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폴빠, Aka, Loar

삽화: 팀디얍, 투플

기획 책임편집: Loar






한참을 헤맨 끝에 엘프들이 시청이라고 부르는 장소에 도착했다. 요정들과 인간이 나를 스쳐 지나갈 때 시장을 만나니 어쩌니 하는 말을 했던 걸 기억하고 시청으로 향했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단순히 마력 중화 장치만 없애기로 했던 것이 엘프 종족 전체를 이 숲에서 쫓아내야겠다 마음 먹기 충분했다. 시청 앞에는 내가 찾는 이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우리는 시장이랑 만나고 싶다니까!”


“죄송하지만 시장님은 바쁘셔서 지금 부재중이십니다.”


요정 여왕 에르핀과 엘프 시장 비서 아멜리아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내가 요정 사절이라고 속일 때도 다섯 번이나 퇴짜를 놓았던 그 비서다. 여왕도 저렇게 퇴짜 놓다니. 저 한결같은 모습은 존경스럽네.


그들은 내가 처음 발견했을 때보다 수가 줄어들어 있었다.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일기장을 찾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분명 고대 잔나무의 책이라고 했지. 


여기서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겠다. 고대 잔나무는 내가 옛 숲을 버리고 이곳에 새로 뿌리를 내릴 때, 먼 지역도 수월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심어놓은 일종의 마력 중계소였다. 그걸 요정들이 잔나무라고 불렀고 나도 그렇게 부르게 됐다.


잔나무가 품고 있는 내 마력에 본능적으로 이끌렸던 것일까. 숲의 종족들은 잔나무를 중심으로 마을을 만들었다. 엘프들도 내 마력을 뽑아내기 위해서인지 잔나무 근처에 자리 잡았다. 아무튼 요정들은 잔나무마다 내 일기장을 한 권씩 묻어뒀다. 그게 무슨 신성한 책이라고…….


시장과 만나겠다고 아웅다웅하는 아이들 뒤로 광장 한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내가 심어놓은 잔나무였다. 근처로 다가가서 살펴보니 수많은 전선이 잔나무에 연결되어 있었다. 


역시 잔나무에서 마력을 뽑아 쓰고 있었구나. 이렇게 하나도 예상을 빗나가지 않으니 어떤 의미에선 대단하다.


잔나무 근처를 파내자 얕게 묻어진 석함이 나왔다. 석판을 열자 내 일기장이 나왔는데 뭔가 이상했다. 내 기억이랑 일기장 모양이 너무 다른데? 크기는 같지만 이렇게 누르스름하지 않았고 너덜너덜하지도 않았단 말이야.


책을 펼쳐보니 내용을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해져 있었다. 어떤 부분은 책장이 서로 달라붙어서 떨어지지도 않았다. 왜 이렇게 변한 거지? 비록 내가 쓴 내용이 부끄러워 깨어난 다음에 일기장을 펴 본 적이 없지만 그렇다고 망가지길 원한 건 아니다. 에린과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적은 책이니까.


설마 엘프들이 마력을 뽑아 쓰는 바람에 책이 이렇게 된 건가? 나는 일기장을 다시 석함에 넣고 닫았다. 어차피 저 정도로 훼손되어 있다면 찾아도 내용을 모를 거다.


일단 이 도시를 나가자. 내 힘을 쓸 수 없는 도시 밖으로 나가야 뭐든 할 수 있다. 나는 복잡한 골목을 헤매며 도시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았다.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엘프들이 아무리 마력을 뽑아 썼다고 해도 책 하나 보존하지 못할 정도로 내 힘이 약해진 걸까? 만약 원흉이 엘프가 아니라고 한다면 다른 책들의 상태는 어떨까? 


아무리 생각해봐야 추측일 뿐이니 실제로 다른 일기장을 확인해 봐야겠지. 그럼 이곳에서 제일 가까운 잔나무가…… 정령들이 사는 마을이네. 발걸음이 사라지며 내 존재는 단숨에 정령의 마을로 향했다.


엘리아스의 정령은 엄밀히 말해 2세대 정령이다. 처음 만든 정령들은 옛 숲 근처를 배회하며 잠든 아이들을 돌보고 있을 것이다. 이곳의 정령은 정령이라는 형태만 같을 뿐이고 옛 정령들과 완전히 달랐다.


과거의 정령은 나와 에린을 돕고 보조하는 일종의 하인이었다. 반면 도와줄 대상이 없는 새 정령들은 주체적인 성격이 강했다. 정령은 자기 영역이 침범당하는 걸 싫어해 올라오기 힘든 높은 산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때때로 자신들에게 위협이 된다 싶으면 아무 거리낌 없이 공격하기도 했다. 


