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훌륭한 양옥이었다.


나기리 마을에 있던 여느 집들과 달리 누추한 기색도 없다.


창문에는 불이 켜져 있고, 이상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 여기에 있을 리가 없다는 것 하나만 빼면.


나 "어이어이......"

헤비코 "후, 후, 후마짱, 존 씨의 저택...통째로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하지 않았어?"

시카노스케 "평범하게 세워져 있잖아! 게다가 뭔가 밝기도 하고!"

코로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다.)"


귀신이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코로 선배가 말했다.


나 "그렇다면?"

코로 "(악령의 덩어리?)"


코로 선배는 손가락 끝을 뺨에 대고 귀엽게 말했다.


시카노스케 "ㅈ, 집이?? 저 집이!?"

코로 "(엄청난 힘이 느껴져. 이런 건 처음 봐)."

헤비코 "어떻게 할 거야? 후마짱!"


시카노스케도, 헤비코도 가까워지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뭐, 나도 그렇지만,


코로 "(......)"


코로 선배는 예의 인피일기를 꺼내, 그 표면을 어루만지고 있다.


나 "뭔가 읽을 수 있겠어요?"

코로 "(아직 무리. 안에 들어가고 싶은가 봐.)"

나 "들어갈 수 밖에 없나?"

시카노스케 "어이, 거짓말이지!"

나 "밖에서 기다려도 돼"

시카노스케 "바보! 혼자 두지 마! 하지만 어떻게 들어갈 생각인데! 유령의 집이야, 유령의 집!"

헤비코 "불이 켜져 있다는 건, 안에 누군가 있다는 거지?"

나 "일단 초인종이라도 눌러볼까?"

시카노스케 "너 배짱 한 번 두둑하네!"


나 "코로 선배, 어떻게 할까요?"

코로 "(좋을 것 같아. 평범하게 들어갈 거라면.)"


코로 선배도 동의해 줬다.


코로 "(유령의 집이지만)."


그렇게 덧붙이긴 했지만.


우리들은 저택으로 다가가, 조심스레 초인종을 눌렀다.


집사 "어서오시길."


평범하게 문이 열리고, 누가 봐도 집사라는 이미지의 마족이 나왔다.


집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파티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나 "기다렸다니, 우릴?"

집사 "그렇습니다."

코로 "(파티라니?)"

집사 "밀렌 아가씨의 13번째 생일 파티입니다. 들어오시길."


코로 선배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도 들리는 것처럼, 집사는 공손하게 우리들을 안으로 불러들였다.


헤비코 "후마짱?"

시카노스케 "어쩌려고!?"

코로 "(모처럼 권해왔고, 들어가자.)"


망설이지 않고 들어간 것은 역시 코로 선배였다.

우리들 셋도 뒤를 잇는다.


밖에서 보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저택 안에는 조금도 부자연스러운 구석이 없다.


그게 역으로 너무 부자연스럽다.


집사 "본 저택에 손님을 모시는 건 오랜만입니다."

집사 "주인님도 얼마나 좋아하실런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소리도 없이 걸으며 (발은 달려 있지만) 집사가 우리를 안내한다.


나 "주인님이란, 마술사 존 요제프 존디 씨?"

집사 "그렇습니다."


역시 그런가.


그러나, 사라졌을 터인 저탹과 그 주인이 왜 지금도 존재하는가.


나는 앞을 걷는 집사의 등을 가리키며, 코로 선배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


나 "저거, 유령인가요?"

코로 "(......)"


코로 선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집사를 응시하고 있다.


나 "코로 선배?"

코로 "(확실치 않아. 영혼의 흔적이 잘 보이지 않고. 살아 있다고도, 죽었다고도 할 수 없어).

나 "......"


코로 선배의 혼둔술은 시체나 유류품에 새겨진 사념을 읽을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떠도는 사람들의 영혼의 기척도 희미하지만 감지한다.


하지만 지금의 대답은, 저것은 유령이라 하기에는 애매하다.


시카노스케 "저기, 헤비코. 코로 선배는 뭐라 말하는 거야?"

