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장소는 일본 어딘가에 있는 미연 기지.


그곳은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기지 건물과 파괴된 무기들이 불타고, 죽은 병사들의 시체가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다.


단순히 습격을 받은 것만이 아니라, 기지를 궤멸시켜, 병사를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몰살한다.

누군가의 그런 거무칙칙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곳에 오차의 화둔중이 나타났다.



사나다 호무라 "지독한 꼴이로구만."


화둔중 3번대 필두, 사나다 호무라.


이와오 죠타로 "괴멸이로군."


8번대 필두, 이와오 죠타로.


그리고 두 사람 휘하의 화둔중 부대.


척후 "호무라 님, 죠타로 님, 대충 둘러보았습니다만, 생존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척후로 나갔던 부하가 돌아와 두 사람에게 고했다.


호무라 "이건 틀림없군."

죠타로 "음, 키이치 아즈사의 짓이 틀림없겠지."


키이치 아즈사는 음양염류의 검사.


전에는 교토 로쿠하라에 있는 음양사 양성기관, 오행학원의 교사이기도 하며, 대마인과의 교류를 위해 오차학원에도 자주 방문했었지만, 브레인플레이어의 유적을 이용해, 스스로 인간의 몸을 버리고 기계생명체가 되어, 파괴와 살육을 계속하고 있다.


그 목적은 복수.


아즈사가 인간이었을 무렵의 친구, 아키야마 린코의 보고에 의하면, 은인인 신간지 카에데를 죽음에 이르게 한 미연 특무기관 G의 데이비드 달, 그리고 그와 손 잡고 있는 사령경을 죽이기 위해, 인간이기를 포기했다고 한다.


우선 특무기관 G를 유인하기 위해서겠지, 그녀가 자신의 소행임을 과시하면서 미연의 시설을 파괴한 것은 이걸로 세 번째.


호무라와 죠타로 두 사람은 이 기지에 아즈사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파견되었지만, 이미 끝나 있었다.


호무라 "미연병이라면 누구든 상관없다는 식이군."

호무라 "복수를 위해 움직이는 건 자기 마음이라지만, 무관계한 녀석까지 몰살하는 건 아니지 않나."

죠타로 "사람의 마음이 남아 있을지도 의심스러워."

호무라 "너처럼 기계의 몸이 되어보니 그대로 살육 머신이 되었다는 건가. 이웃에 민폐로구만."

죠타로 "어쨌든 헛걸음이었던 것 같은데."

호무라 "칫! 미연의 증원과 충돌하면 귀찮다. 빨리 돌아가자."


철수를 결정한 그때였다.



이와오 타케토라 "예상치 못한 재회로군."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나타난 남자의 모습에, 필두 두 사람의 얼굴이 경직된다.


호무라 "네, 네놈은!?"

죠타로 "형님......!?"

타케토라 "오랜만이구나, 동생아."


남자는 이와오 타케토라.


죠타로의 형으로, 그와 같이 불꽃을 삼켜 육체를 강화하는"화식의 술"을 사용한다.


그리고 화둔중 5번대의 전 필두였다.


하지만 그는 어떤 임무에 있어서 휘하인 5번대를 몰살시키고 오차를 나갔다.


그 이유는 동생 죠타로조차 몰랐지만, 용서할 수 없는 배신자로서, 오차와 화둔중이 계속 쫓고 있는 말살 리스트 톱 중 하나다.


호무라 "이런 곳에서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결착을 내자!"


호무라는 즉시 창을 쥐었다.


호무라 "짜식들아!! 저 녀석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포위해라!"


휘하의 화둔중들도 갑자기 나타난 배신자를 재빨리 포위한다.


하지만 남은 한 사람, 동생 죠타로는 화둔중 제일의 육체파이자 뇌근파라고 스스로 자랑하는 그 입으로 말했다.


죠타로 "호무라, 기다려

호무라 "설마 아직도 형제의 정이 남아 있다는 소리를 할 생각은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형제 모두 태워주겠다는 듯한 눈초리로 말한다.


죠타로 "......"


죠타로는 호무라의 말을 무시하고, 형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혈연이라, 눈 앞의 타케토라에게서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다.


