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보고 블로그에 쓴 글인데 여기도 올리고 싶어서 올려봄... 그냥 내 이야기긴 하지만 

만화도 보면서 공감이 많이 되어서 여기 채널 사람들도 보면 좋을 것 같아 책도 샀어 나는!!


* 모든 만화의 출처는 다채롬님의 다채로운 일상에서 가져왔습니다

https://chaerom1.postype.com/series/815005/%EB%8B%A4%EC%B1%84%EB%A1%9C%EC%9A%B4%EC%9D%BC%EC%8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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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 보면서 나랑 너무 많은게 겹치고 똑같은 생각이 너무 많아서 마음이 너무 아프고 눈물이 너무 많이 나왔다.

20대 초중반 내가 제일 우울했던 요소 중 하나는 나는 왜 남들처럼 평범하지가 않아서 맨날 이런 부분으로 우울해야 하는가였다.

주기적으로 오는 젠더 디스포리아는 나를 너무 얽매이게 만들었고 그럴 수록 나는 나를 버려야만 했다.

나 자신을 절대 꾸미지 않았고 나를 절대 돌보지 않았다. 그냥 나를 타인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어서. 내 얼굴에 내 생김새로 트랜스젠더를 선택하면 올 사회적 시선과 질타를 버틸 수가 없을 것만 같아서 나는 내 지정성별에 나를 끼워맞출 수 밖에 없었고 자기합리화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남자는 그냥 안 꾸미고 대충 살아도 괜찮으니 이득인거야라는 합리화를 제일 많이 했던 것 같다. 그게 그냥 자기파괴적인 행동의 연속이었던 것을 모르고.


트랜스젠더가 아닌 시스젠더의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트랜스젠더가 이성에 대한 동경에 이성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것보다는 조금 더 이해하기 어려운 그런 감정이 있다. 어릴 때부터 있는 위화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렇기 때문에 좇을 수 밖에 없는.



내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것은 초등학생 때의 기억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생각나는 일화가 몇 개 있다면 나는 여성의 만화 캐릭터 등등에 나를 이입하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그 행동을 모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실제로 역할놀이 같은 것을 좋아하기도 했고. 그런데 남자 애들이랑 놀면서 내 행동은 공격 대상이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이런 행동은 내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것을 어린 나이에 배우게 되었고 나는 '내 성별'에 어울리는 행동을 배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나는 '정상적인' 남자 아이가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금기시라는 것을 꽤 어린 나이에서부터 배웠다. 

매일 밤 자면서 생각했다. 자고 일어나면 어쩌다 보면 남자가 아닌 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성기를 문지르다보면 떼지지 않을까? 물론 절대 그런 일은 없었다. 괜히 아침마다 오는 허무함만 있을 뿐. 이 생각과 행동은 꽤 오래 지나 고등학생 때까지 이어졌다. 제일 심했던 것은 중학생 때였던 것 같다.

실제로 내가 이상하다고 자각하게 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이다. 일단 중학교 1학년 때 나는 성에 눈을 뜬 남학생들과 반을 쓰게 되면서 이 '일반적인 중학생'들과 나와 성적인 생각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무성애자인 점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나는 내 이런 특이한 부분에 대해 입을 다물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2학년에 오르면서 나는 내 위화감이 더 심해지는 것을 느꼈고, 사춘기 변성기가 오면서 나는 내 목소리가 굵어지는 것에 무언가 기분 나쁨을 느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다른 트랜스젠더들보다 조금 덜 불쾌감을 느꼈던 편이라 생각했는데 이는 내가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면서 나는 트랜스젠더 정보를 찾아보게 되었고, 이 만화에서는 트랜스젠더를 찾아보면서 좋은 글을 많이 보았다고 나오지만 나는 오히려 어둠을 많이 보게 되었고 이는 작년까지 내가 트랜스젠더를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기억 중 하나가 되었다.

