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라라 (......이것은, 꿈?)

키라라 (아아, 그래. 그리운 집의 앞마당......)



엄마 "......프레이야! 집으로 들어오렴. 밥이 식겠어."

키라라 "앗, 마마! 기다려, 거의 다 됐어."

엄마 "거의 다 되었다니?"

키라라 "이 눈덩이. 파파랑 마마 꺼는 다 했는데, 내 건 잘 안 되더라고."

엄마 "어머, 귀여워라. 뿔이 자란 게 엄마 그 옆이 아빠로구나."


키라라 (비뚤어진 두 눈사람 사이에 작은 눈덩이가 하나......잘 만들고 싶어서, 쌓았다가 부쉈지.)


엄마 "그래도, 그럼 저녁이 식어버려. 오늘은 아빠가 만들어준 햄버그야."

엄마 "엄마가 도와줄게. 어서 집으로 들어오렴."


키라라 (눈덩이를 향해, 후─ 냉기를 한 번 불면)

키라라 (가루눈이 모여 어린 여자아이의 눈사람이 완성된다.)


키라라 "와, 마마 굉장해!!"

엄마 "자, 돌아가자."

키라라 "기다려, 이름만 쓰고. 『파파』 『마마』 『프레이야』......"

엄마 "......프레이야......앞으로는 그 이름을 대서는 안 돼......"

키라라 "꼭?"

엄마 "꼭. 널 위한 거야. 뿔도 가리고, 인간으로 살아가는 거야. 알겠지......"


키라라 (그 이후로 뿔은 보여주면 안 돼, 라고 어쩐지 콤플렉스가 되어)

키라라 (이름도 잊으려 했고......)




나 "선배, 선배."


내가 부르자 키라라 선배는 졸린 듯이 눈을 떴다.


키라라 "아 미안, 벌써 교대할 시간이야?"

나 "아뇨, 왠지 밖이 이상해요. 너무 조용해요."

키라라 "확실히 조용하지만......시골이라 그런 거 아냐?"

나 "시골이라서 더 그래요. 아까부터 벌레나 동물 소리가 전혀 나지 않아요."


자연이 풍요로운 오차의 밤은 벌레와 동물 소리로 시끄러울 정도였고, 그것은 마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키라라 "듣고 보니, 여기 올 때는 짐승이라든가 여러 가지로 울어댔지."

나 "네, 그게 멈췄다는 건"

키라라 "숲의 주민이 아닌 누군가가 가까이 있다는 것."


우리는 은밀히 여관을 탈출해 게이트 시티로의 밤길을 재촉했다.


숲을 빠져나와 작은 강을 건너는 다리에 다다랐을 때──.


나 "!!"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모리건 "꽤 감이 날카로운 아이네. 우리들의 기색을 눈치채고 도망치다니."


대량의 레이스들을 거느린, 현란한 남자가 우리 앞을 가로막는다.


나 "젠장, 돌아서 왔나. 선배, 다른 길을......!"

엘비라 "......놓치지 않는다."



황급히 발길을 돌리자 등 뒤에는 사령기사. 완전히 포위당한 것 같다.


모리건 "공주를 데리고 심야의 도피행이라니, 질투나네~. 죽이는 게 아까울 정도로."

키라라 "뭐야, 왜 우리를 노리는 거야? 이상한 차림이나 하면서!"

모리건 "어머, 이 패션을 몰라보다니! 오니족은 정말 센스가 없네!"


그 패션의 좋은 점은 나도 모르지만, 이런 기발한 남자는 몇 번인가 만난 적이 있다.


나 "남성 음마......인큐버스구나. 에레시키갈의 부하인가?"


조금이라도 생각할 시간을 벌려고, 나는 인큐버스에게 말을 걸어본다.


모리건 "에레시키갈!? 저런 성격 더러운 아줌마랑 똑같이 보지 마."


하고, 상대방은 생각보다 더 물고 늘어졌다.

아무래도 에레시키갈은 미움 받고 있는 것 같다.


모리건 "나는 모리건! 파괴, 싸움을 부르는 전신戦神 모리건!"

모리건 "뭐, 조금 이유가 있어서 사령경의 대간부 노릇을 하고 있는데."

나 "이유가 있어서?"

모리건 "으으음~, 그 이상은 비밀. 내게도 이런저런 사정이 있거든."


모리건은 과장스레 손가락을 흔들어 보였다.


나 "그런 이유가 있는 대간부가 왜 우리를 노리지? 우리는 대간부가 일부러 찾아올 정도의 거물이 아닐 텐데."

모리건 "어머, 안 숨겨도 돼."

모리건 "뭐 그런 이유로, 이것도 일이니까 나쁘게 생각하지는 말아줘. 프레이야짱──."


모리건은 오른손에 불꽃, 왼손에 번개의 검을 만들고, 눈 앞의 다리를 베인다.


거센 빛이 뿜어져 나왔고, 다리는 벼락을 맞은 듯 순식간에 시커멓게 타올랐다.


나 (불꽃과 번개의 이도류──!?)


굉장한 박력에 정신이 팔리면, 그 순간──.


엘비라 "......"

나 "선배, 위험해!!"

키라라 "!!"


어느새 키라라 선배의 목 언저리에 바짝 다가섰던 사령기사 낫이 간발의 차이로 허공을 가른다.


키라라 "우와......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어."

모리건 "엘비라! 그걸 놓치면 어떻게 해!"

