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간은 트레센이 불타는 것을 그 두 눈으로 똑똑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그가 처음으로 멸망시킨 부족 따위가 아닌 수백만의 인구를 가진 하나의 국가였다. 케식들이 도시를 말 그대로 박살내고 단 하나 남은 우마무스메를 마차에 싣고 왔다. 카간은 그녀를 보았다. 피투성이였지만, 잘 알아볼 수 있는 갈색 포니테일에 흰색 브릿지. 순수한 얼굴. 토카이 테이오였다. 물론 카간이 그녀의 이름 따위에 관심이 있을 리는 없었지만.


 카간은 잠시 생각하더니, 그녀를 적절히 간호해주라고 한 뒤에, 모든 병사들과 시체들이 수습되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영원한 하늘에서 축복받은

대초원에서 태어나

붉은 피가 대지에 흐르니

마지막 소명을 다하라

내가 죄인들에 명하니

그들의 업은 끝날 줄을 모르노라


 카간의 영창이 끝나자, 트레센에서 죽은 이들은 시커먼 형상이 되어 병장기를 붙잡았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보석이 박힌 듯 단 하나의 구멍에서 공허한 빛이 날 뿐이였다.



 그리고 트레센에 살던 작자들이 메스껍고 시커먼 토사물과 회색빛 회반죽으로 짓밟아 사라지게 했던 푸르른 대초원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콘크리트 구조물과 아스팔트 도로들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 처럼 사라지고, 아름다운 자연이 다시 생겨나기 시작했다. 카간 또한 어린 시절에 뛰어놀던 그 푸르른 초원. 문명이라는 이름 아래 짓밟혀 무참히 인간과 우마무스메들을 떠받쳐야 하였던 자연이 다시 되살아났던 것이다. 그것이 카간의 아츠, 자신이 이름붙이길 '정화의 아츠'라고 하는 것이였다. 그는 정화를 실행할 힘도, 또한 자기 나름의 기준도 있었다. 그는 자연과 순수한 이들에게 한없이 자비로웠다. 그리고 그에 반하는 이들에게는 한없이 냉혹했다.


 그 광경을 본 이들은 나지막이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혼령의 군대들이 점점 오와 열을 갖추어 그를 따라오자, 카간은 팔짱을 풀고 결연한 발걸음으로 다시금 그의 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