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림 "두목 좀 더 빨리! 빨리──!"

코타로 "에잇, 당기지 마! 밀지 마! 갑자기 들이닥쳐서 뭐야, 정말......"

나 응? 여기는 케토스를 사냥했던 그 장소인가. 뭐지, 초코 냄새가......?"

나 "케토스를 사냥했구나! 뭐야 저 색깔은. 그보다, 큰일이라는 게 케토스였나."


큰일이라며 돌격해 온 리림에게 방에서 쫓겨나듯 끌려온 평원에는 농밀한 초콜릿 향이 가득했다.


감도는 향에 어울리는 색을 띤 케토스의 모습.

또 리림의 시답잖은 장난인 줄 알았는데 설마 정말 귀찮은 일인가.


마야 "후우마!!"

나 "마야 님?! 마야 님이 케토스 사냥을?"


마야 님 너머로 젝스도 보였다.

라티쿨과, 본 적 없는 작은 소녀도.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셋이서 케토스를 사냥했을 것이다.


케토스는 이미 사냥되었다.

성가신 일이 있다면 케토스를 사냥하기에 이른 이유인지, 낯선 소녀인지, 생각을 돌리게 한다.


알브 "리림!!"

리림 "에──, 알브잖아──!!"


어쨌든 상황을 정리하고 진지하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는데, 아는 사이인지 리림이 뛰쳐나갔다.


몇 개의 상정이 머릿 속에서 짜여져 있었지만, 순간 맹렬하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직감이 이치와 사고를 넘어 설득력을 가질 때. 그것은 대개, 좋고 나쁨에 관계없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라티쿨 "하필이면 이 타밍에 오다니......!!"

나 "에에, 그런 말을 들어도......이 녀석에게 억지로 끌려온 나로서도 뭐가 뭔지......"


보기 드물게 초조함을 보이는 라티쿨에 나는 변변찮은 일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마야 "헤에......또 새로운 여자인가요......"

나 "엣!? 새로운 여자라니, 그런 건......"


하지만 마야 님의 발언과,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노기를 느껴, 이미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묘한 색깔의 케토스나 이미 사고뭉치로만 보이는 소녀에 대해 묻고 싶지만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


리림 "알브──오랜만이네──! 지상에는 언제 온 거야!"

알브 방금! 마야의 사랑을 응원하러 두 사람과 함께 왔어!"

리림 "응흐흣, 사랑인가. 헤──, 그렇구나!"

알브 "그래! 세상의 음탕함을 쫓아, 친구의 사랑을 응원하는 떠돌이 대검사 알브로서 말이야."

알브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라고는 생각했지만, 정말로 리림을 만날 수 있다니!"


옆에서 천진난만하게 재회를 기뻐하는 알브라고 불린 소녀와 리림.


리림이 즐겁게 행동하고 소리를 낼 때마다 빈정대는 거라고 느꼈는지 마야 님의 노기가 강해져 간다.


리림 "나도! 알브를 만날 줄은 몰랐어!"

리림 "갑자기 미약 냄새가 확 나서."

리림 "그런 곳에 두목을 데려오면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자식, 역시 그런 거냐아아앗!


알브 "두목? 아앗, 그 남자가 리림이 잡은, 바람둥이 애인이구나!"

알브 "바람둥이인데......괜찮아?"


소녀가 걱정스럽게 리림을 보았다.

리림은 아무렇지도 않게 깔깔대며 웃었고, 그런 게 즐거운 거라고 말한다.


리림과 소녀와 마야 님 사이에서, 위험하단 생각이 들어도 시선이 헤엄치는 것을 멈출 수 없다.


마야 "......"


아니나 다를까, 분위기를 살피며 방황하는 나의 시선에 마야 님의 눈이 차가워진다.


왜 남자는, 여자의 가슴과 눈치를 보는 것을 멈출 수 없는 것일까.


나 "뭐, 뭐어엇!? 별안간 당치도 않은 소리를 지껄이는구만! 초면인 상대에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 "어디의 누구냐, 그런 이상한 소리를 한 녀석은!"


