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층


미연 돌격대의 사령부──.


【토키코】 "......"


수많은 파편과 시체가 굴러다니는 사이로, 토키코는 이오가 사용하던 컴퓨터를 훔쳐 자신의 천리안을 이용해 접속한다.

토키코에게 시야를 빼앗긴 드론은 계속 당주를 찾아 헤맸다.


그 시야는 순식간에 광란의 도가니 사이사이를 움직이며 당주의 모습을 찾아 구석구석 훑는다.


【토키코】 "당주님, 당주님......어디 계시는 거에요......"


땀방울이 그녀의 창백한 피부를 따라 흘러내리고, 그녀는 목숨을 걸고 당주를 계속 추적한다.

그리고──.


【토키코】 ...찾았다! 당주님을 찾았..."


토키코는 결국 그를 발견했고──불길이 치솟아 뜨거운 공기가 스크린을 통해 전달되는 것도 보았다.


킹덤의 공업지구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나】 "아, 하아...엑?!"


불덩어리가 허공을 날아다니고, 예상을 뛰어넘는 불똥이 빗발쳤다.

그는 빠르게 반응해, 폭발에 당해도 최소한의 부상으로 억눌렀다.


하지만──곁에 있던 부하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었다.


【나】 "──시발! 시바아아알!!"

【마이카】 "하! 드디어 하나만 남았군. 덕분에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고..."


폭염이 그의 부하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서 바주카를 짊어진 여자가 나타났다.


【나】 "네년이......감히......!"


분노와 복수심에 가득 찬 눈으로 마이카를 똑바로 응시한다

그러나 마이카의 뒤에서 그녀의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화둔중과 비교하면 굉장히 초라한 상태였다. 


남은 건 그 한 사람 뿐.

완전히 고립되어 있다.


【마이카】 "이런이런...겨우 그 정도의 힘만으로, 이제껏 살아남았단 말이야?"


마이카의 말에 입술을 깨물지만, 그녀의 말대로다.

그가 아직 살아있는 것은 기적일지도 모른다.


그를 구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나】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그의 사안에 담긴 능력으로는 마이카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이 힘만으로는, 마이카와 화둔중에 패해, 죽을 것이다.


【나】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아...어떤 절망 속에서라도, 기회가 포착된다면 바로 뒤집어주겠어...)


그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힘의 우열을 뒤집고, 마이카의 폭염을 훔치는 것이다.

그러나 5분 안에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어렵다.


마이카가 얼마나 강한 능력을 가졌어도, 숫자의 차이에, 내 체력은 고갈되어 가──죽음만 기다리게 될 것이다.


【나】 "알고 있어...그래도!"


만약 그가 죽어간 부하들을 위해 복수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걸 마이카의 능력으로 할 수 있다면, 수지는 맞는다.


【나】 "──좋아, 후회하게 만들어 주지!"

【마이카】 "드디어 싸울 마음이 들었나!! 좋아, 해보자고!!"


피로와 부상을 억누르며, 그는 일어서 마이카를 노려본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마이카는 바주카의 주둥이를 젖히고 얼굴에 전쟁광 같은 미소를 띠고 서 있다.


일촉즉발. 만약 아무 일도 없었더라면, 그들은 동시에 움직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에──."


【나】 "…? 이건 뭐지...?"

【마이카】 "어?"


다른 드론과 달리 그 드론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은 조용하고 이상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벌처럼 생겼다.


총구를 조준하는 대신 더 가까이 다가와 맴돌며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다.


【마이카】 "뭐냐? 네 애완동물인가!?"


이럴 리가 없는데──그때, 갑자기 왜 드론이 그렇게 이상하게 움직이는지 눈치챘다.


【나】 (설마──토키코...)


그렇게 생각할 근거는 전혀 없었지만, 그래도 확신이 들었다.

항상 그를 신경쓰는 토키코가 생각나 무심코 껄껄 웃었다.


【나】 "후...후후...그래──만약 내가 싸우다 죽는 것과 더 오래 사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조금 더 오래 살아남는 길을 선택하겠지."


애초에──나는 비열하게 살아왔고, 그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마이카】 "──어...엣? 하아아아아?!"


그의 웃음과 함께 드론은 그를 인도한다.


