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사건은 일단락 되었고.

니토리는 노예관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게 되어버렸다.


'유메이라는 놈은 어떻게 됐냐고?'


몰라.

알아서 하겠지.

풀어줬으니까.

남정네한테 줄 관심은 없다.


그건 그렇고 내가 만들어낸 '인공적인 불행'의 각본.

이것의 완성도는 차치하고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각본의 실행에 있어 시간을 꽤 오래 들여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오래 걸렸고.'


그럼 그 오랜 기간동안 나는 놀았느냐?

그것은 또 아니다.


치르노의 소재파악.

이것을 우선순위에서 내려보낸 순간은 단 한번도 없었다.

나는 시간을 쪼개 여러방면으로 치르노의 행방을 쫓았다.

하지만 딱히 단서가 될만한 것을 찾지는 못 했다.


노예들이 허튼짓을 하는것은 아닌지의 감시 겸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탐사 범위는 마을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들어오는 정보의 양이나 질이 극도로 형편없었다.


그나마 손에 꼽아볼만한 정보로는.


요정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쿠레이 레이무가 보이지 않는다.


두 가지 정도일까.


뒤엣것은 둘째 치고 요정들이 보이지 않는다는건 조금 신경쓰인다.


요정들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환상향의 자연현상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고.

그런 요정들이 코빼기도 안비치고 있다는건 아마도 자연현상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으로 추측되는데.


'근데 그런걸 내가 알 턱이 있나.'


뭔가 이변이 일어난 것이라면 내가 아니라 하쿠레이 레이무 혹은 키리사메 마리사 정도가 더 잘 알겠지.

내가 어떻게 해볼만한 영역이 아니라는 거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둘에게 도움을 받을 생각따위는 없다.


'막막하네.'


막막했다.


치르노가 보고싶었다.


이윽고 밤이 되었다.

수확은 없이 시간은 흐르기만 한다.

나는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다.


[카기야마 히나는 사라져버렸습니다]


'뭐?'


깊은 새벽, 갑작스레 울리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나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암흑.


온통 어둡다.


어둡다 못해 새카맣다.


'노예관에 무슨일이..'


"니토리!!!"


고함을 질러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역으로, 내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마치 흡음재로 둘러쌓인 방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


"이런 씨발."


대체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야.


"니토리!!!"


[카와시로 니토리는 사라져버렸습니다]


대체.


대체 무슨일이.


[300] 불러오기


그렇게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채 되돌아왔다.


나는 거실 바닥에 누워있었다.


"......"


뭐였을까.

그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어둠은.

불길하기 짝이 없는 광경은.


그리고.


나는 또 다시.


또 다시.


"......"


"아."


이젠.


구역질 조차 나오질 않는구나.


역겹다.


역겨웠다.


익숙해져 가는 나 자신이.


"크하하하핫.."


웃겨?


"으하하핫!! 으하하하하하핫!!!"


우스워?


"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 하! 하하하!!"


웃었다.

하염없이 웃었다.


웃다 지쳐 잠들었다.


다음날.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루미아는?'


카기야마 히나도.

카와시로 니토리도.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루미아는?'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걸까.

추측을 해보자.


루미아의 능력은 어둠의 조종.

기억하는 바로는 그렇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 또한 어둠.


그렇다면.

모종의 이유로 루미아의 능력이 발동했던 것이 아닐까.


'어째서?'


조교전의 힘으로 노예의 능력은 모두 봉인당해있을 터.

그런데 어째서 루미아는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던걸까.


[일정 기간 이상 노예의 조교가 이루어지지 않을 시 노예는 해방됩니다]


나의 그런 의문에 대답하듯 메세지가 떠오른다.


'그런 기능 YM에는 없었다고.'


하지만 이건 YM이 아니다.

이미 몇 번이나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는가.


이건 현실이라고.


아무튼 나는 루미아를 노예로 삼은 뒤로 조교를 행한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래서 루미아가 풀려났고, 그로 인해 어둠이 도래했던 것이라면.

그렇다면 설명이 된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아있다.


'어째서 니토리와 히나가 사라진건지.'


사라져 버렸다.


그 말의 의미는 단순하다.


죽었다는것.


어째서 그 둘이 죽었는지.

그것을 알아낼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루미아를 찾아야해.'


이번 일의 유일한 단서.

그것은 이제 루미아 말고는 떠올릴 수 없었다.


'이미 죽어버린 이상 돌아오지 않아.'


그렇다면 적어도.

왜 죽었는지.


그것을 해명해야 할 의무가 나에겐 있었다.

