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폴빠, AKa, Loar
삽화: 팀디얍, 투플
기획 책임편집: Loar


 

숲을 가꾸는 존재가 있었다. 생각 한대로 꽃을 피우거나 나무를 자라게 하고 생명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숲을 벗어날 수는 없었지만 한동안은 즐거웠다. 

 

바꿔 말하자면 그 존재에게는 숲 밖에 없었다. 금세 권태로워졌고 숲을 관리하는 일도 내팽개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숲은 알아서 유지됐다. 그 모습에 그 존재는 더욱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숲 가장자리에 의 기둥이 나타났고 그 속에서 자신이 만들지 않은 유일한 생물을 만났다. 숲에 있는 어떤 식물이나 동물과도 다르게 생긴 인간을 만난 그 존재는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그를 따라다녔다. 

 

그 존재는 인간과 소통하기 위해 원래의 정신체에서 인간 모습으로 실체화까지 했지만, 갑자기 나타난 형체에 놀란 인간은 돌을 던졌다. 돌에 맞아 놀란 그 존재는 태어나 처음으로 서럽다는 감정을 느끼고 눈물을 흘렸다. 

 

첫 만남이 유쾌하진 않았지만 그 존재와 금방 친해진 인간은 감정과 말을 가르쳐줬다. 자신의 이름 '애린'을 잘 발음하지 못하자 '에린'으로 알려주고는 존재의 이름을 나무에서 따와 '엘드르'로 지어주기도 했다.

 

자신과 다르게 옷과 음식, 불, 요리 등이 필요한 에린을 본 엘드르는 그의 편의를 위해 여러 힘을 일으켰고 이를 '마법'으로 칭한다. 하나하나 자신에게 부탁하지 않고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불과 물의 힘을 담은 생명체를 만들었고 에린은 그들을 부르스타와 정수기로 칭한다. 

 

 

 

간만에 나타난 어린 늑대를 보고 귀여워하는 에린. 그 광경을 지켜보던 엘드르는 늑대가 무얼 좋아하는지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에 어린 늑대가 말을 할 수 있도록 정신을 집중해 힘을 쏟았다. 엘드르의 바람과는 다르게 늑대는 인간과 늑대가 섞인 모습으로 변하고 어미 늑대에게서 버림받고 만다.

 

에린으로부터 친구라는 개념을 배운 엘드르는 서로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생명체를 다시 만든다. 작은 인간 모습의 생명체를 일곱이나 만든 엘드르는 그들을 에린에게 자랑하러 데려간다.

 

에린을 그들을 '요정' 같다고 좋아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잠에서 깨지 않았다. 그들이 죽었다고 말해주는 에린. 숲을 관리하며 지내는 동안 처음으로 경험한 죽음에 엘드르는 충격에 빠진다.

 

엘드르가 죽음을 이해하게 되자 숲에도 죽음이 생겨났다. 겨울이 생기며 눈이 쌓이고 낙엽이 떨어졌고 나무들은 처음으로 앙상한 가지를 드리웠다. 

 

에린이 숲에 죽음을 가져왔다는 생각에 그를 피하던 엘드르는 한 계절이 지나서야 그를 찾았다. 예전처럼 그를 반겨주는 에린에게 고마움을 느낀 그는 생일 선물로 그를 온 곳으로 되돌려 보낼 계획을 세운다.

 

빛의 기둥이 내려왔던 장소에 남은 이질적인 흔적을 이용하려는 것. 에린은 눈물로 배웅하는 엘드르를 뒤로 하고 빛의 기둥 속으로 떠난다.

 

 

 

혼자 남은 엘드르는 다시 권태에 빠진다. 여러 생명체를 새로 만들었지만 에린을 대신할 순 없었고 그를 되돌아가게 한 것을 끝없이 후회한다. 인간은 잠을 잠으로서 에너지를 보충한다는 에린의 말을 떠올리고는 깊은 잠에 빠지기로 결정하며 눈을 감는다.

 


폴빠 작가의 용족 설정풀이

 

 

[인사말]

 

안녕하세요, 트릭컬의 설정과 스토리를 쓰고 있는 폴빠입니다.

