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소리야. 프리클?”


“말 그대로야. 저번에 네가 말했었지. 우리들은 어떻게 죽음을 알고 있냐고.“


”음, 그런일도 있었지?“


”그래. 우리도 원래는 몰랐어.“


”그렇구...나? 근데 그게 피코라랑 무슨 상관이야?“


”아주 상관있고말고. 죽음을 알려준게 바로 피코라니까.“


”죽음을 알려줘? 잠깐, 이해가 안되는데. 애초에 엘리아스엔 죽음이 없잖아. 이방인인 엘프들이라면 몰라도 현지인은 알 방법이 없는거 아니야?“


”...조금 옛날에 피코라와 친한 마녀 하나가 있었어. 둘은 아주 사이가 좋았지. 분명 그런일이 있을거라고는 아무도 상상못했겠지.“


”...그런 일이 뭐였는데?“


”글쎄... 피코라에겐 살짝 불만이었나봐? 그 친구가 다른 사람이랑 사이좋게 이야기하는게? 두 사람은 어느 날을 기점으로 실종됐어. 며칠의 수색 후 그 두 사람을... 아니, 피코라와 시체  하나를 찾을 수 있었지.“


”시체... 근데 분명 엘리아스에선 죽음이 없잖아?“


”...우린 그걸 죽음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어. 엘프들이 알려준 죽음과는 조금 달랐... 아니, 오히려 더 끔찍했지만. 그걸 설명할 방법은 엘프들도 알지 못했지. 분명... 생물학적으로는 살아있을텐데, 아마 도를 넘은 훼손상태로 인해 재생이 불가능해진거라고 추측만 할 뿐이야.”


“.........”


“...미안해. 우리 마녀로서는 그저 주위에서 기분만 맞춰주는게 최선이었어... 감금도 시도해봤지만, 그 광기를 보고도 견딜 수 있는 간수는 없었지. 그나마 기분만 맞춰주면 안전하니까 서로 알음알음 조심하면서 지내고 있었는데, 설마 너한테 눈독들일 줄이야.”


“그 말... 사실이야?”


“당연하지. 내가 이런거로 거짓말 할 거 같아?”


똑똑


그 순간 연회장에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여느 때와 같은 노크소리,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듣는 소리일 텐데.


왜 이렇게 소름이 돋는걸까.


끼이익


”교주님?“


”윽...!“


”피, 피코라? 무슨 일이야?“


”그쪽 분은 누구에요?“


”그, 그게... 아! 피코라는 모르는 사람인데, 이제 곧 나갈거라 소개는 나중...”


”교주님, 제가 물어본 건 그게 아니잖아요.“


이 순간, 나는 여태까지 느껴본 적 없는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에스피가 엘프산 호러영화를 보고 내게 보여준 악몽도,

수양록을 유기한 뒤 놀러갔다온 나를 보는 네르의 눈빛도,

사도 모집에 엘리프를 모두 소진해버린 나를 향해 휘둘러지는 도끼도,


모두 같잖은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기분.


”교주님...? 묻고 있잖아요.



어떤 년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