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20여 년 전의 일.


마계의 북쪽, 눈에 갇힌 혹한의 대지에 서리의 오니신들이 살고 있다.


아득한 옛날, 전설의 왕 『라그나로크』가 서리의 오니신을 통일하고 찬란한 왕국을 이 땅에 세웠다지만, 그것도 지금은 수백 년은 지난 옛날. 불모의 황야에 살아가는, 서리의 오니신들은 다시 여러 부족으로 나뉘어 싸우고 있었다.


신모라 "네놈, 잘도 위그드라실을......!"

도적 "헤헤......신모라인가. 유감이겠지만, 신목神木이건 뭐건 베면 그냥 나무토막이야."

신모라 "저 나무는 수백 년 동안, 우리에게 은혜를 가져다 준 기적의 신목이다! 그것을......!!"

도적 "그렇지. 너희 일족이 유력 부족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도 위그드라실 덕분이야."

도적 "그 나무가 베였으니, 장차 너희 일족의 권위도 뚝 떨어질 거다!"

신모라 "네놈......그런 것 때문에 신목을......? 서리의 오니신이 모두 굶주리게 될 거라고!?"


신목 위그드라실.

이 척박한 황야에 생명력을 가져다주는 거룩한 나무이다.


눈과 얼음에 갇힌 대지에서, 그 주위만은, 이상하게 물도 얼지 않고, 초목이 우거져, 새와 동물을 기르고 있었다.


서리의 오니신들은 그 은혜를 잘 알고 신목으로 받들어 소중히 지키고 키워왔다.


그중에서도 신모라의 가문은 위그드라실을 대대로 지켜왔고, 제일 가는 힘을 지녔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위그드라실이 베어졌다.

족장의 딸 신모라는 누구보다 빨리 범인을 쫓고 붙잡았는데──.


신모라 "그래, 종자는!? 위그드라실에는 열매가 자라고 있었을 거야."

신모라 "씨가 있으면......! 시간이 걸려도 다시 위그드라실을 키울 수 있다."

도적 "씨인가......헤헤, 그건 이제 여기에 없다. 좋은 값에 팔렸거든."

신모라 "팔았다고......!?"


위그드라실은 수백 년에 한 번 씨를 떨어뜨려, 대가 바뀌는 걸 반복하고 있다.


그것도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비싸게 팔았다고 히죽거리는 사내를 신모라는 노려보았다.


남자는 대립하는 부족 출신이었다. 힘을 지닌 신모라의 일족을 질투하고, 그 권위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무를 베었다고 한다.


나무가 없어지면 자기들도 적지 않게 빈곤해질 텐데.


신모라 "어디에 팔았지!?"

도둑 "뭐야, 설마 되찾을 작정이야?"

신모라 "씨만 있으면 다시 나무를 키울 수 있다. 자, 말해, 어디에 팔았지!?"

도적 "헷, 시골에서 자란 아가씨 따위가 되찾을 수 있겠냐?"

신모라 "닥치고 말해!!! 레바테인의 녹이 되고 싶으냐!!"


신모라가 칼날에 냉기를 두른다.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마검 레바테인이다.


도적 "히잇! 말할께! 인간계야!"

신모라 "인간계......?"

도둑 "인간과 거래하는 상인에게 팔았으니 지금쯤이면 인간계로 넘어갔을 거다!!!"

신모라 "무슨 바보짓을......상인의 이름은? 인간계 어디에 있어?"

도적 "이, 이름은......"


신모라는 이름과 장소를 알고 용무가 끝난 듯 사내를 내던졌다.


도둑 "가, 가는 거야......? 인간은 교활하다구! 너 따위는 간단히 속을 거다!!"


도둑이 부르짖어도 신모라의 모습은 이미 눈보라 너머로 사라져 있었다.


며칠 뒤.


신모라는 인간계, 지하도시 요미하라를 찾았다.


신모라 "찾아온 건 좋았지만......"

신모라 "이런 좁은 곳에 사람과 건물이 가득......현기증이 날 것 같아."


아직 노마드도 주민회도 없어, 요미하라가 지금보다 더 위험한 거리였을 때다.


황야에서 자란 신모라는 이렇게 도시에 와본 적이 없고, 인간을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신모라 "어디, 암시장이 있는 곳은......"


