄었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폐허에서 여러 물건을 줍고 사는 사람들, 스캐빈저들에게도 약탈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약탈을 당하거나, 감염자나 바바리안에게 파괴되어 가게 안은 무참했고 식료품, 의약품, 복식품, 가전제품 등은 제대로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마이가 찾고 있는 것은 다르다.


그러한 약탈과 파괴로부터 간과되었을지도 모르는 것, 즉 책이다.


마이는 탐색자로서, 쇼핑몰의 현황을 하나하나 체크하며 서점으로 향해,


마이 "남아 있었어!!"


가게가 보인 순간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냈다.


소리에 민감한 바바리안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도 말이다.


황급히 입을 다물었지만 그 기쁨은 감출 수 없다.


서점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황폐화되어 있었고, 책장이 여러 개 쓰러져 있었지만, 아직 책이 남아 있었다.


예전에 매일 같이 서점을 찾아, 새 책을 찾던 마음이 되살아난다.


마이 "......♪"


기쁜 나머지 가게로 달려가려는 순간,


──빠직.


마이 "빠직?"


뭔가 불쾌한 소리가 발밑에서 들렸다.


빠직, 지지지지직!


그 소리라고 할까, 진동은 비바람을 맞아 이미 덜컹거리던 쇼핑몰의 벽으로 이어져 가고,


쿠웅!!


벽의 일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졌다.


마이 "에......?"


놀라는 마이 앞에서 또 다른 벽이 도미노처럼 쓰러져 가고,


투콰──앙!!


결국 그 근처 위의 플로어가 통째로 붕괴되었다.


마이 "아차......"


예상 밖의 사고에 마이는 머리를 싸맸다.


그녀 자신은 무사하고, 가장 중요한 서점도 무사했지만, 지금의 소동으로 쇼핑몰에 남아 있던 바바리안과 감염자들이 모여 들었다.


마이 "적어도 한 권만이라도!"


마이는 망설이지 않고 달려나갔다.


그 진동에 또 다른 벽이 무너지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서점으로 뛰어들어 남아 있는 책들을 급히 훑어보았다.


잡지 같은 건 이제 너덜너덜. 비닐로 포장된 코믹은 비교적 무사. 양장본 같은 것도 괜찮아.


마이는 가장 두껍고 가장 종이가 많은 책을 덥석 잡았다.


마이 "코지엔(広辞苑)!"


다이지린(大辞林)과 견줄 국어사전의 최고봉. 마이에게도 없던 개정 신판이다.


지금 어느 한 권 고른다면 이것밖에 없어.


마이 "또 올게!"


마이는 남은 책들에게 약속하고 이번에는 적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코지엔은 종이의 질도 최고다.


얇고 잘 벌어져 손가락에 종이가 달라붙듯 넘기기 쉽다.


게다가 종이의 상태도 좋아서 무기로 삼기에는 딱이지만, 그래선 너무 아깝다.


마이는 코지엔을 배낭에 넣고, 가느다란 실타래를 꺼냈다.


마이 "지기·원결 휩!"


마이가 휘두른 실 채찍에 바바리안과 감염자의 목아 차례로 날아간다.


원결은 머리를 묶기 위한 실로, 씨름꾼의 상투를 묶을 수 있을 정도의 강도를 자랑한다.


더 이상 원결을 만드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마이가 사용하는 것은 수제이지만, 지금의 그녀가 지기紙気를 넣으면 다이아몬드 와이어를 능가하는 예리함과 강도를 가진 종이 채찍이 된다.


과거 마이는 종이접기를 수리검처럼 사용해 싸우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이 종말세계에서는 인법을 사용하기 위한 종이가 부족하다.


가급적 종이의 소비를 줄이기 위해 터득한 전투법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그리고 쓸데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적을 전멸시킬 생각은 없다.


마이 "감염자도 바바리안도 책에 관심이 없는 것 같고. 오래 있을 필요 없어."


마이는 탈출하는 데 방해가 되는 적만 쓰러뜨리고 서둘러 쇼핑몰 밖으로 나갔다.


마이 "크래프트 모빌!"


마이는 배낭에서 종이 바이크를 꺼내 원래의 크기로 되돌리고 올라타, 여전히 쫓아오려는 적을 곁눈질하며 즉시 도주하는 것이었다.


―――――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마이는 야영지에 도착했다.


마이 "적의 모습은 없음."


그곳은 물에 잠긴 빌딩군으로, 물자 탐색 시 자주 이용하는 장소 중 하나이다.


도로가 수몰되어 인적이 드물고, 레이더 등의 도적이 접근하지 않으며, 또 사람이 접근하지 않아 감염자와 바바리안의 수도 적다.


즉 비교적 안전하게 노숙할 수 있다.


마이는 크래프트 모빌을 문고본 크기로 되돌리고, 또 다른 주먹만한 종이 뭉치 두 개를 꺼내 땅바닥에 툭 던졌다.


마이 "지기·지인(紙人)"



굴러간 종이뭉치는 다시 커졌고, 각각 2m 정도 크기의 종이 골렘으로 변했다.


마이가 애용하는 초병으로, 지기술사로 성장한 마이의 기술이 잔뜩 들어가 있다.