쑥 가늘어진 눈빛을 참지 못하고, 나는 저도 모르게 소리치고 있었다.


나 "그보다 리림! 미약이란 걸 알면서도 끌고 왔겠다!"


수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변명──아니, 결코 변명 따위가 아니다!

억울함을 호소하지 않고는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마야 "후우마......"

나 "힉──아니에요 마야 님! 진짜 아니에요!"


아니라니 뭐가. 스스로도 따지고 싶어지는, 무의미하고 몽매한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리림 "바람둥이인 두목이라면, 재밌는 상황 아냐?"

나 "너어──!"

마야 "그으으읏, 후우마......!! 역시 제가 모르는 곳에서 마음껏 주색잡기를 하고 있던 거군요!"

나 이, 이이일단 침착해지죠! 진정하고 우선 이곳을 떠납시다."

나 "미약, 그것도──정체 모를 것이에요. 신체에 어떤 해가 있을지! 실제로 있을 것 같고!"


미약에 대해서는 리림의 발언에 거짓말은 없다고 나는 실감을 가지고 이해하고 있었다.


주먹을 떠는 마야처럼 불길함을 느껴 등골이 서늘해지면서도, 나를 생각하는 게 귀엽다는 등의 가슴이 두근두근 거려 감기에 걸릴 것 같은 온도차다.


아마 현재 상태로 보아 케토스가 발생원이라고 생각되는, 이 초콜릿과 비슷한 냄새가 미약일 것이다.


차원을 넘어다니는 괴물이 발하는 미약이다, 얼마나 해악일지 가늠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렇지 않으면! 우선 이 자리를 떠나는 것 외에 합리적인 행동은 없다! 없을 것이다!


나 "라티쿨, 너도──.."

라티쿨 "하아, 새 여자를 데려온 것은 후우마다. 나는 몰라. 사과는 나중에 하겠다. 크......지금은, 부르지 마라."

나 "아아 그럴수가, 라티쿨 설마 너까지......"


조력자를 잃은 절망감과 함께 부끄러워 하는 게 귀여워, 등의 감상이 나온다.


마야 "또 그렇게 후우마, 당신이란 사람은! 알고는 있었지만......!"

나 "아니, 뭘 안다는 거에요! 어, 어쨌든 지금은 여기를 떠나자구요!"


드디어 위험해졌다고 느낀다.

마야 님이 미약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소 직설적이고 넘겨짚는 면이 있지만, 평소에는 이지적인 편이다.

그것은 라티쿨도 마찬가지다.


알브 "어라? 혹시 리림의 애인이......마야의, 초코의 상대?"

나 "와──! 나, 나는 애인 따위가 아니......"


팔딱 품에 뛰어들어와 눈을 치켜뜨는 알브에게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미소녀의 치켜뜨기는 귀엽지만 물론 미약의 효과다. 그렇다고 해도 위험하다고 생각한 참이었다.


마야 "무, 무, 무례한! 나랑 이야기하면서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다니! 이런 굴욕은 처음이에요!"

나 "마야 님, 지금 건 미약! 미약의 영향이지 결코 눈을 빼앗겼다든가, 그런 게 아니에요!"

알브 "흐──음. 이게 마야와 리림의. 어떤 남자인지, 뭔가 알겠어."

나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난처하게 만들지 마! 마야 님, 실례하겠습니다!"

알브 "번뜩였다!"


이대로는 수습이 되지 않아, 마야 님을 끌어내기 위해 뻗으려던 손을 알브에게 잡혔다.


노골적으로 적대적하지는 않았지만, 마침내 본색을 드러낸 줄 알았는데.


알브 "......당신, 이름은?"

나 "에, 후우마 코타로, 인데......"


어린애 같은 리림과 마찬가지로 천진난만한 마족인가 하면, 눈동자 깊숙한 곳에 예상 외의 진지함이 엿보여, 나는 순순히 자칭하고 말았다.