멈춰 서서 메모를 보고는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고, 조금 더 나아가서는 다시 메모를 본다.


그런 신모라에게 헌팅을 목적으로 한 남자들이 다가왔다.


생면부지인 자신을 안내해 준다는 등, 겉보기와는 달리 친절한 남자들이라 생각한 신모라가 의심도 하지 않고 그들을 따라가려고 하자,



청년 "잠깐만! 그 녀석들 척 봐도 수상쩍잖아."


젊은 인간 남자가 말리기 위해 뛰어들었다.


당연히 시비가 붙었지만, 남자가 대마인이라는 걸 눈치챈 그들은 신모라를 내버려두고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청년 "하여간. ──그보다 괜찮아요?"


남겨진 신모라는 사정이 이해되지 않아 가만히 서 있었다.


신모라 "뭐야 당신? 저 사람들,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고 했는데."

청년 "저기요......요미하라에서 그런 건 믿으면 안 돼요."

청년 "그렇게 말하고 인기척 없는 곳에서 덮치고, 금품을 빼앗거나 창관에 팔아먹는 등, 아무튼 악당들이 우글우글 거린다구요."


그런 녀석들에게 속아 넘어갈 뻔했단 말인가.

신모라는 조금 충격을 받았지만,


신모라 "그럼 당신도 믿지 않는 편이 좋겠군......딱히, 자신의 몸 정도는 스스로 지킬 수 있고."


고개를 돌려, 인사도 없이 떠나는 것이었다.


몇 번이나 길을 잘못 들면서, 신모라는 간신히 목적지로 향했다.


신모라 "겨우 길을 알아냈어. 남은 건 이 앞에서 오른쪽으로......"


지도에서 고개를 들자, 앞을 지나가는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신모라 "아......"

청년 "......아."


아까 전 참견해 온 인간이다.

저쪽도 이쪽을 눈치챈 듯, 서로 눈이 마주친다.


신모라 "뭐야? 따라오지 마."

청년 "아니 저도 이쪽이라서......그보다, 제가 앞장 서서 걷고 있었는데요?!"

신모라 "뭐, 뭐어......"


말 그대로, 앞서 걷던 그가 신모라를 따라왔을 리 없지만, 왠지 모르게 덤비고 말았다.


신모라 "......저기, 아까는 고마웠어. 그럼."


신모라는 일단 도움을 받은 사례를 말하고, 청년을 제치고 빨리 걷기 시작했다.


골목을 빠져나가자, 황폐해진 콘크리트 길이 펼쳐져 있었다.


여기는 요미하라 변두리.

인적도 적고, 번화가와 달리 어둡고 위험한 분위기다.


신모라 "그런데, 아직도 따라오네. 도대체 무슨 꿍꿍이야?"

청년 "그러니까 저도 이쪽이라니까요! 꿍꿍이 같은 건 없거든요."


신모라와 청년은 아직도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청년 "......저기요. 그 지도 좀 보여주실래요."

신모라 "왜?"

청년 "혹시 목적지가 같은 게 아닐까 해서. 이 앞은 외길이니까."


신모라가 마지못해 지도를 보여주자 청년은 "역시......"라고 중얼거렸다.


청년 "당신도 상인의 아지트로 가는군요. 녀석의 동료로 보이지는 않는데, 무슨 사정이라도?"

신모라 "그걸 내가 왜 얘기해야 하지? 요미하라에서 사람을 믿지 말라고 한 건 너야."

청년 "하하, 그렇네. 하지만 저는 수상한 사람이 아니에요. 대마인, 오니사키 하지메라고 합니다."


오니사키 하지메 "이 앞에 있는 마계 상인이 불법적인 거래를 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와, 그 조사를 하러 가는 길이에요."

신모라 "대마인? 그런 종족도 있나?"

하지메 "종족이 아니라 직업. 인간계에서 나쁜 짓을 하는 마족을 잡는 게 일이죠."

신모라 "흐음......난 신모라. 고향의 신목의 씨앗을 빼앗겨, 그걸 되찾으러 온 거야."


이름을 댔으니 자신도 이름을 대는 게 예의라는 듯이, 신모라는 간단히 자기소개를 했다.