헤비코 "살아 있다고도, 죽어 있다고도 할 수 없대."

시카노스케 "어느 쪽도 아니라고? 그거 유령보다 위험한 거 아냐..."

헤비코 "응, 무섭네......"


헤비코과 시카노스케가 수군거리고 있었다.

확실히 무섭다.


이대로 계속 따라가야 할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 「――――――」

헤비코 "꺄아아아아아악!!"


헤비코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나 "뭐야?"

집사 "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헤비코 "후, 후, 후마짱!! 지, 지금, 저, 저기에 여자아이!! 머리가 긴 여자아이가!!"


헤비코가 목소리를 떨며 벽 쪽을 가리킨다.


나 "여자아이!?"


거기에는 아무도 없다.


시카노스케 "헤비코! 그러지 마!"

헤비코 "그, 그치만 정말로 있었는걸!"

나 "코로 선배님?"

코로 "(나는 보지 못했어.)

헤비코 "하지만 있었어요, 코로 선배. 헤비코, 분명히 봤어요, 여자아이!"

코로 "(......)"


코로 선배는 지목한 곳 주변과 헤비코를 번갈아 보았다.

뭔가 생각하는 눈치다.


집사 "밀렌 아가씨겠죠. 자, 이쪽으로."


집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복도를 안내해, 이윽고 주인의 방에 다다랐다.


존 "어서 오게나. 내가 존 요제프 존디. 이곳의 주인이다."


우리를 맞이한 것은 척 봐도 악의 마술사 같은 남자였다.


사람을 겉모습만으로 판단하기 싫고, 그닥 남 말 할 입장은 못 되지만, 검은 눈동자, 검은 머리, 검은 지팡이, 검은 로브와 검정색 투성이의 스타일.


뭔가 흉계를 꾸미고 있는 듯한 거만한 미소


이런 게 착한 사람이면 거짓말이겠지, 하는 외형이다.


존 "내 저택에 손님이 온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자네들을 진심으로 환영하지."

존 "오늘 밤은 나의 딸 밀렌의 13번째 생일."

존 "마을 주민들을 불러 조촐한 파티를 벌이는 중이지. 부디 즐겨주게."


남자의 목소리에는 생기가 있었다. 눈에도 힘이 있다.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모르지만, 압도적인 존재감이다.


코로 "(......!)"


코로 선배도 눈을 부릅뜨고 있다.


존 "밀렌, 밀렌, 어디있지? 이상하군, 아까까지 있었는데?"


존은 딸을 찾고 있었는데,


존 "뭐야, 그런 데 있었구나. 밀렌, 거기 숨어 있지 말고 손님에게 인사하거라."

??? "ㄴ, 네, 파파......"

나 "어!?"


가냘픈 목소리는 바로 옆에서 들렸다.

하지만, 그것을 입에 담은 건 헤비코였다.


시카노스케 "헤, 헤비코!?"


시카노스케도 깜짝 놀랐다.


코로 "(누군가 빙의하고 있어.)"


코로 선배가 나한테 귓속말 했다.


나 "......!"

헤비코(밀렌) "밀렌입니다. 생일을 축하하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헤비코는 치맛자락을 잡고 무릎을 굽혀 점잖게 인사했다.


이 표정, 이 몸짓.

이건 헤비코이 아니야. 딴 사람이다.


존 "밀렌, 손님을 큰 방으로 모시거라. 파파는 할 일이 있으니."

헤비코(밀렌) "네, 네......파파......"


헤비코는, 아니 밀렌은 내게 쭈뼛쭈뼛 오른손을 내밀었다.


헤비코(밀렌) "오빠, 가자."


손 잡길 원하나?


코로 선배를 돌아보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나 "자, 잘 부탁해요, 난 후마야."

헤비코(밀렌) "응."


나는 밀렌의 손을 잡았다.


나 "......!!"


차갑다.

마치 죽은 사람 같았다.


큰 방은 저택 입구 바로 근처에 있어, 확실히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차려입은 손님들이 많고, 제각기 담소를 즐기고 있다.


테이블에는 요리도 갖추어져 있지만, 과연 입에 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헤비코(밀렌) "오빠......"

