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과 칼날이 서로 부딪히고 어둠이 짙게 깔린 밤의 숲에 불꽃이 반짝인다.


네 팔의 이형 검사, 요츠우데 요메이는 부하들과 연계하여 공격을 가한다.


요메이는 대마인의 마을에 전해지는 검술, 일도류의 검사로, 또 그 휘하의 닌자도 일기당천의 실력자들.


후우마 닌자로서 수련을 거듭한 카에데도 고전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카에데 "이가와의 닌자, 요츠우데 요메이라 했지, 왜 이런 짓을!?"


응전하면서 카에데가 외쳤다.


확실히 후우마 마을과 이가와 마을은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러 마계에 와서까지 항쟁을 벌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요메이 "......크크, 뻔하지. 너를 죽여 나의 이름을 떨칠 거다."

요메이 "신간지 카에데라고 하면 후우마 내에서도 손꼽히는 검사인 것 같으니까."

카에데 "그런 걸로!?"


카에데가 분노의 소리를 질렀다.


명성.


그런 이유로 무고한 이들의 집을 태워 함정으로 이용한 것인가?


하지만 그에 요메이도 분노와 모멸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외친다.


요메이 "『그런 것』이라고!? 너 같은 온실 속 화초가 뭘 알아!?"

요메이 "나 같은 괴물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고!"

카에데 "......!"


카에데 (그러고 보니──)


카에데는 예전에 후우마 마을에서 들은 어떤 정보를 떠올렸다.


이가와 장로중의 닌자 중에 요츠우데 요메이이라는 여검사가 있다.


그녀는 어머니가 마족에게 범해진 끝에 태어나, 네 팔이라는 이형의 몸으로 태어났다.


그래서 이가와 마을에서 멸시받고 자랐으며, 또 그런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누구보다 높은 지위와 명성을 바라고 있다.


요메이가 마족 토벌에 이상하리만큼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요메이 "......신간지의 계집애, 애초에 나는 네년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

요메이 "소문으로 듣자하니, 네년은 후우마를 뛰쳐나간 음양사 곁의 마족과 친하다는 모양이지?"


후우마를 뛰쳐나간 음양사──카에데의 사촌인 신간지 사쿄를 말한다.


그가 설립한 노마드의 프론트, 『Zero Nations』 사무실에서 카에데는 흡혈귀 블랙과 만났다.


요메이 "나 같은 아랫것들이 마족과 죽고 죽이는 동안, 네년은 그 마족과 사이가 좋다고!?"

요메이 "──웃기지 마!? 마족과 사람이 어울린 끝에는 파멸과 불행 밖에 없어! 그걸 네년에게 가르쳐 주지!"


이상한 원한과 증오가 담긴 참격을 카에데가 힘겹게 받아친다.


『마족과 사람이 어울린 끝에는 파멸과 불행 밖에 없다.』


그것은 블랙에게 동경을 품으면서, 마음 속 어딘가에서 두려워하고 있던 것이었다.


정말 자신의 마음이 올바른 것인가.


마족과 대마인이 맺어지는 것은 허용되는가.


하지만──.


카에데 "......당신의 생각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도 제 마음을 버릴 생각은 없습니다."


마족과 사람이 어울린 끝에 파멸과는 다른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믿어, 카에데는 블랙을 사랑했다.


카에데 "당신을 쓰러뜨리고, 이 자리에서 살아남는다. ──신간지 카에데, 간다!!"

요메이 "헷. 재미있군!"


대마인 슈트로 변한 카에데와 이형의 검사·요츠우데 요메이가 격돌한다.


카에데는 풍둔술사다.


그 양손 끝에 발하는 진공의 칼날 "보이지 않는 검".


그 한 쌍의 칼날과 신간지 '심안'으로 본 적을 한순간에 베어 죽인다.


사도류의 칼을 뚫고, 한순간의 틈을 타 요메이의 몸을 갈랐다.


그런데 거기서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이가와 닌자 "크윽!?"


카에데의 "보이지 않는 검"은 분명 요메이의 몸을 갈랐을 것이다.


그러나 선혈을 뿜으며 쓰러진 것은 수하인 닌자 중 한 사람이었다.


"무슨 일이지!?"라며 당황하는 카에데에게 상처 하나 없는 요메이가 웃는다.


요메이 "크크, 이것이 나의 인법이다. 네년의 검은 나에게 닿지 않아──."


이능계 닌법, "망뢰리亡擂罹".


그것은 자신이 받은 상처를 다른 사물이 대신 받게 하는 인술이다.


