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헌터물, 이라고 부르는 장르가 있다.
뜬금없이 끔찍한 괴물들이 나타나고, 초능력을 각성한 사람들이 지구를 지킨 세계가 배경인 장르 소설.
아마, 그 비슷한 일이 일어났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몇몇 사람들이 초능력을 각성했다.
그들이 지닌 능력은 제각각 달랐다.
하지만 주요한 특징이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물리법칙을 무시했고, 굉장히 위험하고 파괴적이었으며, 그 힘은 상태창이라는 것을 통해 끔찍하게도 무한히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개인이 군대를, 국가를 무력화할 수 있게 된 거다.
그러나 슬프게도, 게이트는 열리지 않았다.
각성자들이 물리쳐야 할 적 또한 나타나지 않았다.
그저, 운 좋게 압도적인 힘을 얻은, 그러나 자제력이 부족한 평범한 사람들이 양산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평범한 자들에 의해.
세계는─ 세 번 멸망했다.
첫 회차는 어중간한 회차였다.
각국은 각성자를 제대로 통제하지도, 그렇다고 회유하지도 못했다. 어영부영 아까운 시간이 낭비되고, 통제에 불만을 품은 세력들이 등장하며, 각성하지 못한 사람들은 각성자들을 두려워하면서도 혐오했다.
결국, 그 세계선은 전략 무기에 준하는 힘을 지닌 각성자들과 강대국 간의 전면전으로 멸망했다.
두 번째 회차는, 내 진짜 능력을 깨달은 회차였다.
처음에는 그저 여자로 변한 게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하나, 나는 회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대로 가다간 미래에 끔찍한 멸망이 닥치리라는 사실도 알았다.
그래서 막으려고 했다.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각성자보다 빠르게 성장하며, 나는 직접 나서서 각성자와 비각성자의 중재를 도왔다.
범죄를 저지른 각성자들을 ‘빌런’이라고 낙인찍었고, 빌런과 싸우는 각성자들을 ‘히어로’라고 불러주었다.
세계 각성자 협회장이라는 타이틀도 달았다.
그러나.
아무리 모두가 영웅이라고 추켜세워도 그들은 진짜 ‘히어로’가 아니었다. 그저 보통 사람에 불과할 뿐.
그들은 평범하게 탐욕스러웠고, 애매하게 추잡했으며, 가끔씩 충동적이었고, 적당히 이기적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영웅을 강요한 탓에 살해당했다.
그래서 세 번째는 억압했다.
직접 모든 각성자를 찍어 눌렀다. 누구도 내 말을 거역하고 헛짓거리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두 번의 회귀 덕분에,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고, 미래를 아는 덕분에 치고 올라올 만한 재능을 가진 놈들을 전부 사전에 죽여버릴 수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내가 핵전쟁의 원인이 되더라.
온 대륙이 원자의 세례를 받아 노릇노릇하게 구워졌고. 나는 멸망한 세계에서 헛웃음을 지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멸망을 막을 수 있는가.
그리고 나는 곧 깨달음을 얻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이제, 네 번째.
“와아아아!!!”
나는 청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단상 위로 올라섰다. 흉흉한 눈빛을 한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열렬한 환호와 함께 표어가 적힌 깃발을 휘둘렀다.
“저들은, 자신들을 각성자라고 부릅니다. 깨어난 자라고 스스로를 자칭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깨어나지 못한 자들입니까? 우리가 비각성한 존재입니까?”
각성자.
“그렇지 않습니다! 저들, 역겹고 뒤틀렸으며 우리의 현실과 법칙을 뒤흔드는 끔찍한 병을 얻은 저들이야말로! 정상인이 아닌, 비정상적인 존재들입니다!”
아니, 비정상인.
“저들은 끝없이 강해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저들은 필시 우리의 사회를 파괴할 것이고, 우리의 체제를 무너트릴 것이며, 마침내 우리를 지배할 것입니다!”
너희는 안 된다.
그냥 두어도, 추켜세워도, 짓눌러도.
어떠한 방식도 통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러니.
“우리 정상 인종은, 저 썩어빠진 종양들이 더 자라기 전에, 지금 즉시 긴급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전부 절멸시킬 수밖에 없다.
각성자를 죽을 만큼 혐오하는 회귀자 틋녀
그래서 절멸시켜 버리기로 했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