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치 아즈사가 미연 기지를 궤멸시키고 며칠 후──.


아즈사의 폭거를 막으려는 아키야마 린코는 신간지의 본가로 향하고 있었다.


신간지의 전 당주 신간지 겐안을 만나 비술을 전수받기 위해서다.


이전에 만났을 때, 겐안은 린코에게 말했다.


그것은 인간의 몸으로 신을 넘어서는 기술이며, 터득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건 시련이 필요하다고.


비술을 익히고 나면, 검사로서의 린코의 성장을 방해할지도 모른다고.


그것을 알고도 린코는 아즈사와 다시 검을 맞대기 위해, 최악의 경우 베어버리기 위해, 비술의 터득을 바랐던 것이다.


린코는 그에 앞서, 겐안의 소개로 미연에 가, 아즈사와 연이 깊은 신간지 사쿄를 만나, 그의 과거를 추체험하는 형태로, 아즈사의 은인인 신간지 카에데에게 일어난 일을 알았다.


아즈사가 인간의 몸을 버릴 정도의 복수심을 품기에 이른 이유도 알 수 있었지만, 그 행동은 점차 격렬함을 더해, 이제 직접적인 타겟 뿐만 아니라 미연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무차별 살육을 반복하기에 이르고 있다.


정체를 숨길 생각도 없어, 아즈사는 틀림없이 특무기관 G의 토벌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브레인플레이어의 유적을 멋대로 사용해 기계생명체가 되어, 그 일족의 검사 스즈카 또한 아즈사를 처분하려 하고 있다.


그들을 앞서가야 한다. 린코에게 남은 시간은 적었다.


아키야마 린코 "여기가 신간지 가문의 본가인가......"


전 당주, 겐안은 원래 "후우마 팔장"이었다.


후우마 종가와 이가와 장로중의 분쟁 후 실각하여 오차에서 추방 당했는데, 그것도 겐안의 손자이며 현재 당주 신간지 쿠레나이를 지키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쿠레나이는 신간지 카에데의 딸이다.


오래된 절에서 은둔하고 있던 겐안이 본가로 오라고 린코에게 말한 것은, 여기가 아니면 신간지의 비술을 전할 수 없기 때문임에 틀림없다.


린코가 본가의 문을 두드리니, 나온 것은 쿠레나이였다.


신간지 쿠레나이 "할아버지한테 얘기는 들었어. 신간지의 현 당주로서 나도 입회하겠다."

린코 "그런가. 고맙다."


현 당주가 일부러 찾아오다니, 역시 본래는 일문의 사람 이외에게 비술을 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겠지.


린코는 정신을 다잡고 신간지 본가의 문을 통과했다.


쿠레나이 "할아버지는 안에 계신다."

린코 "......"


린코와 쿠레나이는 오차학원에서 모의전을 한 적도 있어,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는 친구다.


하지만 오늘은 분위기가 평소와 다르다. 린코가 이곳에 온 이유를 알기 때문이다.


린코가 말없이 뒤를 따라가니, 쿠레나이가 평소보다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쿠레나이 "미연에서 사쿄공을 만났다고 들었는데."

린코 "그렇다. 사쿄공과 에드윈 블랙, 카에데공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지."

쿠레나이 "그렇구나......"


쿠레나이는 그리 말하고, 더 말할지 말지 조금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고 나서,


쿠레나이 "내가 블랙의 자식이라는 것은?"

린코 "그것도 알게 되었다."


쿠레나이의 다음 말에는 또 틈이 있었다.


쿠레나이 "미안해. 숨길 생각은 없었어."

쿠레나이 "......아니, 거짓말이군. 역시 알려지기 싫었던 거야. 내가 에드윈 블랙의 딸이라는 걸."


린코는 말없이 그 다음을 재촉한다. 쿠레나이는 무리하게 자신을 객관시하는 듯한 모습으로 계속 말한다.


쿠레나이 "아버지에게로의 애정이 없는 것은 아니야."

쿠레나이 "빛에도 악에도 물들지 않는 자들의 방주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도 알지."

쿠레나이 "하지만 나는 신간지 가문에서 자랐고, 비록 하프 뱀파이어일지라도, 나 자신을 대마인이라 생각해."

