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브 "후, 후, 콜록콜록."

마야 "......자, 드세요."

알브 "응, 꿀꺽, 꿀꺽, 꿀꺽......휴."


알브는 내밀어진 병을 두 손으로 감싸, 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 모습에 위험한 존재라는 인식에서 흐뭇함을 느끼는 존재로 여껴, 마야는 언니와 따르는 사람을 떠올렸다.


알브 "고마워, 그러니까──."

마야 "당신은 알브였지요. 우선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고마워요. 저는 마야......마야입니다."

마야 "이쪽은 라티쿨, 제 친구에요."

라티쿨 "라티쿨이다."

알브 "마야랑 라티쿨이란 말이지. 엣헴, 감사의 말은 됐어."

알브 "힘이 있는 자에게는 상응하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니까. 에헴."


알브 개인은 흐뭇하지만 그녀가 말한 배경에는, 사정에 의하지 않더라도, 귀찮은 일이 산더미처럼 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그래서 마야는 그냥 이름만 댔고, 라티쿨은 알브가 나타난 그 안쪽으로 의식을 돌리고 있었다.



엘시 모모아 "이 녀석이, 또 요란하게 저질렀나."


새로운 난입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알브 "어라, 엘시. 늦어. 나쁜 녀석들은 이미 완전히 퇴치했거든."

엘시 "알고 있어. 그보다 이대로 여기에 있으면 또 귀찮아지는 거 아니야? 일단 장소를 바꾸자."


알브와 관련이 있는 것 같은, 엘시라고 불린 여성은 마야와 라티쿨을 향해 그렇게 제안했다.


폭풍이 가라앉아 창문으로 얼굴을 내미는 자나, 소동 후에 찾아온 구경꾼의 웅성거림이 들려오고 있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번에는 구경꾼들에게 둘러싸이기 전에 난입자들과 함께 뒷골목을 빠져나갔다.




엘시 "나는 엘시. 알브와는......너희들과 같아."

엘시 "이 녀석이 날뛰는 걸 맞닥뜨리고, 필요하면 뒷처리를 해주는, 그런 거야."


미녀가 네 명, 인파에 섞여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소동의 중심에서 벗어나자 엘시는 입을 열었다.


사정을 알 것 같은 그녀의 말. 한편 속을 떠볼 생각은 없다는 명랑함이 묻어 있다.


내용의 진위를 떠나, 일이 터지지 않으면 그게 제일 좋다고 마야는 점잖게 귀를 기울였다.


라티쿨이 참견하지 않는 것도 마야와 마찬가지로 엘시에게서 불온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의도와는 다른 곳에서 엘시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자가 있었다.


알브 "날뛰는 게 아니라 다툼을 막은 거야!"

엘시 "핫핫핫, 그랬지. 말을 못 알아먹는 악당들의 빌딩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대단원이었지."

마야 "빌딩을 가루로......?"

엘시 "때려 눕히는 걸로 끝나지 않는단 말야? 뭐, 그런 셈이지. 마야랑 라티쿨이랬나, 휘말리게 해서 미안해."


알브의 참견을 흘려 넘기고 엘시는 대화를 끝내려 한다.


알브 "네 멋대로 끝내지 마!"


그런다고 멈출 알브가 아니다. "이렇게 되면 좋겠다" "이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검기를 만들어낼 정도인 것이다.


알브 "마야, 너는 누구야?"

알브 "이제 막 터득한 나의 비검을 막다니! 오라버니와 언니의 가르침으로 터득한 검이었는데!"

알브 "특별한 느낌은 전혀 없어, 오히려 허약? 해 보이는데! 마야, 있잖아, 너 혹시──."

알브 "흐읏흐읏......!"

마야 "음, 마실래요?"

알브 "고마워! 꿀꺽꿀꺽──."


외로움을 참고, 존경하는 형제자매의 가르침을 지켜 겨우 터득한 비검이다. 그것을 막은 마야에게 알브는 흥미진진했다.


한편, 불필요한 관계를 만들지 않게 일단락 지으려던 엘시는 탄식하면서도, 어딘가 흐뭇한 것을 지켜보는 시선으로, 적극적으로 알브를 멈출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라티쿨 "어디의 누군가에겐 지금이 좋겠지. 입장을 명확히 하면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엘시 "오, 잘 알잖아."

엘시 "뭐, 너희들 상대라면 차라리 명확히 해서 서로 대치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지만. 나는 온순한 편이니까."

라티쿨 "하아......"


미소에 영악함을 담은 엘시에게 이번에는 라티쿨이 체념한 듯 한숨을 쉰다. 알브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그 속내를 헤아린 엘시는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무궤도한 알브에게 조정은 시도해도, 개입은 하지 않는다는 것 같다.


