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지님.. 부르셨습니까?"

"음. 왔나?"

아이다의 후예.
인간을 [진화]시켜 옴니아 에너지의 피해를 받지 않도록 단체의 수장. 세이지.


그는 지금 헬가드의 사냥개를 사냥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감시드론으로 촬영중인 영상에 비추어진 이는 두명.
헬가드 사냥개의 정예중의 정예로 사사건건 쥐새끼들처럼 임무를 방해해왔다.


헬가드의 사냥개. 익스큐터너.
그 것들은 겉으로는 정의단체를 표방하지만 뒤가 구린 족속들을 대표하는 존재다.
불쾌한 놈들.


"작전이... 성공했군요?"
"음. 그렇다."

광산으로 위장한 기지는 이미 모든 것을 정리한 후.
강력한 자기장과 방사능 지대로 인해 진입한 헬가드의 사냥개들은 모든 힘을 소진했으라.


"개들을 풀어라."

힘을 다한 사냥개는 사냥개로 처리 해야겠지.

"세이지님, 그들의 처리는 어떻게 할까요?"
"처형해야겠지. 아니, 잠시..."

세이지의 머리속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 생각으로 인해 희생당할 동지들을 떠올리니 여러 가책을 느낀다.

"아이다의 후예는 개인의 목적이 아닌 인류의 평화를 위해 모인 단체입니다. 그 목적을 위해 기꺼이 순교할 이들은 충분히 많습니다."

믿음직하고 충직한 부하.
부하의 충직어린 조언을 듣자, 세이지의 마음은 단단히 굳었다.

"알겠다. 그럼..."




***


"목표 신호가 잡히질 않아."
"수상해. 느낌이 좋지 않군."

헬가드의 사냥개.
그들은 헬가드의 그림자를 담당하는 존재다.
그들의 존재는 철저히 비밀에 붙여져 있어 심지어 사령관조차 그 자세한 내막을 모른다.


"이미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버렸어."

고농축의 방사능 지대.
에너지의 소모가 극도로 컸다.
더 이상 탐색을 계속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돌아갈까?"


성과는 없었다.
건져낸 것은 아이다의 후예들이 종종 사용하는 합성석 하나뿐.
충격을 가하면 강력한 폭발을 내는 극도로 위험한 폭발물이기도 하다.

결코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없는 위험한 폭발물의 존재, 미처 인멸되지 않은 곳곳의 흔적들.
이 곳은 무언가를 숨기려고 한 흔적들로 가득찬 위험한 곳이었다.
이 증거품도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도구들 중에 하나였겠지.

"건진 것은 하나뿐이네. 별로 중요한 물건도 아니고."
"어쩔 수 없지... 음...?"

여러 훈련에 익숙한 정예요원.
그들은 에너지가 모자란 극한 상황에서도 위기를 감지했다.


"함정이야!"
"코드네임 바바로사. 이거 위험한데..."


단독임무보다 두명의 팀으로 임무를 해내는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전수칙이 있다.

가끔은 전우를 버리는 것도 서슴치 않아야 한다.

많은 임무를 함께 해온 이 둘이었지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지금 상황이 바로 그 수칙을 지켜야할 때임을 떠올린다.


"어떻게든 따돌려야해!"
"난 이쪽, 넌 저쪽, 살아서 보자!"


- 크르륵
- 크와와


"흩어지자!"

서로의 의사가 전달됨 동시에 개들이 달려든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돌연변이들.
괴물들의 속도는 빠르다.
하지만, 헬가드의 사냥개인 그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지금은 아니다. 환경적 요인으로 모든 에너지를 소모해버린 상황에서 교전은 당연, 도망치는 것조차 힘들다.








***


"헉헉헉.."

너무 지쳤던 걸까?
사냥개들의 기운이 점점 가깝게 느껴진다.

더 이상 도망치는 것은 의미가 없었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뛰었다.
금새 따라잡힐것이 분명한 의미없는 도주였지만, 최선을 다해 뛰었다.

"헉.. 헉.. 녀석은 잘 도망갔겠지..?"

감정을 숨기는게 능숙한 그 단체생활에서도 독보적으로 뛰어난 외모로 인해 소소한 트러블이 생겨났던 홍일점의 그녀.

비밀 요원들에게 지급되는 보급품.
전자검을 손에 쥔다.

능숙한 정예요원의 그녀지만, 지금 상황은 극도로 좋지 않았다.

"모든 떨거지들은 처리했지만.. 이놈은 만만하지 않네."

주위는 돌연변이 사냥개의 시체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가장 위협적인 놈을 물리치지 않는다면 상황은 끝나지 않는다.


-크릉크릉...


"바바로사..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손쉬운 상대였는데..."

