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


또 다른 장소에서 책을 수거한 마이는 해안선을 크래프트 모빌로 이동하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다는 브레인플레이어의 수중형 가디언, 머메이드가 출몰하는 위험한 곳이었지만 레지스탕스에 의해 파괴 수단이 확립되어 이제는 그 그림자도 형체도 없다.


그리고 오랜 시간 인간이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에 물고기가 늘어나 식량 조달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아직 레이더 등도 나타나기에 일부 실력자들이 낚시를 하는 정도이지만, 머지않아 고기잡이 등도 시작될 수 있다.


오늘도 마이가 그곳을 찾자, 한 낚시꾼의 모습이 보였다.


누군가 하면 카미무라 마이카다.

저쪽도 마이를 알아채고 손을 든다.


그녀는 호무라가 마지막까지 신경쓰고 있던 후배로, 마이와는 오차학원의 동급생이다.


오차마을 붕괴 후에도 화둔중의 생존자들의 대장으로 험난한 싸움을 계속했지만, 어느새인가 마음이 지쳐 한동안 최전방에서 멀어져 은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마이의 도서관에는 가끔 나타나 호무라가 좋아했던 소녀 코믹을 읽거나 그 추억담을 나누고 있었다.


마이는 다시 싸우라고는 한 번도 말한 적 없었지만, 혼자서 책을 계속 모으는 마이를 보고 무슨 생각이 있었는지 마이카는 다시 싸울 의지를 되찾았다.


현재 최고 레벨의 화염술사로, 학창시절에는 리미터가 달린 무기로 제어할 수 밖에 없었던 화둔의 힘을 지금은 완전히 지배해, "화신의 대마인"을 자칭하고 있다.


그 마이카 근처까지 달려, 마이는 크래프트 모빌을 세웠다.


카미무라 마이카 "여어."

마이 "오랜만. 여전히 낚시?"

마이카 "용어가 잡혀서. 맛있거든. 그쪽은 성과가 있었나?"

마이 "물론."


마이는 회수한 책 중 한 권을 보여주었다.


지금 종이 바이크를 몰면서 읽고 있던 책이다.


모리오의 「선원 쿠프쿠프의 모험」 


마이카 "오오, 그리운데~. 어렸을 때 읽었지."


마이카가 활짝 웃었다.


옛날부터 양키 기질이었지만 실은 남몰래 귀여운 것을 좋아해, 책도 메르헨틱한 동화 같은 것을 좋아한다.


마이 "그 밖에도 있어."


크래프트 모빌에 실은 가방을 열면 모은 책들로 가득 차 있다.


마이카 "제법인데. 좀 읽어도 될까?"

마이 "물론."


낚시를 해서 그런지, 마이카는 물고기 도감을 발견하고 기쁜 듯이 훑어보기 시작했다.


마이카 "그러고 보니 트라우트 녀석이 책을 찾는다더라."


트라우트는 송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황폐해진 도쿄에서 행상인들을 이끄는 리더의 이름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마을과 거점을 오가며 거래하고 있다.


마이 "고마워. 스캐빈저에게 들른 뒤에 가볼게."

마이카 "쟤네랑도 거래하냐? 행실이 좋은 놈들은 아니니까 조심해."


폐허에서 물자를 모으는 스캐빈저는 때로 타인의 소지품을 노리는 도적이 되기 십상이다.


그 충고는 타당했지만, 


마이 "알고 있지만, 그런 뒷루트에서만 다루는 비합법적인 책들도 잘 보존해야 해."

마이카 "뭐 그렇겠지......"


마이카는 맞장구를 치면서 열심히 물고기 도감을 읽는다.


마이 "마음에 든다면 그거 빌려줄까?"

마이카 "어이쿠 미안해라. 낚시하는 중이고 더럽히면 곤란하니까. 다음에 네 도서관에 갈게."

마이 "기다릴게."


