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폭주하는 골렘과 싸우기

*



"으으... 무거워!"



소녀가 포를 겨눴다.


탱크에나 달릴 법한 비정상적 크기.


무반동포의 일종이었다.



"크, 크다. 저게 뭐에요?"


"별로 좋은 예감은 안 드는데."



발키리들이 웅성거렸다.


여우는 혀를 찼다.



[골라도 저런 걸 골라가지고.]



여우는 조용히 합장하였다.


땅에서 솟은 흙벽이 소녀와 다른 이들을 나눴다.



"야앗!"



콰앙-.


소녀가 격발했다.


후폭풍이 일어 지축이 흔들렸다.


여우가 불러낸 흙벽도 순식간에 부숴졌다.



"어, 어매 아가씨 강하구만."



여지껏 성불을 못 이룬 중년 남성이 탄식하였다.


돌덩이 거인은 온몸이 바스라져 풍비박산이 났다.


억소리도 못 내고. 



"아으, 귀 따가워."



소녀가 지쳤는지 주저앉았다.



"뭐야 저 사람, 진짜로 쓰러뜨렸어."


"그것도 혼자서...."


"대단하다."



모여있던 좌중은 수군거렸다.



"뭐하는 사람이지?"


"옷은 마법소녀 같은데?"


"마법소녀가 저렇게 강할 리가 없잖아.

그리고 신족이 아니었으면 골렘을 어떻게 쓰러뜨려!"


"맞아. 마법 걸려있잖아."



혼란한 분위기를 진압하고자 나선 이는 예의 부상 당한 발키리였다.


여성은 군중을 헤치고 소녀의 곁으로 가서 외쳤다.



"그만! 이 분은 엄연히 발키리입니다!

레긴레이프 소속의!"


"레긴레이프의?"


"그거 그냥 전설 아니었어?"


"나도 우리 큰 어머니 세대 때나 있었다고 들었는데."


"저렇게 어린애가 레긴레이프일 리가."



예고도 없는 갑작스런 대처에 제일 놀란 이는 당사자, 어린 소녀였다.


소녀 발키리가 여성의 치맛자락을 잡아당겼다.


귀엣말을 하려는 것이었다.



"언제는 저 발키리인 거 안 믿었으면서 왜 갑자기 이러세요."


"방금 같은 그런 걸 보여줬으면 믿어야죠.

발키리 몇십이 덤벼들어도 꿈쩍도 않던 골렘을, 단신으로 무찌르셨잖습니까."


"레긴레이프는 성처리 부대라면서요?

왠 무력 타령이에요."


"성처리'만' 한다고는 안 했습니다."



여성은 허리를 펴고, 다시 동료들에게 고했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도 이기지 못하던 골렘이었습니다!

이 작고 어린 분은 홀홀단신으로 해내셨고!

이보다 더 강력한 증거가 있겠습니까!"



웅성이던 이들이 숙연해졌다.


한명씩 한명씩 그들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발키리 전원이 무릎을 꿇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왜, 왜들 그러세요. 무섭게."



소녀는 기겁했다.


소녀의 곁에 서 있던 여성이 새삼스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다리를 다친지라 예를 표할 수 없음을 용서하십시오."



영문을 알 수 없는 행동에 잔뜩 겁을 먹은 소녀가 말을 더듬었다.



"네? 예? 앗, 그, 어, 네. 용, 용서할 게요."


"부디 저희의 지난 날의 무례함도 용서해주십시오."


"저, 뭐, 뭔지 모르겠지만 용, 용서할 게요."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저희 홀뤽 부대 일동, 발키리의 왕을 뵙습니다."


"왕이요?!"



레긴레이프.


수하들의 신뢰를 받으며 부하에게 '사랑'을 베풀어주는 발키리의 왕.


소녀의 조촐한 '왕' 이력에 '켠왕' 외에 또다른 '왕'이 생긴 순간이었다.



"어, 저... 그게."