신모라 "그 씨앗을 산 상인이 이 앞에 있다고 하더군."

하지메 "상인의 이름은......"

신모라&하지메 ""아잔.""

하지메 "역시. 같은 표적을 쫓았던 셈이네요."

하지메 "저기서 만난 것도, 어떻게 보면 조금 운명적이라고나 할까......"

신모라 "악당을 쫓는 사람이 많은 것 뿐이지."


빨리 걸어가려는 신모라를 다시 하지메가 붙든다.


하지메 "잠깐만요. 그렇지, 여기선 협력하지 않겠어요?"

신모라 "협력?"

하지메 "저는 조사, 당신은 씨앗의 탈환. 서로의 목적은 대립하지 않아,"

하지메 "따로 움직여서 서로 방해하는 것보다 서로 이용하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요."

신모라 "적의 적은 아군인 셈이군. 별로 상관없어."


신모라는 선뜻 승낙한다.


그녀도 일단 여기까지 왔을 뿐, 아무런 대책도 정보도 없었던 것이다.


만일 이 남자가 배신한다 하더라도, 그때는 즉시 베고 버리면 된다.


하지메 "결정됐네. 그럼 잘 부탁해요."

 

하지메는 웃는 얼굴로 오른손을 내밀었다.


신모라 "......잠깐 동안이지만."


내민 손을 무시하고, 신모라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마계 상인이 아지트로 삼은 곳은 텅 빈 넓은 공장터였다.


요미하라 건설 때 이용됐다가 그대로 버려졌던 것일까.


그 가운데 마계상인 아잔의 부하들이 모여 있다.


부하들은 한가롭게 담배를 피면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당연히 화제는 이번 거래의 핵심, 위그드라실의 씨앗.


개중에서 여자 용병 하나가 따로 떨어져 나와, 그들에게서 보이지 않는 그늘로 들어갔다. 그러면 거기에는──.


하지메 "~~~~!!!"

신모라 "조용히 해, 죽고 싶어?"


재갈을 물린 채 신모라에게 검을 겨누어져, 안면이 창백해진 하지메였다.


여자 용병은 그것에 놀란 기색도 없이 신모라에게 미소를 지었다.


여자 용병 "표적의 위치는 알아냈어요."

신모라 "그럼, 이제 된 건가."

여자 용병 "아, 잠깐만요. 우선 돌아가서 날뛰지 않도록......"


여자 용병은 그렇게 말하고, 스스로 재갈을 물더니, 밧줄로 능숙하게 스스로를 구속했다.


여자 용병 "이걸로 됐어......그럼 돌아갑니다──."

여자 용병 "──!!"


그리고 다음 순간, 여자 용병은 자신의 상태에 놀란 듯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한편 칼날이 들이밀어진 하지메는 침착한 얼굴로 신모라를 돌아본다.


하지메 "이제 괜찮아요, 바뀌었으니까."


그 말을 듣고 신모라는 하지메의 구속을 푼다.


신모라 "과연,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군......잘은 모르겠지만 뭐지? 그 진기한 마술은."

하지메 "마술이 아니라 인술. 『전신(変わり身)의 술』......시야에 비친 타인과 자신의 외형과 목소리를 바꿔 넣는 인술이죠."


하지메는 신모라에게 자신을 구속시킨 뒤 여자 용병과 몸을 바꿔 정보를 수집하고, 무사히 정보를 모아 이번에는 여자 용병의 몸을 구속하고 원래의 몸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신모라 "갑자기 믿기 어렵지만 눈 앞에서 보니 정말인가 보네. 그런데 씨앗이 있는 곳은?"

하지메 "아잔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럼, 그것을 어떻게 되찾느냐입니다만......"

신모라 "아잔이랑 바뀌면 간단하지 않아? 시야에만 들어가면 교체될 텐데."

하지메 "아니, 그게 쉽지 않거든요. 마력이 높은 자......즉 강자와 바뀌려면 상당히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되어서."

하지메 "아잔 정도의 실력자의 경우 접촉하지 않으면 안 될지도......"

신모라 "흠. 그럼 역시 내가 부하들을 모두 쓰러뜨리고......"

하지메 "아니아니아니, 적의 전력을 모르는데 실력 행사라니 너무 위험하잖아요. 아잔 이상의 실력자가 있을지도 모르고."