마이카가 돌려준 도감을 가방에 넣으면서 중요한 게 떠올라 말했다.


마이 "호무라 씨가 좋아했던 『캔디・캔디』 드디어 전권이 모였어."

마이카 "진짜냐. 그 누님이 엉엉 울던 거였지. 그건 꼭 봐야겠는걸."

마이 "그래, 다음에 봐. "

마이카 "오우."


두 사람은 그데로 헤어졌다.


종이와 불꽃, 능력도 성격도 다르지만 과거의 마이과 호무라처럼 이제는 친한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마이와 마이카가 화제로 삼고 있던 스캐빈저의 거처에서는──.



스캐빈저

"크아아, 이거 맛있구만!"

"그렇지? 이건 안 먹어보면 모른다니까."

"그건 아니지. 겉보기에는 위험한데."


몇몇 스캐빈저들이 무슨 고기인지 모를 고기를 구우며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발밑에는 폐허에서 수거한 책이 수십 권 있었다.


마이에게 의뢰받은 것으로, 그 종류는 다양하다.


단행본, 문고본, 잡지, 헌 신문, 핑크 전단지 다발까지 있다.


어쨌든 "종이라면 뭐든지"라는 마이의 주문에 의한 것으로, 원래 이 종말세계에서 책은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지만, 마이는 그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이는 데다, 휴지 같은 것도 사기에 그들에게는 좋은 손님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때 누군가 다가왔다.



컬티스트 "......"


묘한 그림이 그려진 천을 얼굴에서 늘어뜨리고 있는 한 남자다.


그러나 이 종말세계에서 이상한 차림을 한 무리는 드물지 않다.


스캐빈저도 크게 개의치 않고 물었다.


스캐빈저 "뭐야 너?"

컬티스트 "책을 모으고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얼굴을 천으로 가린 채, 사내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


스캐빈저 "책을 갖고 싶나? 원한다면 돈 나름이겠지만 선약이 있어서 좀 비쌀걸."


스캐빈저는 히죽 웃었다.


이 돈이란 엔화나 달러 같은 과거 유통되던 화폐가 아니다.


브레인플레이어가 하등한 인류와 거래하기 위해 만들어진 희귀금속으로 만든 대용화폐를 말한다.


주로 수도 브레인코어에서 앤다크의 거주민을 상대로 사용되고 있지만, 그 밖에서도 일단은 유통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세력의 쇠퇴로 희귀금속 자체의 가치를 제외하면 그 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갑자기 나타난 남자에게 스캐빈저가 제시한 액수는 시세의 몇 배나 되는 것이었다.


컬티스트 "정말 죄가 깊군."


남자가 중얼거렸다.


그러자 똑같이 얼굴에 천을 늘어뜨린 남자들이 여럿 나타나 스캐빈저를 에워쌌다.


스캐빈저

"뭐야?"

"너희들, 해보자는 거야?"

"살 마음 없으면 돌아가."


스캐빈저는 바가지 씌운 액수가 남자들에게는 불만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컬티스트

"문명을 가져오는 자에게는 죽음을."

"지식을 갈구하는 자에게는 죽음을."

"책을 읽는 자에게는 죽음을."


남자들은 섬뜩한 말을 늘어놓으며, 스캐빈저에게 덤벼들었다.


***


마이 "......!"


마이가 거래 장소에 도착했을 때 스캐빈저들은 모두 살해당해 있었다.


누구의 소행인지 확인하기 전에 마이는 그곳에서 책이 불에 탔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으로 잠시 서 있었다.


그들에게서 사려고 했던 책들은 철저히 불태워져, 원래 어떤 책이었는지 이제 판별이 안 된다.


마이도 읽어본 적 없는 책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종말세계에 단 한 권만 남아 있던 책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모두 없어져 버렸다.


마이 "도대체 누가......"


마이가 주위를 둘러보면,  


마이 "뭐야 이건?"