 

처음 트릭컬 제작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만 해도 이렇게 제가 직접 글을 써 유저분들과 소통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조금 어색할지는 몰라도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풀어드리려고 하니 잘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언제까지가 될지는 몰라도 매주마다 하나씩 게임 속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부차적인 뒷이야기들이나, 내부 설정들을 작성해 올려보려고 합니다. 매번마다 일정한 분량은 아닐 수도 있어서 길 수도, 짧을 수도 있으니 이 부분은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일단 그럼 이번 주에는 제가 컨셉 단계부터 참여했던 용족에 대한 이야기를 올려보겠습니다.

 

 

 

[용족 설정 개괄]


 

<다야의 초기 캐릭터 디자인 컨셉>

 

처음 새 종족 설정을 추가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개발팀과 주고받았는데요. 개인적으로 저도 여러가지 컨셉의 종족 아이디어를 던져봤지만, 아트 팀 쪽에서 ‘드래곤을 주제로 하는 게 어떻냐’는 의견을 보고 바로 수긍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용족을 만들면서 생각했던 중심점은 ‘욕심’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는 일반적으로 심심하면 서양 판타지 매체에서 보이는 ‘욕심 많은 드래곤’에서 모티브를 얻었던 것인데요. 하지만 엘리아스의 용족은 불특정한 재물에 대한 욕구가 강한 것이 아닙니다.

 

트릭컬의 세상에 등장하는 용족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욕심이 1순위입니다.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자기 관리에 항상 몰두하며, 이를 두고 항상 서로와 경쟁을 하는 그런 모습으로 용족을 짜고 싶었습니다.

 

 

 

[용족들의 탄생]


<실피르와 루드의 초기 캐릭터 디자인 컨셉>

 

 

엘리아스의 모든 지성체들은 크게든 작게든 세계수의 영향을 받아 태어나거나, 변형된 존재들입니다. 용족은 그 태생부터 강하게 세계수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세계수가 가장 내면에 숨기고 싶어하는 욕심에 영향을 받은 것인데, 세계수 뿌리 끝 부분에 위치한 가장 깊은 곳의 동굴 속 광물들에 세계수의 생각이 전달되면서 자의식이 생겨버린 것이 용족의 기원입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정령의 먼 친척 같은 존재들인 셈인데, 굉장히 폐쇄적인 환경에서 자기들만의 사회를 이루며 살아왔다는 것이 정령들과 큰 차이점입니다.

 

 

 

[용족들의 관심사]



<제이드의 초기 캐릭터 디자인 컨셉>

 

앞서 말씀드렸듯이 용족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욕심이 강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이 말을 풀어보면 용족들 하나 하나가 어마어마한 나르시스트라는 것이죠.

 

용족은 자신과 닮은 것들을 가장 좋아합니다. 다야는 다이아몬드를 가장 좋아하고, 루드는 루비를, 실피르는 사파이어를 가장 좋아합니다. 각자 그 기원이 되는 광석에 대해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인데, 이들은 어떻게 보면 가장 용족다운 기본적인 욕심에 충실한 용들입니다.

 

그런데 키디언, 제이드, 시스트는 각각 흑요석, 옥, 자수정에서 기원된 용족들이지만, 관심사가 보석에 향해 있지 않습니다. 키디언은 스스로 빛을 내고 싶어하는 욕심이 있고, 제이드는 지식의 독식, 시스트는 통장 잔고 같은 추상적인 재산을 갈구합니다.

 

앞선 3명의 용족과 달리 뒤의 3명은 용족들 중에서도 아웃사이더 같은 느낌의 캐릭터들인데, 이들은 다야, 루드, 실피르의 3강 체제에 자신이 낄 수 없다고 판단하고 경쟁을 포기한 녀석들입니다. 다만 이렇게 서열 경쟁에서 뒤쳐진 용족들은 자기만의 새로운 취향이나 관심사를 개발해 자기 만의 분야에서 1등이 되려고 하죠.

 

방향이나 길이 어찌됐든, 어떻게든 자신이 1등이 되어 빛날 수 있다면 상관없으니까요.




<디언과 시스트의 초기 캐릭터 디자인 컨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