신모라 "내가 더 약하다는 거야?"

하지메 "아니, 그게 아니라......응? 잠깐, 누가 온 것 같아요."


두 사람이 그늘에 몸을 숨기자, 검은색 사이보그 남자가 공장으로 들어왔다.


축 늘어졌던 아잔의 부하들이 황급히 일어나 인사한다.


사이보그 남자는 그들 사이를 지나, 지하로 가는 문을 내려갔다.


신모라 "......갔다."

하지메 "지금 것은 'G'의 사이보그......?"

신모라 "G?"

하지메 "미연......인간계의 대국 중 하나인데, 거기 속한 조직 중 하나에요. 아잔은 씨를 G에게 팔려는 건가 보네요."


'G'는 미연의 조직 중에서도 마계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 하고 있다.


목적을 위해서는 윤리나 인권을 짓밟는 것을 서슴치 않아, 미연 내에서도 위험시되고 있다 들은 적이 있다.


하지메 "불모의 땅에 풍요를 가져오는 나무의 씨앗......놈들로서는 연구 가치가 높으니. 필시 비싼 값에 사겠죠......"

하지메 "잠깐 신모라!?'

신모라 "신성한 위그드라실의 씨앗을 돈 때문에......용서치 않겠다!!"


하지메가 만류할 새도 없이, 신모라는 파수 중인 아잔의 부하들을 얼려, 남자를 쫓아 달려가 버렸다.


하지메 "정말......어쩔 수 없네!"




아잔 "약속 시간에 왔다는 건, 거래 성립이라는 건가?"

실버 스컬 "아직 아니다. 물건을 보여줘.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한 뒤다."



무기질적인 아지트 안에서는 상인 아잔과 "G"의 사자 실버 스컬이 거래를 시작할 때였다.


아잔 "이런이런, 조심성이 많구만. 걱정할 것 없이 진짜야. 지금부터 보여주지──."


아잔이 씨앗을 꺼내려 했을 때.


신모라 "아잔이라는 남자! 위그드라실의 씨를 내놔라!!! ──냉열유람冷烈流嵐!!!


신모라가 강렬한 냉기와 함께 뛰어들었다.


하지메 "와아, 근사한데."


뒤늦게 달려온 하지메는 자신도 모르게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다.


급속히 식은 수증기가 알갱이가 되어 반짝반짝 춤춘다.


하지메 "대마인에도 빙둔술사는 있지만 이 정도의 냉기는......으, 추워."


순간, 강렬한 추위가 하지메를 덮쳤다.


최신형 대마인 슈트를 입지 않았다면 온도차의 쇼크로 죽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메 (하지만 이 정도라면, 적도 얼어붙을 거야. 역시 서리의 오니신.)


라고 생각했는데──.


아잔의 부하들 "――."


가벼운 차림의 부하들이 방패를 펼쳐 아잔을 지키듯 에워쌌다.


아잔 "역시 왔구나 서리의 오니신."

아잔 "오니족은 단순하다니까. 쫓아올 건 예상했다. 내가 대책도 안 세워뒀을 줄 알았나."

신모라 "대책......!?"

아잔 "보다시피 실드다. 마계의 열광석熱鉱石을 이용해, 이쪽에 쾌적한 온도의 공간을 만들어 주지.".

아잔 "마계의 자원과 인간계의 기술의 융합이란 거지! 크하하하!!"


아잔은 서리의 오니신이 쫓아올 것을 내다보고 냉기를 견딜 장비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비의 출처는 역시 "G"일 것이다.


아잔 "자, 실버 스컬이여. 서리의 오니신이 쫓아온 것이야말로 진짜라는 증거라고 생각하는데?"

실버 스컬 "잠깐. 또 한 명, 그쪽의 청년."

실버 스컬 "대마인이 있다. 아잔, 거래를 누설했군?"

아잔 "뭐!? 난 그러지 않았어."

실버 스컬 "이 거래, 없던 걸로 치지."


실버 스컬은 그렇게 말하고는, 커다란 물방울로 자신의 몸을 감싸고 사라졌다.


아잔은 그것을 지켜보더니 분노에 불타는 눈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아잔 "젠장, 방해하다니! 왜 오니한테 대마인이 붙어있는 거야?!"

