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몇 년 후.


오차에서도 떨어진 눈이 많이 오는 지방의 작은 마을. 이곳은 하지메의 고향이며, 오니사키 가문이 대대로 살아온 땅이기도 하다.


그런 마을에, 하지메와 신모라──그리고 갓 태어난 딸 키라라가 살고 있었다.


하지메 "오늘은"

신모라 "프레이야도 언젠가 인법이 각성할까?"

하지메 "글쎄. 오니와 대마인 사이의 아이는, 달리 모르니까."


마주보고 방석에 걸터앉으며 두 사람은 따뜻한 차를 홀짝거렸다.


밤에 키라라를 재운 뒤, 이렇게 부부끼리 한숨 돌리는 게 일과였다.


하지메 "그래도 네의 냉기를 이어받은 것 같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강할 것 같은데. 옆에서 재우다 보면, 추워서 어쩔 수 없어."


하지메는 어깨를 으쓱하면서도 행복한 듯이 웃었다. 신모라도 덩달아 미소짓는다.


신모라 "그럼 프레이야는 대마인으로 키울 거야?"

하지메 "그건 본인이 희망하기 나름이지. 본인이 지향하는 길로 갔으면 좋겠어."

하지메 "......하지만, 『오니의 피를 이어받는 대마인·오니사키 키라라』는 좀 멋있겠는걸."


하지메는 '오니'사키, 라고 강조하면서 말했다.


신모라 "오니사키는 옛날에 오니 퇴치를 생업으로 삼았기에 오니사키인 거지?"

하지메 "응, 어디까지나 전설이지만."


오차에서도 멀리 떨어진 이 지방에는, 아득한 옛날 오니들이 발호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윽고 조정에서 토벌대가 파견되어 오니들은 퇴치되었는데, 그 토벌대의 후손이 오니사키 가문이라는 전설이다.


정말 마계의 오니가 살았는지, 권력자가 자기를 따르지 않는 자들을 오니라고 불렀는지, 이제 와서는 알 수 없는 일지만.


신모라 "그런 집안의 아이가 오니의 피를 이어받았다, 어쩐지 아이러니하네."

하지메 "그런가. 오니 퇴치의 일족과 오니의 딸, 키라라는 분명 새 시대를 여는 대마인이 되어 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때 신모라가 무엇인가를 눈치챘다.


"신모라 "......쉿, 누군가 왔어."


신모라는 기척을 죽이고 일어나 레바테인을 숨긴 다음, 현관으로 향했다.


서리의 오니신 "신모라 님, 오랜만입니다."

신모라 "너는......"


낯익은 얼굴이었다.

확실히 신모라의 일족을 섬기는 전사 중 한 명이다.


고향에서 신모라가 귀여워하던, 네이스라는 소녀의 친척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네모라 "네이실. 오랜만이네. 이런 데까지 무슨 일이야."

네이실 "족장님이......아버님께서 살해당하셨습니다. 족장의 아우, 즉 신모라 님의 숙부에 의해서."

신모라 "아버지가!?"

네이실 "그리고 그 후계자인 오라버니도. 즉시 돌아가시지요.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신모라 "오라버니까지도......그럴수가......"


신모라는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그게 사실이라면 당장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신모라 "너는 나를 데려가기 위해, 혼자 온 거야?"

네이실 "네. 신모라 님께 전하기 위해 적의 포위를 뚫고,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여 이곳까지 도망쳐 왔습니다."

신모라 "그렇다면 거기 숨어 있는 자들은 적인가?"

네이실 "!!"


이번에는 네이실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리고 신모라가 간파한 대로──어두운 곳에서 서리의 오니신들이 소리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네이실 "감이 녹슬지는 않은 것 같군요. ──죽어주십쇼!!"


***


신모라 "하앗!!"


레바테인이 자객들을 한 번에 베어넘기려 한다. 하지만 이들은 수를 활용해 흩어져, 뜻대로 공격이 닿지 않는다.


신모라 "역시 한가닥 하는 녀석들만 모여 있네."

네이실 "신모라 님의 강함은 잘 알고 있으니까요."

서리의 오니신 "각오하시길."


