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컬트 교단 네오어스의 지배 구역.


지상을 바바리안이 돌아다니며, 햇빛에 약한 감염자들도 그늘에서 섬뜩하게 꿈틀거리고 있다.


컬티스트

"문명을 가져오는 자에게는 죽음을."

"지식을 갈구하는 자에게는 죽음을"

"책 읽는 자에게는 죽음을."


그리고 그들 사이를 네오어스 신자 컬티스트들이 숙연하게 걸어온다.


식인 괴물들은 컬티스트를 덮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두려워하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감염자나 바바리안 모두 브레인플레이어가 뿌린 바이러스로 괴물이 된 인간이다.


한편 컬티스트는 네오어스의 성전사가 되기 위해 교단의 육체개조 끝에 스스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바이러스 적성이 있던 일부가 지성을 유지하면서 감염자와 동등한 신체능력을 획득한 것이다.


네오어스에서는 이를 신의 기적으로 보고 있다.


물론 바이러스 적성이 없으면 감염자 혹은 바바리안이 될 뿐이지만, 그들도 네오어스를 위해 그 몸을 바친 자라고 칭송하며, 감염자를 마터(순교자) 바바리안을 하이 마터(고위 순교자)라고 신자들은 호칭하고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마터들과 단순 감염자의 차이는 전혀 없고, 그 구별도 되지 않는다.


교단 본부 주변에 모인 마터들도 바이러스 적응에 실패한 신자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컬티스트들이 자신들과 뜻을 같이하는 자들이라며 황야에서 모아온 감염자들이다.


그리고 감염자들이 컬티스트를 공경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람으로서의 지성을 잃어가면서조차도 신의 위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컬티스트가 다루는 무기에 감염자나 바바리안이 싫어하는 독이 발라져 있어, 그것을 두려워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기만에 찬 네오어스의 아지트에 마이는 사로잡혀 있었다.


그때, 죽은 줄 알았던 마이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지하실에서의 심문, 아니 고문이었다.


크리스파이 "네 아지트를 밝혀라. 수집해 온 악서(悪書)를 어디에 숨겼나."


크리스파이가 마이를 보는 눈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마이 "아, 악서 같은 것은......존재......하지 않아......!"

크리스파이 "이 배덕자가."


크리스파이는 사슬에 묶여 꼼짝할 수 없는 마이의 배를 후려 갈겼다.


크리스파이 "신을 두려워하지 않다니 어리석은 계집이로다."

마이 "책을......읽지 말고......아무것도 배우지 말란......녀석은......신도......뭣도 아니야......"

마이 "......너희들은......인간을 그만둔......단순한 개돼지야......"


마이는 크리스파이를 노려본다.


크리스파이 "닥쳐라."


이번에도 얻어맞는 마이.


크리스파이 "악서는 반드시 멸한다. 네오어스의 신 아래, 인류가 존속하기 위해."

크리스파이 "자신의 죄악을 깨달아라."


광신자가 마이에게 다가왔다.


──몇 시간 뒤.


심문이라는 이름의 고문이 일단 끝나고 마이는 두 명의 컬티스트에게 끌려가 감옥으로 끌려왔다.


컬티스트

"여기서 얌전히 있어!"

"이 마녀 년!"


마이는 감옥에 던져졌다.


컬티스트들은 마이를 내려다보며 이런 종류의 광신자에게 흔한, 추악한 욕망을 드러내며 말했다.


컬티스트 "신을 공경할 줄 모르는 마녀는 십자가에 못 박힐 거다."

컬티스트 "가랑이 사이로 창을 찔러, 자궁과 내장을 천천히 관통할 거다."

컬티스트 "배덕자는 자신의 입에서 튀어나온 창끝을 보며 죽는다."

??? "보오"

컬티스트 "보오?"


갑작스런 묘한 울음소리에 컬티스트들은 발밑을 바라보았다.


컬티스트

"뭐야 이 고양이는!?"

"어디서 들어온 거지."


무심코 잡으려고 하는 순간, 어둠 속에서 촉수가 출현했다.


촉수는 순식간에 컬티스트에게 휘감겨 그 몸을 빠득빠득 조여간다.


