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아름답지만, 잔혹할 정도로 날카로운 꽃]


그날은 나에게 있어, 인생의 분기점이라 말할수 있을법한 사건이 두번이나 발생한 날이었다.

평범한 인간은 인생을 바꿀만한 사건을 한번 겪는 것 마저도, 없는 일이 비일비재 하지만, 그날의 나는 달랐고, 나를 바라보는 세계도 달랐다.

인생은 급류에 떠밀리는 작은 배 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분명 나는, 거대한 해일을 만난것이 분명하다.

내 눈앞에 펼쳐진, 이형의 세계가 나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너는 이곳의 존재가 아니며, 하지만 너는 살아가야 한다고, 이것이 너의 인생을 바꿀 첫 분기점 이라고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나는 알수 없었다, 다만 내 눈에 말을 전하는 세계는 알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아쉽게도, 이형의 세계는 말을 하지 못함이 분명했기에, 내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세계의 말을 창조해 낼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맨정신으로는 이해할수 없는 상황에, 약간의 패닉 상태에 빠지기도 하였지만, 다행히 내 정신은 약한 나와 달리,  어느정도 근성은 있는지, 꽤나 빨리 객관적인 시선을 만들어 줄수 있었다.

그리고 객관적 시선은, 천문학자에게 망원경을 가져다준것 처럼, 나에게 상황이라는 별을 바라볼수 있게 해주었다.

확실한 것은, 내가 있는 이 이형의 세계는, 본래 내가 존속해야할 세계가 아님과, 어찌 되었든 해일에 휩쓸린, 나는 크루소와도 같이 무인도 같은,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실 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생존이라는 목표가 잡히니, 사시나무 처럼 벌벌 떨리던 몸은 어느새 멈췄으며, 생존이라는 기름이 나라는 자동차를 움직여 주기 시작했다.

생존의 기본원칙은 어디서나, 정보 또한 정보이다, 이곳에 누군가 살지, 살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어찌되었든, 대화가 통용되지 못한다는 가정하에, 나는 이 두 눈에 의지하여, 지금의 상황과 정보를 파악해야만 했다.

그렇게 생각을 마친, 나는 눈 앞에 보이는 수풀에 한걸음의 발을 내딛었고, 이내 후회했다.

발걸음을 내딛고, 그대로 쩍 벌어진 거대한 아가리를 맞닥뜨리기 전까지의 나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동시에 아무도 온적 없을법한 세계에, 처음 발을 내딛는 다는 생각에, '인류 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한 사람의 인간 에게는 커다란 도약이다'라는 시덥잖은 생각또한 지니고 있었다.

아까 말했듯, 내 얼굴보다 크게 벌어진, 냄새나고 지독한 아가리를 면전 바로 앞에서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콰작'하는 소리가 내 귀에 이명과도 같이 울리며 맴돌았다, 정말 다행히도 내 몸에는 아무런 상처가 없었다.

당연했다, 나의 생존본능 덕분인지, 이형의 세계로 넘어오며, 감각이 좋아진건지, 나는 거의 코앞에서 뒤로 넘어가는데 성공했고, 내 얼굴을 크래커 부숴 먹듯, 단입에 으깨려 했던 거대한 입은, 그 목적을 잃고, 스스로 부딪혔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당황을 금치 않을수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경악할수 밖에 없었다.

내 눈앞의 그것은, 한마리의 늑대였다. 다만, 늑대라기엔 너무 거대했으며, 웅장했다.

달빛이 반사되어, 마치 아름다운 비늘을 보는 듯 하지만, 부드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은백색의 털, 자신과 나를 비교하며, 절대적인 강자라고 여기고 있는, 맹수 특유의 기백, 그 피보다 붉은 눈동자는, 나의 삶과 죽음마저 갈라놓으려 하는, 거대한 칼날을 형상화 한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것들 보다도, 나를 공포에 질리게 하고, 두려움을 느끼게 하였던 것은,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 할수 없는 거대한 크기였다.

평균적으로 늑대는 1m~1.3m 내외로 자란다, 다만 고위도 지역의 늑대들은 1.6m이상으로 자란다는 말을 인터넷에서 니는 본적 있었다.

하지만 이 늑대는, 그 위풍당당한 달의 맹수는, 족히 2.5m는 넘어갈듯한 몸길이를 지니고 있었고, 그 무게도 130kg가 넘을것이라 예상 되었다.

두려웠다, 죽음의 공포가 내 뇌라는 신문의 1면을 가득채웠으며, 미지의 상황에 대한 공포가 등골을 타고, 전신을 울렸다.

고대로 부터 전해진 공포가, 가장 오랜시간 동안, 인간이라는 종족과 생존경쟁을 벌여온, 달의 맹수의 공포가 시간을 거슬러, 내 육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이제 더이상 나에게 움직일 힘도, 의지도, 기회조차도 없었다, 나는 보드게임 위의 말이었다, 바로 앞에 죽음을 둔 보드게임에서, 오직 1만이 적힌 주사위를 던지는 상황, 그것이 지금 나의 상황 이었다.