서리의 오니신들은 신모라를 포위하고, 여기저기서 공격을 가한다.


10명이 채 안 될 정도의 숫자지만, 신모라의 싸움법을 아는 자들로 모였는지, 정면에서 힘겨루기는 하지 않고, 틈을 내어 쿡쿡 공격해 오는 식으로 신모라를 애태웠다.


신모라 "귀찮게......"


하지메에게 의지할 수 없다.

집 안에서 키라라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도록 신모라는 적에게 의식을 집중시키며 검을 휘두른다.


신모라 (게다가 아직 복병이 있어. 혼자? 그런데 이 녀석들보다 강해.)


네이실 "큿......역시 신모라 님. 인간에게 붙들려 있어도, 검술은 무뎌지지 않은 것 같군요."

네이스 "네이실 언니."



그때 "복병"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이 어린 서리의 오니신 전사, 네이스다.


네이실 "네이스! 마침 잘 왔어. 자, 신모라를──."

네이실 "으윽!?"

네이스 "......"


끝까지 듣지 않고, 네이스는 네이실의 목을 베어버렸다.


신모라 "네이스!? 이게 도대체......"

네이스 "신모라 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네이스는 동요한 자객들의 숨통을 차례로 끊더니, 신모라 앞에 무릎을 꿇었다.


네이스 "이 녀석들은 숙부 공의 자객들입니다. 녹봉이 줄어 곤궁하던 터에 족장 쪽에서 돌아섰습니다."

신모라 "네이스, 고마워. 하지만 그러면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살해당했다는 것은......"

네이스 "안타깝게도, 그건 사실입니다."

네이스 "위그드라실의 씨앗이 싹트기는 했지만 결실을 맺기에는 아직 멀었고, 저희는 여전히 곤궁합니다."

네이스 "가난은 다툼을 불러, 얼마 안 되는 부를 둘러싸고 집안끼리의 싸움이 일어나......기어어 족장이 권력을 노린 숙부 공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신모라 "그럴수가......"


신모라는 깜짝 놀랐다.

자기가 새로운 가족에 함께 있는 사이, 고향이 그렇게 되어 있었다니.


네이실 일행도 결국 숙부의 배신에 가담할 정도로 가난했다는 얘기일 것이다.


네이스 "숙부 공은 자신의 권력을 견고히 하기 위해, 족장의 핏줄을 숙청하고 있습니다. 오라버니께서 돌아가신 지금, 다음에 노리는 것은......"

신모라 "나라는 거구나."

네이스 "네. 이미 인간계에 제2의 자객을 들여보냈다고."

네이스는 "이미 이곳도 알려져 있습니다. 프레이야 님의 존재가 발각되는 것도 시간문제겠지요."


네이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신모라에게 고개를 숙였다.


네이스 "신모라 님. 마계로 돌아가 숙부 공을 토벌하고, 새로이 족장 자리에 앉으십시오."

네이스 "이제 그게 가능한 건 신모라 님 뿐입니다. 고향의 모두가 신모라 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모라 "물론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원수는 반드시 갚을 거야. 하지만......"


신모라는 집을 돌아보았다.


아직 어린 딸을 두고 마계로 돌아간다──도저히 그럴 기분이 들지 않는다.


신모라 "고향은 이미 숙부의 지배 아래 있을 거야. 거기에 혼자 가선 일이 쉽게 풀릴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신모라 "──당신은,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아?"


신모라가 묻자 현관문이 열리고 하지메가 나온다.


하지메 "이야기는 듣고 있었지만......"

하지메 "상황이 변한 이상, 여기에 있어도 머지않아 다음 자객이 찾아올 거야."

하지메 "예전처럼 평화롭게 살 수는 없다. 키라라의 존재도 조만간 알려지겠지."

신모라 "!!"

하지메 "그렇다면 여기서 적을 기다리는 것보다, 네이스 씨 말대로 네가 돌아가 숙부를 쓰러뜨리는 것이 좋을 거야."

신모라 "하지만, 그렇게 간단히 풀릴까."

하지메 "그러기 위한 방법도 생각해 냈어. 솔직히 마음이 내키지는 않지만."