특히 바람과 불의 정령은 숲의 다른 존재들에게 공격적인 태도였다.


“저 끔찍한 엘프들을 용서할 수 없다! 모조리 몰아내자!”


일기장을 찾으러 산을 오르는 중에 불의 정령들이 씩씩대며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목적지는 몰라도 목적은 엘프와 싸우기 위해서가 분명했다. 아마도 엘프가 잘못한 게 맞을 거다. 엘프라면 그러고도 남는다. 


그렇다고 모든 정령이 다른 존재들에게 적대적인 건 아니었다. 온순한 성격의 땅 정령과 밝은 성격의 물 정령이 항상 싸움을 중재해왔다. 이번에도 그 아이들 스스로 사태를 잘 정리할 것이다. 별일만 없다면 말이다.


잔나무는 산 중턱에 있어 찾기 쉬웠다. 요정이 제단이라 부르는 석함도 금방 찾아서 일기장을 꺼냈다. 손에 들기가 겁날 정도로 낡은 일기장을 보니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책을 다시 석함에 넣고서 그 옆에 주저앉았다. 석양의 빨간 빛이 숲에 드리워 잔나무의 그림자를 길게 늘여놓았다.


지나간 시간처럼 아무리 내가 힘을 쓰고 노력해봐야 이미 망가진 것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하다면 어차피 망가질 추억을 나는 왜 남긴 걸까? 네가 퇴색되지 않고 내가 변색되지 않도록?


허무함과 공허함이 내 마음을 채웠다. 차라리 이럴 바에야…….


“이참에 그냥 다 없애버려야겠어!”


내가 언제 소리 내어 말했나? 아닌데? 애초에 실체화도 안 했다. 깜짝 놀란 나는 증오로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바람의 정령 하나가 절벽 끝에 서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령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어떤 건물에 엄청난 불길이 치솟는 게 보였다. 방금 지나간 불 정령들의 목적지가 저곳이었나 보다.


“하지만 다 없애버리는 건 좀 심하지 않아?”


“아니야! 내 생각이 맞아! 다 없애버리는 게 맞아!”


“네 생각이 그렇다면 맞는 거겠지, 뭐.”


응? 저기 바람의 정령 혼자 있는 거 같은데 다른 목소리가 들리네? 뭐지? 쟤가 이중인격이거나 내가 환청이 들리는 건가? 그것도 아니라면 누가 모습을 감추고 있나? 정신을 집중해서 바람의 정령 근처를 살펴보자 뿌연 형체가 아른거리는 게 보였다. 좀 더 집중해보니 확실한 모습이 갖춰줬는데 정령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존재였다. 


하지만 정령과 미묘하게 다른 기운이네. 정령은 불이나 물 같은 물리적인 힘이 기원이지만 지금 저 녀석의 기원은 그런 게 아니야. 좀 더 추상적인…… 감정인가?


몸을 숨긴 채로 바람의 정령에게 말을 건 존재는 숨죽여 웃음을 참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 건지 모르겠다. 다만 내가 잠든 사이에 만들어진 새로운 존재가 내 흥미를 자극했다.


새로운 존재의 정체는 유령이었다. 정령으로 변해 그 존재에 대해 묻자 정령들은 '유령'이라고 부른다고 말해줬다. 그 과정에서 내 정령 변신이 어색해 ‘유령은 호박밭 무덤으로!’라는 소리를 들은 건 덤이다. 정령과 유령이 사이가 안 좋은 것도 알게됐다.


유령의 도시는 역시나 잔나무 주변에 있었다. 일기장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유령의 도시로 향했다. 도착한 나는 그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유령의 도시는 황량한 모습이었다. 칙칙한 분위기의 늪지대에는 자욱한 안개가 깔려 한 치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풍긴다.


데구르르르.


가만히 있는 내 눈에 호박 하나가 굴러가는 게 보였다. 바람에 날린다고 하기엔 이상한 모양새다. 나는 홀린 것처럼 호박을 따라갔다. 호박은 호박밭에서 멈췄다. 마을 입구 바로 근처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요정과 비슷한 옷차림을 한 유령 하나가 신나게 호박을 굴리며 놀고 있었다. 유령은 땅에 박아 세운 나뭇가지 위에 호박을 꽂았다.


“이제 너도 내 친구야, 헤헤헤! 얘도 내 친구고, 쟤도 내 친구야!”


에린. 문득 네가 그립구나. 흑.


유령 근처에는 비슷하게 만들어진 호박 허수아비가 수십 개는 더 있었다. 유령은 호박 허수아비에게 귀를 기울이며 깔깔 웃었다.


