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트레센부에서 훈족의 사절들을 전부 죽였다는 전갈이 카간의 사령부인 거대한 천막으로 전달되었을 때, 그 천막 안에서 확장계획을 짜던 이들은 모두 조용해졌다. 카간 또한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또한 그 어이없는 사건이 도대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야 하였으니 말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 또한 그러한 어이없는 일을 마주하면,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카간은 고민했다. 도대체 이 자들은 어떤 생각으로 감히 자신의 사절을 죽였는가 하고 말이다. 그의 뇌리 속을 상념이 지나치자, 천막이 불타기 시작했다. 천막의 연약하디 연약한 천이 불타기 시작했다. 붉게 불타는 천과 검게 그슬린 재가 되어 산산이 부서지는 천막을 뒤로 하고, 카간은 걷기 시작했다. 물론 그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트레센부였다. 


 그는 일주일 가량 천천히 걸어 트레센부와 훈족의 국경에 도착했다. 그가 명령하지 않았는데도 자신을 따라온 십만의 정병들과 함께 트레센부와의 국경을 마주했을 때, 그의 눈에는 불길에 휩싸인 트레센부의 수도와 수많은 미약한 인간과 우마무스메 병사들이 고도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대인지뢰를 초원에 무더기로 매설하는 장면이 비쳐졌다. 


그가 잠시 앞으로 걸어가, 땅에 팔을 꽂아넣고 지뢰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 "그렇군. 카간의 총독을 죽이는 것이 이 정도의 값어치밖에 없었던 것인가." 그는 지뢰를 별 것 아닌 듯 살펴보더니, 땅바닥에 다시 떨어뜨렸다.


카간의 함성 한 번에 그가 서 있던 국경지대 근방 100km의 대지가 해일과 같이 솟아났다.


카간의 호령 한 번에 십만의 훈족 정병이 무인지대를 달리듯이 오합지졸의 반란군이 내전을 벌이던 트레센부의 수도는 함락되었다.


카간의 손짓 한 번에 트레센부에서 수레바퀴보다 키가 큰 남성은 모조리 참수되었다.


카간의 눈짓 한 번에 트레센부의 모든 건물은 불태워졌다.


이들은 카간의 명령을 어긴 죄를 피로서 갚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