촉수 안쪽에서 살이 뭉개지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지옥 같은 고통에 컬티스트들은 몸부림치지만, 네오어스 의심볼이 적힌 천 째로 입이 촉수에 막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다.


그들은 점점 작게 뭉개져 갔고, 마지막에는 싱겁게 목을 꺾여, 사이좋게 바닥을 굴렀다.


나사라 "칼등치기 완료."


원래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된 피투성이의 고깃덩어리를 어둠 속에 버리고, 나사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보 고양이 "보오!"


가장 먼저 컬티스트들의 눈길을 끈 것은 물론 동행하는 오보 고양이다.


마이 "여기는 어떻게?"


그게 무슨 칼등치기냐 생각하는 마이를 나사라가 안아 일으켜, 사슬을 끊었다.


나사라 "구하러 왔다. 나사라, 마이의 도움이 필요해."

마이 "도움?"

나사라 "마이, 간신히 찾았어. 고양이, 마이의 냄새, 쫓아서 왔어."

나사라 "그런데, 여기 어디? 감염자와 바바리안, 가득."

오보 고양이 "오보?"


갑자기 나타난 나사라는 오보 고양이와 함께 두리번거리고 있다.


아무래도 마이의 냄새를 더듬어 오며, 아무것도 모른 채 이곳에 온 것 같다.


마이 "네오어스 교단의 아지트야."

나사라 "네오어스......"

마이 "책을 싫어하고, 새로운 것을 아는 것을 싫어하는 정신나간 사람들."

나사라 "새로운 것을 아는 것이 싫다, 라. 그건 나사라의 적."


그 요미하라 붕괴 이후 줄곧 탐정 사무소 동료를 찾아 황야를 떠돌고 있는 나사라지만, 본래는 지식의 축적, 호기심의 충족이 그 존재 의의라고 한다.


그것을 부정하는 네오어스는 그녀의 적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마이 "내 도움이 필요하다고?"

나사라 "마이의 인법 필요. 종이의 힘. 우리들, 전력 필수. 이거, 선물."


나사라는 그렇게 말하고 바로 옆 공간을 촉수로 살짝 쓸어내렸다.


순간, 그곳에 문이 있었던 것처럼 공간에 구멍이 열리고, 종이가 우르르 나왔다.


코트지, 고급지, 매트지, 아트포스트지 등.


이것저것 이 종말 세계에서는 보기 힘든 고품질 종이들 뿐이다.


감옥은 순식간에 옛날, 오차 마을에 있던 마이의 종이 창고처럼 되었다.


마이 "이런 대단한 종이들을 어디서!?"

나사라 "자세한 설명, 나중에. 움직일 수 있어? 나사라, 치료할 필요 있어?"

마이 "괜찮아. 종이는 나에게 힘을 줘. 이제 움직이며 싸울 수 있어."

나사라 "다행이다."


마이는 상급품의 종이로부터 에너지를 받아, 그 기쁨을 표현하는 인법을 사용했다.


마이 "지기・지병군단(紙兵軍団)!!"


감옥에 쌓인 종이들이 일제히 생명을 얻은 것처럼 춤을 추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든 종이가 마이의 뜻대로 움직여, 종이 골렘으로 변해 간다.


사용할 수 있는 종이라면 뭐든지 황야에서 구할 수 있는 종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던 지금까지의 종이 골렘과는 다르다.


주름 하나 없는 반짝반짝 새것. 그것도 여러 종류의 종이를, 그 성질에 맞게 종이 골렘 부분에서 구분하여 사용한다.


모양은 같아도 성능은 월등하다.


그것이 10체, 20체, 30체, 40체......점점 늘어간다.


오보 고양이는 놀라서 나사라에게 매달리고, 종이를 준 나사라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마이 "지금 화가 많이 나서. 이 힘을 빌리고 싶은 거야?"

나사라 "그래!"

마이 "알았어. 우선......여기를 박살내고 나서 자세히 묻겠어!"


마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분노의 불길을 눈에 머금은 그 얼굴은 사나다 호무라와 많이 닮아 있었다.




그 무렵 아지트 밖에서는──.



야츠 무라사키가 날뛰고 있었다.


그녀는 다른 세계로 날아간 친구 이가와 사쿠라를 찾아, 오차가 붕괴된 그때보다 더 과거부터 찾아온 다른 차원의 젊은 무라사키였다.