하지메 "어쩌다보니 말이야. 아잔, 'G'에게 마계의 기술을 유출하고 있던 것은 너였구나."

아잔 "방금 끊겼다. 대신할 돈은 얼마든지 있지만. 젠장."

아잔 "하지만 아직 씨앗은 이쪽에 있다. 다른 조직에 팔면 그만이야. 서리의 오니신의 확답도 받은 셈이니!"

신모라 "그렇게 놔둘까 보냐!! 씨앗은 돌려받겠다!"


신모라는 검을 겨누었다.

냉기가 안 통하면 장비를 먼저 부숴버리면 된다.


아잔 "흥. 까불지 마라 오니족. 받아라──."

아잔 「「「「――」」」

신모라 "!!?"

하지메 "우와, 뭐야 이거──."


두 사람의 두개골에 강렬한 소리가 울렸다.


귀로 직접 손을 집어넣어, 두개골 속을 휘젓는 듯한 불쾌감이다.


신모라 "──읏, 머리가 깨질 것 같아!!"

하지메 "음파......공기의 진동이 놈의 무기인가."

신모라 "큿, 고작 소리 따위......! 밀어버리겠어......!!!"

하지메 "기다려!!"


신모라가 검을 뽑아 돌진하려 들자, 하지메가 그것을 제지한다.


신모라 "왜 막는 거야!"

하지메 "상대는 대책도 준비한 데다가, 이쪽에의 공격 수단도 있어! 혼자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무모해요!"


하지메는 신모라의 손을 잡고, 억지로 바꾼다.


위층까지 도망쳐, 그늘에 숨은 뒤, 하지메는 두 사람의 몸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하지메 "이 얼마나 무모한 사람인지. 무대뽀인 것도 정도가 있어요."

신모라 "그치만! 여기까지 와서 물러난다니......"

하지메 "물러나자는 게 아니에요, 대책을 강구해서 다시 도전하자는 거죠."

신모라 "무슨 방법이라도 있어?"

하지메 "그건......"


잠시 후 두 사람을 쫓아 아잔과 그 부하들이 지하에서 올라왔다.


아잔 "밖으로는 도망치지 않았을 거다. ──이봐, 숨어도 소용없어!!"


아잔이 큰소리로 부르자, 화답하듯 신모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신모라 "......"

아잔 "뭐야, 대마인은 도망쳤나? 뭐 대마인이 오니와 사이좋게 지낼 의리도 없나. 너도 이용당했나 보군."

신모라 "......너희 따위는 나 혼자서 충분해. 씨앗을 되찾고, 너희들은 '레바테인'의 녹으로 만들어 주마."


신모라는 검에 냉기를 두른다.

그것만으로 방이 추워진다.


아잔 "또 그거냐. 오니족은 단순하다니까. 짜식들아, 나를 지켜라!!"


***


신모라 "프로스트 윈드"!!"


신모라가 냉기를 뿜으면 공기 중에서 만들어진 얼음 알갱이가 총알처럼 아잔 일행을 덮친다.


아잔은 부하들에게 자신을 지키라 했지만, 그들은 아잔을 지키는 대신 옆으로 피해 냉기가 날아갈 길을 터준다.


아잔 "뭐하는 거야!?"


아잔은 얼음탄을 제대로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부하 "아쉽지만, 이제 여기에 네 편은 없어."

부하 (하지메) "네 부하들은 모두 『나』의 통제 아래 있거든."

아잔 "제, 젠장......!? 그 대마인이 뭔가 했나!?"

아잔 "하지만 잔재주로는 나를 이길 수 없어!! 전부 미쳐버리게 만들어주지──."


아잔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부하 (하지메) "음파 공격이다, 신모라!"

신모라 "그렇게 놔둘까 보냐!!"


지체없이 신모라가 냉기의 덩어리를 뿜어낸다.


그러자 아잔의 마스크가 얼어붙었고 음파는 윽......하고 작아져 사라졌다.


아잔 "젠장, 저온에서는 공기의 진동이......!"

신모라 "끝이다!! 냉폭호호氷爆濠濠!!"


아잔의 머리 위에 수없이 많은 고드름이 생겨난다.