“응? 뭐라고? 좀 더 크게 말해줘! 하나도 안 들리잖아! 헤헤헤!”


나는 차마 더 바라보지 못하고 손으로 눈을 덮었다. 하지만 열린 귀로 계속해서 혼자서 떠드는 유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렇게 혼자 떠들고 혼자 생각하면서 노는 게 애처롭지 않은가? 아무도 듣지 않는데 혼자 떠드는 일은…… 내가 숲의 아이들을 살피며 하던 모습과 겹쳐보였다. 내 행동도 저렇게 보이는 걸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내가 하는 행동은 잘못되지 않았다. 아이들과 직접적인 교류를 하려다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 기억한다. 나는 예전의 실수를 바로잡고 올바르게 행동하고 있다.


유령의 도시는 안개가 자욱했지만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엘프처럼 마력을 막은 게 아닌 이상 숲은 내게 무엇도 숨기지 않았다. 늪 어딘가에서 반쯤 땅 밑으로 꺼져있는 잔나무를 발견하자 한숨이 나왔다.


잔나무는 부분 부분이 썩어가고 있었다. 책이 담긴 석함도 늪 아래 있을 것 같다. 우선 잔나무를 치료해보려고 손을 댔지만 나무에 생기가 돌수록 늪이 나무를 집어삼키려 들었다. 잔나무는 이미 늦었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석함을 꺼내는 데 집중했다.


내 힘으로 늪 아래를 살펴보니 뭔가가 많이 묻혀있었다. 힘을 집중해 한꺼번에 늪 밖으로 꺼내 보니 황금빛을 띤 동그란 무언가들이 석함과 같이 나타났다.


호박이다.


호박이 여기서 왜 나와? 허수아비 놀이하다가 질려서 여기까지 도망친 거니? 잡생각을 지워버리며 호박을 살펴보자 호박 덩굴이 잔나무로 이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호박과 잔나무라……. 한참 생각에 잠겼다가 겨우 이해했다. 잔나무가 늪에 적응하며 변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요정 마을의 잔나무는 처음 심을 때보다 훨씬 커졌고 정령 마을의 잔나무도 굳건하게 변했다. 마력을 뺏긴 엘프 마을의 잔나무만 그대로였을 뿐이다. 내 마력을 받은 잔나무니 생존을 위해 변했다는 게 납득되었다. 


의문이 해결되자 나는 미련 없이 석판을 열고 일기장을 꺼냈다. 늪에 묻혀 있어서 조금 기대했지만 역시나 책은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잠시 책장을 넘기다가 그대로 석함에 다시 넣었다. 


석함을 원래대로 파묻으려다가 멈췄다. 늪 아래에 있으면 아이들이 찾기 힘들겠지? 어차피 봐도 너무 훼손돼서 못 알아볼 거, 찾기라도 쉽게 놔두자.


나는 아까 지나쳐 온 유령이 생각났다. 힘을 사용해 석함을 들고 그 유령이 있는 호박밭으로 향했다. 호박밭 근처에 석함을 얕게 묻은 뒤에 유령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혼자 호박과 떠들고 있었다. 조금은…… 장난을 쳐 줄까? 요정과 인간이 내 일기장을 찾는데 도움도 줄 겸…….


“안-녕.”


호박이 어눌한 말투로 유령에게 인사했다. 


“와! 안녕? 안녕안녕! 안-녕? 어? 으아아! 너, 너너 말 할 수 있어!?”


“안-녕.”


“바, 반가워!”


“반-가-워.”


간단한 한마디 말에 유령은 호박밭이 떠나가도록 기뻐했다. 이제 적어도 혼자가 아니라 친구와 놀 수 있겠지. 그게 비록 마법으로 만들었다 할지라도 말이야.






[수인 설정 개괄]


수인들은 엘리아스에서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종족입니다. 원시적이라고 해서 돌을 갈아 쓰는 원시인들이라는 소리는 아니고, 다른 종족들에 비해 ‘비교적으로’ 원시적이라는 소리이니 오해는 하지 말아주세요. 물론 돌을 갈아 도구 만드는 친구도 어딘가 있긴 하겠죠.


어떻게 보면 수인들은 요정들보다도 엘리아스의 근본적인 존재들입니다. 엘리아스의 토착 생물들이 마력에 영향을 받아 지성이 생기고 모습이 변한 것인데, 이게 결국 수인들의 원본 형태는 엘리아스 생태계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난 짐승들입니다. 세계수가 인위적으로 설계한 작품이 아니라는 뜻이죠.