한 가지 아직도 후회가 되는 것은 이 당시에 내가 살던 곳에서 여성호르몬을 불법으로 파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때 내가 고민하다가 결국 사지 않은 것을 평생 후회하게 된다. 물론 어린 나이에 그것도 불법으로 마음대로 먹는 것은 절대 안되는 것을 알지만 그게 아직도 후회가 되는 것은 내가 그 때부터 지금까지 간절했기 때문이리라.


나 또한 너무 무서웠다. 나는 언제나 내가 착한 사람이고 싶었다. 아무런 문제가 없고 모나지 않고 남들에게 민폐끼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슬프지만 트랜스젠더를 선택하면서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회에 큰 민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매우 보수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그 아버지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나는 절대 이 길을 선택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더욱 기다린 것도 있다. 내가 조금만 더 자유로워지기를. 하지만 동시에 황금같은 시간들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슬프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작년 26세까지 나를 전혀 볼 수가 없었다. 내가 너무 끔찍해서. 거울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이런 경험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나는 그냥 내가 게으르고 외모에 관심이 없고 내가 못생겼기 때문에, 그냥 내가 너무나도 못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디스포리아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매일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고 가끔 깊은 바다에 빠지는 것처럼, 우울증처럼 찾아온다. 작년 여름 나는 너무나도 깊은 바다에 빠지는 날이 왔다. 죽고 싶었다. 죽지는 못해도 그냥 한 번만 언덕에서 구르고 아파트에서 떨어지고 차에 치여서 내가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그러면서 생각의 흐름이 간 곳은 너무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지금이라도 호르몬 치료라도 받아보고 후회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20대 중반에 이르른 내 자기합리화는 이제 와서는 내 몸은 남성화가 다 진행되었고 이제와서 호르몬 치료를 해봤자 아무 의미가 없을거니 그냥 수긍하고 남자로 살자였다. 어차피 내 잃어버린 어린 시절은 돌아오지 않으니까,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의 나는 나로서 살지 못하고 지나갔으니까. 하지만 너무 억울했다. 호르몬 치료를 받았다면 나는 행복했을까? 지금이라도 하면 행복할까? 나는 행복할 수 있는걸까? 내가?


나는 홀린듯이 그 여름에 모든 정보를 찾아보고 모든 것을 예약했다. 정신과, 심리검사, 어떤 병원을 가야하는지 모든 것을 찾아보고 실행했다. 이 이야기는 길어지기 때문에 생략.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서 첫 주사를 맞고 나는 바로 어머니에게 커밍아웃하게 된다. 준비되지 않은 커밍아웃이었다. 실패했다. 그 날 살면서 제일 우울하고 눈물나는 슬픔을 느꼈다. 나는 나를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했지만 시대의 차이 때문일까 엄마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어머니는 나를 이 모양이 되어버린 나라도 너무나도 사랑하시는 분이었기 때문에 이해하진 못해도 짧은 시간 뒤에 수용해주셨다. 그것만이라도 지탱해 주시는게 나에게 그래도 큰 힘이 되어주었던 것 같다. (아버지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지금은 치료한지 8개월이 되었다. 어떤 변화가 왔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는

거울을 드디어 볼 수 있게 되었고

나를 꾸밀 수 있게 되었고

나를 직시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전의 삶보다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부작용으로 우울증이 심해지긴 했지만. 뭐 어때. 우울증 있고 나를 싫어하던 사람에서 우울증 있고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는데.


나는 아직도 시선이 무섭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모르는 것에 공포를 느낀다고 하지 않나.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 같은 것도 그런 점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이해해달라고 하지만 나는 자신이 모르고 경험하지 못한 것을 슬프지만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하지만 이해는 못하더라도 괜찮으니까 무분별한 혐오가 없었으면 좋겠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듯이 우리도 존재하니까. 내가 욕 먹을지언정 우리가 욕 먹는 일이 조금만, 조금만이라도 적어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과거의 나같은 아이들이 나 대신이라도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 또한 나 같은 사람의 SNS 계정을 보면서 나 같은 사람이 있구나 공감을 받으면서 시작했기에, 나 같은 사람이 한 명씩 바깥으로 나오면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겠지. 이런 나라도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