하염없이 무릎을 꿇고 있는 발키리들을 바라보다가 왕이 명했다.



"우, 우선 밥부터 먹죠."



*




조촐한 아침상을 그렸던 소녀의 상상과 달리, '부하'를 자처한 이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저기... 저도 뭐라도 하는 게 좋을까요."


"왕께선 편히 쉬십시오."



한사코 발키리들은 소녀에게 깍듯이 대했다.


부담스럽다고 거부하여도.


소녀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다.



'내가, 아니 이 캐릭터가 왕이었다고?'


'발키리의 왕이라니... 그건 아스가르드에 있는 신왕이 겸직하는 거 아니었어?

그 훤칠한 젊은 신왕 있잖아!'


'언젠 성처리 전문 부대라면서 이번엔 왕이야? 레긴레이프란 게 대체 뭐야!'

'애초에 얘가 이런 뒷설정이 있었단 말이야?

얘 함정용으로 만든 미연시 캐릭터일 뿐인 거 아니었어?'


'인게임에서도 타캐릭이 존중해주는 묘사는 있었어도 왕 같진 않았는데.'


소녀가 정신을 차릴 즈음엔 야외 뷔페가 차려져있었다.



"이렇게 거창한 걸 줄은 몰랐는데."



무심코 소녀가 흘린 말에 발키리들이 움찔하였다.



"죄송합니다. 다시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아, 아녜요. 이대로 먹어요! 먹죠!"



그렇게 때아닌 파티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명분은 "왕의 무력에 대한 찬사".



'무기 달라고 해야하는데.'



소녀는 줄곧 그리 생각하면서도, 어쩐지 그 자리의 왁자지껄한 기류를 깨지 못했다.


'여우가 뭐라고 말해주지 않을까'하며 소녀가 여우를 보았으나 소용없었다.



[꺼으, 세다. 술 한번 독하네.]



여우는 술을 탐미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여우의 짧막한 주둥이를 와인잔에 박고 벌컥벌컥 술을 마시는 꼴을 볼거리였다.

주위 발키리는 소녀에게 달라붙어 좀전의 엄숙하던 분위기 따윈 간데없이 이리저리 재잘거렸다.



"귀엽다!"


"진짜 남자에요? 이렇게 귀여운데?"


"떽. 그러다 왕한테 혼난다?"


"우리 집 막내도 딱 저만한 나이인데...." 


"왕께선 왜 전투복이 우리랑 다른 거에요?"


"레긴레이프는 서임식 때 오딘이 뭐라고 하던가요?"


"늑대 부릴 줄 아세요?"


"그 화기가 왕의 무기인 건가요?"


"하나씩 물어보세요...."



밥 먹을 새도 없이 소녀에게 질문 공세를 이어나가는 발키리들.


이들관 상반되게 말이 없는 이도 있었다.


부상을 입었던 발키리였다.


그녀는 거인의 잔재를 슬픈 눈으로 쳐다보았다.



"저분은 왜 저러시는 거에요?"


"저 골렘, 원래 설계했던 사람이 저 녀석이었거든요."


"꼭 제 자식 대하듯이 했는데 부숴졌으니 상심이 클 거에요."


"그러고보니 선배, 골족 놈들도 골렘 오작동으로 아주 골치라던데요."


"걔들이 왜? 거긴 바니르 담당 구역이잖아. 골렘 설계 잘하는 거 아니었어?"


"글쎄요. 바니르가 단체로 설계 실수라도 한 거 아닐까요?"


"얘는 왕 앞에서 별 헛소리를 다 하네."


"저기... 골족이랑 바니르가 뭔가요?"



소녀 발키리가 물었다.


누군가가 "골족 걔네잖아요, 인간들 중에 서남쪽으로 쭉 가면 있는 애들"이라며 대꾸했다.



"바닐라는요?"


"바닐라요? 바닐라는 아이스크림 맛인데요?"


"바니르 말씀이세요?"