마야님께 뻗은 나의 손을 붙든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알브 "코타로. 코타로를 내 남자로 만들겠어!"

리림 "아하♪ 그거 재밌을 것 같네~."


어떤 속셈이 있는 것인가.

알브는 나를 들여다보고, 값을 따지는 듯한 시선으로 그렇게 선언했다.


마야 "코, 코타로......? 남자로 만들어......? 알브, 아무리 당신이라도 그건 용서하지 않아요!"

알브 "그치만, 나쁜 남자 같은걸? 내가 이 남자를 마야에게서~......빼앗으면? 마야와는 친구이자, 라이벌!"

알브 "리림에게서 빼앗으면, 대출세! 한 명 분의 대음마! 오리버니와 언니에게도 분명 칭찬받을 거야!"

리림 "오오, 나이스 아이디어! 알브 제법인데~. 역시 내 친구!"

알브 "흐~흥! 좀 더 분한 얼굴 해도 된다구!"


리림이 장단을 맞춘다.

리림에게는 친구일지라도 나에게 있어서 알브는 미지의 존재다.


마야 님도 라티쿨도 알브를 인정하고 행동을 같이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로서는, 우선은 안전한 거리에서 진위를 확인하고 싶은데.


나 "리림~! 너, 진짜 나중에 두고보자......!"

마야 "두고보자니, 그 분과도, 역시, 그런 파렴치한 사이였군요."

나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아아 진짜! 너도 매달리지 마!"


몸집이 작아도 마족. 휴대한 칼로 보아 근접전이 특기겠지.

잡힌 손은 내 힘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나 "마야 님과는 친구지? 그렇다면 위험할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선──."

알브 "괜찮아? 나도 음마인 걸, 그 정도는 알아."


말투를 따져보면, 올곧지만 값을 매기는 듯 바닥 모를 눈동자 그대로, 알브는 킥킥 웃었다.


비웃음도 아닌, 헤아릴 수 없는 웃음소리 뒤의 당돌한 눈빛의 진의를 이해할 수 없다.


나 "아, 그, 러냐......? 아니아니, 친구라면──."

알브 "게다가, 당신도 조금 마음에 들었어! 처음 보는 남자니까......♪"


당황하는 나에게 알브는 장난스럽게 한쪽 눈을 윙크하고 빙긋 웃어보였다.


마야 "──결투입니다!!"


알브가 찡긋 윙크하는 동시에 마야 님으로부터 장갑이 날아들었다.


여유 넘치는 알브와는 정반대로, 마야 님은 귀기 어린 모습으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알브 "이 대음마음류·대검사 알브, 도전장을 받은 이상 피하지 않아!"

알브 "내기의 대상은 이 남자! 후우마 코타로."

알브 "내가 이기면, 후후. 모처럼 쓰러뜨린 거고, 카카오 케토스 형태의 초콜릿을 후우마에게 먹여줄게."

마야 "좋아요! 사랑은 전쟁, 우정을 맺었으나 용서하지 않겠어요."

마야 "내가 이기면 후우마에게는 내 초코를 먹일 테니까요!"

알브 "나도 마찬가지야! 친구라고 봐줄 것 없어!"

알브 "마야, 그 기계에 타. 나의 비검을 처음으로 막은 사람. 친구, 라이벌."

알브 "진심으로 싸우고 싶은 상대! 두근두근 거려!"


기세대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마야 님은 정말로 젝스에 올라타고 말았다.


마족이라고는 하지만 알브는 맨몸이다.

마야 님을 해치기 위한 도발과도 다를 것이다.


윙크를 날렸을 때는 리림의 동류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나 "ㅇ, 야아, 라티쿨."

라티쿨 "예상 밖의 전개구나......그러면 진정되려나. 저 둘은 괜찮을 거야. 소동은......늘상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지켜봐줘."

라티쿨 "나로부터의 보상도, 설명도 나중에 꼭 할게. 미안, 지금은 좀 쉬고 싶어......"

나 "무슨 소리야......?"


