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타의 시인 '로버트 안드로비치', 퀀텀출판사, 정가 15,000골드 (1골 = 1원)

다음은 그의 대표적인 시의 예시입니다.

그 쇳물 쓰지 마라.
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적 얼굴 찰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새끼 얼굴 한번 만져 보자. 하게.

 

 

자연의 모든 것이 잠든 시간, 
홀연히 뜨거운 불길 앞에 홀로 서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은 사람이 있네.

그러한 그를 참 곱게 여기셨는지
제 나이 서른도 안된 한 청년의
한 목숨 급하게도 거두어 가시네.

지상의 시간은 비록 너무나 짧았지만
지상의 장인정신 천상에서 인정받아
도안공 되어 오랜 시간 평안 하기를

 

내 이제는 어디 농으로 라도
용광로처럼 뜨거웠던 젊은 날이라는 둥
용광로같은 열정이라는 말 따위는 쓰지 않으련다.

그날도 어김없이 
짙은 어둠 속 새벽까지
탄광의 꺼뭇꺼뭇한 분진과 같은
열창의 숨을 들이켜야 했던 용광로 청년이여,

쳐다도 못보겠소
너무도 마음이 시려서.

불러도 못보겠소
너무도 목이 메어서.

덧없는 인생이라지만
이렇게 애닯게 스러지니
이 땅의 젊은이들
눈물보가 터졌소.

 

차라리 쇳물되어 - 이유성 -

나의 뼈 나의 살이여
나의 형제 나의 아들이여

난 구름사이 작은 햇살도 싫어했거늘
그댄 불덩이를 안고 살았고나

헛디딘 그 발판 다 녹여내고
묶지 못한 안전로프 다 태워라

그대 땀 용광로 녹슬게 하고
그대 피 한반도 물들게 하라

뼈도 가루도 못 찾는다면
차라리 쇳물되어 미소짓고 부활하라.

 

 

@Wyv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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