소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네. 바, 바니르는 뭔가요."


"그, 발키리 양성소에서 배운 걔들이요."


"예?"


"교과서에 나온 애들 있잖아요. 시험에도 자주 나오던."


"양성소 다닐 때 아침조회만 한다치면 심심찮게 거론되던 걔들이요."



아는 사람만 따라갈 법한 설명이었다.


그래도 양성소를 계속해서 들먹인다는 점이 흠이었다.


어쨌거나 소녀는, 그 육신만큼은, 양성소를 번듯이 졸업한 정식 발키리였다.

모른다고 할 순 없었다.



"네... 기억 나네요."



자포자기하여 소녀가 한숨 쉬었다.


한편 침울하게 자신의 발명품의 최후를 지켜보던 발키리의 곁에 누군가가 다가갔다.



"허허, 이거이 참!
화려화려하게 뽀각내주셨구만요."



여성이 복장을 언뜻 살피니 발키리의 그것이었다.


골렘의 제작가는 같은 부대에 이런 사람도 있었나 고개를 기울였다.


성인이라기엔 엣된 외모의 여자는, 개의치않고 떠들어댔다.



"무지무지 마음이 아릿한 걸요.

이 골렘, 직접 조물조물한 사람은 얼마나 슬플까요.

왕께서도 조금만 조심조심 빠각할 것이지 참."


"슬프기야 하죠."



'독특한 화법의 발키리다'.


여성은 그리 생각했다.



"그래도 목숨을 베려는 칼은 있어선 안 되는 법입니다."


"그런가요?

왕이 원망스럽다거나 하는 마음은 없어요?"


"없습니다."


"어디서 꾸물꾸물 시간을 끌다가 이제야 '뿅' 나타났는지... 같은 마음도?"


"없어요."


"여잇차. 알겠습니다."



쪼그리고 앉아있던 불경한 발키리가 일어섰다.


그녀는 엉덩이에 묻지도 않은 흙을 탈탈 털었다.


여성이 터벅터벅 팔자걸음으로 떠나며 한마디 던졌다.



"당신, 거짓말쟁이로군요."



아침 식사를 가장한 파티는 아직 한창 진행중이었다.



"어디 가십니까?"


"숙제는 완성완성이니 집으로 하느작하느작 가봐야지 않겠습니까.

거짓말쟁이는 그 분이 싫어하시기도 하고."



멀어지는 여성은 품에서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바라보던 발키리에게도 어딘가 익숙한 지팡이였다.


종합적으로 수상한 사람이었다.


보고를 하고자 일어서니 어린 소녀 발키리는 볼록 튀어나온 배를 안고 끙끙 앓고 있었다.



"으으, 배불러요. 더는 못 먹어요."



어린 발키리 왕의 의사를 무시하고, 발키리들은 자꾸만 숟갈을 들이밀었다. 


물으니, 주된 명목은 "음식을 집어넣을 적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뺨을 관찰하는 게 재미나서"였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많이 드시고 밤에... 후후, 왕의 씨를 나눠주셔야죠...."



남사스런 주장은 홀뤽 부대, 대장간 부대의 대장이었다.



"많이 드시고 저희 부대 전원에게 '은덕'을 베푸셔야죠... 후후."


"이 언니 눈이 무서워요...."



왕은 두려워했다.


보고하던 여성이 들이대는 대장을 제지하였다.



"근처에 이상한 자가 있었습니다."


"저런, 이가 상했다니. 안타까워라. 밥은 어떻게 먹나?"


"그런 뜻 아닙니다."


"아니라고? 다행이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상했는데?"


"말로 표현하긴 좀 어려운데... 저희의 옷을 입고 있었지만 발키리가 아니었습니다.

악령이 깃들었던 골렘에 흥미도 보였고요."


"그래그래. 지팡이도 들고 다녔고 말이지?"



홀뤽 부대의 대장은 자연스럽게 입꼬리를 내렸다.