모두 이해하고 있는 모습의 라티쿨은 손을 내밀어 나를 가로막고 멀어져 갔다.


리림 "좋아~, 해버려~!"


리림이 흥을 돋우는 가운데, 기동한 젝스가 열풍을 뿜어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알브 "코타로가 조금 마음에 든다는 건 진심이야?"

마야 『알브!!』

나 "......어떻게 봐도 괜찮지 않잖아."



***



그리고 이야기는 처음으로 돌아온다.


나 "나는 애니메이션인가 뭔가의 최종화라도 보고 있는 건가."


그렇게 벌어지는 초자연적인 싸움에 땅을 깊게 도려내고, 산을 무너뜨린다.


땅을 뒤흔드는 땅울림은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대지의 탄식으로 들렸다.


그래도 소용돌이 속에서, 두 사람이 계속 싸우고 있는 것은 알았다.


토네이도의 중심에서 빛이 깜빡이고 있기 때문이다.


나 "진짜 어떻게 하란 거야 이거!"


아직 멀었다는 듯 빛의 깜빡임은 끊임없이, 이윽고 빛의 구슬이 되어 서서히 크기를 늘려 갔다.


나 "큰일났다......!"


땅이 벗겨져 떠올라 빛 속으로 사라져 간다.

도대체 저 안은 어떻게 되어 있단 말인가.


주위를 집어삼키며 크기를 늘려가는 빛이 금방이라도 터질듯 전율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무사한가? 두 사람은 커녕 자신들도 위험하지 않을까?

오차에까지 무슨 악영향을 끼쳐도 이상하지 않다.


나 "위험해위험해위험해, 이건──."


빛의 알갱이가 튄다.

소리가 사라지고, 자신의 목소리도 귀에 닿지 않는다.


흰색이 세계를 가득 채우고 눈앞까지 다가온다──.



각성 리림 "네, 거기까지! 스탑──!"


조금 어른스러운 목소리가 빛을 되밀었다.


나 "리림......?"

각성 리림 "호잇."


다시 한 번 느릿느릿한 목소리로 손을 흔들면 이 세상의 끝인가 싶은 천변지이마저 무산되어 사라진다.


본래의 잔잔한 해질녘을 되찾은 평원에, 멸망의 흰색과는 정반대의, 희미하고 상냥한 빛에 싸인 젝스와 알브가 떠 있었다.


빛에 휩싸인 두 사람이 천천히 내려온다.


각성 리림 "응."


일을 마친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나는 젝스를 향해 달려갔다.


빛 속에서도 무사한 게 보인 알브는 스스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브 "아......"

나 "마야 님!"


리림의 소행인가. 젝스가 땅에 내려오자 자연스럽게 해치가 열렸다. 조종석에는 눈을 감고 의식을 잃은 마야 님이 있었다.


이상은 없고, 숨소리는 기분 좋은 것 같지만, 그 정도의 사건 속에서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각성 리림 "미약도 뺐고, 괜찮아──."


내 걱정을 헤아렸는지 리림의 목소리가 들렸다.

듣고 보니 그 진한 초콜릿 향도 없어졌다.


나 "휴......다행이다."


정중하게 마야 님의 몸을 안고 조종석에서 옮겨 젝스를 떠났다.


마야 "......후우마......마음대로 어디론가 가버리면......용서하지 않을 거에요......"

나 "하아......이번에는 그거, 제가 마야 님께 말하고 싶은 부분입니다만......"


모든 것은 오차로 돌아가 여러가지 보고와 검사를 끝내고 나서 일 것이다.


그런데, 저 두 사람이 얌전하게 말을 들어줄런지......


알브 "당신이 리림 안에 있는 공주님이군요! 암브로스 오라버니한테 들었어요."

각성 리림 "어머, 나를 알고 있었구나."

알브 "지금부터가 좋은 장면이었는데."

각성 리림 "그렇게 말하면 안 돼."

알브 "오라버니나 언니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는 훌륭한 음마가 될 뻔했다구요."