"어떤 방법"으로 대상에게 주인(呪印)을 새겨 상처를 대신 받게 한다.


요메이는 자신이 다치지 않고 계속 싸우기 위해, 이 주인을 부하들에게 새겨두었다.


카에데 "비겁한......!! 사람의 목숨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카에데가 분노의 소리를 냈다.


카에데는 아직 술의 상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부하의 목숨을 "총알받이"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요메이 "하하하하하하하하!! 그게 닌자라는 거다 계집!"


크게 웃는 요메이가 부하인 닌자와 함께 공격해 온다.


목적을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것이 닌자의 숙명──특히 이가와 장로중의 사람들은 강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카에데는 심안으로 한순간의 미래를 통찰하며 그 맹공을 견뎌낸다.


온몸에 상처를 입고, 상대의 피가 튀어 시뻘겋게 물들면서, 한 사람, 또 한 사람과, 요메이의 "총알받이"──장로중의 닌자들을 쓰러뜨려 갔다.


그리고──.


카에데 "자! 이것으로 끝이다, 요츠우데 요메이!!"


카에데는 상처를 입으면서도 요메이의 부하들을 모두 베었다.


이것으로 겨우 요메이 본인에게 카에데의 칼날이 닿는다──.


요메이 "크크크...."

카에데 "크윽!?"


어둠 속에 선혈이 흩날렸다.


깜짝 놀라 땅바닥에 무릎을 꿇는 카에데


조금 전과 같은 기괴한 현상이 다시 일어난 것이다.


카에데의 "보이지 않는 칼날"은 분명히 요메이의 몸을 갈랐다.


하지만 실제로 피를 흘린 건 공격한 카에데 자신이었다.


카에데 (설마, 나에게까지 인술을......!?)


요메이의 닌법 "망뢰리".


자신이 받은 상처를 남이 대신 받게 하는 해괴한 술을 어느새 걸고 있었다.


요메이 "하하하하하하!! 그러니까 말했잖아, 계집! 네가 뭘 하든 소용없다고!!"

카에데 "크으으윽!?"


카에데를 끝장내려 네 자루의 칼을 휘두르는 요메이


그렇지 않아도 요메이는 일도류의 달인, 게다가 이런 중상을 입고는 만족스럽게 움직일 수도 없다.


게다가 "망뢰리"의 술로 카에데의 공격은 봉쇄되어 있다.


이래서야 속수무책.


카에데는 고통에 허덕이면서 오로지 방어전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카에데 (윽......하지만, 아직 승기는 있어......!)


그래, 아직 카에데는 포기하지 않았다.


요메이의 칼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필사적으로 사고를 계속해, 어떤 것을 깨달았다.


카에데 (혹시......저 자의 인술, "피"를 매개로 하고 있나......?)


아까 카에데는 심안을 사용하며 장로중의 닌자들을 쓰러뜨렸다.


그때 본 미래통찰 속에서 어떤 기묘한 움직임을 하고 있는 닌자가 있었던 것이다.


마치 "스스로 카에데에게 베이러 오는" 것 같은 움직임.


그리고 실제로 그 자는 카에데에 베여 카에데의 몸에 자신의 피를 뿌렸다.


그 안에 요메이의 인술을 발동하기 위한 "뭔가"가 섞여 있다면......


카에데 "......"


카에데는 타인의 피로 물든 자신은 몸을 내려다보았다.


너무나 많은 양의 피, 이것을 단시간에 닦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요메이 "결국 지쳤나 계집! 마족 따위에게 꼬리를 흔든 것, 지옥에서 후회해라!"


깊은 출혈로 비틀거리고 땅바닥에 무릎 꿇은 카에데를 요메이가 덮친다.


하지만 그동안 방어전만 펼쳤던 카에데가 재차 "보이지 않는 칼날"을 발생시켰다.


카에데 "심안·도수풍검!!"

요메이 "뭐어!? 미친거냐 계집!"


요메이가 비웃다.


요메이의 인술 "망뢰리"로 카에데의 공격은 완전히 무효화 된다.


하지만──.


요메이 "카앗, 아아아......뭐야, 왜......"

카에데 "......"


털썩 요메이의 몸이 무너져 내린다.


"보이지 않는 칼날"로 베여 쓰러진 것은 요메이이었다.


카에데는 아슬아슬하게 요메이의 "망뢰리"를 벗어났다.


그것은 요메이의 인술이 너무 강력했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공격을 무효화하고 누군가가 대신하게 한다.


단지 피를 뿌리는 것만으로 이 정도의 인술이 발동한다고?