알브 "너 혹시 인간이야?! 우와! 인간이구나! 멋져!"


각각이 거리를 재는 가운데, 알브는 표리없이, 마야에게 일직선이다.


그 올곧음에 자신이 지금보다 미숙했던 시절을 떠올린 마야는 "미안해요"라며 라티쿨에게 시선을 보냈다.


마야 "네, 저는 인간이지만......"

알브 "인간!! 내 검을 막은 인간!"


마야가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알브는 금방이라도 춤을 출 것 같다.


아니, 이미 깡충깡충 뛰고 있다.


마야 "인간인 게, 그렇게나 좋은가요?"

알브 "그야! 암브로스 오라버니가 관심을 보이는 인간 호적수가 있어. 리샤 언니도 인간 친구가 있고."

알브 "그럼, 나도 위대한 음마가 되기 위해서는 인간인 호적수나 친구가 필요하겠지?"

마야 "알브는 오라버니와 언니를 엄청 좋아하는군요."

알브 "아까부터 그렇게 말했잖아!"


알브 "그런데 최근에는 자주 못 봐서 서운했어. 친구도 그래......그 애는 벌써 애인을 만들어 음미하고 있는 것 같고. 부러워!"

알브 "하지만 난봉꾼인 나쁜 남자 같아서 조금 걱정되네......"

알브 "하지만 밖에 나가기 위해서는 비검을 터득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참고 있었어."

알브 "그래! 마야, 네가 막아선 게 그 비검이야!"

알브 "나, 나랑 친구가 되어줘! 후우, 후우......"

마야 "드세요."

알브 "앗, 고마워. 꿀꺽꿀꺽♪"


친구가 애인을 만들어서 부러운 건 둘째치고.


언니를 그리워하며, 그 형제자매를 만날 수 없다, 어리광을 부릴 수 없다는 알브에게 마야는 공감했다.


숨을 헐떡일 정도로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열심히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려는 것이다.


그런 알브의 외로움에 마야는 그리움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마야 "마야에요. 잘 부탁해요, 친구."


지금 이대로가 좋다. 마야로 손을 내밀었다.


알브 "꺄악──! 됐다, 됐어! 오라버니, 언니! 나에게도 인간 친구가 생겼어!"


마야의 손을 잡고 이번에는 크게 튀어 기쁨을 드러내며, 알브는 문자 그대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라티쿨 "이런이런......마야, 친구는 좋지만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 이 다음은 성가시다. 시간을 많이 낼 수는 없어."

마야 "그런가요?"

라티쿨 "좀 귀찮은 상대에게서 직접 구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알브 "곤란한 거구나! 걱정마, 친구의 궁지에 달려가는 것은 우정의 증거!"

알브 "의무도 우정도 지킨다. 후후, 그거 참 귀족답네!"

라티쿨 "......"


풍족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무표정하지도 않은 라티쿨의 얼굴이 지금은 무표정이다.


감정을 정면에서 부딪쳐 오는 시끄러운 상대는 대하기 서투른 것이다.


마야 "미안해요......"

라티쿨 "됐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버려두고 떠날 상대가 아니라고, 배경은 덮어 두고 사정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당연하다는 듯이 알브와 엘시도 발렌타인이나 초콜릿을 선물하는 걸 잘 몰라, 조금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마야 "──라는 거에요."


마음을 주고받는 문화와 이를 위한 특별한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요미하라를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을 마친 마야의 뺨은 발그레했다.


엘시 "흐응, 발렌타인이구나......여자가 초콜렛을 주는, 한심한 이야기로군."

엘시 "너 정도의 여자가 스스로 준비해 가져다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할 수 없는 남자라니. 여자관계가 글러먹은 남자로구만."

마야 "하아, 곤란하네요...."

라티쿨 "이것만은 뭐라고 말할 수 없군......"


엘시 "남자는 그렇다 쳐도, 너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기개는 마음에 들어."

마야 "저, 저의 것으로 만들겠다던가, 그런 파렴치한 의도가 아니에요!"

알브 "즉, 나는 마야의 사랑을 응원하면 되는 거구나!"

마야 "그러니까──."

엘시 "쓸데없는 배경은 없다, 라는 거겠지?"

알브 "그래 그래!!"


아마 엘시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채, 알브는 흥얼흥얼 흥분한 듯 벼르고 있다.


무엇을 할지 모르더라도, 기세만 보면 당장이라도......어디론가 뛰쳐나갈 것 같다.


사랑을 응원한다는 말에 볼이 서서히 뜨거워진다.


하지만 이제 와서 뒷걸음질 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마야는 가슴이 크게 울리는 것과 수치심을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


엘시 "그래서, 조금 성가셔진다는 건 뭐야?"

라티쿨 "......마계 와스프의 꿀. 가공하지 않은, 가급적이면 신선한 게 필요해."