쿠레나이 "대의를 위해 평화를 어지럽히는 노마드에 투신할 생각일랑 없다."


쿠레나이의 그런 생각에 대해서 린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이것만을 물었다.


린코 "키이치 아즈사는?"


쿠레나이는 고개를 저었다.


쿠레나이 "거의 기억에 없어. 어렸을 때 몇 번 놀았다고 하던데."

쿠레나이 "하지만 나는 어머니가 그녀에 대해 행복하게 이야기하던 것을 어렴풋이 기억해."

쿠레나이 "그런 사람이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폭주해 버린 것은 슬프다."

쿠레나이 "물론, 어머니의 원수를 갚고 싶은 마음은 나에게도 있어......"


쿠레나이의 안에서 뭔가 커다란 살의가 부풀어 오르는 것을 린코는 느꼈다.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친딸인 쿠레나이가 어머니의 원수를 갚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쿠레나이는 당주로서의 입장을 우선시 하여, 그 사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조금 전의 말을 빌리자면, 자신의 복수를 위해 평화를 어지럽히고 싶지 않은 것이겠지.


그리고 쿠레나이는 말했다.


쿠레나이 "......하지만 그 때문에 브레인플레이어의 기계생명체가 되는 건 잘못되었어."

린코 "나도 같은 생각이다."

쿠레나이 "다만 어머니의 딸인 내가 아즈사 공을 막으려 하면 얘기가 더 복잡해진다. 할아버지 말대로 이건 린코에게 맡기고 싶어."

린코 "고맙다."


린코가 고개를 숙이자, 쿠레나이는 신경 쓰지 말라는 듯 이렇게 덧붙였다.


쿠레나이 "지금 나는 도쿄 킹덤 건으로 바빠.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린코 "사강끼리 뒤숭숭하다고 들었는데?"

쿠레나이 "니샤 가이자가 또 사고를 쳤어. 카가리에게 감시를 시키고는 있지만, 4강끼리 일촉즉발의 상태야. 하여간."


쿠레나이는 투덜투덜 불평한다.


니샤 가이자는 쿠레나이의 소꿉친구라고 한다.


거의 기억나지 않는 아즈사보다, 그쪽에 신경을 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린코는 생각했다.


저택의 복도를 걷고 있는데, 쿠레나이가 당돌하게 물어 왔다.


쿠레나이 "더, 물어봐도 될까? 내 아버지에 대해 후우마에게는 얘기 했어?"


조금 전까지의 침착한 모습과는 달리, 묘하게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후우마 코타로 또한 쿠레나이의 소꿉친구다. 린코는 정직하게 대답했다.


린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 외에 유키카제와 코로도 이미 알고 있어,"

린코 "멋대로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것만은 기억해 둬."

쿠레나이 "그, 그렇구나......"


쿠레나이는 조금 안심한 것 같지만, 그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았다.


쿠레나이 "후우마는 내가 하프 뱀파이어인 것은 알지만, 아버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어."

쿠레나이 "태어났을 때는 마족 사이에 있었지만, 곧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신간지의 후계자로 자랐다."

쿠레나이 "후우마에게는 그렇게 말했어. 공식적으로도 그렇게 되어 있고."

쿠레나이 "물론 실상은 정치적인 배려로 진실은 오차......이가와 아사기도 파악하고 있어."

린코 "그럴만도 하지."


린코가 그렇게 맞장구를 치자, 쿠레나이는 다시 안절부절 못하는 듯 묻는다.


쿠레나이 "그래서 말인데, 후우마에게 진실을 알려줘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는 듯한 얼굴이다.


린코 "뭐라고 단언할 수는 없군."

린코 "단지 그걸 알게 된다고 해서 후우마가 쿠레나이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는 않을 것 같은데."


린코가 그렇게 대답하자, 쿠레나이는 굉장한 기세로 단호하게 대답해 왔다.


쿠레나이 "그런 건 알아!"

쿠레나이 "후우마는 내가 블랙의 딸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해서 태도를 바꿀 남자가 아니야."

린코 "그럼 뭐가 문제지?"


그 물음에 쿠레나이는 시선을 이리저리 돌린다.


쿠레나이 "그, 그러니까......후우마는 전생인지 어떤 인연으로 아버지와 힘의 일부를 교환한 걸로 알고 있어."