먼저 적의 침입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싸운다.


원래는 종이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고, 강철 이상의 강도와 괴력을 자랑한다.


게다가 내용물은 부드럽고 가볍기에 속도도 평범한 골렘 이상.


종이의 절약을 위해 평소에는 두 개 밖에 내놓지 않지만, 레이더나 감염자 집단 상대로는 충분하다.


노숙하는 마이를 지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독서를 방해하지 않는 최적의 가디언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 "모베에, 쥬사부로. 잘 부탁해."

종이 골렘 ""マ゛ッ!""


마이는 그 파수병을 남기고, "단골 여관"인 빌딩의 고층으로 올라갔다.


이름의 소재는 에도시대의 두 책방, 스하라야 모베에와 츠타야 쥬사부로.


하지만 그런 잡학이 통하는 상대도 이 종말세계에는 없어졌다.


밖이 내다보이고 바람이 통하는 층에서 마이는 야영 준비를 시작했다.


식사는 휴대식량을 이용해 만드는 간단한 스프 정도이지만, 단 한 권이라고는 해도 읽을 만한 코지엔 얻었다.


마이 "......♪"


냄비에 물을 끓이는 마이의 표정은 여느 때보다 들떴다.


마이 "......"


그리고 밤이 되었다.


마이는 코지엔을 정신없이 읽고 있었다.


코지엔을 처음부터 읽는 등, 이 종말세계는 물론 평화로운 시대에서도 드물 것이다.


마이도 그런 사람은 자기 말고 한 명 밖에 모른다.


오차학원에서 유일하게, 그녀와 같은 레벨로 책을 좋아했던 후우마 코타로.


대마인 부대의 대장으로서 깊이 신뢰하고, 어렴풋하게 연모도 품고 있었지만 이제는 『서로에게 제일가는 책 친구』라는 마음이 무엇보다 강하다.


그것은 마이에게 있어서 어떻게 보면, 연인 사이였다기보다 그립고 애틋한 것이다.


또 오늘 손에 넣은 이 코지엔 자체에도 깊은 생각을 한다.


발매일로부터 꽤 지났지만, 이것은 현시점에서의 최신판이다.


향후 인류사회의 부흥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것이 최종판이 되고 만다.


결코 그렇게 놔두지 않는다. 마이는 마음 속 깊이 맹세한다.


마이 "일단 다음 판에는 브레인플레이어를 항목에 넣어야 겠지."


예를 들면 이렇게 설명할까──.


마이 "여왕 마우자를 수장으로, 세계 정복을 꿈꾸던 차원 침략자. 초차원 물질 테셀락을 잃고 멸망."

마이 "좀 담백한가?"


그런 것을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사실은 밤새도록 읽고 싶었지만, 광원의 연료도 귀하기 때문에 마이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마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마이는 빌딩 아래로 내려가 초병인 종이 골렘을 먼저 체크했다.


잠자는 동안 방심하지는 않았지만 만일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누군가를 쓰러뜨렸다면, 그것이 자동으로 종이에 쓰여진다.


하지만 둘 다 깨끗한 채. 레이더나 감염자 등의 잔해도 없다.


즉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이다.

    

마이 "수고했어."


마이는 종이 골렘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다시 종이 바이크를 타고서 출발했다.


──몇 시간 뒤.


마이는 아지트) 근처에 도착했다.


마이 "......"


마이는 거기에도 몇 체의 종이 골렘을 초병으로 배치하고 있다.


어젯밤의 2체와 같은 성능으로 자동전투, 자동기록 기능이 있다.


그것들은 가동된 모습도 없이, 조각상처럼 진좌해 있었다.


마이 "이쪽도 전투의 흔적은 없고."


마이는 만족하여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지트인 건물로 들어간다.


그곳은 레이더라도 발을 들여놓기를 주저할 듯,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공동주택으로, 그것들은 모두 마이의 종이에 의한 위장이며, 벽 중 하나에 마이가 손을 대면 거기서부터 탁탁 종이가 복잡하게 펼쳐져, 건물에 평범하게 들어서면 절대 알 수 없는 넓은 공간이 나온다.


또 마이의 아지트인 줄 알면서도 허가 없이 침입하려 하면, 인정사정 없는 종이 트랩에 죽는다.


마이에게는 그만큼 엄중히 지켜야 할 아지트였다.


마이 "다녀왔습니다."


그곳은 도서관이었다.


천장이 높고 책장이 여러 개 늘어서 있다.


그 책장에는 이제 한 권이라도 귀중한 책들로 가득 차 있다.


마이가 이 종말세계 곳곳에서 꾸준히 모은 책들이다.


책장에는 아직도 많은 공간이 남아 있다.


그것을 모두, 아니 그 이상으로 책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 마이의 소원이다.


그것이 호무라와의 약속.


책을 모아 언젠가 문명을 되찾는다.


그러기 위해 마이는 싸우고 있다.


마이 "호무라 씨, 오늘은 이 책이에요."

호무라 『사전 같은 건 별로 읽고 싶지 않아.』


만약 여기 있었다면 그런 말을 했을까.


마이는 그리운 마음을 떠올리며 코지엔을 책장에 넣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