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림은 불현듯 정신이 들었다.


  마치 지각하는 날의 아침과도 같은 기분이었다.


  이럴리가 없는데 웬일로 몸이 가볍고 상쾌하다.

  자명종도 없이 스스로 정신을 차렸다.

  창 밖에서 불길한 참새소리가 들려 올 것만 같은 기분.

  눈가에 햇살이 따스할 것만 같은 기분.


  마지막 두개는 기분에 그쳤지만.


  아무튼 중요한 것은 지울 수 없는 쌔함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그래 꼭 지각하는 날의 아침처럼.


  위화감의 원인을 찾아서 태림을 주변을 살폈다.

  살필것도 없이 태림은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그야, 살펴지지 않았으니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새까만 공간에 태림은 두둥실 떠있었다.


  몸이 가볍지만 않았어도, 태림은 자신이 가위에 눌렸겠거니 하였겠지만, 도저히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았다.


  눈에 이상이 생긴 것일까? 어떻게 생긴 공간이길래 몸이 둥실 떠있는 다는 말인가?


  이 새까만 어둠의 원인 찾고자 태림은 얼굴부터 몸을 더듬었다.

  더듬을 것도 없이 태림은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그야, 더듬을 몸이 없었으니까.


  씨발?


  더듬는데에 쓸 손도 없고 더듬을 몸도 없다.


  아마 눈도 없겠지.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서 이 공간이 까만 것이리라.


  태림은 몸도 없이 존재하고 있었다.


  얼떨결에, 태림은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바를 실현해 내고야 말았다.


  오! 데카르트 맙소사!


  아니, 이게 아니라.


  아무튼, 태림은 생각했다.

  할 수 있는게 그 것 뿐이었으므로.


  전날 무엇을 하다가 잠들었기에 이 지경에 이르렀나?


  전날 자기 전 기억?


  어제 내가 자기는 했나?

  잠자리에 누운기억은 없다.


  너무나 일상적인 경험인 나머지 기억을 못하는가?

  아니,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침대에 누운기억은 정말 없다.


  어제는 분명 자기전에 배가 고프다고 편의점으로 나서서⋯⋯


  아, 뻑치기.


  태림은 겨우, 수상 할 정도로 자신을 따라 붙던 발소리에 기억이 닿았다.


  뻑치기 이후에 납치라도 당했다는 말인가?

  납치를 당해서 어두운곳에 갇혀있나?


  뻑치기가 프로포폴의 마취와 같은 효능을 발휘하였다던가하여 머리가 이다지도 상쾌하다고 설명하지 못하지 않지 못할 것도 없는가?

  아니, 그렇다고 몸뚱어리가 통째로 사라질 일은,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럴싸한 것부터 허무맹랑한 것까지.

  태림이 생각하기로는, 몸뚱어리 없이 살아 있기부터가 허무맹랑하므로 설명도 그러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태림은 계속해서 생각했다.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그것 뿐이었으므로.


  언제까지 생각해야할까?

  생각한다고 무슨 소용이나 있을까?

  이렇게 생각만 해도 되는 걸까?

  언제까지 생각이나마 할수 있을까?

  혹 죽음이 코 앞까지 다가와 있다면?

  아니, 혹 영원히 이대로 살아 생각하기를 멈출 수 없다면?


  태림은 순간 소름이 끼치고 있지도 않은 피부에 닭살이 돋을 것만 같았다.


  부정적인 생각은 늪과도 같아서 인간은 종종 끝없는 우울의 구렁텅이 빠지고는 한다.

  생각이 촉발한 우울은 자신을 더 우울하게 할 생각을 엮어내고 그 생각을 먹고 우울은 더 크게 자라나고 다시 그 생각을 강화할 논리를 싸내고 또 먹고 다시 생각하고 싸내고 더 우울하고 뭐 그런식으로.

  거의 더 우울해지기 위해 생각하는 수준에 이르르고는 한다.


  다만, 태림의 경우에는 이 우습지도 않은 스파이럴을 형편좋은 타이밍에 끊어주는 것이 있었으니,


  끄아아아아앆!


  바로 고통이었다.


  오! 인생의 동반자!


  태림은 자신이 분명히 살아있음을 느꼈다.


  조금의 안도감.


  태림은 머릿속이 후벼지는듯한 통증에 실제로 자신을 후비고 있음을 깨달았다.

  물론 몸뚱어리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후빈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또는 관념적으로지만.


  주사처럼 주입 받은 것은 하나의 영상이었다.