나 "뭐야?"

헤비코(밀렌) "......즐겨주세요. 그쪽의 오빠와 언니도."

시카노스케 "나, 나? 음, 응."

코로 "(고마워.)"

나 "아, 음......생일 축하해...."

헤비코(밀렌) "......응......고마워......"


무심코 나온 축하의 말이었지만, 그녀는 무뚝뚝하게 사의를 표한 뒤 손을 떼고 벽가로 물러났다.


그 모습은 유령처럼 덧없고, 헤비코 째로 쓱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마루에 모인 사람들은 밀렌(헤비코?)을 눈치채지 못한 듯 아예 그녀를 무시한다.


코로 "(이곳의 사람들도 영혼이 잘 보이지 않아. 그런데 다들 너무 괴로워 보여. 살아 있으면서도, 죽은 것 같아.)"

저 "아까 그 마술사의 짓인가요?"

코로 "(굉장한 힘을 느꼈어. 그가 이 장소의 중심. 그리고 그 사람만은......살아 있어.)"

나 "살아있다?"


코로 선배는 고개를 끄덕인다.


코로 (아까 보고 확신했어.)


사람의 영혼을 직접 보는 코로 선배의 말이다. 확실하겠지.


하지만, 그렇다면──.


나 "다른 세계의 것을 호출하려다 저택 째 사라졌다는 것과 달리 사실은 쭉 여기서 살아왔다고?"

코로 "(속단은 금물, 탐정의 기본.)"

나 "그런가......그렇군요. 그 일기는 어때요?"

코로 "(확인해 볼게.)"


코로 선배는 일기를 꺼냈다.


코로 "(잔류사념의 방해가 사라져 있어,)"


일기장을 펼친다.


확실히 일기인 것 같다. 날짜는 지금으로부터 153년 전이다.


코로 "(읽어볼게.)"


코로 선배는 황천록을 이용해 팔랑팔랑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쓰여진 문자 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썼을 때의 생각까지도 읽고 있다.


코로 "(이계의 존재를 불러내는 의식에 대해 자세히 적혀있어......)"

코로 "(필요한 것은......99명의 생명......)"

코로 "(덧붙여......최후의 한 사람은......혈육의 영혼......)

나 "설마 친아버지한테 살해당했다? 이계의 것을 불러내기 위한 희생양으로?"

코로 "(모르겠어. 일기는 여기서 끝난어. 생일 전날.)"

코로 "(내일, 의식을 치른다고 해. 기대, 고양, 불안, 방황, 죄책감......여러가지 생각이 달라붙어 있어.)"

나 "하지만 결국......"

코로 "(아마도......)"


시카노스케 "그래서 유령이 되어 지금도 방황하고 있는거야? 아무리 그래도 너무한 거 아냐?"


시카노스케는 유령이 무서운 것 이상으로 의분에 사로잡힌 듯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들은 밀렌을, 그녀가 빙의되어 있는 헤비코를 보았다.


헤비코(밀렌) "......"


일견, 떠들썩한 파티에서 혼자 쓸쓸한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녀의 생일인데.


정말로 친아버지한테 살해당했나?


그래서 지금도 방황하는 걸까? 아니, 잠깐.


밀렌이 아버지에게 살해당했다면, 이계의 존재는 불려온 걸까?


그렇다면 왜 생일이, 의식의 날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저택과 존이 존재했던 이유는?


수수께끼는 증가해 갈 뿐이다.


시카노스케 "야, 후마......저 애, 그냥 나둬도 되는 거야?"

시카노스케 "뭔가 굉장히 불쌍하고, 만약 정말로 아버지에게 살해당하거나 한다면, 성불? 이라든지 시켜주는 것이 좋지 않아?"

나 "그건 그렇지만......코로 선배?"

코로 "(나도 그 편이 좋다고 생각해. 하지만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이, 경쾌한 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삼박자의 느긋한 선율. 곡명은 몰라도 분명 왈츠다.


댄스 타임이라고나 할까, 손님들은 제각각 짝을 지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헤비코(밀렌) "......"


