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여기 이것 좀 먹고 힘내"


"이건... 햄 통조림...?

코미에게서 무언가를 받은 교주가 말했다.


"이... 이 맛은...!


"정갈한 공정에서 분쇄된 여러 잡고기가 페이스트로 뭉쳐져 짭잘한 풍미를 뿜어내고 있어...!"


"맛있다! 너무 맛있어!"


교주는 그대로 사료를 높이들고 입에 털어 넣기 시작했다.


"우아앙! 그걸 한꺼번에 다 먹으면 어떡해! 그거 코미꺼란 말이야!"


코미는 울상을 지으며 투정부렸다. 하지만 배가 고파 먹을 것에 눈이 돌아간 이 교주에겐 그녀의 투정은 들리지도 않았다.


"더... 더 좀 더!"


다른 세계의 교주보다 좀 더 풍채가 큰 교주는 먹을걸 더 찾기 시작했다. 아마 반란이 일어난 요정 왕국에서 무언갈 제대로 먹지 못해 이러는 것이리라.


"어... 저 교주도 한 '먹'하네?"


먹을걸 찾아 날뛰는 교주를 보며 에르핀이 뒤에서 한마디 했다.


"하아 정말... 먹보는 한 명으로 충분한데 말이죠..."


네르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야! 이 통조림 더 내놔!"


교주가 코미를 붙잡고 흔들었다.


"우으... 으아앙...! 걸신들린 괴물이다...!"


코미가 결국 울음을 터트리며 교주의 손을 뿌리치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교주는 코미를 뒤쫓아 가봤지만 숲으로 들어간 코미를 따라잡을 순 없었다.


"헥... 헤엑... 저 고양이... 존나 빠르네..."


교주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얼마 뛰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에이씨 이걸론 간에 기별도 안되는데 뭐 더 없나... 어?"


"뭐지? 뭔가 좀 이상한데...?"


교주는 부자연스럽게 생긴 흙더미를 보며 말했다.


발로 이리저리 흙더미를 흝어보자 안에서 사료가 나왔다.


"통...통조림이다...!"


교주는 기쁜 듯이 날뛰며 또 사료 한캔을 금방 비웠다. 애초에 엘리아스의 종족들과 크기부터 다르다 보니 통조림 한두캔 정도로 배를 채우는건 많이 무리였던 것 같다.


"교주님? 교주님! 괜찮으신가요?"


교주를 뒤따라온 네르가 외쳤다.


"어! 네르! 에르핀! 여기 근처에 흙좀 파보자. 흙에 통조림이 묻혀있어!"


"뭐? 통조림? 그게 뭔데?"


네르 뒤에 있던 에르핀이 외쳤다.


"먹을거야!"


"뭐? 먹을거??? 알았어! 당장 팔게!"


"하아..."


그렇게 교주와 에르핀 일행은 주변 땅을 샅샅이 뒤져 꽤나 많은 사료들을 찾아냈다. 물론 그 많은 사료는 교주와 에르핀이 다 먹어버렸다.


"후아~ 이제 좀 살거 같네"


교주가 풍만해진 배를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흐흐... 교주 너 나랑 좀 잘 맞는거 같다?"


에르핀이 교주를 보며 웃었다.


"둘 다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요! 얼른 수인 부락의 촌장에게 가서..."


"아 알았어 알았어 가면 될꺼아니야~"


교주가 잔소리에 질린듯이 말했다.


그 뒤로 교주와 에르핀 일행은 디아나에게 가서 사료스탕스를 제압하고 디아나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이전보다 괴상할 정도로 똑똑해진 교주가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제가 교주님을 잘못 봤던 것 같네요. 여왕님처럼 먹을걸 좋아하셔서 솔직히 조금 걱정했는데 말이죠."


일련의 사태가 끝난 후 네르가 교주에게 말했다.


"원래 잘 먹어야 머리도 팡팡 돌아가는거야~"


교주가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그렇게 교주와 에르핀 일행은 모나티엄에 가기전 수인 부락에서 잠시 쉬면서 디아나의 집에 있던 사료를 하나 둘 까먹기 시작했다.


사료스탕스를 두뇌로 제압하면서 머리를 많이 썼던 탓일까? 교주는 어마어마한 양의 사료를 먹어버렸다.


"끄어억~ 잘 먹었다. 이제 가볼까....? 아? 아...?"


이윽고 잠깐의 휴식을 마친 에르핀 일행은 모나티엄에 향하려 했지만 그때 사단이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나던 교주가 그대로 거품을 물고 쓰러진 것이다. 같이 신나게 사료를 먹던 에르핀도 같이 말이다.


잠시 후 깨어난 교주를 보고 네르와 마리, 디아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에르핀이야 뭐 그렇다 쳐도 교주는 사료의 부작용을 제대로 겪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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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힛! 빨리와! 오늘은 사료가 오는 날이야!"


한 수인이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와아~ 사료다~~~"


그 수인 뒤에서 누군가 해맑게 웃으며 뛰쳐나갔다.


"근데... 너 생긴게 좀 신기한데 이름이 뭐라고?"


"응? 나? 어... 교... 교주? 요정이란 사람들이 나보고 교주라 불렀어!"


"아! 교주구나! 근데 너 내 이름은 알아? 저번에 가르쳐 줬는데..."


"음.. 어..."


교주는 당황한 듯이 눈알을 굴리며 생각에 잠겼다.


"미...미안 까먹었어..."


"난 버터야! 이제 까먹지마?"


"응! 알았어! 버터!"


교주가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에르핀 일행은 사료의 부작용으로 지능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진 교주를 수인 부락에 유기해버렸다.


물론 교주의 도움을 받지 못한 에르핀 일행은 요정왕국을 탈환하긴 커녕 모나티엄에서 발이 묶여버렸고 그렇게 엘리아스는 대충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히힛! 버터!"


"교주!'


"버터!"


"교주!"


"히헿헿"


"와아~"


하지만 교주와 버터는 파멸이 다가오는 걸 알지 못한 채 오늘도 즐겁게 서로를 보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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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뉴아의 기록


46번 기록 : 사료의 영역


교주님이 사료의 부작용으로 멍청해진 세계.


교주님은 결국 모나티엄에 가지 못했고 요정왕국의 반란을 끝내지 못해 여러가지가 꼬여버렸다.


하지만 교주님은 수인 부락에서 엄청 행복하게 살며 천천히 종말을 맞이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행복했을테니 이것도 나름 지구말로 호상이 아닐까?




















옛날에 다른 곳에 싸지른거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