엘시 "헤에~, 그 벌들인가. 직접 구하러 가는 건 조금 빡세겠는걸."

마야 "마계 와스프, 가 뭔가요?"

알브 "마계에 사는 벌이야. 흐흥, 즉 마계에 갈 필요가 있다는 거구나."

알브 "나한테 맡겨! 우리 집으로 가는 김에──."

엘시 "마계에 갈 필요는 없어."

알브 "──엣?"

엘시 "후후, 너희들 마침 운이 좋았네."




알브 "크으......옷에 냄새가 스며들 것 같아. 영감한테 혼나겠는데."


마계행이 날아가 시무룩한 얼굴이었던 알브의 얼굴이 악취로 더욱 일그러져 있었다.


엘시가 안내한 것은 요미하라 지하를 달리는, 복잡하게 뒤엉킨 하수도였다.


마야 "이런 곳에, 그......마계 와스프가?"


마야도 표정에 드러내지 않으려 하고 있지만, 악취의 불쾌함과 불결한 공기에의 혐오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엘시 "그래. 크크크, 그렇게 째려보지마. 속임수 같은 건 아니니까."

라티쿨 "해치울 거라면 자기 손으로 직접. 그렇게 말하는 눈이로군."

엘시 "잘 아는걸."


반면 라티쿨와 엘시는 변함없는 말투로 가볍게 서로를 견제했다.


엘시 "여기에는 마계로부터 반입된 건지 섞여 들어온 건지, 마계 와스프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엘시 "귀찮은 일을 처리하기에는 좋은 날이지."


엘시는 힐끗 알브에게 시선을 보내며 그렇게 말했다.


라티쿨 "......흠. 확실히 있는 모양이군. 날개 소리가 난다. 저쪽도 눈치채고 있어."


아직 아무도 포착하지 못한 날개 소리를 감지하고, 라티쿨은 그 변화도 민감하게 짐작했다.


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기다리는 자세를 취하면 모두가 그것을 따라 어둠의 앞을 응시한다.


엘시 "벌레는 죽이지 않는 거야? 아가씨. 생긴 지 얼마 안 된 벌집인 것 같지만, 양아치들처럼 간단하지는 않을 거야."

마야 "안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벌레라고 해도 불필요한 피를 흘리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마야 "그러나 사람들의 생활을 위협하는 것이라면 별개.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알브 "마야라면 괜찮아! 내가 있으니까, 자 와라!"

라티쿨 "온다!"


라티쿨의 목소리에 이어 묵직한 날개 소리가 울려퍼지며, 어둠의 저편에서 새록새록 거대한 곤충들이 튀어나왔다.



***



쇄도해 오는 마계 와스프를 쳐내며 둥지까지 진격한 마야 일행.


덤벼드는 것들 전부를 물리치고, 무수한 마계 와스프가 땅에 떨어져 더 이상 날개소리는 나지 않게 되어 있었다.


마야 "휴......이걸로 끝이려나요."


꿈쩍도 하지 않는 마계 와스프의 시체를 둘러보며 마야는 레이피어를 거두려 했다.


라티쿨&알브 "마야!"

마야 "──!"


두 사람의 외침에 돌아본 마야의 시야를 파고드는 마계 와스프가 메운다.


숨을 죽이고 있었는가, 옥쇄인가. 한 방 먹여주겠다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로 들이받아온다.


마야 "크윽!"


순간적으로 레이피어를 사이에 끼워 흘려 넘기기엔 시기를 놓쳤고, 받아치기에도 가느다란 칼날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도 오차에서 신세를 지며 맨몸의 근접전을 갈고닦은 성과인지 균형이 무너지는 것에서 그쳤지만, 잇달아 이빨이 다가온다.


마야를 방패로 삼은 위치의 마계 와스프에게 누구의 원호도 느리다, 고 생각할 때였다.


알브 "이, 이야앗!"


마계 와스프를 벤다. 그 일념으로 알브가 불발의 비검을 휘둘렀다.


마계 와스프 "──."


마야 너머로 마계 와스프가 양단되었다.

두 갈래로 갈라진 몸은 마야를 건드리지 않고 땅바닥을 굴렀다.


마야 "고마워요, 알브, 덕분에 살았어요. 대단한 기술이네요. 마계 와스프만 베다니."

알브 "으, 응. 지금 것은......베었는데 베지 않고, 베었다......?"


알브 본인도 놀라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휘두른 비검의 칼날은 알브 안에서 마야와 마계 와스프 양쪽의 몸을 뚫고 있었다.


물론 마야를 돕기 위해서였지, 마계 와스프를 벨 생각은 있어도 마야를 벨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형제자매의 인도로 터득한 검은 마계 와스프만 베어 친구를 궁지에서 구해낸 것이다.