브레인 코어의 지하 앤다크를 거점으로 하고 있던 무라사키는, 그곳의 유력자 빅뱅 도즈, 앤 로어 등과 손을 잡고 또 나사라와도 만나 브레인플레이어의 여왕 마우자가 있는 어퍼 가든으로의 잠입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나사라와 함께 마이를 구출하러 온 것이다.


역할은 무쌍으로 날뛰는 양동. 무라사키는 그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었다.


두 손으로 휘두르는 빔 액스는 무라사키 주위에 엄청난 파괴의 폭풍을 일으키고, 몰려드는 감염자, 바바리안, 컬티스트를 구분 없이 분쇄해 나간다.


사람의 의지가 남아 있든 없든, 네오어스를 믿든 안 믿든 관계 없다.


브레인플레이어의 가디언을 맨손으로 깨부수는 초절 파워다.


크리스파이 "이 괴물이!!"


크리스파이가 나타나 인법을 약화시키는 푸른 불꽃을 뿜었다.


하지만──


마이 "신기神気·절대수호영역!!"


크리스파이와 무라사키 사이에 거대한 종이벽이 우뚝 섰다.


불꽃은 종이벽을 중간까지 태우나, 뚫지 못하고 사라진다.


크리스파이 "종이라고!?"

마이 "당신의 상대는 나야!"

크리스파이 "이 배덕자가!! 신의 사도인 내 앞을 또 가로막는 거냐!"

마이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신 따위, 내 종이로 납작하게 만들어 주겠어!"


마이의 투지를 보여주듯 그녀의 주위에서 수많은 종이가 춤추기 시작했다.




무라사키 "저게 나나세 마이인가. 저놈과 악연이 있나 보군. 그렇다면 나는 그 지원에 충실하겠다."


무라사키는 마이와 만난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의 지기술로 그 실력을 간파하고, 마이가 악연인 상대와 1 : 1로 싸울 수 있도록, 남은 잔챙이를 맡으려 했다.


그때였다.


네오어스 건물에서 수십 체의 골렘이 나타났다.


무라사키 "증원인가!?"


순간 반격하려 한 무라사키였지만, 종이 골렘은 그녀를 무시하고 잔챙이 사냥을 시작했다.


무라사키 "아군......인가?"


저도 모르게 멍하니 서 있는 무라사키 곁으로 나사라와 오보 고양이가 다가왔다.


나사라 "종이골렘 군단, 마이가 만들었다."

오보 고양이 "오보."

무라사키 "저걸 다? 굉장한데."

나사라 좋은 종이가 있으면 무적."


나사라의 말대로 좋은 종이로 싸우는 마이를 크리스파이는 이길 수 없었다.


크리사피으이 불은 분명 대마입자를 약화시키지만, 마이는 나사라에게 받은 새 종이를 잇달아 꺼내 차단하고 있었다.


인법을 약화시키는 그 힘은, 브레인플레이어의 테셀락에 한참 못 미친다.


그들이 믿는 네오어스의 정화의 불길은 마이에게 결코 닿지 않는다.


역으로 종이 분진을 일으켜, 크리스파이를 태워버린다.


크리스파이 "크아아아아아악!!"


불길 속에서 크리스파이가 몸부림친다. 상당한 피해를 입혔는데도 쓰러지려 하지 않는다.


크리스파이 "이 배덕자가!! 결코 용서 않겠다!!"


갑옷은 떨어져 나가고, 탄화된 피부 아래에서 탄 살이 섬뜩하게 꿈틀거리고 있다.


컬트 교단 신자답게 구역질나는 추악한 모습이었다.


마이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배움을 부정하고 책을 부정한 당신들을 나는 결코 용서하지 않아!"


마이는 A4 크기 정도의 종이를 집어들었다.


처음에는 접혔던 그것은 그녀가 한 번 흔들자 두 배 크기로, 한 번 더 흔들자 더욱 배가 되어, 흔들릴 때마다 커져, 순식간에 마이의 신장의 5배나 되는 거대한 종이가 되었다.


크리스파이 "으윽!"


사람은 누구나 큰 것을 두려워한다.


광신자 크리스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인지를 초월한 지기에 그는 뒷걸음질 쳤다.


