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에르와 네리아가 걸음마를 땠다. 얼마나 기특한지, 꼭 껴안아 안아줬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애들이 이만큼 크는 동안 10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교주님은 그때같으시다. 한결같이 멋지지고 책임감이 넘치신다. 엘리아스에 처음 오셨을 때와 똑같다. 하지만 더 책임감이 생겼다. 가족들이 생겼으니까. 나도 몇년전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다. 더이상 교주님을 고생시키기 싫기도 했고, 나도 내 책임은 해야겠다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나랑 교주님이 한명씩 맡아서 키우고 있었다. 

"에르, 이리와."

에르가 아장아장 걸어서 나에게 다가온다. 어찌보면 그저 몇걸음일지 몰라도, 나와 교주님에게는 절대 작지 않은 발걸음이다. 그 발걸음에는 우리의 사랑과 애정, 그리고 에르와 네리아의 노력이 들어가있다.

몇일이 지나고, 아이들도 걸음에 익숙해져 갈 무렵, 교주님이 아이들과 함께 왕국 구경을 가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집을 나서게 되었다. 옆에서 아장아장 걷는 에르와 네리아를 보면 늘 귀엽다고 느껴진다. 그렇게 우린 점심을 억으러 연회장으로 향했다.

"보자, 오늘 사도 명단이랑, 음식은 다 준비해 놓았고, 이제 네르, 뭐 먹을래?"

'저는 멜론 보코치니로 주세요."

"여기있어. 애들은 이거 주고."

교주님의 손에 들린건 이유식인 오트밀이였다. 원래는 흰죽을 끓이려 했으나, 쌀값이 비싼 현실 때문에 귀리죽으로 대체되었다. 근데, 아무리 이유식이라지만, 에르랑 네리아도 거의 요정인데, 너무 건강하게 무설탕으로 주신다. 아무리 아기여도 그렇지, 너무 심하시잖아요. 교주님. 여왕님도 5살부터 설탕쿠키 드셨는데. 그거 때문인지 설탕중독이시지만....

그렇게 밥을 다 먹고, 우리는 궁전으로 갔다. 아이들에게 구경도 시켜주고 동시에 여왕님도 감시할 겸.

"에슈르, 니가 왜 여기에?"

"여왕님이 또 빵값 안 주셨단 말이에요."

"아이고, 고생이 많다."

"여왕님은 아마도 지금 알현실에 계실겁니다."

"네르, 그걸 어떻게?"

"여왕님이야 뻔하죠. 늘 빵집거리 아니면 알현실밖에 안가시는데."

"하긴 그렇긴하네."

우리는 그렇게 들어가던중, 에르가 넘어졌다. 이내 에르가 울고, 네리아도 같이 울기 시작했다.

"괜찮아, 얘들아. 어디 다쳤는지 보자."

"네리아, 울지마."

에르의 무릎이 까졌다. 교주님은 신속하게 밴드를 에르의 무릎에 붙여주셨다. 그렇게 알현실로 들어서자, 역시나 여왕님이 계셨다.

"얘들 이제 걷는거야?"

"네, 여왕님도 이맘때쯤부터 걸으셨죠. (물론 벨리타님보다 2년 늦으셨지만)."

"그것보다, 여왕님. 지금까지 뭐하고 계셨죠? 이번 주 서류작업 마치려면 지금도 일하고 계셔야 할 텐데요?"

"히익! 도망가!"

그러다 여왕님이 문틀에 걸려 넘어지고, 붙잡히는 것으로 상황이 마무리되었다.

"교주님도 3일 밤낮으로 일해서 끝냈는데, 여왕님이나 되어서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건 교주가 양이 적은거잖아."

"교주님 서류량이 얼마나 많은데요! 여왕님이 농땡이 부리니까 남는 것 아니겠습니까!"

"네르, 그만해. 애들 울려고 하잖아."

"교주님, 아이들 대리고 잠시 나가주시겠어요? 여러분께 이런 모습 보이기 조금 민망해서..."

"ㅓ, 어 알았어."

교주님은 아이들과 피신하셨다. 그리고 여왕님은 '참회'하시고 일을 계속하셨다. 그렇게 집에가자, 교주님이 저녁을 해 놓으셨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아이들을 재운후, 밤이였다.

"교주님, 혹시 에르랑 네리아..."

"에르랑 네리아는 왜?"

"동..생 만들어주는거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