신모라 "마음이 내키지 않는......방법?"

하지메 "네가, 살해당하는 거야."

하지메 "정확히는 살해당한 척. 대마인과 적대 끝에 토벌되었다는 식으로. 오차의 협조도 얻어 완벽하게 위장할 거야."

하지메 "네 숙부는 방심하겠지. 그동안, 너는 몰래 마계로 돌아가 아군을 늘려도록 해."

하지메 "그런 횡포를 부리는 남자라면, 반감을 품는 자도 많을 테지. 그런 이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거야."

하지메 "그리고, 때가 되면 단번에 거병한다."

네이스 "......확실히 대마인에게 토벌되었다고 한다면, 의심받지는 않겠지만......하지만 그러면."

하지메 "나는 상관없어. 하지만, 프레이야는......"

하지메 "내 품에서 지킬 거야. 네 숙부의 눈이 인간계에서 멀어지면 간단히 들키지는 않겠지."

하지메 "......뭣보다, 철이 들 때까지는 키라라에게도 거짓 정보를 전해둘 거야."

하지메 "당분간은 슬프게 만들겠지만, 그 애의 안전을 위해서."

하지메 "하지만 비밀을 지킬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반드시 진실을 전할 거야."

하지메 "그리고 네가 복수를 끝내면, 다시 우리 셋이서 같이 살자."

신모라 "......알았어. 당신을 믿을게."


신모라는 하지메의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신모라 "네이스. 먼저 마계로 돌아가 내가 몸을 숨길 만한 곳을 찾아줄래?"

네이스 "네. 예를 들어 대귀족의 영지 등이라면, 쉬이 들키지는 않을 겁니다. 짚이는 곳이 있으니 얘기 해보겠습니다."

신모라 "부탁해. 나도 준비가 끝나면 바로 갈게."

하지메 "나는 오차에 협력을 요청해 볼게."


이리하여, 오차의 협력을 얻어, 서리의 오니신 신모라는 대마인에게 토벌되었다──라고, 공식적으로 기록되었다.


이 소식은 마계에도 전해져 신모라가 죽었다고 생각한 숙부는 점점 더 포학해졌다.


그리고 몇 년 후, 신모라가 거병하자 자만하던 숙부는 허무하게 토벌당했다.


신모라는 그 기세를 몰아, 분열되어 있던 서리의 오니신을 통일, 통일왕 『라그나로크』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평화를 얻었을 무렵, 하지메은 이미 임무 중에 사망한 상태였다.


오차에 대한 은혜를 갚기 위해 위험한 임무에 기꺼이 참여하던 중 일어난 사고였다.


남겨진 키라라는, 아무것도 모르는 조부모의 집에서 소중히 길러져, 이윽고 오차학원에 입학한다.


......。


키라라 "전부 파파의 거짓말이었다는 거야......? 나와 엄마를 지키기 위해......?"

라그나로크 "긴 시간 동안 슬프게 할 생각은 아니었어."

라그나로크 "전란 속에서도, 널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었단다."


나는, 이야기를 듣고 내심 안심했다.


『대마인의 아이를 낳아, 살해당했다.』


라는 등의 이야기로, 꽤 잔혹한 진상도 상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 (그렇다고는 해도 선배로서는, 바로 마음이 풀리진 않겠지. 오랜 세월 그리 믿고 괴로워했으니......)


옆을 보면, 키라라 선배는 울먹이며,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 "저기, 키라라 선배. 일단 오차로 돌아가서 마음을 정리하죠. 임무 보고도 해야 하니까요."

키라라 "후우마......그렇네, 임무 중이었지."


임무라는 말을 듣고 키라라 선배는 조금 마음을 추스른 것 같다.


키라라 "그럼, 마마. 솔직히, 마음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지만, 마마가 살아 있어서 정말 기뻐."

키라라 "파파의 무덤에도 보고할게. 또, 마계에 만나러 올 테니까......"

라그나로크 "무슨 소리니?"


그러나, 떠나려던 키라라 선배에게 라그나로크는 딱 잘라 말했다.


라그나로크 "넌 이제 내 곁에서 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