수인들이 그런 부분에 대한 자각이 없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만약 수인들이 역사 기록하는데 관심이 있거나 좀 더 협동심이 강해서 제대로 된 단일 공동체를 만들었다면 엘리아스 제일의 꼰대 종족이 되었을 거예요.


수인들은 팩(Pack: 무리)의 개념으로 뭉쳐 생활합니다. 현재 수인 사회에서 가장 거대한 팩은 디아나의 팩입니다. 어째서 사슴 수인인 디아나가 늑대 수인, 곰 수인 등을 제치고 팩의 수장이 되었는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원본 동물의 약함이 수인 본연의 약함은 아닐 진데’라는 점만 짚어드릴 게요.









제가 수인 종족의 이미지를 처음 보고 떠올린 건 켈트 신화였습니다. 첫인상이 참 중요한 게, 제가 제일 처음 본 수인이 디아나였고, 디아나의 의상에는 켈트 매듭 문양이 들어가 있었거든요. 뭐 단순한 이유였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다른 수인인 티그의 캐릭터성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았는데, 티그를 보자마자 켈트 신화에 나오는 ‘쿠 훌린’ 같은 느낌으로 풀자고 마음먹었어요. 쿠 훌린은 이를 테면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 같은 반신 영웅인데, 모든 분들이 동의하시진 않겠지만 제 주관적인 의견으로는 보통 신화 속 반신 영웅들에게는 특유의 무뢰한 같은 면모가 있거든요. 티그가 지금처럼 무대포 트러블메이커 악동 이미지로 설정된 이유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수인들의 탄생]


수인들은 자주 언급되다시피 세계수의 마력으로 변이된 짐승들입니다. 짐승들이 직접 세계수에서 나온 열매를 먹고 인간 형태로 변하거나, 세계수 근처에서 너무 오래 생활해 마력에 장시간 노출되면 변이하는 거죠. 수인들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방사능(마력)에 노출된 슈퍼 뮤턴트(수인)’ 입니다.


그럼 ‘살육머신 공룡괴물’로 변하지 않고 왜 굳이 ‘인간 형태’로 변하느냐? 라는 질문에는 간단한 답변이 있습니다. 세계수가 항상 인간에 대한 꿈을 꾸기 때문이에요. 엘리아스의 신적 존재인 세계수가 잠을 자는 동안에도, 깨어 있는 동안에도 항상 인간 같은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하는 소망이 있기 때문에 그것에 영향을 받는 것입니다. 단연 수인 이외에도 요정들이나 정령, 유령 등등 엘리아스의 모든 종족들도 이런 영향을 받습니다.


짐승들 중에는 이런 효과를 노리고 일부러 세계수 근처에 머무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낮은 확률로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생기기는 하는데, 나중에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 보시거나 공개되는 정보들을 더 살펴보시면 그 부작용이 뭔지 아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엘프들과의 관계]


정령과 더불어 엘리아스의 자연 그 자체를 대변하는 수인들은 엘프들과 사이가 나쁠 수밖에 없습니다. 엘프들은 정복자이자 무분별한 개척자들이기 때문이죠. 이런 대립 구도는 생소한 것은 아니니 대부분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인들 일부는 엘프 사회의 편의성만큼은 인정하는 편입니다. 자판기에서 단추를 망치로 때리면 과자나 음료수가 쏟아져 나오고, 값이 너무 비싸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는 방은 창문만 부수면 공짜로 드나들 수 있는 보금자리가 되니까요.





 



수인 족장 디아나는 이런 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며 어린 수인들을 다그치지만 신세대 수인들의 귀에는 그냥 귀찮은 잔소리로만 들릴 뿐입니다. 애초에 수인들은 규합된 하나의 공동체가 아니기 때문에 디아나가 틀렸다고 주장하는 수인들도 있어서 수인과 엘프 두 종족 사이에는 불화가 끊이질 않습니다.




[수인 설정에 대한 마무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드렸지만 짧게 요약하자면 수인들은 아마 가장 대중 판타지 모험물에 근접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고도로 발달된 마법이나 과학도 없고 고대, 중세에 근접한 문화, 누군가의 집에 쳐들어가서 항아리를 깨거나 상자를 열어 돈이나 물건을 가져가도 되는 쿨한 문화(물론 들키지 않는다는 게 전제입니다), 몬스터나 짐승을 사냥하는 수렵 문화. 신화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뭐 그런 것들이요.


누군가는 수인들의 사회를 보고 원시적이고 야만적이라고 할지는 몰라도… 뭐 어떻습니까? 일단은 ‘엘리아스에서 가장 유쾌한 종족’… 그거면 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