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오르는 도심에서 과거 트레센의 황제이자 무패신화를 써내려 갔던 심볼리 루돌프는 무너진 건물에 몸을 숨긴 채 심호흡을 했다.

최초의 민주 선거로 트레센의 회장에 당선된 나이스 네이처가 연달아 일으킨 실정으로 인해 트레센은 훈의 지배자, 보르지키트 씨족의 쿠란타 카간의 공격을 받아 멸망 직전의 상황에 놓였다. 아니, 정확히는 지금 본인을 포함한 저항하고 있는 이들이 이길 가능성은 전혀 없으니 이미 멸망했다고 봐야겠지.


> 한놈도 남김없이 모두 죽여라! 감히 카간을 모욕한 인간 이하의 것들이다!


꽤나 가까이에서 들리는 훈의 병사들이 내지르는 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 이미 일전의 전투로 인해 심각한 부상을 입어 더 이상 도망칠 수도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지 오래.

그녀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소총을 내려다 보고 다시금 다짐했다. 누가 트레센을 뭐라고 하던, 자신은 트레센의 황제로써 죽겠다고.

다가오는 훈의 정예 병력인 케시크와 함께 동귀어진 하겠다고.




> 이쪽도 수색하라!


거의 다 왔다.

조금만 더.


그녀는 회상했다. 이전의 전투를.

카간은 자연재해 그 자체였다. 그가 창을 휘두르자 나타난 토네이도는 수 많은 그녀의 동료들을 앗아갔고, 그 중에는 그녀의 친우였던 마루젠스키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가 슈퍼카라 불리우며 지내왔던 시간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케시크들은 토네이도와 함께 고속열차 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내달려 왔고, 선두에 서 있던 그녀가 케시크들의 창에 쓰러진 이후엔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 여긴 없습니다!


조금만 더.


그녀는 회상했다. 이전의 후퇴를.

카간의 군대에 의해 쓸려나간 병사들은 오합지졸이 되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포위 당해 모두가 죽을 지경. 그 상황 속에서 나리타 브라이언은 홀로 카간의 진군을 막기 위해 나섰다. 분명 누군가의 작품이라면, 이런 감동과 헌신을 보아서라도 일당백의 상황에 분전했을 테지만, 케시크들은 우습다는 듯이 그녀를 짓밟고 아군을 쫓아오기 시작하였다.




> 찾았다!


> 죽어어어!!!


> 이건....


폭음과 함께 케시크 한 명이 온몸에 쇠구슬이 박혀 갈갈이 찣겨나갔다. 또다시 누군가의 희생으로 카간의 병사 한명을 죽인 것. 저 해일과 같은 병력 앞에서 고작 한 명의 죽음은 그들에게 있어 무의미한 손실에 불과할 것이다.


조금만 더.


그녀는 회상했다. 이전의 학살을.

기어코 도시 내에 진입한 카간의 병사들은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서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숨어 있던 하루 우라라는 고작 수레바퀴보다 크다는 이유 하나로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했으며, 아이들 또한 카간의 병사들에게 잡혀갔다. 트레센 학원에 모여 저항하려던 이들 모두 쓸려 나갔다. 카간의 병력에는 제대로 된 피해조차 입히지 못한채. 스페셜 위크가, 사일런스 스즈카가, 오구리 캡이, 골드 쉽이, 다이와 스칼렛이, 메지로 맥퀸이, 에어 그루브가, 타마모 크로스가, 파인 모션이, 카페, 부르봉, 라이스 샤워, 카렌짱, 골드 시티, 사토노 다이아몬드, 키타산 블랙, 이 모두가. 이 모두가 잔혹한 카간의 군세 앞에 허무하게 쓰러져 갔다.




> 빨리 찾아 이곳에 "황제"가 있다는 소식이다!


다 왔다.


카간의 병사가 그녀가 몸을 숨긴 잔해를 확인하려던 순간 그녀는 재빠르게 뛰쳐나와 카간의 병사들을 향해 총을 겨눴고, 방아쇠를...


> 커헉!


당기지 못했다.

그 자리엔 수 많은 케시크들이 그녀를 향해 활을 조준하고 있었고, 개중 높은 직책의 케시크로 보이는 이의 손에는 목덜미가 잡힌채 두려움에 떨고 눈물을 흘리며 루돌프를 바라보고 있는 토카이 테이오가 있었다.


아아... 도망치지 못했구나. 그래도 난 널 원망하지 않는다. 두려웠겠지, 슬펐겠지, 후회하고 있겠지...

그래도, 난 널, 모두를 용서한다.




황제는 그렇게 눈을 감았다.


@게오르기_주코프

@Popcat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