그것이 최소한의 속죄다.


나는 조속히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허리춤이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목검이 없었다.

아무래도 전 회차의 물품을 가지고 되돌아가는건 불가능한 듯 하다.


'상관없어.'


목검 대신 길가에 놓인 각목을 주워 챙겼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루미아를 만났지?

하물며.


'루미아는 어디에 있는거지.'


눈을 감고 기억을 되짚어 보지만 떠오르는것이 없다.

아마도 백옥루에 갔다가.

무연총에서 허탕을 치고.

돌아오는길에 루미아를 만났던 것 같다.


'딱히 어디랄곳이 없는데. 우선 무작정 돌아다녀 볼까.'


그렇게 나는 환상향 전역을 방황하기 시작했다.


우선 처음으로 요괴의 산에 들렀다.

딱히 이렇다 할 소득은 없었다.

산정 근처에서 무척이나 경치가 좋은 언덕을 발견했다.

그곳에서는 환상향 전역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눈에 띄는것은 당연하게도 대나무가 빽빽하게 늘어선 죽림.


그래서 나는 다음으로 미혹의 죽림 방향으로 향했다.

죽림은 역시나 길을 잃고 헤매기 십상이었다.

몇 번이나 같은 길을 헤매버린 나는 결국 탈출을 포기하고 며칠인가 죽림에 머무르게 된다.

그러던 와중 우연히 이나바 테위를 마주쳐 죽림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이나바 테위와 딱히 대화를 나눈건 아니다.

정말 우연히 마주친 것 뿐.


죽림에서 탈출한 뒤로 향한곳은 안개의 호수.

운이 좋다면 치르노를 마주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일은 없었다.

루미아 또한 마주칠 수 없었다.


홍마관 방향으로는 가지 않았다.

꺼림칙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알아낸 사실이 있다.


요정이 나타나지 않는 현상은 이번 회차에서도 유효하다는 것.

적어도 내가 직접 돌아다니는 동안 요정을 마주친 경우는 없었다.

요괴의 산에서 갓파를 마주친다던가, 안개의 호수에서 요괴를 마주친다던가.


마주칠만한 녀석들은 제법 마주치며 돌아다녔다.

덤벼드는 녀석들은 모조리 각목으로 패버렸으니 문제없다.


그래서 이번엔 인간 마을로 돌아왔다.

정보를 얻어볼 생각으로 돌아왔지만 딱히 이렇다할 정보는 없다.

이변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고, 치르노에 대해 아는 사람은 더욱 없었다.


그래서 다시 길을 떠났다.

이번에는 명계 방향으로.


그나마 이쪽이 루미아를 마주칠 가능성이 있었다.

저번 회차에서도 명계에서 돌아오는 길에 루미아를 마주쳤기 때문이다.


이번 회차의 명계는 내가 기억하는 명계와 딱히 다름이 없었다.

조용하고, 고요하다.

이따금 유령이 돌아다니는것이 보일 뿐 달리 나를 습격하려는 요괴 또한 없다.

꽃이 피어있는걸 보아 계절은 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틀렸나.'


저번 회차와 정확히 똑같은 일을 한다면 루미아를 만날 가능성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기억력이 좋지 않을 뿐더러 저번 회차와 똑같은 일을 한다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니토리가 없어져버렸으니까.


'결국 끝까지 니토리의 과거에 대해 듣지는 못 했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명계를 돌아다니다 삼도천에 다다랐다.


"조용하군."


"그렇지?"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다가온것은 코마치.

오노즈카 코마치다.


'별일이네.'


저번 회차에선 우연히 마주친게 전부였다.

삼도천에 빠질 뻔 했던 나를 구해준게 코마치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명계에 사람들이 몰려들진 않는건가?'


안좋은 기억이 떠오른 나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시기상 조금 이른 시기에 명계에 온걸까.

어쩐지 지치는 기분이 들어 바닥에 주저 앉았다.


"인간이 여기까진 어쩐 일로 온거야?"


"누굴 좀 찾고 있어."


"저세상 사람이려나?"


"그건 아니고."


코마치는 서슴없이 내 옆으로 와 앉는다.


"사신이면 바쁜거 아니야?"


"그런가? 찾는다는건 누구야?"


"치르노, 라고 하면 알까?"


"글쎄. 잘 모르겠는걸."


"루미아, 라고 한다면?"


"들어본 적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것보다 찾는 사람이 둘이야?"


"사람이라고 해야할까. 요정이랑 요괴지."


"헤에."


코마치는 내 이야기가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치르노랑 루미아라는거지?"