아이다의 후예의 비밀기지.
함정인줄 알고 빠져나오기엔 이미 늦어버렸다.
너무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어.

이곳에서 끝장을 봐야한다.

- 크옭옭!

몇번의 공격은 시도했으나 지금은 그저 피하기만 급급한 상태.

제대로 된 배리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인 이상,
망할 똥개녀석의 공격을 한번이라도 허용한다면 끝장이다.

- 퍼억

"끄윽.."

전투로 인해 얼마 남지 않은 배터리를 소비해 직격을 막는다.
하지만 에너지의 소모는 극심했다.
더 이상 공격을 허용한다면...


"이제 한계야..."


'빌어먹을 세상이었지만...'

헬가드의 정예요원으로서 이런 잔챙이에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치욕이었지만.
그래도 평생을 인류의 재건을 위해 열심히 싸워왔다.

파트너도 지금쯤이면 탈출에 성공했겠지?
이제 그만.. 쉬고 싶다.


- 크오오!

바바로사의 숨소리가 지척이다.
녀석의 전력을 다한 앞발.
보호막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직격 허용.

이걸로 그녀의 머리와 몸통은 이대로 분리될 것이다.

시간이 정지된 듯한 느낌과 함께 얌전히 눈을 감는다.

"피해! 등신아!"

- 푹!

이미 도망갔을거라 생각했던 녀석의 목소리.
부드러운 충격과 함께 무언가가 저 멀리 밀쳐지는 소리.
그리고... 무언가가 파고드는 끔찍한 소리.


그녀는 바로 눈을 떴고 결사의 요원답게 빠르게 현장을 파악할 수 있었다.
현장의 상황은 그녀를 대신해서 괴물의 앞 발톱에 배를 관통당한 남자.

그의 눈빛은 무언가를 단단히 각오한 눈빛이었다.

"이거나 먹어라!"
"잠깐!"


그녀가 말릴틈도 없었다.
그녀의 동료는 망설임 없이 증거품으로 회수한 합성석에 에너지를 넣는다.

-깨깽!
-콰콰쾅!

강한 폭발과 함께 돌덩이와 부산물이 튄다.
여기저기 몸을 들어 피해를 줄인다.
배리어를 가동했으나 그 보호는 미약하다.
가냘픈 몸체에 이곳저곳 생채기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 콰광!

연속된 폭발에 휘말려 그는 동굴의 천장에 부딪힌 후 땅바닥을 수십번 구른다.
불안했다. 바로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확인하는 것보다 먼저 해야할 것이 있다.

- 깨깽..

전자검을 들어 바바로사의 숨통을 끊는다.
저 덩치의 괴물이 기절할 정도의 충격이다. 녀석은 괜찮을까?





"크윽..."

녀석은 살아있었다.
아니 아직 숨은 쉬고 있었다.

제대로 된 보호막도 없이 맨몸으로 받은 폭발이다.
정상일리가 없다. 서둘러야했다.


"멍청한 새끼야. 그냥 가버리면 됐을텐데! 왜 네가 그걸 대신 맞는건데?"

그녀의 입에서 생각과는 전혀 다른 거친말이 튀어나온다.
상황이 급하다. 발톱에 관통당한 환부를 살핀다.

뚫려버린 배에서 검붉은 액체가 흐른다.
서프레서를 활용해서 긴급수복을 한다.

- 경고! 서프레셔 에너지원 부족.
- 경고! 서프레셔 잔량 부족.

그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는다.
서프레서 배터리의 부족을 알리는 기계음이 뜬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에너지의 소비를..


"그만둬.. 우린 헬가드의 결사잖아. 무의미한 소모행위는 관둬.."

"멍청한 새끼야! 이런다고 내가 고마워 할 줄 알아?"

"흐흐흐.. 역시 싸가지 없는 밥말아먹은 년이야... 그게 좋다고..."

말하는 것과는 상반되는 그녀의 행동. 그녀의 표정.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는 극한의 슬픔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눈에 맺힌 이슬을 애써 모른척했다.

"하하.. 난 알고 있었어.. 네 원래 본성은 착한 아이인 것을... 너무나도 착해.. 결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조금만 기다려! 본부와의 교신만 연결된다면 곧..."
"하하.. 아직 위험은 끝나지 않았어... 지금은 괜찮지만..."



그의 표정은 평온했다.
모든 것을 놓아버린듯한 그 모습.
그녀는 파트너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좀 더 살고 싶어하란 말이야!


헬가드의 사냥개로서 머릿속 교전수칙이 맴돈다.
큰 부상을 입어 죽을 것이 분명한 동료가 생길경우.