방심하고 있던 마이카는 그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하며 아연실색한채 추격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마이카】 "제...젠장! 도망가는 거냐! 따라가! 녀석을 놓치지 마라!"


그 직후, 마이카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부하와 함께 그를 쫓았다.


80


【나】 "허억...허억...허억"


폭염과 고함, 그리고 진한 피비린내가 그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래도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계속 달려, 킹덤 시내에 닿는다.


그 끝에 기대하던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 "후우......토키코!"


그를 이곳으로 인도한 드론이 향하는 곳에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틀림없이 후마 토키코다.


【토키코】  "당주님!!! 다행이다...무사하셨군요!!"


눈가에 눈물이 고였고,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토키코가 그를 발견하는 순간, 와락 껴안았다.


【나】 "어, 어이 토키코......"

【토키코】  "당주님...저, 정말정말 걱정했어요."


눈물로 젖은 볼을 비벼오며, 그녀는 내 귓가 근처에서 오열했다.


【나】 "아...걱정끼쳐 미안하다."


나는 토키코를 끌어안아, 등을 어루만지고 머리를 쓰다듬어 그녀를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그리고, 그 순간──.


【마이카】 "이런이런! 내가 방해하는 건가♪"


마이카는 말하는 동안 바주카로 겨냥하며 공격할 준비를 했다.

상대방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이곳은 전쟁터다.


그녀는 후마 당주의 말살이라는 자신의 목적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마이카가 방아쇠를 당기면, 토키코 또한 폭사할 터지만──.


【레이카】 "하아아아앗아!!"

【마이카】 "뭣──칫!"


레이카의 공격 탓에 타이밍이 늦었다.

튼튼한 바주카로 검격을 받아낸다.


마이카는 불리함을 느끼고, 몸을 비틀어 바주카를 휘두른다.

마이카는 세 사람과 거리를 두며 힘차게 물러났다.


그녀의 무기는 장거리 전용이라 근접전에는 불리하다.

아주 짧은 시간, 마이카는 한순간에 유리한 간격을 되찾았다.


그녀의 판단력과 운동신경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공격 자세를 취하고도 후마 일당의 두 사람을 노릴 수 없다.


【마이카】 "너...너 음양사냐?!"


마이카는 제 앞을 가로막은 레이카를 바라보며 고함을 터뜨린다.


【레이카】 "그래, 대마인과 싸울 생각은 없다."

【마이카】 "그런데 왜──."

【레이카】 "하지만...토키코를 해치는 것은 용납하지 않아."

【마이카】 "뭐?! 이 년이, 죽여버리겠어!!"


마이카는 소리 지르며 레이카를 향해 바주카를 치켜든다.

하지만──.


【레이카】 "어머, 괜찮겠어? 후마 당주가 도망칠 거야?"

【마이카】 "뭣......젠장!"


레이카가 가리키는 방향을 돌아보면, 후마 당주는 토키코에게 뭐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있었을까?


──후마 당주는 토키코를 떠나 홀로 도망치기 시작한다.


【레이카】 "봐, 내가 말한대로잖아?"

【마이카】 "닥쳐! 네년, 나중에 두고보자!"


욕설을 토해내면서도 그녀는 레이카를 상대하는 게 쉬울 거라 생각치 않았다.

유감스럽지만, 다른 말은 하지 않고, 마이카는 원래의 목표인 후마 당주를 쫓는다.


【토키코】  "...당주님, 무운을 빌겠습니다."


그녀가 부대를 남겨두고 떠난다 해도, 대마인들은 레이카를 상대할 수 없을 것이다.

마이카는 결론을 내린 듯, 모든 병력을 데리고 가는 것 같다.


토키코가 그 광경을 노려보는 동안 레이카가 옆에 선다.


【레이카】 "토키코,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토키코】  "응. 고마웠어, 레이카."

【레이카】 "내가 뭐 한게 있다고...하지만, 대마인은 강적이야. 괜찮겠어?"


그녀는 아마 후마 당주가 아닌 토키코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든 모르든 토키코는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토키코】 "괜찮아...우리 당주님은 강인한 사람이야. 결코 쉬이 패배하지 않을 거야."

【레이카】 "...음, 그런가."


레이카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고, 그에 토키코의 간지럽다는 듯 눈매가 가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