마이는 그에게 커다란 종이를 던졌다.


그것은 크리스파이를 순식간에 감싸, 비유하자면 사람이 직접 만지고 싶지 않은 더러운 벌레를 티슈로 잡아 으깨듯이 작게 말아갔다.


크리스파이 "갸아아아아악!!"


크리스파이의 절규가 둥글게 말린 종이 속에서 들려온다.


그대로 죽을 줄 알았는데


크리스파이 "시, 신이시여!! 제 생명의 전부를 당신에게 바칩니다! 이 배덕자를 벌하소서!!"


그런 외침이 들린 직후, 그를 감싸고 있던 종이가 확 타올랐다.


그리고 그곳에서 크리스파이와는 닮지 않은 이형의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리스파이 몬스터 "구아아아악!!"


끔찍한 고깃덩어리 같은 몬스터다.


그것도 크리스파이 혼자만이 아니다.


몇 명, 아니 수십 명의 신자들을 마구 뭉친 듯한 모습이다.


꿈틀거리는 육괴에는 무수한 얼굴이 붙어 있고, 각각의 입에서는 저 정화의 불꽃이라 칭하는 푸른 불꽃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것은 적인 마이를 불태우려 하지만, 아군일 터인 감염자, 바바리안, 컬티스트들도 태우고 있었다.


마이는 생각했다.


저런 게 정화의 불꽃일 리 없다.


저런 불꽃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


호무라라면 분명 그렇게 말할 것이다.


마이 "가엾은 생물, 내가 진정한 불꽃으로 묻어줄게."


마이는 타오르는 마음대로 혼신의 지기를 종이에 담아간다.


그리고 호무라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 목숨을 불길로 바꾸며 싸운 모습을.


마이 "신神 · 지기 ≪염수炎獣 · 호무라焔≫

염수 · 호무라 "가아아아아아악!!"



맹렬한 외침과 함께 종이의 염수 "호무라"가 나타났다.


"호무라"는 적을 노려보며 홍련의 불길을 뿜어냈다.


진정한 불꽃은 거짓된 불꽃을 짓뭉개, 그것을 조종하는 요수妖獣의 끔찍한 몸도 순식간에 태워버렸다.


그래, 진짜 호무라의 불꽃처럼.


마이 "지옥에 가도 잊지마. 나는 마음에 불을 품은 지기술사. 대마인, 신기 마이야."


네오어스 아지트는 괴멸했다.


크리스파이는 괴물로 변해 쓰러졌고 감염자, 바바리안, 컬티스트들도 한 명도 빠짐없이 죽었다.


아직 어딘가에 생존자가 있더라도 지금과 같은 세력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부흥을 목표로 하는 인류로부터 책을 빼앗으려는 컬트 교단 계획은 무너졌다.


마이는 도와주러 온 두 사람에게 감사를 표하고, 젊은 무라사키의 정체와 목적을 물었다.


바로네스 시티에서 헤비코네와 이야기했듯이, 그녀는 다른 차원의 젊은 무라사키로, 당사자의 차원에서 어떤 차원으로 날아간 젊은 사쿠라를 찾고 있고, 브레인플레이어의 차원전이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라사키 "여왕 마우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소수 정예로 어퍼 가든에 잠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동시에 전력도 필요해."

무라사키 "종이가 있으면 언제든 군대를 일으킬 수 있는 당신의 힘을 원한다."

마이 "......"


무라사키는 고개를 숙였지만 마이는 즉답할 수 없었다.


도움을 받은 은혜는 느끼면서도, 그런 무의미한 싸움은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나사라 "나사라도 부탁이야, 도와줘."


나사라도 고개를 숙인다.


그래서 문득 의문이 들었다.


마이 "나살라는 왜 저 사람에게 협력하고 있는 거야? 그게 흥미로워서?"


나사라는 고개를 흔들었다.


나사라 "나사라의 목적, 동료와의 재회. 모두, 분명 마계에 살아 있어. 그러니, 마계의 문을 부활시킬거야."

마이 "......!"


마이는 눈을 부릅뜬다.


마이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줘."


마계의 문의 부활.


그것은 문명을 되찾는 것으로 이어진다. 마이는 그렇게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