일전의 싱글싱글 웃으며 보이던 미소는 어느샌가 싸늘한 냉소로 변해있었다.



"예. 지팡이도 들고 다녔-.

대장님이 그걸 어떻게 아세요?"


"그 녀석이 맞나보네.

예전부터 짐작하던 바가 있었거든."


"언니들 무슨 얘기하세요?"



어린 꼬마 발키리가 묻자, 심각한 얼굴이던 대장 발키리는 손사레를 쳤다.


얼굴은 금세 또 화기애애한 표정이었다.



"왕이시여, 말씀 낮추십시오.

그리고 언니라뇨!

'누. 나' 해보세요. '누. 나'."



그야 남자로서의 원래 기억을 떠올리면 '누나'가 더 편할 법도 했지만, 소녀는 내키지 않아했다.


대장간 부대 대장이 불편해서였을까.


그녀의 지시대론 따를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발키리가 불편한 이는 달리 있었다.



"아가씨, 이제 출발합세. 이 여자들 엄청 질척대는구만!"



이 상황의 유일한 청일점, 귀령 사내였다.



"아저씨! 아직 성불 안 했던 거에요?

여기 있는 다른 발키리들한테 부탁한다면서요."


"그야 당근 부탁해봤지."



두말하면 잔소리라는 듯, 귀령사내가 손을 저었다.



"그런데 성불이란 거이 뾰족한 수가 없다던 걸."


"불가능하다고요?"


"그건 아닌데 단순히 노가다야. 발키리들이 직접 날 끌구 저승으로 데려가야 한다더만."



믿기지 않아서였는지, 소녀가 홀뤽 부대의 대장을 먼저 보았다.


그녀는 출처 모를 비둘기를 맞느라 바빴다.


다음으로 소녀는 부상을 입은 발키리를 쳐다보았다.



"진짜에요. 성불시키려거든 손수 망령을 끌고 가는 방법 밖에 없어요."


"그럼 손이 부족하지 않아요?"


"그러니 망령을 모아다가 한번에 데리고 가야죠.

달에 두번씩 10명의 발키리와 300명의 망령을 보내요.

이번달은 그저께 보냈으니까 말일까지 기다려야 하고요."


"그동안에 이게 다 돼서 악령이 되면요...?"



꼬마 발키리가 사내의 이마에 새겨진 숫자를 가리켰다.



"숫자 그렇게 빨리 안 닳아요. 개인차는 있지만."


"그래도...."



시무룩해진 꼬마 발키리에게 사내가 일렀다.



"들어보게, 그래서 고안해낸 거니.

아가씨 어차피 곧 여길 떠야 하지?"


"예. 무기 받으면 당장.

전해줘야 하는 곳이 있어요."


"무기... 라."



부상자 여성이 작게 읊조렸다.



"전해준 다음엔 어쩔 셈인가?"


"신왕에게 받은 명령이 있어요. 바나헤임이란 곳으로 가라던데요."


"바나헤임? 바니르의 땅 말인감?"


"거기가 바니르네 땅이에요?"



방금 들었던 이름을 한번 더 듣는구나.


기막힌 우연이네.


소녀 딴엔 그리 생각했다.



"그 동네 요즘 삭막하다는 풍문이 돌던데."


"임무인 걸요."


"하긴 일이면 어쩔 수 없지.

여하간 바나헤임까지면 멀리 돌아가야지 않겠나?

함께 갈 테니, 가는 길에 헬헤임에 들러주게.

헬헤임 쪽 저승도 천당이 있댔으니 거기서 살아봐야지."



요는 달에 두번이라는 발키리들의 저승길 가이드 여행을 기다리기 지루하니, 꼬마 발키리를 따라가겠단 말이었다.


꼬마 발키리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남은 건 무기인데-."



청을 하기도 전에, 부상자 발키리는 도리질부터 쳤다.



"안 됩니다. 무기만은 안 돼요."


"제가 왕이라면서요. 명령이래도요?"