알브 "헤헤헤~♪"


처음 휘두른, 누군가를 위한 검. 알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마야도 덩달아 웃음을 터뜨렸다.

    

라티쿨 "둥지는 작지만, 소재로서는 충분하겠지. 운이 좋았어."


그 사이에 라티쿨은 마계 와스프의 둥지에서 꿀을 회수하고 있었다.


작다고 해도 하수도의 일각을 점거해, 통로를 완전히 막는 크기다.


퀸의 식성이 육식으로 변할 때까지 자랐다면 피해가 컸을 것이고, 누군가에게 구축되었으리라.


마야 "정말인가요. 다행이다."

알브 "그럼 다음! 다음은 뭐야? 마계에 갈래? 간다면 우리 집에──."

라티쿨 "아니, 이걸로 끝이야. 아직 할 일은 있지만, 그건 돌아가고 나서다."

알브 "그, 그래......그렇다면 빨리 돌아가야겠네. 물론 친구로서 끝까지 도울 거야."

알브 "인간의 사랑이라는 것도 신경 쓰이고......니시시."


되돌아간다, 라고 하는 것은 지상이며 오차로, 다. 외부인은 물론 마족인 알브를 데려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알브가 얌전하게 물러간다고는 생각되지 않고, 그렇다면 힘으로 쳐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마야는 심정적으로도 알브를 밀어내기 어려워 눈썹을 치켜세웠다.


라티쿨은 또 다른 동행자, 엘시에게 시선을 돌린다.


엘시 "아아, 돌아온다는 것은 지상인가."

라티쿨 "어이."

알브 "지상!! 인간들이 사는 곳 말이지!"

라티쿨 "그래......하아, 쓸데없는 짓을."

엘시 "와하하하, 그렇게 말하지 마. 뭣보다 이제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말도 없이 이대로 헤어지자는 건 아니겠지?"

마야 "저어, 알브는 지상에──."

알브 "가고 싶어!!"


눈을 반짝이며 알브는 그렇게 외쳤다. 테마파크를 앞에 둔 아이 같다. 지상이라는 말을 듣고 완전히 마음에 나갔다.


마야 "......그렇겠죠."

알브 "지상인가, 이런 급전개가 되다니 내 운명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아."

알브 "제대로 약속을 지키길 잘했어. 오라버니나 언니와도 우연히 만난다든가!"

마야 "으~음......"

라티쿨 "사키가 주워오는 고양이와는 사정이 다르지."


라티쿨이 말하는 사키란, 함께 차원을 건넌 대마인, 사나다 사키를 말한다. 지금은 이 차원에서 임무를 맡아 활동하고 있다.


차원을 건너 주위와의 연결을 잃어서인지, 사키는 때때로, 길고양이를 주워서 돌아오는 일이 있지만......


알브와 고양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의 크기가 너무 다르다.


알브 "혹시, 안 돼......?"

마야 "안 돼, 라고 말하면 어떻게 할 건가요."

알브 "몰래 따라가버릴지도♪"


두 사람의 고민하는 표정에 풀이 죽은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린 알브.


하지만 마야의 물음에 싱긋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렇겠죠, 마야는 곤란한 얼굴로 다시 웃고, 라티쿨은 시선을 위로 돌려 한숨을 쉰다.


두 사람의 견해는 눈이 닿는 범위에 두자, 라고 일치한 것이었다.


마야 "알브, 함께 가고 싶으면 우리 말을 잘 들어야 해요."

마야 "지상은 처음이죠? 지상에는 지상의 룰이 있으니까요. 약속할 수 있나요?"

알브 "물론! 약속하고 말고."

알브 "그야, 처음 방문하는 친구의 정원인걸. 에스코트에서 벗어나는 것은 무례한 일이야."

라티쿨 "가급적, 아니 꼭 그렇게 해줘. 뭐, 알브 정도면 케토스 사냥에도 도움이 되겠지."

라티쿨 "너는 어떻게 할 거지?"

엘시 "나는 여기까지야. 그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되는 입장이 아니라서."


어떻게 보면 알브보다 움직임을 읽을 수 없는 엘시는 담담하게 동행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알브와는 우연히 마주쳤을 뿐이라는 이야기는 거짓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단지 지상으로 올라가는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 그녀가 속한 조직에 있어서 어떤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라티쿨 "그런가. 성실한 녀석이었군."

엘시 "발렌타인이랬나. 덕분에 재미있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어."


암암리에 자신의 배경을 밝힌 엘시는 이해했다는 듯한 라티쿨에게 어깨를 움츠리며 미소를 돌렸다.


알브 "있잖아, 빨리 가자! 지상♪지상♪"


지상에서의 모험을 생각하며 떠드는 알브를 선두로 일행은 하수도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