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하라는 도쿄 지하 300m에 있는 범죄도시다.


그곳의 명물 중 하나가 지하에 내리는 비다.


지상의 비가 땅 속을 타고 흘러내려가 다시 지하의 천장에서 내려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요미하라의 또 하나의 명물, 조직의 항쟁에서부터 개인의 싸움까지, 질리지 않고 흐르는 피는, 지하의 비에 의해 금세 씻겨 내려가고 잊혀진다.


항상 죽음과 이웃한, 그러나 힘에 자신있는 자에게 있어서는 견딜 수 없는 매력을 발하는 거리.


그런 요미하라를 여자 혼자 걷고 있었다.


유리 "......"


그녀의 이름은 유리.


물론 본명은 아니다.

그걸 아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이면사회에서는 '눈의 마창'이라는 이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전문분야는 암살.

하지만, 요미하라에 오고 나서부터 유리는 그 일을 하고 있지 않았다.


원래 기분파인 면도 있는 그녀지만, 지금은 이른바 요양 중이었다.


그래도 몸에 밴 습성으로, 유리는 지극히 자연스럽게 기척을 죽이고, 누구의 눈치도 끌지 않은 채 걷는다.


웬만한 거리라면 그래도 문제 없겠지만, 여기는 눈 뜨고 코 베이는 요미하라.


오크와 트롤 2인조가 그녀를 발견하고 말을 걸어왔다.


오크 "여어, 미인 언니, 혼자야?"

트롤 "이 주변은 위험해. 괜찮다면 우리가 안내해줄까?"


누가 봐도 헌팅이었다.

목소리에서도 특별히 악의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응할 이유도 없지만.


유리 "아뇨, 괜찮습니다......"

오크 "사양할 것 없어. 그런 눈으로는 위험해. 앞이 보이긴 하는 거야?"

트롤 "홀로 돌아다니면 바로 잡혀가 버릴걸. 우리가 함께라면 안심해도 될 거야.


두 사람은 유리의 안대를 보고 걱정 반, 속셈 반으로 말했다.


유리 "혼자서도 괜찮아요."

오크 "그렇게 말하지 말고~."

트롤 "우리한테 맡기라고."

유리 "하아......"


유리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안대를 살짝 벗었다.


오크 "오오, 완전 미인!"

트롤 "왜 그런 걸로 숨기고 다니는 거야!?"


유리와 눈을 맞주친 헌팅남들은 기뻐하던 직후, 갑자기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했다.


오크 "미, 미안 아가씨. 갑자기 볼 일이 생각나서!"

트롤 "나, 나도 그래. 지금 바로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데. 미안. 다음 기회로 미룰게!"

유리 "아뇨, 친절히 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리는 안대를 다시 쓰고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오크 "그럼 이만! 조심해!!"

트롤 "이상한데 걸려들지 마!!"


오크와 트롤 2인조는 허둥지둥 달아났다.


유리 "후후......"


이게 유리의 능력, 매료안.


눈을 마주한 상대를 매료시켜, 짧은 시간이지만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다.


무서운 힘이지만 반동도 커서 그녀의 의사로는 능력을 제어할 수 없다.


늘 안대를 쓰고 다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 나아가, 얼마 전까지 눈에 이상한 통증을 느꼈고 실명의 불안마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유리 "많이 나아졌나 보네요."


헌팅남을 물리쳤을 뿐이지만,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키류 미코토 "그럼, 진찰을 시작해 볼까? 안대를 벗어 줘. 하지만 날 홀리면 안돼."


마과의 키류 미코토는 언제나처럼 싹싹한 어조로 말했다.


그녀는 유리의 주치의로, 요미하라에 온 이유는 그녀로부터 치료를 받기 위해서다.


마계 제일의 마과의로 알려진 그녀.


그러나 의료기술의 향상과 호기심이 동하면 사안의 선악은 커녕 때로 환자조차 돌보지 않는 매드 닥터로 유명하다.


하지만 유리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서, (희귀한 사안에의 흥미도 있겠지만) 계속 친절하게 치료해 주고 있다.


유리 "네."


유리는 안대를 벗었다.


지금도 능력이 발동하고 있는 두 눈이 키류 미코토를 조용히 바라본다.


미코토 "이야아, 역시 이 눈을 보면 오싹해지는걸."


미코토는 즐거운 일인 양 말했다.