각성 리림 "어머, 그런 거야? 그럼~, 나의 기사가 되는 건 어때?"

알브 "에엑!? 괜찮나요?"

각성 리림 "물론이지♪"

알브 "음......그러면 처음부터 그렇게──아니, 기사는 연줄이 아니라 실력으로 되야 해요."

알브 "뭐, 됐나. 후훗, 친구도 라이벌도 생겼고."


나 "귀찮은 일에 대한 상담은 아니겠지. 더 이상은 진심으로 상대할 수 없다."

각성 리림 "아니거든~?"

알브 "그렇지.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니까. 끝까지 지켜볼 거야."

나 "......어? 정말 괜찮은 건가."

각성 리림 "응. 하지만, 후후훗, 두목도 큰일이네~."

나 "더 이상 무서운 소리 하지 마......"




마야 "저기, 후우마......이것을. 카카오 케토스의 것은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며칠 후, 방과 후.

마야 님은 미안하단 듯이 포장된 작은 상자를 나에게 내밀었다.


발렌타인 당일, 그날의 소동은 초콜릿 때문이었다는 말을 들었다.


감사를 초콜릿으로 전달하는 날이라고 들어, 주위의 열기를 느끼며 자신의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댄다.


나 "감사합니다."

마야 "그리고......정말 미안해요. 큰 일을 당하게 됐네요."

나 "아니요, 마야 님이 무사하시다면, 저는 그걸로 충분해요."

나 "그러니 이건 마야 님의 마음으로만 생각할게요."

마야 "저, 어......감사합니다......그럼, 그것 뿐이니, 안녕히!"


마야 님은 얼굴을 붉히며 달려갔다.

수치와 자기혐오는 아직도 꼬리를 물고 있는 것 같다.


미약에 당했을 때의 기분도 기억도, 확실하게 남아 있는 듯 만날 때마다 부끄러워했다.


왕도를 걷는 사람답게, 올바르고 정이 많고 의리가 좋은 사람이다.


사과가 아닌 본연의 감사만 받았으면 좋겠는데.


라티쿨 "내가 발단이다. 미안했다."

나 "됐어. 너도 아무 일 없어 다행이야. 뭐 조금 큰 일을 당하긴 했지만."


딱히 무엇을 뒤집어쓰고 뒤처리를 한 것도, 책임을 진 것도 아니다.


라티쿨 "네 마음 씀씀이에 감사하지만......그런 부분이겠지."

나 "그런 부분이라니?"

라티쿨 "신경쓰지 마."

나 "신경쓰지 말라니......그런 말을 들으면 신경 쓰인단 말이야. 나는 피해자가 아니었던가......?"


마야 님의 뒤를 쫓는 라티쿨의 등에 중얼거렸다.


뭐, 아무튼.

모든 게 원만히 해결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선 끝, 마야 님과 라티쿨 두 사람 사이에 섞인 또 한 명을 제외하면.


알브 "건네줬어?"

마야 "네......알브, 당신에게도 감사와 사과를."

마야 "라티쿨는 물론이고, 당신 덕분에 후우마에게 초콜릿을 줄 수 있었으니까요."

마야 "그리고 결투는, 정말 미안해요."

알브 "괜찮아! 여러 번 들었고, 게다가 마야와 나는 친구이자 라이벌인걸!"

마야 "하아......라이벌은 그대로군요."

알브 "니시시, 물론! 앞으로 잘 부탁해! 라티쿨도."


악수를 나누는 마야 님과 알브.

그걸 이제껏 본 적 없는 다정한 얼굴로 지켜보는 라티쿨.


소동을 끝내고 목적을 완수했다고 들었는데, 무엇이 어떻게 되었는지 마야 님들과 같은 기숙사에 살게 된 것 같다.


나 "하아......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었겠지만, 정말 괜찮은 걸까, 저 대음마 아가씨는."


골치 아픈 소동에 휘말릴 미래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나 "뭐 그래도......어쩔 수 없지."


세 사람의 즐거운 표정을 볼 수 있었으니 라고, 그렇게 생각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