쿠레나이 "본인이 그러더라. 사실 아버지와 같은 어둠의 힘을 쓰기도 한다고."

쿠레나이 "다시 말해 아버지와 같은 피를 나눈 형제──까지는 아니지만, 꽤 관계가 깊은 사이겠지?"

린코 "뭐, 그렇게 되겠군."


미연에서 사쿄의 기억을 추체험했을 때, 블랙 본인도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그것을 떠올리며 린코가 고개를 끄덕이자, 쿠레나이는 어느새 얼굴을 붉히고, 횡설수설하면서,


쿠레나이 "그, 그렇다면, 그......나와 후우마가......뭐시냐......기, 깊은 관계가 된다면......"

쿠레나이 "사람으로서......아주 곤란할 것 같은......그런 새, 생각이, 들어서......"

린코 "요컨대 아버지와 가까운 후우마와 이어지는 게, 윤리적으로 좋지 않다는 건가?"

쿠레나이 "그, 그래, 그거야! 린코는 어떻게 생각해? 나와 후우마는 용서받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리는 걸까!"


목소리가 뒤집혔다.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다.


린코 "나는 뭐라고 말할 수 없군."

쿠레나이 "그렇구나. 뭐라고 말할 수 없나. 그, 그렇겠지. 미안, 잊어줘!"


쿠레나이는 이름 그대로 볼을 붉게 물들이며 척척 나아간다.


린코는 황급히 그녀를 뒤쫓았다.


그러는 사이, 두 사람은 본관 건물로 들어갔다.


아까 이야기를 쑥스러워하는지 쿠레나이는 말없이 린코의 앞을 간다.


그리고 어느 방 앞에 왔을 때, 안에서 큰 소리가 들려 왔다.


남자의 목소리 "겐안 공, 이가와 아사기아 친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무쪼록 겐안 공께서 이가와 아사기를 움직여 정부에 중재를."

남자의 목소리 "그 여자가 멋대로 폭주한 것에, 이 키이치 호겐(法玄)에게 책임은 없다고"

여자의 목소리 "이모부님! 저도 부탁드립니다. 남편은 키이치 종가의 눈총을 받아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여자의 목소리 "이제 의지할 사람은 이모부님 밖에 없어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는 남녀의 목소리에 린코도 알고 있는 겐안의 목소리가 응했다.


겐안의 목소리 "......알겠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죠."

겐안의 목소리 "이후에 약속이 있으니 오늘은 물러나주시죠."


맹장지가 열리고 안에서 중년의 남녀가 나왔다.


쿠레나이 "호겐 공, 아야카 공."


쿠레나이가 표정을 죽이고 인사한다.


그 이름을 듣고 린코도 깨달았다.


린코 (아즈 언니의 부모님이라......)


딸의 현상을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지금 들려온 모습으로는, 걱정하는 기색 따위는 일절 없이, 단지 자신들의 보신을 위해서 분주한 것 같다.


그리고 현 당주인 쿠레나이를 알아차리자 천박한 얼굴로 아첨을 하기 시작한다.


호겐 "쿠레나이 님, 그 여자에게 어떤 처분이 내려져도 저희는 아무런 이의도 없습니다. 이미 그 여자와는 인연을 끊었습니다."

아야카 "저희는 가문에 충성을 맹세하고 있습니다. 부디 자비를 부탁드립니다."

쿠레나이 "알았다. 그만 물러나도록."


쿠레나이가 감정을 억누르며 말하자 두 사람은 굽신거리며 떠났다.


쿠레나이 "무슨 부모가 저래."


쿠레나이는 그리 내뱉고, 당주로서 부끄러워하듯 사과했다.


쿠레나이 "못볼 꼴을 보여 미안하다."

린코 "아니......"


아즈사에게서 부모의 이야기를 들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선천적으로 장님이었던 아즈사는 부모로부터 버림받듯 카에데의 품으로 보내졌다고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카에데를 유일한 마음의 터전으로 삼았던 것이다.


만약 그 두 사람이 아즈사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을 열었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는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걸 생각해도 지난 일이었다.



겐안 "린코 공, 어서오시게."

린코 "미연에서 카에데 공의 죽음의 진상을 알고 왔습니다."