[고통을 덜어줘라]

"내가.. 고.. 고통을... 덜어... 덜어.."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문장을 이루기 전, 그는 그녀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그대로 두고가... 네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어... 난 알아서 혼자 빠져나갈테니..."

"그 꼬라지로 어떻게 빠져나간다는건데!"

그녀의 반발은 무시하고 그는 말을 이었다.
자신이 아닌 그녀를 탈출시키기 위해서.

"교신만.. 복구된다면 바로 구조받을 수 있어... 크흑.. 그러니까 빨리 가서.. 구조를 요청해.."

"그.. 그래야겠지..?"

그녀의 머리 속에는 그가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보다 하나 남은 희망으로 가득 찼다.

"괜찮은거지? 버틸수 있는거지?"
"그래..."

"그럼 구조를 불러올테니.."
"잠시만.. 내 서프레서 가져가.."

"뭐?"

서프레서를 잃거나 망가진 인간의 최후는 잔혹하다. 그는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넘기려고 한다.

"멍청아! 하나남은 희망도 버릴셈이야?"
"네 서프레서... 배터리 경고가 너무 시끄럽더라.. 정신 차리기는 딱 좋겠어... 내꺼와 교환하자..."

확실히 구조를 하러 가기에는 지금의 배터리 잔량은 극도로 부족하다.
대치 상황에서 너무 오래 교전을 진행했기에, 배터리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생명유지를 위해 가만히 있는 것과 탈출을 위한 에너지 소모량은 천지 차이다.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서프레서를 풀어 그의 것과 교환하기 시작했다.

"신품이 아니라 미안하구만..."

"억지로 말하지 마! 상처가..."

"쿨럭... 너는... 사람을 믿을줄도 알아야해. 다른사람의... 말을 좀 들어주는 것도 필요하고...
그리고.. 그리고..."

"다 내 얘기잖아! 너 자신에 대한 것은 없어..?

그는 빙그레 웃으며 말을 삼켰다.
내게 가장 가까운 존재는..

너였어.





***

서프레서의 교환과 동기가 끝났다.
그녀와 그는 오랜 시간 합을 맞춘 파트너.
이질감 없이 서프레서의 동기에 쉽게 성공할 수 있었다.

"돌아올 때까지 조심히 있어야해!"

그녀는 곧 보자는 듯, 가벼운척 억지 인사를 하며 떠났다.




"이런 곳에 광산이 있었을 줄이야..."

아이다 후예의 비밀기지.
오래된 갱도와 연결되어 있었다.

마음 같아서 빨리 지원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숙련된 정예로서의 마음가짐이 정신을 일깨운다.

감각을 살려 힘을 비축한 후 전력으로 탈출한다.
전파간섭을 벗어나서 지원요청을 해야했다.


- 크르릉

"또야?"

사냥개는 하나가 아니었다.
다행히 지금의 위치는 광산.

다행히 덩치 큰 괴물이기에.
좁은 광산의 특성을 이용해 따돌리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위험했어.. 저 괴물이 아직도 쫓아오고 있을줄이야.."

"교신은 아직도 안되나.."

어느정도 벗어났다고 생각해 헬가드와의 교신을 시도했지만 잡히지 않는다.
아이다 후예놈들. 진짜로 작정하고 준비했구나.


간간히 튀어나오는 돌연변이들.
위험은 없었으나 가장 큰 문제는 남아있었다.

턱없이 부족한 서프레서의 배터리.
빠르게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 경고! 서프레셔 에너지원 부족. 곧 종료됩니다.

그와 교환한 서프레셔도 한계에 봉착했다.
배터를 극도로 제한했기에 숨이 가쁘다.
거의 다 왔는데... 이런 곳에서...



"목표를 포획했습니다."

- 계획대로 진행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그녀는 부하들에게 명령한다.

"데려가서 기억을 지워라."







***

"사령관님? 말씀드릴것이..."

"말해."

"그녀의 뇌 속에 이미 너무나도 강한 유대로 이어진 기억이 존재합니다. 그 가닥을 강제로 끊고 다른 기억을 대체시키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원하는 방향과는 상반되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다른 방법은?"

"강한 유대는 뇌의 곳곳에 분산되어 각인되어 버립니다. 일반적인 기억과는 다르죠. 탈출하는 시간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익스큐터너.
헬가드의 사냥개.

그녀를 이용한 계획은 초장부터 어그러졌다.
기억방어에 대한 대책도 있었던 것일까?

어쩔 수 없지. 계획 변경이다.

"... 기억을 모두 말소하도록. 그 이후는.."

아이다의 사령관.
그녀의 눈이 빛난다.

"내가 알아서 하지."







***


"오빠.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왔어."
"어? 깨어나려나봐!"
"빨리와!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