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티는 왜 골판지 왕관을 쓰고 있을까?


씹덕물에서 왕관은 흔히 쓰이는 장신구니까 그냥 씌웠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다만 후줄근하게 하고 다니는 리스티가 굳이 왕관을 쓰고 다니는 게 내 눈엔 왠지 어색해 보인다

설마 리스티의 키워드 중 하나가 '해킹'이라서 킹... 왕... 왕관.... 푸흡



본래 왕관은 권력과 부를 과시하기 위한 것인 만큼 황금과 보석처럼 값지고 손에 얻기 어려운 재료들로 만든다  

반면 리스티의 왕관은 흔히 구할 수 있는 골판지에 황금색 크레용과 빨간색 크레용으로 금과 보석을 그려 넣은 왕관이다

상식적으로 본인을 추켜세우기 위한 악세사리라고 볼 수 없다. 흰색 크레용으로 보석의 반짝거림까지 묘사했다는 점에선 어린아이의 동심마저 느껴진다. 어쩌면 골판지 왕관은 리스티가 어릴 때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왕관이 낡아 곳곳에 패인 상처가 있고 귀퉁이 하나가 접힌 걸 봐서도 그러하다.


여기서 뇌절을 해보자면, 왕관 속 크레용의 채색이 어린아이 수준으로 허접한 점에 비해서 왕관의 모양새(왕관의 윤곽선)가 

훌륭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솜씨 좋은 어머니가 오려 준 골판지를 어린아이가 크레용으로 색칠하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어머니가

아니라 다른 사람일 수도... 리스티에게 있어 골판지 왕관은 소중한 사람과 같이 만든 추억의 물건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