겐안 "그런데도, 필요하다면 아즈사를 벨 것인가?"


겐안의 물음에 린코는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린코 "베겠습니다. 그것이 카에데 공의 소원이기도 하니."

겐안 "그렇군. 그렇다면 린코 공에게 비술인 '신안神眼'을 전수하지."

쿠레나이 "할아버지, 그건......!"


겐안 옆에 있던 쿠레나이가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낸다.


겐안은 그것을 제지하고 계속했다.


겐안 "마음의 눈인 '심안'을 사용하는 자는, 일족에도 몇 명 존재한다."

겐안 "하지만 그것의 극에 달한 '신안'을 터득한 자는 일족의 역사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 지금은 나와 쿠레나이 뿐이지."

린코 "그것을 일족이 아닌 제게?"


겐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겐안 "원래 심안은 일족의 핏줄에서 발생하는 능력. 린코 공이 아무리 뛰어난 대마인이라지만, 훈련으로 각성하는 건 불가능하다."

겐안 "하물며 신안이라니 말도 안 되지."

겐안 "하지만 사실,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당주에게만 전해지는 비전 중의 비전. 아니, 외법이라고 해도 좋겠지."

쿠레나이 "......"


쿠레나이가 또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주먹을 불끈 쥐고 그것을 억눌렀다.


린코 "듣겠습니다."

겐안 "이 근처에 신간지의 영산霊山이 있다."

겐안 "거기서 신의 화신이라 불리는 짐승을 죽이고, 그 피를 뒤집어 쓴다면 신간지의 핏줄이 아니라도 신안에 각성할 수 있지."

겐안 "하지만 설령 신안에 각성한다 해도, 그 자는 신살의 죄를 짊어지게 될 터."

겐안 "게다가 지금까지 그 방법으로 신안을 얻은 자는 모두 불행한 죽음을 맞이했고."

겐안 "그럴 각오는 되어 있나?"


린코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맑은 물과 같은 마음으로 대답했다.


린코 "키이치 아즈사를 멈추기 위해, 저는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외법, 부디 저에게 시험해 주시길."

겐안 "알겠네. 쿠레나이, 린코 공의 목욕재계를 돕고 영산으로 모셔라."


쿠레나이는 이론을 내세우지 않았다.


쿠레나이 "......알겠습니다, 할아버지"

겐안 "린코 공,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 아즈사를 잘 부탁하오."


겐안은 린코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


린코 "......"


린코는 소복 차림으로, 신간지의 영산 근처에 있는 폭포를 맞고 있었다.


폭포수를 맞으며 명상을 하면, 여러 바람의 정령이 마음에 떠오른다.


카에데와 쿠레나이가 그렇듯, 신간지 가문은 뛰어난 풍둔술사를 많이 배출하고 있다.


즉 신간지 가문은 바람의 정령에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정령들은 일족의 인간이 아니라, 외법으로 신안을 얻으려는 린코를 비난하는 것 같다.


린코는 그저 마음을 비우고, 자신의 진심을 그들에게 드러내고 있었다.


맑은 마음만이 확산되어 간다. 어느덧 정령들은 떠나갔다.


린코 "......"


쿠레나이는 폭포를 맞는 린코를 보고 있었다.


훌륭한 삼매三昧의 경지다.


쿠레나이도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런지.


할아버지가 린코에게 신안의 전수를 허락한 것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린코에게 전부를 말하지는 않았다.


외법의 진실.


그리고 폐병으로 인해 할아버지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그 남은 목숨과 맞바꾸더라도 린코에게 신안을 전한다.


그것이 할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이다.


쿠레나이는 당주로서 그것을 받아들일 각오를 하고 있었다.


린코 "......"


목욕재계를 마친 린코가 폭포에서 나온다.


한 점의 흐림도 없는 눈동자.


하지만 쿠레나이를 보는 표정이 약간 딱딱하다.


외법으로 신안을 각성하는 것에 아직도 망설임이 있는 것일까.


아니, 각오하고 있던 쿠레나이가, 망설이고 있는 것을 린코는 깨달은 것이다.


쿠레나이는 그런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쿠레나이 "린코. 반드시 신안에 각성해 줘. 그게 할아버지의 소원이야."

린코 "반드시 그리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