상가 셔터에 빨간 페인트인가 뭔가로 묘한 문양이 그려져 있다.


끝이 뾰족한 9개의 뿌리, 거기서 뻗은 나무 끝으로 소용돌이가 빛나고 있고, 그 주위를 6개의 눈이 둘러싸고 있다.


카발라에서 말하는 '세피로트의 나무'와 조금도 닮지 않았다.


처음 보는 상징이었지만, 어떤 무리들이 무언가를 과시하기 위해 이를 남겨둔 게 틀림없다.


마이 "책을 불태웠다는 것은, 소문으로 들은 컬트 교단 네오어스?"


그 기원은 브레인플레이어의 침략 전에 이미 미연에 있었던 동명의 신흥 종교단체인 것 같다.


그곳에서는 대마인을 포함한 온갖 마魔, 그로부터 파생된 사이보그 등의 기술을 꺼림칙하게 여겨, 홀리타운이라 불린 격리도시를 만들어 그들이 순결하다고 인정한 인간만으로 공동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곳도 브레인플레이어에 의해 완전히 파괴당했다.


그 생존자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누군가가 다시 네오어스를 자처하며 종말세계의 컬트 교단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었다.


마술이나 과학을 부정하는 것은 예전과 같지만, 교리는 더욱 과격해져, 이 종말을 가져온 원인은 문명에 있고, 새롭게 무엇인가를 알려 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며, 책은 그 상징이랍시고, 세계에 남은 책을 발견하면 태우는 것이다.


마이에게 있어서는 불구대천의 적이다.


분서 현장을 본 것도 처음이지만,


마이 "절대 용서하지 않겠어."


마이는 격한 분노를 담아 중얼거렸다.


마이 "제대로 보존해 주지 못해서 미안해."'


재가 되어버린 책에 사과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물론 그 전에 꺼림칙한 상징을 지우는 건 잊지 않았다.




마이카 "오......잘 익었구만."


해질녘 해변.


낚시를 마친 마이카가 한 잔 하면서, 오늘의 어획물과 용어 토막을 모닥불에 굽고 있었다.


바닷내음에 섞여 생선구이의 좋은 냄새가 풍긴다.


그 냄새에 이끌리듯 또 누군가가 마이카 쪽으로 다가왔다.


이번에는 한 명과 한 마리다.


옛 동료를 찾아 지금도 황야를 헤매고 있는 나사라.


그 나사라와 늘 함께하는 전 노마드의 대간부 오보로의 집고양이다.


통칭 "오보 고양이"


오보 고양이  「おぼ......おぼ......おぼ......」


그 오보 고양이가 개처럼 킁킁 냄새를 맡으며 걷고 있다.


나사라는 그 뒤를 따라걷고 있다.


보아하니, 작은 고양이의 코를 의지해 뭔가(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 같다.


마이카 "오늘은 손님 많네"


마이카는 중얼거리더니 말을 걸었다.


마이카 "여, 나사라! 여기서 같이 먹지 않을래!? 용어도 막 익었어."

나사라 "......"


나사라는 얼핏 마이카를 바라보았지만, 


오보 고양이 「おぼ......おぼ......おぼ......」


오보 고양이가 냄새를 맡으면서, 마이카에게서 멀어지는 것을 보고, 


나사라 "(꾸벅)"


고개 숙이고 그냥 떠났다.


마이카 "식사 권유를 거절하다니 드문 일이군. 뭘 찾고 있는 거지?"


마이카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불에 구운 용어를 먹으려 했으나,


마이카 "어?"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모래밭에는 『잘 먹었습니다』라는 글자.


마이카 "하여간 저 녀석은."


마이카는 쓴웃음을 지으며 멀어지는 나사라 일행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나살라 "우물우물, 우물우물. 나사라, 식사 기회는 놓치지 않아."

오보 고양이 "오보오보、우물우물."


용어를 꼭꼭 씹으면서, 나사라와 오보 고양이는 계속 걸어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