그 밖에도 발동 조건이 있으리라──그렇게 추측해, 적의 약점을 간파하는 심안·물(水)의 형을 사용해, 교묘하게 숨겨진 결계가 주위에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결계의 핵을 도수풍검의 "보이지 않는 칼날"로 파괴, 요메이의 "망뢰리"를 무효화하여 타도한 것이었다.


카에데 "크으으, 으윽......"


심한 출혈과 통증에 서 있지 못하고 땅바닥에 쓰러지는 카에데.


강적 요메이를 쓰러뜨렸지만 카에데의 부상도 컸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조금씩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카에데는 추격자를 처치하고 돌아오는 니자에몬과 로라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후 상처 치료를 위해 로로 자작령에 들른 카에데를 의외의 인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에드윈 블랙 "카에데, 네가 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부상은 대체......!?"

카에데 "블랙 님!?"


상처의 아픔도 잊고 카에데가 소리를 질렀다.


블랙은 이 시기, 노마드의 사업 협력자를 찾아 마계 곳곳을 돌고 있다.


로로 자작령에게 방문했던 것도 그 협상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음마족의 유력 귀족 리샤로부터 로로 자작령의 영주 엠마 로로를 통해 "신간지 카에라는 자가 방문할 테니 환영해 달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말을 듣고 놀란 블랙은 출발 예정을 미루고 이 로로 자작령에서 카에데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블랙 "보아하니 중상인 것 같군. 당장 영주에게 부탁해 의사를 구해오지."

블랙 "어쨌든, 먼저 쉴 수 있는 방으로 간다. 스스로 걸을 수 있겠나?"

카에데 "아, 네, 블랙 님, 그 정도는......"


놀라움과 기쁨으로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카에데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부상은 심하지만 조금은 걸을 수 있다.


블랙 "흠. 하지만 너는 강한 척을 하니까, 이럴 때는 순순히 남에게 의지하는 것이 좋아. 자, 카에데, 거들어주지."

카에데 "브, 블랙 님!?"

니자에몬&로라

"세상에!? 블랙 공......!?"

"꺄!? 굉장해요, 공주님 안기에요~!"


곁의 두 사람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카에데의 손을 잡은 블랙이 그 몸을 가볍게 안아올린 것이다.


카에데 "아와와, 블랙 님, 이건......"

블랙 "이런, 카에데......그렇게 날뛰면 데려가기 힘든데......?"

블랙 "자, 니자에몬과 그쪽 기사 아가씨도 함께 가지. 영주에게 소개할테니."


이리하여──.


블랙과 합류한 카에데는 이후 몇 주 동안, 그와 함께 마계 곳곳을 누비게 된다.


그런 평온한 시간 속에서 두 사람은 조금씩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 나갔다.


......


사령경 영내의 오래된 유적


카에데 "으......"


카에데는 피폐한 몸을 이끌고 추격자로부터 계속 도망치고 있다.


그동안 그녀의 머릿 속에 떠오른 것은 그 싸움 때 들었던 말이었다.


『마족과 사람이 어울린 끝에는 파멸과 불행 밖에 없어!!』──.


이가와 장로중 닌자·요츠우데 요메이가 증오와 함께 내뱉은 말.


흡혈귀 블랙과 맺어져, 카에데는 사령경이라고 자칭하는 기괴한 자의 표적이 되어, 이렇게 갓 태어난 딸과 함께 사지를 헤매고 있다.


그때의......요메이의 저주와도 같은 말이 현실이 된 것일까......?


카에데 "......아니야, 그럴리가. 나는, 분명 행복했어."


카에데는 팔 안에서 미소짓는 아기를 꽉 껴안았다.


아기는 어느새 눈을 뜨고 엄마인 그녀를 향해 순진하게 미소짓고 있다.


그래, 카에데는 행복했다.


다정한 가족에 둘러싸여 자랐고, 사랑하는 자와 맺어졌고, 둘도 없는 두 딸을 얻었다.


설령 어떤 "끝"을 맞이하든,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길에 후회는 없다.


카에데 (그렇지, 펠리시아...아니, "후미카".)


카에데가 팔 안의 아기에게 미소를 지었다.


펠리시아는 사령경 테우타테스가 축복한 마족으로서의 이름.


하지만 아기에게는 또 하나의 이름이 있다.


그것은 그녀와 블랙이 생각했던, 아기의 인간으로서의 이름.


"후미카"──신간지 후미카.


후미카 "꺄아, 꺄아♪"

카에데 "후훗......"


갓난아기를 끌어안은 카에데 눈동자가 살짝 젖는다.


이 애만은 죽게 둘 수 없어.