달의 맹수가, 그 추잡한 아가리를 다시 한번 '쩌억'하고 벌리기 시작했다, 이제 곧, 무방비한 나의 목을 물어 뜯을 것 이었다, 그 어떤 윤리의 속박도 없이, 매 순간 내몸을 유린할 것이고, 종국엔 내 영혼또한 끝이 보이지 않는 우물속으로 사그라들어, 영원히 열리지 않을 뚜껑이 덮힐 것 이었다.

하지만, 내가 예상하는 그런일은, 미래든 과거든 현재든, 전혀 벌어지지 않을 오답이었다.

1뿐인 주사위는 2를 가리켰다, 그리고 늑대는 목을 잃었다, 그 위풍당당하고, 위엄이 넘쳤던, 붉은 눈동자는 그 생기를 잃었으며, 나 따위는 수십번을 찢어 갈길수 있는 다리는, 그 힘을 잃고 쓰러졌다.

그리고, 이제는 덧없는 사체가 되어 나뒹구는 늑대의 시체 위, 한 소녀가 떠있었다, 말 그대로 서있는 것이 아닌, 하늘위에 떠있었다. 

사실 이곳은 외계인이나, 소위 초능력자라고 불리는, 인간을 뛰어넘은 존재들이 사는 세계 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아까의 늑대의 크기도 설명되지 않을까 싶었다, 생태계란 미치 하나의 게임, 몬스터 하나가 강해진다면, 그것에 맞추어, 밸런스를 맞추는 것과 같이, 평등하지만 공평하지는 않으니...

다만 지금, 확실한 것은 내가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숨을 쉬고, 존재하고 있으며, 내 몸의 상처라고는, 아까 넘어지면서 생긴, 약간의 생체기 뿐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나는 내 앞에 존재하는, 저 아름다운 장미빛 소녀에게 구원을 받은 것이다, 고귀한 달의 빛이, 더욱이 고귀한 소녀의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마치 창틀을 넘어 들어온 햇살이, 스스럼 없는 손길로, 어둠을 본래의 장소로 덜려 놓는것 처럼 말이다.

소녀의 얼굴은 백옥 같았다, 바다 속에서는 진주보다 반짝였으며, 하늘에서는 태양보다 밝았고, 달 아래에서는 호수위에 비친 달의 분신보다도 고품스러웠으며, 깨진 유리조각, 그 순간의 아름다움 보다도, 깊은 매력을 간직하고 있었다.

소녀의 긴 생머리는, 비쳐오는 달빛의 거울이였으며, 하늘 위의 구름 보다도, 하늘 하늘 흩날렸다.

그러면서도, 군더더기 그리고 잡티 하나 없는 찹쌀떡 같이 부드러운 얼굴형과, 내 아래에 흐르는, 늑대의 피보다 붉은 신비한 리본과, 여느 이상성욕자들이, 환장할 부위를 적나라하게 들어낸 옷무새는, 소녀가 아름다움이라는 껍질을 두르고 있더라도, 앳됨과 소녀라는 내용물을 지니고 있음을 알수 있게 해주었다.

소녀는 장미였다, 피보다 붉었으며, 태양보다 밝지만, 핏빛 우물속에 비친 태양의 모습이었다, 당장이라도 내 눈을 베어갈, 날카로운 눈동자 속에는, 수많은 가시가 피어나 있었지만, 그 가시들은 내 눈을 베어간 것이 아닌, 내 심장을 앗아갔다.

나는 손을 뻗었다, 분명 내가 꺾을수도 없는 꽃이요, 순수한 마음으로 집는 이의 손을 상처입힐 장미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손을 뻗었다, 다시 한번 이형의 세계가... 아니 진정한 의미의 환상이 말하고 있었다.

이것이 너의 두번째 분기점이라고, 거친 해일에 휩쓸려, 바다의 끝까지 밀려난, 내가 만난 거칠고 사납지만, 그만큼 강인하고, 나를 집으로 돌려보내줄수 있을만큼 상냥한 파도라고 말이다.

나는 배를 몰았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손에서는 입이 피어 났으며, 피어난 입은 장미에게 속삭이기 위해, 공기의 바다를 헤치고, 나라는 배를 이끌고 나아갔다, 이윽고 도달한 장미의 이데아에서, 나는 묻는다, 이름.... 이 장미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장미는 달콤한 향기를 풍기며. 여전히 가시를 돋힌체, 그 잎사귀를 살랑거리며, 꽃잎을 벌려 대답했다.

"레이무, 하쿠레이 레이무"

소녀의 달콤하디 달콤한 목소리가, 내 귀를 타고 온몸을 울렸다, 우주를 한번 여행하고도 남아돌 정도의 꿀이, 내 몸을, 혈관을, 뇌를, 생각을, 공허를 가득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나의 심장뿐만이 아니라, 사라진 심장의 대역으로써, 바라보던 마음마저도, 장미의 봉오리속으로 사라졌다.

이것이 나와 하쿠레이 레이무의 첫 만남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