물론 유리는 미코토를 매료시킬 생각이 없지만, 스스로 능력을 멈출 수 없는 이상, 적잖이 그 영향을 받고 있을 것이다.


그런 것치고, 미코토의 모습에는 변화가 없고, 유리와 눈을 마주치는 것을 주저하지도 않는다.


마과의로서의 호기심 때문일까, 마술사로부터 넘겨받았다는 오니의 오른팔 때문일까.


미코토 "응응......"


어쨌든 미코토는 흥미진진해 하며 유리의 눈을 잠시 진찰한 뒤 만족스럽게 말했다.


미코토 "상당히 좋아지고 있어."

유리 "최근에는 거짓말처럼 통증이 가라앉았어요. 선생님에게는 감사드릴 뿐입니다."

미코토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를 한 것은 아니야. 완치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는걸."

유리 "네."

미코토 "게다가 지금도 능력은 상시발동하고 있는 거지? 그것도 언젠가는 어떻게든 해야지."


미코토는 아직 드러낸 사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유리 "그건......이미 포기했어요."


그것은 유리의 진심었지만, 미코토는 그녀를 타이르듯 말했다.


미코토 "안돼안돼. 그런 거. 이렇게 예쁜 얼굴을 항상 가리고 다닌다니, 아깝잖아."

미코토 "게다가 좋아하는 상대와 눈도 마주치지 못한다니, 안타깝지?"

유리 "그런 사람은 없어요."

미코토 "그러면 더 안돼."

미코토 "애인 한두 명 정도는 만들어. 너무 깊이 고민할 것 없어. 이건 마과의사로서의 말이니가."

유리 "하아......"


이런 말을 듣는 것도 처음은 아니다.


또 눈과 상관없는 이야기가 되어왔다고 생각하면, 미코토는 계속해서,


미코토 "내 오랜 친구로, 이상형을 수백 년 동안 찾아 헤맨 아가씨가 있는데, 그건 정말 비참해."

미코토 "어제도 좋은 남자가 없다고 불평을 들었어."

미코토 "자신보다 강한 남자라는 바보 같은 말 하지 말고, 가까운 곳에서 시도하면 좋을 텐데."

유리 "......"


반응하기 곤란하다.


이름을 숨기고 있고, 만난 적은 없지만 그 친구는 옥염의 여왕 아스타로트를 가리킨다.


이곳 요미하라에서 절대 세력을 자랑하는 노마드의 수령 에드윈 블랙에 필적할 만한 힘을 가진 마족이라고 하던데, 미코토의 말투에서는 그런 모습은 조금도 느낄 수 없다.


이런 곳에서 얘깃거리가 되는 건 좀 동정된다.


유리 "......"


어쨌든 환자로서의 입장을 지키고, 노코멘트로 안대를 다시 쓴다.


미코토 "아, 미안미안. 우선 여느 때와 같은 약을 처방해 줄게. 좀 더 경과를 두고 보자."

유리 "네"

미코토 "그래서, 치료비에 대한 이야기인데, 네게 부탁이 하나 있어."


그렇게 서론을 늘어놓으며, 미코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편, 그 무렵──.



프랜시스 "우와, 위험해! 엄청 쫓아오고 있어!"


요미하라 거리를 갸루가 달리고 있었다.


머리에 뿔, 호피무늬 비키니, 화려하게 장식한 쇠몽둥이.


갸루는 갸루지만, 오니 갸루였다.


그녀의 이름은 프랜시스.


프랜시스 "이야아, 큰일났구만. 놓쳐주면 안될까~~앗!"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듯 자꾸 뒤를 신경쓰고 있다.


마족용병(남자) "네 녀석, 거기 서라!!"

마족용병(여자) "놓쳐줄까 보냐! 이 새꺄!!"


그를 추격하고 있는 것은 마족 용병들이다.


모두들 나름대로 강자겠지만, 갸루라고는 해도 프랜시스는 오니다.


본래라면 도망칠 필요는 없는 상대로부터 오로지 도망만 치고 있다.


프랜시스 "잠깐잠깐! 나는 딱히 도망치는게 아니라구!!"


적어도 당사자에게는 그런 것 같다.


마족용병 (남자) "웃기지 마!!"

마족용병 (여자) "붙잡으면 멍석말이다!!"


프랜시스 "역시 무리인가~~!! 아아, 정말 어쩔 수 없네!"


