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말 수인들이 기원했다 전해지는 곳은 이 드넓은 초원이였다. 광활한 대지는 저 멀리 팀북투에서 온 여행자부터 말라카의 해적상인까지 감동시켰다는, 그러한 인상을, 지성체라면 받게 하는 그러한 존재였다. 훈의 부족민들이 흔히 '어머니 대지'라 부르는 이 땅에는 무언가 힘이 있었던 것이다. 

 이 그 자체로서 놀라운 영감의 터전이였던 땅에 문명이 들어서고, 수많은 천막이 나타나고, 또한 편자를 발에 박아넣고 수백, 수천 킬로미터를 질주하는 태생부터 자유를 갈망하고, 또한 그 한계를 시험하고자 하는 낭만주의적이면서도 열성적인 이들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을 것이다. 이들은 성년이 되는 시기를 자신들의 인생의 종착점을 '원하는 것을 찾은 때'로서 정의하고, 그 때에서야 천막을 짓고, 같이 다니던 가정을 정착시켜 사는 생활을 해왔다.


 일반적인 이 대지를 거닐던 말 수인이라면 그러한 전통적인 유목 생활은 지금 와서는 빠르면 20세, 늦어봐야 40세에 끝나는 것이였다. 다들 목적을 '아름다운 살 곳', '아름다운 가정'과 같은, 현실적이거나 자신이 손에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으로 잡고 살아갔기에.


 어느 이름모를 소부족의 족장의 아들로 태어난 '쿠란타'라는 젊은이 또한 그러한 생각을 하고 천도 길에 올랐다. 그 또한 적당한 목표를 찾으면, 자리를 잡아, 부족을 그대로 계승할 심산이였으리라. 그러나, 그는 광활한 대지를 달리고, 또 달리면서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의 마음을 채울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수 년 간의 유목생활에서 깨우쳤다. 수 년 새에 몇번이고 아버지 족장의 전갈이 도착해 터를 잡는 것을 권유하였으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수많은 대지를 돌아다니며, 그는 자연스래 모인 그의 신비성과 족장의 아들이라는 혈통에 이끌린 자들을 모으게 되었다. 이윽고 그것은 수백, 수천, 수만의 무리가 되어 어느새 또 하나의 부족이 되어있었다. 자연히 그에 대해서 기존에 정착-이동의 생활을 반복하던 부족들은 별종이라 생각하고 신경을 쓰지 않았다.


쓰지 않았을 터였다.


그는 어느새 모험심과 야망에 불타는 수십만의 남녀를 거느리고, 한 번의 손짓으로 이들을 수백 킬로미터 너머로 움직일 수 있는 하나의 거대한 존재이자, 하나의 숭배 대상으로 변모해있었다. 그의 여행은, 참으로 크나큰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방인이 나타났다.


 이방인의 존재는 그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신선하고, 새로운 것이였다. 그들은 우리와 달랐다. 지금까지 방해했던 말 수인들과는 전혀 다른 병장기와 싸움방식을 지니고 있었다. 이들은 너무나도 감미로운, 전쟁북의 소리를 저마다 내었다. 탐스러운 깃발을 휘두르고 다녔다. 신묘한 힘을 사용했다. 어느새 부족을 통일하였던 카간에게는 그것들이 너무나도 놀랍고, 또한 신기하였으며, 그리고 소유하고 싶게 만드는 존재들이였다.


 권태기에 빠져가던 카간은, 새로운 그의 상대들을 목도하였다. 그는 몸소 수많은 문명들을 원로들의 만류를 물리치고 직접 만나보았다. 국경지대에서 검문관의 퇴짜를 맞아보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따뜻한 환대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받으며 말이다. 그리고 그의 마음 속의 소유욕은 더욱 더 커져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원정이 끝났을 때 원로들이 정착생활의 시작이라 안심하고 있을 때 즈음, 그는 소리쳐 말했다, 이제 드디어 원하는 것을 찾았다고. 그것은 온 세상을 손에 넣는 것이라고.


원로들의 경악과는 별개로, 추종자들은 그의 포부에 탄복하고, 그것을 찬미하였다. 어찌되었든, 그것은 가장 그 다운 선택이자, 아직 끝나지 않은 유목생활의 마침표를 그 어떤 말 수인보다 화려하게 찍을 방법이였으니까.


"카간께서 세상을 원하신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온 세상을 호령할 말발굽 소리의 시작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