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시 쯤에 소설쓰면 읽나? 라는 글을 써봤는데 생각보다 덧글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집에와서 뷰랴뷰랴 쓴 소설 재밌게 봐줘~


읽기 전 참고사항, 작가는 1.0 스토리를 고래 쥬지섬까지 밖에 모름





셜리가 네메시스가 된 이유 if : 프롤로그




빛 한 줄기 없이 공허만이 가득한 공간.

 

저벅 저벅.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나아가는 걸까?

 

저벅 저벅.

 

머리가 멍했다그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

 

생각을 하면 그 아이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니까

 

오빠

 

이제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그 목소리부르면 사라질 듯바람 앞에 촛불처럼 네 이름을 힘 없이 불러본다.

 

셜리…

 

네가 너무 보고 싶다.

 

***

 

아스트라 대피소 사령관 사무실

 

-

 

지크정신차려!”

 

그리운 추억 속에서 눈을 뜬 지크는 왼 뺨을 타고 올라오는 통증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이게 무슨 짓이지 샐린 부관?”

 

지크는 자신의 뺨을 때린 당사자 샐린을 넌지시 바라보며 현 상황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사령관님이 악몽을 꾸시는 듯 했기에 무례를 범했는데 문제 있나요?”

 

전 아스트라 대피소 사령관이자 현 대피소 부관을 맡은 샐린.

 

이게 하극상이라는 거 알고 있겠지?”

 

그래서 어쩌실려고요?”

 

비록 지금의 아스트라 대피소 사령관은 지크본인이지만 그녀의 하극상을 나무랄 수 없었다.

어린 시절부모를 일찍 여윈 지크에게 있어 샐린은 부모 그 이상의 존재였으니까.

 

하아… 말을 말자.’

 

또 셜리 꿈이지?”

 

……어떻게 알았어?”

 

잠결에 보고 싶다고’ 중얼거리면 지나가던 팔루도 알겠다.”

 

……

 

아직도 그 소식 믿지 못 하는 거지?”

 

그래내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밤낮을 세어가며 서류를 정리하는 지크샐린은 그런 지크를 안쓰럽게 바라볼 뿐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지크 남매의 성장을 바로 앞에서 지켜 봐온 샐린 역시 지금 지크와 같은 심정이었으니까.

 

일이 너무 많지조금을 거들어 줄게.”

 

지크 옆에 앉아 익숙한 손놀림으로 서류를 결재해 나가는 샐린.

 

…고맙다.”

 

별 말씀을.”

 

서류 넘기는 소리만이 가득한 사무실.

지크가 사무실에서 밤낮 세워가면 야근을 하는 이유이자이 이야기의 시발점은 3일을 거슬러 올라간다

 

***

 

3일 전 사건 발생 당일 아스트라 대피소.

 

지크 지크!”

 

프란츠사무실에서는 조용히 하라 했을 텐데.”

 

수많은 수배 임무 보고와 아스트라 대피소 내 발생한 사건 사고 및 방안에 대해 검토로 몸이 

10개라도 부족한 지크에게 환영받지 못할 손님 프란츠가 찾아왔다.

 

반 년 전 하이에나 패거리에게 아스트라 대피소 내 방사능이 흘러들어오는 걸 막아주던 옴니엄이 약탈당하며 대피소 내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었다.

 

식인을 하는 식물 등장에 정신없는 상황인데 대체 무슨 일이야?”

 

 갑잡스러운 프란츠 등장이 이번 처음도 아니었고…무슨 일 때문에 사무실에서 이 소란인지 그 이유라도 들어보려는 지크.

시답지 않은 이유라면…마구 패줄 생각이었다.

 

프란츠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 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빅뉴스야 빅뉴스아스트라 방범대가 옴니엄을 회수해서 돌아온대!”

 

그게 정말이야?”

 

자신도 모르게 자리를 벅차고 일어선 지크

그가 이토록 흥분한 이유는 단순했다.

 

아스트라 방범대

 

 반 년 전 하이에나 패거리가 약탈한 옴니엄을 회수하기 위해 셜리가 만들어낸 작은 팀 이름.

시작은 별 볼일 없었고 어린 아이의 장난이라 생각했지만……그게 지크본인의 착각이었음을 머지않아 깨달았다.

금방 포기하고 대피소로 돌아올 거라 생각했던 그 작은 팀이 세간에 영웅이라 불리며 이름을 떨치기 전까지는 말이야.

 

언제…아스트라에는 언제 돌아오는 건데?”

 

지크에게 양 어깨를 붙잡혀 지휘봉 마냥 이리저리 휘둘리는 프란츠.

지크의 소꿉친구인 그는 알고 있었다.

지크는 평소 무뚝뚝하고 표정변화가 없는 철벽남이지만 가족특히 동생과 관련된 일이라면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내일 12시에 뱅기스 항구에서 출발한다니까. 15시쯤에는 도착할거야…일단 손 좀 놓고 진정 하라고!!”

 

그래 내일 15시란 말이지…

 

지크는 당장이라도 셜리는 만나러 가고 싶었지만 뒤 돌아 쌓여있는 업무량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서둘러야겠군

 

지금부터 야근을 해도 빠듯해 보이는 업무량.

 

여어도와줄까?”

 

건들지마라 업무량이 늘어날 뿐이다.”

 

드디어 만날 수 있구나.’

 

업무량은 늘었지만 내일 만날 동생의 얼굴을 생각하면…이 순간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

 

아스트라 항구 입구

 

저기 아스트라 방범대야!”