***


몇분 후


프랜시스 주위에는 마족용병들이 한 사람도 남김없이 뒹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죽지는 않았다.


프랜시스 "미안, 정말 미안해."


프랜시스도 나쁜 건 자신인 것처럼 꾸벅꾸벅 사과하고 있다.


마족용병 "기, 기다려라......"

마족용병 "수, 술값......내놔......"

프랜시스 "그러니까 다음에 낸다고. 지금은 좀 수중에 모자랄 뿐이야. 외상으로 해줘, 알았지?"


미안한 것도 당연.

실은 술집의 청구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던 것이다.


즉 먹튀다.


프랜시스 "먹튀가 아니니까. 다음에 꼭 지불할께. 그럼 안녕~~~~~."


프랜시스는 그렇게 말하고, 허둥지둥 떠나려 하지만,


오보로 "그런 게 용서된다고 생각해?"


챠킹!


갑자기 프랜시스의 목에 갈고리 발톱이 들어왔다.

노마드의 간부 중 하나, 오보로다.


프랜시스 "우왓, 나왔다!"

오보로 "내 가게에서 실컷 마셔놓고 외상값을 떼어먹을 생각은 아니겠지?"

프랜시스 "그렇지 않다니까. 술값은 제대로 치른다. 그게 나의 모토인걸."


과연 노마드의 간부 상대로 싸울 생각은 없는지, 변명을 시작한다.


오보로 "그거 잘 됐네. 그럼 외상 등의 잠꼬대 하지 말고 당장 거기 숨겨둔 돈을 내놔."


오보로가 갈고리 발톱 끝을 프랜시스의 비키니 톱스를 향했다.


거기에는 만일의 경우 사용하는 비장의 1만엔이 들어 있다.


프랜시스 "거짓말! 어떻게 알았지?"

오보로 "크크크, 냄새가 나는 거야. 돈을 숨기는 냄새가 말야."

프랜시스 "숨기는 게 아니라니까. 이 돈마저 빼앗기면 빈털털이라구."


꼬르륵──.


갑자기 프랜시스의 배가 울렸다.


오보로 "그렇게 많이 마시고도 여전히 배가 고픈가 봐?"

프랜시스 "맞아. 그러니 이걸 뺏기면 밥도 못 사게 돼!"

프랜시스 "그러니까 용서해줘, 부탁이야!"


프랜시스가 두 손을 모아 부탁했지만 대답은 비웃음이었다.


오보로 "아하하하!! 그렇다고 내가 용서할 거라 생각하는 거야?"

오보로 "외상에 이자를 듬뿍 얹어, 노마드가 총출동해 당신 패밀리에 수금하러 가 줄까?"

오보로 "나는 그쪽이 더 즐겁지만."

프랜시스 "에에──, 그건 그만뒀으면 하는데."


패밀리란 말을 듣고, 프랜시스의 안색이 변한다.


오보로 "뭣하면 몸으로 값을래? 최근, 내 펫이 망가져서, 새로운 것을 찾고 있었어."

오보로 "오니의 몸이라면 여러가지로 놀만한 보람이 있을 것 같네, 크크크."


오보로는 웃으며 갈고리 발톱 끝으로 노출된 그녀의 피부를 어루만졌다.


그래도 찰과상 하나 나지 않지만, 프랜시스의 몸이 와들와들 떨렸다.


프랜시스 "페, 펫? 음, 그것도 좀──."

오보로 "그럼 돈을 내놔!"

프랜시스 "아, 알았어......"


프랜시스는 체념하고 비키니 안의 몸을 숙였다.

마지막 일만엔을 꺼냈다.


프랜시스 "이렇게 슬픈 이별이 되다니. 안녕, 나의 1만엔."

오보로 "뭐야. 지불인가, 유감이네. 그럼, 매번 감사─♪"


오보로 그것을 받아들고 마족용병들을 걷어차 일으키면서 가게로 돌아갔다.


거스름돈은 주지 않았다.


프랜시스 "하아, 이걸로 빈털터리네."

프랜시스 "역시 패밀리에겐 말할 수 없고, 어떡하지? 그보다 배 고프다."


꼬르륵────.


아까보다 배가 더 크게 울렸다.


오니 갸루 프랜시스

이대로 가다가는 길가에 쓰러질 판이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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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로가 강한 건지, 노마드란 뒷배경을 무서워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