"그래."


"어딘가에서 소식을 알게되면 전해줄게."


"어떻게?"


"뭐. 네가 이쪽으로 와야겠지?"


'또 올일이 있긴 할까?'


그렇게 생각하며 코마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문득 코마치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중얼거린다.


"엇차. 시키님한테 혼나기 전에 돌아가볼까."


지옥의 염라대왕을 말하는건가.


"다음에 또 보자구. 볼 수 있다면 말이지."


그렇게 말한 코마치는 손을 흔들며 떠나간다.

나도 잠시 숨을 돌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연총에나 가볼까.'


나는 재사의 길을 지나 무연총에 도착했다.

무연총은 석산과 자줏빛 벚꽃이 잔뜩 피어있어 몹시 아름답다.

아름답지만 어딘가 섬뜩하고 소름끼치는 분위기.


무연총의 곳곳에는 무덤이 잔뜩 있다.


'죽는다면 이런곳에 묻히고 싶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연고자가 없는 나는 무연총(없을 無 인연 緣 무덤 塚)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런곳에 묻히는것이 맞다.

참으로 적절한 이름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무연총을 거닐다 눈이 뻑뻑해짐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잠을 푹 자본게 언제였더라.'


적어도 이번 회차에서 제대로 된 잠을 잔 횟수는 손에 꼽을 것이다.

휴식도 중요하다.

돌아가자.


그렇게 나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딱히 얻은것도 없는 채로.

그저 돌아다니기만 하다가 돌아왔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니.

익숙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어이. 거기 너. 여기 사는 사람이야?"


'하아.'


하쿠레이 레이무.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 중 하나를 마주치고야 말았다.


"대답해."


'흠.'


왜 여기에 있는걸까.

뭐, 인간 마을 근처에 이런 집이 있으니 언젠가 들킬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게 하필 지금이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다.


'쓰러뜨릴 수 있을까?'


나는 각목을 쥐고 레이무와의 격의 차이를 떠올렸다.

결론은 빠르게 내려진다.


'불가능.'


나는 약하지 않다.

그렇지만 강한것은 레이무 쪽이다.

방심한 틈을 노린다면 모를까.


무엇보다 쓰러뜨릴 이유도 쓰러뜨려서 얻는 이득도 없다.

그냥 원하는대로 해주고 빨리 쫓아내는게 내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


"내 집에 무슨 볼일이라도?"


"언제부터 여기에 살게 된거야?"


"오늘."


"뭐?"


"어젠가?"


"장난해?"


"언제부터 살았는지 모르겠다는 뜻인데."


"......"


레이무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다.

슬슬 짜증이 난 나는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레이무를 지나쳐 문으로 향한다.

그 와중에 레이무가 내 손목을 붙잡았다.


"수상해. 요즘 안그래도 요정이 사라졌다고 말이 많은데."


"어쩌라고. 이거 놔."


"너랑 관련 있는거 아니야?"


"이 씨발.."


나는 뒤로 돌아 각목으로 레이무를 후려 쳤다.

레이무는 순식간에 각목을 쳐내고 내 팔을 잡아 꺾는다.


"무슨 짓이야?"


"죽여! 죽여 이 개새끼야!"


나는 짖었다.

겁먹은 개새끼는 크게 짖는 법이다.


"뭐, 뭐라는거야."


레이무는 당황한건지 내 팔을 놓아준다.

자세가 무너진 나는 바닥에 엎어졌다.

흙을 손으로 움켜 쥔 나는 흙을 레이무에게 뿌리며 소리친다.


"꺼져!"


"이런 미친.."


"꺼져!!!"


제 아무리 강하다 해도 입자가 작은 흙을 모두 쳐낼 순 없는 법.

흙투성이가 된 레이무는 욕설을 내뱉으며 하늘로 날아간다.


"오지말라고!!!"


나는 허공에 흙을 던져대며 소리쳤다.

레이무는 하늘에서 잠시 나를 내려다보더니 어디론가 날아가버린다.


"이 씨발.."


싫다.

이젠 싫다.


나는 메뉴창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메뉴창을 열었던게 언제였을까.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다.


메뉴창은 내 감각을 마비시킨다.

현실감을 없애버린다.


나는 그게 싫어 메뉴창을 멀리하게 되었다.

그랬었다.


이제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노예를 구입했다.


소지금 5만.

루미아의 구입 금액은 5만이다.


루미아의 이름을 누름과 동시에 노예관에서 빛이 터져나온다.


나는 철저하게 조교사가 되기로 했다.

치르노의 구입 금액까지-


100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