엘비라 "......다음은 놓치지 않겠다......"


커다란 낫이 이번에는 나를 노린다.

토키코에게 훈련받은 쿠나이로 받아 넘기는데, 그 묵직함에 손목이 찌릿찌릿 저렸다.


엘비라 "......"

모리건 "후후, 대마인 상대로 잔재주는 촌스러웠나 보네. 그럼 나도 진심으로 간다!"


모리건의 늘씬한 몸에서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투기가 부풀어 오른다.


엘비라 "......그분을 위해......"


그리고 사령기사 엘비라 또한 검은 갑옷 사이로 장기瘴気를 풍긴다.


나 "젠장, 이대로는......"


이도류의 음마 모리건과, 기척을 지우고 습격해 오는 사령기사 엘비라, 게다가 대량의 레이스들.


아무리 내가 불사신이고, 키라라 선배가 강하다고 해도 쓰러뜨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 (어떻게든 틈을 봐서 게이트 시티로 도망칠 수 밖에 없겠어......)


모리건 "어머, 아직 도망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얼굴! 점점 더 마음에 들어!"


모리건의 공격과 그 틈을 노린 엘비라의 기습. 기어이 그 칼날이, 키라라의 목에 다가설 때──.


??? "거기까지다."

나 "──!?


눈 한 번 깜빡이자, 그곳에는 반짝이는 얼음과 서리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엘비라의 낫은 팔 째로 얼어 붙어 굳었다.


엘비라 "......!? 이 갑옷을, 얼릴 정도라니......"


나 (키라라 선배의 냉기!? 아니, 달라――)

  

키라라 "이건......"


키라라 선배는 눈을 부릅뜨고, 다이아몬드 더스트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거기에는──.



라그나로크 "위험할 뻔했구나, 프레이야. 마계에서는 눈 한 번 깜빡이는 순간에도 목숨이 위태로워 질 수 있어."

키라라 "......마마......"


서리의 오니신을 거느리고, 빛나는 얼음 알갱이를 흩날리며 나타난 미녀.


나 "라그나로크......!?"

라그나로크 "놀라는 것은 나중에. 우선 이 녀석들을 처치할 거야."


***


라그나로크 "길을 열어라."


가로막는 레이스들의 무리에 라그나로크는 휙 검을 휘둘렀다.


레이스들은 칼끝에 닿지도 않았는데, 서리가 되어 사르르 사라져 버렸다.


나 "굉장해......"

모리건 "우후후후후, 재미없는 임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라그나로크 본인이 등장하다니!! 나 두근두근 거려!!"


모리건은 한층 눈을 반짝이며 양손의 검을 들어올린다.


엘비라 "......철퇴한다......"

모리건 "에엣!? 잠깐만요. 지금부터가 재미있어지는 건데!"

모리건은 "벌써 사라졌잖아! 정말 사령기사는 풍류를 모른다니까~!!"


엘비라는 어둠 속으로 스르르 사라졌고, 남겨진 모리건은 씩씩거리면서도, 레이스들을 데리고 떠났다.


그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라그나로크는 검을 거둔다.


키라라 "......마, 마마......맞지."

라그나로크 "프레이야......많이 컸구나."


라그나로크는 눈을 가늘게 뜨고 키라라 선배에게 다가간다.


마주보는 두 사람은 많이 닮아서 정말 가족이구나, 하고 새삼 놀란다.


키라라 "마마......정말 살아 있었구나. 나......"

라그나로크 "프레이야......계속 곁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해."

키라라 "......"


키라라 선배는 기쁜 듯이 울먹거리면서도, 라그나로크와 시선을 맞추려 하지 않았다.


나 (계속 어머니가 살해당한 줄 알고 아버지, 그리고 세상의 남자들을 미워하고 있었어.)

나 (사실 살아 있었다고 해도, 금방 납득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애당초 왜 죽었던 건지, 게다가 아버지에게 살해당한 건지 등 여러 의문이 남아 있다.


나 "저......키라라 선배"


먼저 사정을 들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선배에게 말을 걸려고 하자, 라그나로크의 눈총을 받았다.


라그나로크 "청년."

라그나로크 "나는 라그나로크=신모라. 너는 누구냐?"

나 "대마인, 후우마 코타로. 임무를 위해 키라라 선배와 함께 마계에 왔습니다."


나는 지극히 정직하게 대답한다.


라그나로크 "대마인......"

키라라 "그래 마마, 나 대마인이 됐어. 지금은 오차마을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고."


그 말에 라그나로크는 살짝 입술을 열었다.


라그나로크 "그렇구나. 하지메는......아빠는 어떻게 지내고 있어?"


오니사키 하지메.

라그나로크를 토벌했다고 기록에 있던 대마인, 즉 키라라 선배의 아버지다.


키라라 "파파는 더 이상 없어. 마마가 사라지고 얼마 후, 임무에서......"

라그나로크 "그래......역시 그렇구나."


라그나로크는 슬픈 듯이 눈을 내리깔았다.

그것을 보고 키라라 선배는 억누르고 있던 의문을 분출시켰다.


키라라 "마마, 마마는 왜 파파한테 살해당한 거야?"

키라라 "사라진 이후로 뭐하고 있었어? 파파는 왜 거짓말을 하고 있었어?"

라그나로크 "그래, 그 사람은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은 채 죽어버렸구나......"

라그나로크 "다 얘기할게. 아빠에 대해서, 엄마의 고향에 대해서. 내가 살해당한 이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