밀렌의 표정이 조금씩 변했다. 춤을 추는 손님들이 부러운 듯 바라보고 있다.

  

시카노스케 "쟤, 자기도 춤추고 싶은 거 아니야?"

나 "그런가 보네. 네가 꼬셔보는 건 어때?"

시카노스케 "나, 이런 댄스 같은 건 몰라"

코로 "(넌 못하니?)"

나 "나도 그런 건.......아, 아니, 기다려. 어쩌면 춤을 출 수 있을지도 몰라."

시카노스케 "뭔 소리야?"

코로 "???"


나는 일전에 체험한 가상세계의 시뮬레이션을 떠올렸다.


아니, 결국 그것은 시뮬레이션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꿈도 현실도 아닌 미래세계 코델리아의 사건들을 말이다.


거기서 나는 앨리시아에게 사교댄스를 배웠다.

어쩐지 춤을 출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밀렌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나 "밀렌, 나랑 춤춰줄래?"

헤비코(밀렌) "오빠랑?"

나 "응, 그닥 잘하진 못하지만."

헤비코(밀렌) "그럼 밀렌과 함께."


밀렌은 싱긋 웃으며 오른손을 뻗어 왔다.


그 손을 왼손으로 꽉 잡고 오른손은 등 뒤로 돌려 단단히 받친다.


나 "하나, 둘, 셋......하나, 둘, 셋......"

헤비코(밀렌) "하나, 둘, 셋......하나, 둘, 셋......"


둘이서 리듬을 잡고 시작을 내디딘다.

좋아, 잘 됐어.


우리는 어색하면서도 춤의 고리에 끼여 춤을 추기 시작했다.


스텝은 기억나지 않지만 밀렌도 비슷한 것 같아 균형이 잡혀 있었다.


헤비코(밀렌) "밀렌에게 손 내밀어 준 건 오빠가 처음이에요. 굉장히 재미있어요."

나 "그거 다행이네."

헤비코(밀렌) "에헤헤."


조금 전까지 울상이었던 밀렌이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그 손도 몸도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그대로였지만.


시카노스케 "후마 녀석, 제법이네. 어디서 저런 걸 배웠지?"

코로 "(뜻밖의 특기. 젠틀맨?)"


풋풋한 커플 같은 두 사람에 시카노스케와 코로가 감탄한 그 때였다.


파티 손님


「ギギギャ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ッ!!」

「グギギィイイイイイイイイイイイッッ!!」

「ゲヒヒヒイイイイイイイイイイイッ!!」


춤추던 손님들이 일제히 기성을 질렀다.


옷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그 아래에서 끔찍한 신체가 나타난다.


일그러진 얼굴, 옹기종기 구부러진 육체, 배에서 여러 가닥 돋아난 다리.


거미와 지네, 그리마 등의 벌레를 섞어놓은 듯, 메스꺼움을 자아내는 모습이다.


그 벌레인간들이 서로를 죽이기 시작했다.


서로의 몸을 물어뜯고, 손발을 잡아먹으며, 질겅질겅하고 서로 잡아먹는다.


나 "뭐야!?"

쟈코(밀렌) "오빠! 무서워!!"


너무나 갑작스런 이변에 그들 사이에서 춤을 추던 두 사람이 멈춰선다.


벌레인간

「!!!!!」

「!!!!!」

「!!!!!」


벌레인간들의 겹눈이 번쩍 빛난다.

새로운 먹이를 발견한 눈이다.


시카노스케 "위험해!!"

코로 "(도우러 가자!)"


시카노스케와 코로는 망설임 없이 뛰어나갔다.


***


코로 "(일도류 '사체겹겹'.)"


코로 선배가 우리를 향해 곧장 들이닥쳤다.


서거어억!!


보이지 않는 거합에 몇 명의 벌레인간을 연거푸 벤다.


벌레인간

「ギャギャギャアアアアッ!!」

「クシャアアアアアアアアッ!!」


검붉은 피와 살점이 흩날리고, 녀석들은 나와 밀렌을 제치고서 죽은 동료들의 고기를 탐하기 시작했다.