"명령이래도 안 됩니다.

저만이 아니라 저희 대장님을 포함해서, 저희 부대원 전원이 결정한 거라고 전에도-."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 마라. 내가 세상살이 웃으며 하라고 가르치지 않았냐?"



개입한 이는 홀뤽 부대 대장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편지에 눈을 고정시킨 채 부상자 발키리에게 일렀다.



"흥미로운 소식이 들어왔어.

너, 어딜 좀 가줘야겠다."


"대장한테 흥미로운 소식이면 저한테는 재미없는 소식이겠네요.

전 싫어요. 다른 발키리 보내세요."


"아니. 네가 가야되는 사안이야. 부대장인 네가 말이야."



남의 속곳에 코 박던 이 붕대 투성이 위인이 부대내 2인자였다.


충격적인 반전을 접한 꼬마 발키리는 입이 떡 벌어졌다.



"저, 저, 전우애로 부대장 먹은 거에요?"


"저 평소엔 그런 사람 아닙니다."


"마저 들어.

대장인 나는 함부로 자리를 비울 수 없다.

3석이나 4석이어선 대외적으로 인정 받기 힘들고.

부대장인 네가 가야 하는 사안이야."


"하아. 어딥니까? 가야한다는 곳은."


"전장.

우리 조그만 왕을 따라서 내전 중인 발키리들 부대로 가라."



홀뤽 부대 대장이 그제서야 편지에서 눈을 뗐다.



"가서 무기 나눠주고 와."


"예? 내전 중인 멍청이들한테요?"


"그래."



부대장 발키리는 반발하였다.



"싫습니다! 안됩니다! 그 년들한테 쥐어줘봤자 또-!"


"오해가 있나본데, 난 너한테 '가서 전장에 불을 지르고 와라'라고 하지 않았어."


"그러면 뭔데요! 걔들한테 칼은 그냥 목숨 거두는 무기라고요!"


"그런 게 아니야.

나는 너한테 '가서 전장의 불을 끄고 와라'라고 명령하는 거야.

두렵겠지만 가. 가서 네 일을 해."



명을 받은 부대장은 불만이 가득한 관상이었다.


종국에 이르러 꼬마 발키리와 함께 대장간을 떠나면서도 노기 가득한 표정은 그대로였다.



"언니, 그렇게 싫으셨던 거에요?"


"당연히 싫죠. 그것들은... 꼴도 보기 싫습니다."



부대장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싫다'란 두 글자로 축약하기엔 복잡한 감정이 얽혀있는 모양이었다.



"어떻게든 안 간다고 하지 그러셨어요."


"그럴 순 없죠."


"왜요? 명령이라서? 제 명령은 무시하셨잖아요."


"지금까지 대장이 제게 일을 시킬 땐, 꼭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 말을 끝으로 둘은 입을 닫았다.



"살펴가세요!"


"괴물, 물리쳐줘서 고마워요!"


"보따리에 도시락 넣었으니까 출출하면 드세요!"



떠나는 이들 뒤로 발키리들의 작별 인사를 던졌다.


각자 표현법은 달라도 꼬마 왕에 대한 감사를 담고 있었다.



"난 별거 하지도 않았는데."



소녀가 손을 흔들며 중얼거렸다.


물론, 천인천색이라고, 다소 불손한 작별 인사도 있긴 있었지만. 



"가서 얼간이들 궁뎅이 뻥뻥 차주세요!"


"다음에 오실 땐 밤까지 있다가 가셔야 해요!"


"여우으! 다으메엔 내, 히끅, 내가 이긴다아아!"



한심한 인삿말을, 여우도 똑같이 한심하게 받았다.



[술 더 연스패와라 계.... 딸꾹! 계지입.]


"왜 술은 먹은 사람 따로 있고 뒤치닥거리 하는 사람 따로 있는지 모르겠구만."



술에 곯아 인사불성이 된 여우를 들고, 사내 귀신이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