아잔 "기, 기다려! 알았다! 내가 졌어! 씨앗은 돌려줄게!! 목숨만은 빼앗지 말아줘!"


승산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아잔은 벨트의 파우치에서 씨앗을 꺼내 신모라를 향해 굴렸다.


신모라 "......응, 확실히 위그드라실의 씨야......"

아잔 "오랜만의 한 탕 하나 했지만, 됐어. 목숨이 아깝다."

아잔 "──그런 이유로, 작별이다."

부하 (하지메) "앗!?"


두 사람이 씨앗에 주목한 틈을 타, 아잔은 숨겨둔 섬광탄을 작렬시키고, 시야가 돌아올 무렵에는 이미 자취를 감췄다.


신모라 "놓칠까 보냐!!"

부하 (하지메) "아뇨, 쫓는 건 포기하죠. 씨앗도 되찾았고."

신모라 "하지만......"

부하 (하지메) "게다가 제 몸이 슬슬 한계에요. 이러다가 죽는다구요."

신모라 "아, 그......그렇지. 먼저 원래대로 돌아가 줘."


이것이 하지메의 「전신의 술」의 오의.

한꺼번에 여러 사람과 몸을 바꾸는 기술이었다.


즉 하지메가 아잔의 부하들 모두 조종하고, 하지메의 육체에는 부하들의 정신이 한꺼번에 갇혀 있는 상태다.


착란한 그들이 날뛰지 않도록, 미리 신모라의 냉기로 하지메의 육체를 저체온 상태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신모라가 부하들을 얼려버리자, 하지메는 원래의 육체로 돌아간다.


하지메 "추, 춥워......떨림이 멈추지 않아......그래도 성공해서 다행이네요......"

신모라 "하여간, 어느 쪽이 무모하다는 건지. 좀 더 시간을 오래 끌었으면 죽었을 거야."

하지메 "뭐, 그건 당신을 믿었으니까요. 분명 금방 이길 수 있고, 씨앗을 얻어도 나를 방치하고 도망가지 않을 거라고."

신모라 "과연......"

하지메 "뭐 결과적으로 잘 풀렸으니 된 거 아닐까요. 으음, 아직도 몸이 얼어붙은 것 같아."


하지메는 드럼통에 피운 불 옆에서 손을 비비며 중얼거렸다.


신모라 "왜 나한테 그렇게까지 협력하는 거지? 네 임무는 조사 뿐이었을 텐데."

하지메 "어째서냐고 한다면......당신을 내버려둘 수 없었기 때문이려나요."

신모라 "흐음......이상해."

하지메 "신모라는 곧 마계로 돌아가나요?"

신모라 "그렇지. 일족을 위해 위그드라실의 씨앗을 다시 키워야 해."

하지메 "서리의 오니신은 마계의 빙설지대에 살고 있다, 라......역시 좀 난이도가 높은데......"

신모라 "난이도? 무슨 소리지?"

하지메 "그냥, 이별이 아쉬워서요. 임무를 완수한 후, 당신을 만나러 갈까 했거든요."


신모라 "나를? 왜?"

하지메 "근사하다고 생각한 여성을 다시 만나고 싶은 것은 이상한 걸까요?"

신모라 "......!"

신모라 "따, 딱히 저런 곳까지 찾아오지 않아도, 내가 다시 인간계에 올 거야."

하지메 "어, 정말요!?"

신모라 "딱히, 널 만나러 오는 게 아니야. 좀 더 견문을 넓혀 보고 싶을 뿐!"

신모라 "......그러니까, 다음에는 좀 더 즐거운 곳으로 안내해."

하지메 "물론이죠!"


하지메는 매우 기쁜 듯이 대답한다.

그 얼굴에는 혈색이 돌고 있었다.


그 후 신모라는 마계의 빙설지대로 돌아갔으나, 새로운 위그드라실의 발아発芽를 지켜본 뒤, 약속대로 다시 인간계에 왔다.


하지메는 위태로워 보이는 신모라를 이것저것 보필했고, 신모라도 그런 그에게 마음을 열어갔다.


그런 만남이 한동안 계속되어, 이윽고 마음이 통한 두 사람은──.


마침내 인간계에서 부부의 연을 올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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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법을 보니까 키라라 아빠

다른 사람이랑 몸 바꿔 살아있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