코로 "(일단 후퇴하자.)"

시카노스케 "후마! 서둘러!!"


큰 방 밖까지의 퇴로를 확보한 시카노스케가 저쪽에서 외치고 있다.


헤비코(밀렌) "무서워, 무서워."

나 "꽉 잡고 있어."


나는 떨고 있는 밀렌을 껴안고 달리기 시작했다.


큰방에서 복도로 뛰어나온다. 여기서라면 맞받아 칠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자세를 취했는데, 놈들은 한 마리도 안 나온다.


벌레인간

「ギシャアアアアアアッ!!」

「グギャギャアアアアアアッ!!」


놈들은 우리 따윈 관계없다는 듯 서로 죽이고, 먹고, 점점 수를 줄여간다.


벌레인간 「ギャギャギャアアーーーーーーッッ!!」


마지막 남은 한 마리가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지르는 다음 순간,  뭔가 강한 힘으로 찢긴 듯 그 녀석도 조각조각 난다.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큰 방에는 놈들이 서로 헤집어 놓은 피와 살의 잔해만이 뒹굴고 있다.


시카노스케 "히이......녀석들 전부와 싸우지 않고 넘어가서 다행이지만......"

나 "서로 잡아먹는 건 끝난 것 같아."

헤비코(밀렌) "......끝나지 않았어."

코로 "(......!!)"


벌레인간들의 잔해가 갑자기 사라지고 원래의 인간 모습을 한 손님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처럼 즐겁게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멍한 우리들 앞에서 다시 경쾌한 왈츠가 흐르기 시작하고, 손님들은 벌레인간이 되어 서로 잡아먹기 시작한다.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코로 "(후마군, 문을 닫아.)"


너무나 이상한 광경을 계속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나는 큰 방의 문을 닫았다.


헤비코(밀렌) "싫어......이젠 싫어......"


밀렌은 눈을 감고, 두 손으로 귀를 막고,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았다.


시카노스케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코로 "(일기에 쓰여 있던 99명의 목숨. 그래서 서로 죽이고 있어.)"

나 "그렇구나......고독의 종류인가?"

코로 "(그런 것 같아.)"

시카노스케 "아, 고독이란 건 그거지? 벌레를 한 상자에 채워 넣고 서로 잡아먹히게 하는 거."

나 "그것을 인간으로 행하고 있는 거겠지. 원래부터 저런 모습이었는지, 술법 때문에 저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카노스케 "너무 위험하잖아. 근데 왜 똑같은 걸 반복하지?"


나 "이 저택 자체가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느낌이야."

나 "이계의 존재를 불러내려고 한 날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나 할까......"

코로 "(나도 그렇게 생각해.)"

코로 "(의식이 잘 되지 않아 저택째 세계에서 튕겨나간 건지, 어쩌면 아직 의식 도중일지도?)"

나 "아직 의식 도중......"

시카노스케 "당장 여기를 나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런 데 계속 있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구."

시카노스케 "일단 나가서 태세를 다시 정하자, 헤비코도 원래 상태로 돌아갈지도 모르니까."


겁이 많은 시카노스케다운 의견이지만 지금은 맞는 말 같다.


슈발리에에게 연락해 조언을 구하거나, 차라리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방법도 있다.


헤비코(밀렌) "아니, 밀렌,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


밀렌이 내 옷소매를 붙잡고 머리를 흔들었다.


헤비코(밀렌) "오빠, 가지 마. 밀렌을 혼자 두지 말아줘. 무서워, 무서워......"


눈에 눈물도 글썽이며 가지 말라고 하소연한다.


나 "코로 선배, 어떻게 할까요?"

코로 "(싫어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봐. 억지로 끄집어내는 것은 헤비코에게도 좋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나 "그리고?"

코로 "(분명, 이 밖으로 나갈 수 없겠지.)"

나 "......!"

시카노스케 "뭐야!?"


사형선고 같은 코로 선배의 작은 목소리를 시카노스케도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시카노스케 "우와아아아아악!! 후마!! 정말로 문이 안 열려!!"

코로 "(역시.)"

나 "갇혔다는 건가."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