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재혼가정이다.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어렸을 때 엄마는 아빠와 이혼했다. 

언젠가 엄마에게 이혼한 이유를 물어보았을 때, 당혹감이 깃든 미안한 표정만 지었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그리 오래지 않아 엄마가 재혼을 했기 때문에, 아빠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새아빠를 소개시켜주던 날은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엄마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처음 만나 같이 점심 식사를 했는데, 그 자리엔 나보다 두 살 어린 남자아이도 있었다.

갑자기 동생이 생겨 처음엔 굉장히 어색했지만, 금세 서로가 가족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두 분 다 일을 했기 때문에 집을 비우는 경우가 곧잘 있었지만, 아침식사는 항상 함께할 정도로 단란한 가정이었다.

아빠의 존재로,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아주 순조롭게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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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아빠가 직장을 옮기게 되어 우리집은 그 근처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나는 중학교를 졸업한 직후였기 때문에, 어찌되었건 새로운 고등학교로 입학해야 하기 때문에 별 불만은 없었지만,

나보다 동생은 아직 중학교를 졸업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학을 가야해서 볼멘소리를 냈다.

이사를 오게된 곳은 중심가와 약간 떨어진 한적한 동네에 있는 32평 정도의 평범한 아파트였다.

앞으로 다니게 될 고등학교와는 거리가 좀 있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을 빼면 나쁘지 않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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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교복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시내에 있는 교복점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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