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 이터(Lotos Eater)는 그리스 신화 속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로토파고이(λωτο + φάγοι)를 직역한 단어임.

말 지지리도 안 듣는 부하 선원들을 데리고 바다를 여행하던 오디세우스가 어느 낙원같은 섬에 다다랐는데,

거기 주민들이 주식으로 먹는 달콤한 로터스 열매를 선원들이 먹고 나서 벌어지는 이야기.


'오디세이아'의 기본 이야기 구조는 새 섬에 도착 -> 선원이나 오디세우스의 뻘짓 -> 또 고통받는 주인공임.

그럼 로터스 열매에는 단지 맛있다는 거 빼고 어떤 부작용이 있었을까?


<W.E.F. Britten, 'The Lotos-eaters'의 삽화에서>


오늘은 빅토리아 시대의 계관시인(국가가 임명한 시인)인 알프레드 테니슨 경(Lord Alfred Tennyson, 1809~1892)의 1832년작 'The Lotos-eaters'에 나온 묘사를 토대로 설명해 볼게.


+구독해놨던 전자책 목록에서 사라져서 어쩔 수 없이 혼자서 번역했음. 

워낙 까다로운 비유가 넘쳐나서 의역도 많은데 양해 부탁. 



***


<로터스 이터>


알프레드 테니슨, 1832



용기를 내게!” 오디세우스가 말했다. 그리고 육지를 가리켰다.

이 밀려오는 파도가 우리를 곧 해변가로 데려갈 테니.”

오후에 그들은 어느 땅에 다다랐고

그곳에서는 언제나 오후인 듯 보였다.

해안을 빙 둘러 늘쩍지근한 공기가 황홀히 사라지고,

지친 꿈을 꾸는 이처럼 숨을 내쉰다.

계곡 위로는 가득 차오른 만월이 서 있다;

그리고 내려오는 연기처럼, 가냘픈 실개천이

떨어지기 위해 절벽을 따라 멈추고 떨어지는 듯 보였다.


개울의 땅이로구나! 몇몇은, 내려오는 연기처럼,

느리게 떨어지는 가장 얇은 잔디의 베일처럼 떠나갔다.

그리고 더러는 너울거리는 불빛과 그림자 사이로 부서지고,

저 밑에 꿈꾸는 듯한 거품의 층을 굴린다

그들은 빛나는 강이 바다로 흘러감을 보았다.

내륙으로부터: 저 멀리, 세 산봉우리와

만년설 쌓인 고요한 세 첨봉을 지나,

저기 서서 석양으로 씻겨지고, 소나기 빗방울로 이슬 맺힌

그늘진 소나무가 올라선 얼개 진 관목림으로부터


마법에 걸린 석양은 낮게 아래로 머물렀다.

붉은 서쪽에서: 산을 통해 골짜기를 갈라놓음이

멀리 내륙에서 보였고, 아래의 노란색은

야자나무와, 감겨드는 무수한 심산유곡과 

가냘픈 생강풀로 덮인 초지로 나뉘었다;

모든 것이 언제나 똑같이 보이는 땅이라!

그리고 창백한 용골을 빙빙 둘러서,

그 장밋빛 불꽃으로 어두운 얼굴 허여멀건,

온화한 눈의 울적한 로토파고이들이 다가왔다.


그들이 간직한 마법에 걸린 줄기에서 나온 가지를,

꽃과 열매로 가득 찬 것을 각자에게 나눠주자 

그것을 받았고 맛을 본 누구에게나,

저 머나먼 곳에서 파도의 용솟음이 

이국의 해안 위로 애도하고 절규하듯이 보였다;

그리고 그의 동료가 말을 내뱉으면,

무덤 속의 목소리처럼 가늘었다;

또한 깊게 잠든 듯이 보여도, 모두 깨어있으며,

세차게 뛰는 심장이 귓속의 음악을 만들었다.


선원들은 노란 모래 위로 스스로를 뉘였다.

해안가 위로 뜬 해와 달 사이로;

고향을 꿈꾸느라 달콤하기도 하지.

아이와, 아내와, 몸종들도; 하지만 언제나

가장 지치고 따분한 것은 바다처럼 보였다

노질에 지치고, 황량한 거품 들판을 헤맴에 지쳤다.

그러자 누군가 말했다. “더는 돌아가지 않을 거야.”

너나 할 것 없이 노래 불렀다. “우리 고향 섬은

파도 건너 저 멀리에 있다네. 더는 방랑하지 않을 거라네.”


***


여기서 로터스 열매의 정체는 단순히 맛있는 열매가 아니라 술의 은유임. 여행에 지친 선원들이 낙원같은 땅에 도착했고, 거기 사람들이 주식처럼 먹는 열매를(술을) 받아먹더니 취해서 고향을 잊어버렸다... 하나부터 열까지 신주 취향인 소재 투성이가 아닐까. 취해서 세차게 뛰는 심장이 음악같다니.


나아가서 원전에 비추어 본 예탄정의 진짜 의미는 '요괴(=선원)로 하여금 고향을 잊게 만드는 장소'라고 할 수 있음. 환상향은 바깥 세상의 평지풍파에서 도망친 요괴와 신이 여행을 마치는 공간이고, 술을 마시고 환상을 보면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이미 사라지게 됨. 미요이한테 고래 속성이 붙은 이유는 술고래 비유뿐만이 아닐지도?



결론: 미요이는 사실 그리스인이다?!




+위키에는 환상향을 가리키는 'lotus land'라는 표현도 여기에서 유래했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국내에 퍼진 '연꽃열매 먹는 사람들'이라는 표현과 마찬가지로 회의적으로 보고 있음. 로터스로 발음이 같지만 철자가 다르고, 결정적으로 로터스 열매는 나무열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