비록 사령경의 축복으로 어둠에 물들어, 영혼까지 어둠에 빠진다 해도.


그래도 이 아이가 가는 곳에, 파멸과 불행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고 믿고 싶다──.


테우타테스 "......크크, 귀찮게 해주는군, 카에데."

레이스 「──────」

카에데 "......"


그때 레이스를 거느리고 사령경 테우타테스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보였다.


유적 밖에는 다수의 마물의 기척. 완전히 포위되었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은 없다.


카에데 "당신은 뭘하고 싶은 거야......? 이렇게까지 나나 블랙 님에게 집착해, 도대체 무엇을 노리는 거야......?"

태우타테스 "나 말인가? 크크, 나는 너의 "심안"이 바라본 그대로다."

태우타테스 "그냥 텅 비어. 허무의 가람동. 그래서 강하게 '완전'을 바란다."

카에데 "......?"

테우타테스 "그 자──흡혈귀 블랙이 '전생'에 불사의 힘을 잃어서 태어난 것이, 바로 나다."


피폐해진 카에데를 내려다보며 테우타테스가 공허한 웃음을 울린다.


블랙의 불사의 힘의 비밀은 자신이 죽으면, 그 힘을 섞어 보다 막강한 힘으로 세상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완전한 불사가 실현될 때까지 여러 번 파괴와 창조를 거듭하는 무적의 힘.


그런데 그 중에서 어떤 오류가 생겼다.


테우타테스 "놈의 힘의 일부가 '교환'된 것이다."

테우타테스 "놈은 불사의 힘을 잃고 대신 '전생'에 놈을 쓰러뜨린 자의 '사안'을 얻었다."


블랙이 세계의 파괴와 창조를 거듭하면서 생긴 하나의 오류, 거기서 '사령경'은 탄생했다.


테우타테스 "크크, 그러니──나는 완전한 세상을 쫓아, 만들어낼 거다."

테우타테스 "'창조자'인 블랙을 삼켜, 완전한 패자覇者가 되어 나는 이 세상을 손에 넣을 것이다."

테우타테스 "자! 그러니, 카에데──블랙의 아내여!"

테우타테스 "그 뱃속의 아이──내 "어둠"의 씨를 사랑으로 기르는 거다!"

테우타테스 "블랙의 피를 이어받아, 나에게 축복받은 펠리시아와 함께!"

테우타테스 "그 역할을 마친 후, 네게도 완전한 세계의 행복을 안겨주마! 크하하하하!!"

카에데 "......불쌍하네, 테우타테스.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테우타테스 "뭐!?"


카에데가 차갑고 맑은 눈동자로 사령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에데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카에데 "마치 아이가 처음 얻은 장난감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처럼, 당신은 처음 얻은 의사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어."

카에데 "......불완전한 것이 생명이야. 생명은 불완전한 것들끼리 서로를 지지해. 완전한 세계에서는 아무것도 태어나지 않아."


게다가──하고 카에데가 가슴 속에서 속삭이고 있었다.


행복은 이미 얻었다.


블랙과, 쿠레나이와, '후미카'──그녀가 얻은 둘도 없는 행복.


어떤 "끝"을 맞이하든, 카에데는 자신이 살아온 길에 후회는 없다.


카에데 "그러니까, 사령경 테우타테스! 네 뜻대로 되지는 않겠어!"

테우타테스 "!!!?"


어둠 속에 선혈이 솟구친다.


카에데가 자신의 경동맥을 뚫은 것이다.


그것은 각오하고 있던 것이었다.


도망치지 못하면 자결할 수 밖에 없다고.


지금 자신의 몸에 깃든 것은 쿠레나이나 후미카와는 다른, 완전한 어둠.


이것이 태어나면 자신도 함께 어둠에 휩쓸려, 사령경의 하인이 되어 블랙이나 딸들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가 될 것이다.


그러니 그 전에 생명을 끊는다.


하지만──.


카에데 "무력한 엄마를 용서해주렴, 후미카......"


목덜미에서 선혈을 쏟으며 카에데가 품 안의 아기에게 속삭인다.


단 하나의 아쉬움은, 이 아이를 아빠와 언니에게 돌려주지 못한 것......


카에데 "혼자서라도, 강하게 살아가는 거야, 후미카......"

카에데 "저 자의 힘으로 어둠에 물든다고 해도, 그것에 휩쓸리지 않고, 그리고 언젠가는......엄마의 바램, 잊지 말아줘......"


그렇게 속삭이며 숨이 끊어지는 어머니의 모습을, 아기는 무구한 눈동자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