호무라 "죠타로!! 잠자코 있지 말고 대답해!"


호무라로는 거기까지 알 수 없다. 휘하의 화둔중들도 그렇다.


그리고 타케토라는 경계하는 죠타로와 금방이라도 공격해 올 것 같은 호무라 일행을 무시하고, 타들어가는 기지를 바라보았다.


타케토라 "봐라. 이 철저한 파괴를. 키이치 아즈사도 나처럼 사람을 초월한 존재인가?"

호무라 "이 배신자 새끼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죠타로 "형님......"


어울리지 않는 말에 호무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죠타로는 한층 더 경계심을 품었다.


죠타로 "호무라, 여기는 나에게 맡기고 너희들은 물러나라."

호무라 "뭐어, 무슨 소리야!"

타케토라 "놓치지 않는다."

호무라 "그건 이쪽의 대사다. 이 개자식아!"


죠타로가 제지할 틈도 없었다.


염창의 전투광의 모습 그대로. 호무라는 주저 없이 뛰어나갔다.


***


타케토라 "한꺼번에 덤벼라. 키이치 아즈사를 처치하기 전에, 화둔중을 매장하는 것도 일흥이니."

호무라 "건방진!"

타케토라 "내가 오차를 떠난 후, 너희들이 얼마나 실력을 쌓았는지 봐주마."



타케토라의 가슴이 파랗게 빛나기 시작한다.


파랗게 타오르는 심장의 불꽃이 두꺼운 가슴을 가르고 흘러 나온다.


그 불길한 푸른 불꽃에 이끌리듯, 명부의 마수가 차례차례 소환되었다.


명부의 마수

「グ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ッ!!」

「グ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ッ!!」

「グ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ッ!!」


호무라 "네놈!!"


호무라는 숨을 삼켰다.


그런 것을 불러낸다는 것은 즉──.


호무라 "사령경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게 정말이었구나!!!"

타케토라 "후하하하하!! 그 말대로다!"

호무라 "이 쓰레기 자식!!"


호무라는 분노와 함께 염창의 자루 끝에서 폭발을 일으키고, 방해되는 명부의 마수를 연거푸 꿰뚫으며, 타케토라에게 곧장 돌격했다.


카케토라 "무읏!"


타케토라의 예측을 아득히 뛰어넘은 폭발력이다.


타케토라는 그 초격을 회피하지만, 그 정도는 호무라도 예상하고 있었다.


호무라 "물러!!"


로켓창의 추진력을 그대로, 화둔을 두른 발차기를 타케토라의 등에 찍는다.


타케토라 "큭."


타케토라는 저도 모르게 신음하며, 그 몸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타케토라 "실력이 늘었군 호무라."

호무라 "네놈은 반대로 떨어졌고!"

타케토라 "일부러 맞아준 거야. 그리고 잊은 거냐, 멍청한 년!!! 인법, 화식의 술!!"


호무라의 붉은 불꽃이 타케토라의 푸른 불꽃에 빨려 들어간다.


잡아 먹히고 있는 것이다.


타케토라에게 호무라의 불꽃은 통하지 않는다. 반대로 그것을 먹어 힘을 얻고, 온몸의 근육이 소리를 내며 부풀어 오른다.


호무라 "젠장!! 지금의 내 불꽃도 먹히는 건가!"


호무라도 물론 타케토라의 능력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타케토라가 오차르 등졌을 때보다, 아득히 화둔술사로서 성장한 지금의 불꽃을 완전히 잡아먹히리라고는 예상 밖이다.


타케토라 "훌륭한 화력이다. 돌려주지, 호무라. 흐음!!"


타케토라의 호완이 호무라를 덮쳐온다.


호무라 "크으으윽!!"


호무라는 창으로 그것을 받아내지만, 자신의 불꽃을 삼킨 파워는 굉장해, 이기지 못하고 날아가 그대로 잔해에 격돌한다.


자신의 불꽃에 불타는 것만은 피했지만, 격돌의 데미지로 뼈가 시원하게 몇 개 부러져, 바로 일어설 수 없다.


타케토라 "끝이다!!"