 

믿고있었다고 아스트라의 자랑들!”

 

옴니엄은 무사한거지?”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아스트라 방범대를 반기는 사람들

그중에는 지크도 있었으며 그는 배 간판위에서 시선을 때지 않고 있었다.

 

그나저나 셜리가 안보이네그 아이라면 제일 먼저 간판에서 손을 흔들고 있어야하는데.”

 

지크 옆에서 혼자 중얼거리는 프란츠내색하지 않았지만 지크도 그 말에 공감했다.

대피소 사고뭉치이자 나서기 좋아하는 여동생이라면 누구보다 앞장서 손을 흔들고 있어야할텐데어째서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걸까?

 

부우우우-

 

힘찬 증기 소리와 함께 선박에 닻을 내리는 루미나호

 

배 안에서 걸어나는 사람들을 아무리 뒤져봐도 찾으려는 인물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때배에서 내리는 익숙한 얼굴의 인물이 있었으니.

 

페퍼셜리는 같이 안왔나?”

 

양쪽으로 땋은 금발과 늘 환한 미소의 그녀는 아스트라 방범대 초창기 멤버이자 힐러로서 팀을 지원했던 페퍼는 지크의 물음에 곤란한 표정을 할 뿐이었다.

 

어 그게…

 

어딘가 말을 흘리는 페퍼.

그런 그녀의 행동이 지크의 마음한 구석 불안의 씨앗을 싹트기 시작했다.

 

똑바로 말해라 지금 셜리는 어디있지?”

 

주체되지않는 감정.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멋쩍은 미소의 페퍼를 보자 지크는 더 이상 평정심을 유지 할 수 없었다.

 

마지막 기회다뜸들이지 말고 대답해라셜리는 어디있지?”

 

가능하면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셜리는 …

 

그러나 비극은 늘…

 

죽었어요.”

 

예견없이 찾아왔다.

 

***

 

아스트라 대피소 사령관 사무실

 

 

주적주적

 

창밖으로 쏟아지는 폭우는 지금 지크의 심정을 대면하듯 하염없이 쏟아져 내렸다.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피하고 싶은 진실과 마주한 사람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상황을 부정하고 좌절해야할까상황을 외면하고 회피해야할까.

 

그 어느것도 정답이 될 수 없었다.

 

 

셜리의 죽음을 들은 직후 지크는 페퍼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왜 같이 돌아오지 않았냐고너는 힐러가 아니었냐고셜리는 정말 죽은거냐고…

 

마지막으로

 

시신은 어디있냐고…

 

페퍼를 다그칠수록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하이에나 패거리를 쫓아 들어간 유적은 방범대 모두를 위기에 몰아넣었고 셜리는 홀로 자신을 희생해 다른 동료들의 길을 열어줬다고….

 

셜리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방범대 모두가 그곳에서 죽었을 거라고….

 

결국 셜리의 최후는 보지 못했다는 거잖아어떻게 죽었다고 단정 지을 수 있지?’

 

저희도 셜리를 구하고자 재정비를 갖고 유적 안으로 들어갔지만 그 어디에서도 셜리의 흔적을 발견 할 수 없었어요그러다 발견했죠그 끝을 알 수 없는 지하 동굴을요.’

 

셜리가 제 발로 그곳에 들어갔다는 말이냐?’

저희로서 알 수 없지만 가능성이 없지 않죠당시에는 상황을 벗어나는 게 최선이었으니까.’

 

그 유적의 위치는 어딧지?’

 

혼자가시게요거기까지 편도로 15일은 더 걸릴텐데요그 정도면 골든타임은 이미…

 

닥쳐그 입을 찢어버리기 전에

 

…크라운에 위치한 D-03 유적이에요

 

그렇게 페퍼와의 대화는 흐지부지로 끝이 났다.

 

 저벅 저벅

 

쌓여있는 서류더미당장 셜리가 사라졌다는 유적을 향해 이동하고 싶었지만 지금 본인은 이곳 아스트라 대피소의 사령관개인을 위해 다수를 희생시킬 수 없는 노릇이었다.

 

서류이 서류 정리만 끝나면 바로 찾으러 가자.’

 

대피소 사람들을 버렸다는조금의 죄책감을 덜고자 필요에 의해 시작된 서류작업.

그렇게 지크는 밤낮을 세어가며 현재까지 서류작업에 몰두하게 된 것이다.

 

***

 

다시 현재

 

떠나는 거니?”

 

샐린의 도움으로 밤새 중요 안건이나 서류 작업을 마친 지크는 여행을 떠날 채비를 마쳤다.

 

떠나야지.”

 

그래…

 

떠나기전 샐린을 보자 그간 묵혀왔던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샐린네게는 늘 신세만 지고 있구나.”

 

잘 아네

 

그녀와 해 본 사적인 대화는 얼마만 이었을까?

늘 옆에만 있을 거 같던 셜리가 사라지고 나니지난날의 추억이 후회가 되어 돌아왔다.

 

왜 생일날 같이 있지 못했을까?’

 

.사소한 것부터…

 

그날왜 셜리를 믿어주지 못했지?’

 

하나 하나… 

 

왜 가지말라고 말리지 않은거야!’

 

그날의 후회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

 

이제와 돌이킬 수 없는 일.

 

다녀올게.”

 

…몸 조심하고.”

 

이 여행은 그저… 죄책감을 덜기 위한 자기만족에 불과했다.








프롤로그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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