저 주먹을 맞으면 아웃이다.


호무라 "네......네놈 따위에게......큭......죽을까 보냐!!"

타케토라 "예전의 내 부하들도 같은 말을 했지."

호무라 "웃기지 마!!"


호무라가 포효하지만, 막을 수 없다.


그 순간──.



죠타로 "화식의 술!"


죠타로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타케토라와 같은 인법을 사용하면서, 정면으로 타케토라의 주먹을 맞받아친다.


두 형제의 주먹이 서로 부딪치며, 서로의 불꽃을 두고 다툰다.


타케토라 "후후, 동생아. 너도 조금은 성장한 것 같구나."

죠타로 "므으으읏, 형니이이임!!"


두 사람의 능력은 팽팽했지만, 타케토라의 얼굴에는 아직 여유가 있고, 죠타로의 표정은 험악하다.


이대로는 밀린다.


죠타로 "호무라, 부대와 함께 후퇴해라! 네 불은 형님에게 통하지 않아!"

타케토라 "어리석은 동생아. 이 타케토라에게서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타케토라의 불꽃이 기세를 올렸다.


푸른 불꽃이 가슴을 뚫을 듯 세차게 타오르다.


죠타로 "이, 이 힘은!"

타케토라 동생아, 이것이 지금 나의 힘이다! 나는 최강의 '화식의 술'을 추구해, 사령경으로부터 불사의 육체를 얻었다."

타케토라 "오랜 세월 계속 갈구한 진정한 염불사(炎不死)의 '화식의 술'에 각성한 거다!"

타케토라 "이 불사의 육체로 목숨을 태우고, 그 업화의 불길을 스스로 삼켜, 인간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했다!"

타케토라 "내 동생아, 약자여! 네 불꽃은 어차피 인간의 것. 인간을 초월한 이 형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죠타로 "형......님......큭....그것은......사악한 불꽃......"

타케토라 "그래, 그게 네 한계다. 피를 나눈 형제로서의 정이다. 네 불꽃은 모두 내가 먹어주지."

호무라 "죠, 죠타로!! 으으......기, 기다려. 지금 내가 구하러──."


호무락 너덜너덜한 몸으로 도우려 하지만,


죠타로 "필요없어! 8번대 필두, 이와오 죠타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방법이 없지는 않지!"

호무라 "헉!? 설마......죠타로 안 돼!!"

죠타로 "형님, 이 불꽃을 먹어봐라! 화둔절기・종염설!"


죠타로의 화력이 폭발적으로 부풀어 올랐다.


호무라는 알고 있다.


그것은 자신의 목숨 자체를 불태우는 화둔중 최후의 기술이라고.


카케토라 "누읏!?"


자신의 목숨을 건 화력에 타케토라는 멀리 날아간다.


아니, 만일을 생각해 순간적으로 스스로 물러난 것이다.


그 탓에 죠타로의 절기는 어중간한 형태로 끝났지만,


죠타로 "호무라......가라......"


그 목숨을 건 불꽃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쓰러진 채,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호무라 "죠타로!"


호무라와 부하들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해 철군의 기회를 만든 것이다.


호무라 "젠장!! 짜식들아, 지금은 물러난다!! 꽁무니 빠지게 도망치는 거야!"


호무라는 움직이지 않게 된 죠타로를 업고, 스스로의 저돌을 후회하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호무라 "죠타로! 죽지 마라!! 절대로 죽지마!!"


휘하의 화둔중도 일제히 철수를 시작한다.


명부의 마수는 그것을 쫓고, 이윽고 죠타로의 자폭 기술에서 도망친 타케토라가 홀로 일어섰다.


타케토라 "화둔절기 종염설인가. 역시 먹기 좀 힘들구만."


타케토라의 가슴에 작은 화상 자국이 나 있었지만, 그것도 눈 깜짝할 사이에 수복되어 갔다.


타케토라 "동생아. 형님으로서 잘했다고 칭찬해주지. 하지만 살아남아도 더는 불꽃을 사용할 수 없을 거다."


타케토라는 큰소리쳤다.


불사의 육체, 그 푸른 불꽃은 아직도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