  영상에서는 한 대머리가 등장했다.


  컴퓨터의 웹캠으로 찍는 듯한 구도였다.

  대머리가 인사와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며 영상은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먼저, 저는 새뮤얼 보스트롬. MindForge사의 CEO를 맡고 있습니다."


  대머리는 매우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똥마려운 강아지 같기도 했고 학교에서 쌈박질한 후 머뭇거리며 집에 들어가는 초등학생 같기도 했다.


"우리는 AI를 만드는 스타트업 이었습니다. 강인공지능. 음, 인간처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지능체를 말합니다. 현재 시중의 AI들은 인간의 특정 기능만 흉내내는 약인공지능 수준에 있죠. 운전이라던가 언어능력이라던가 하는 것들이요. 아무튼, 우리는 강인공지능을 만들려던 기업이었습니다."


  그렇구나.


  강/약인공지능 정도야 알고 있던 내용이다.

  태림은 이 동영상이 상정한 청자의 범위를 잠시 가늠해보았다.


"강인공지능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투자는 많이 받았지만, 성과는 나오지 않고⋯⋯ 대출의 상환일이 다가오고⋯⋯ 대출을 상환하려면 결국 다시 투자를 받아와야 했습니다. 다만⋯, 처음 창업했을 때와는 달리 정부가 돈을 걷어들이던 시기이기도 해서, 성과 없이는 더이상은 투자해주지 않겠다고."


  저런,


  두서없는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로 어쩔수가 없었어요. 처음에는 사람이 뒤에 숨어서 사기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투자를 조금만 더 받아내고 진짜 강인공지능을 만들기까지 시간을 조금 벌기만 할 생각이었습니다."


  스캠의 길을 걸었구나.

  미국의 스타트업 중에서는 은근히 심심찮게 등장하곤 한다.


"하지만⋯ 좀처럼 강인공지능 연구는 나아가질 못했습니다. 그때부터 회사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한 이야기가, 사람이 뒤에 숨어서 속이는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그, 아예 인간을 컴퓨터에 담아버리자고⋯. 마인드 업로드라고 하는 기술인데⋯."


  마인드 업로드.

  

  만화 깨나 봤다면 전뇌화라는 말로 알고 있을 기술이다.

  인간의 인격체를 하나의 프로그램처럼 디지털에 업로드한다고 하여 마인드 업로드라는 이름이다.


  이 이름이 지금 등장한다는 건⋯⋯

  설마, 


"물론, 현재 기술로 마인드 업로드는 불가능 합니다. 뇌의 기작이 어떻게 인격이 되는가도 밝혀지지 않았을 뿐더러 그 기작을 세포 단위로 관측할 기술 조차 없고⋯⋯."


  대머리는 한참이나 안절부절 입을 때지 못했다.


"⋯⋯대신 우리가 한건 아주 야만적인 접근이죠. 오래된 방법입니다. 최초로 뇌지도를 온전히 밝힌 예쁜꼬마선충이라는 생물이 있는데 그때 뇌지도를 그릴때도 썼던 방법이고⋯⋯. 아무튼요, 그, 저희는⋯⋯"


  예쁜꼬마선충 때도 썼던 방법.


  내가 알기로는,


"저희는, 태림씨의 뇌를 아주 얇은 층들로 썰었습니다. 뇌 세포까지 투시하는 기술이 없으니까요. 아무튼 여러개 얇은 층들로 뇌를 썰어서 어디에 뉴런이 있고 어느 것들끼리 연결되어 있는지 전부 밝혀냈습니다. ⋯⋯뇌지도를 완성한 거죠."


  ⋯⋯.


"완성한 뇌지도를 컴퓨터 물리엔진으로 시뮬레이션 하는 것이 지금의 태림씨 입니다. 수학적으로 모델링하고 연산을 최적화 할수도 있었겠지만, 뇌에는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고 무엇보다 시간이 없었으니까요."


  ⋯⋯.


"계획대로라면 태림씨가 우리 회사가 만들어낸 강인공지능의 프로토타입인척 또한번 사기를 벌였어야했겠지요. 진짜 강인공지능이 완성되기까지. 언제 완성될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아무튼,"


  ⋯⋯.


"전에 친 사기가 들통나 버렸습니다. 뒤에 사람이 숨어있던 그거요. 지금은 집 찾아올 경찰을 기다리며 이 영상을 찍고 있습니다."


  ⋯⋯.


"수사망이 태림씨를 피해갈지 어떨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뭐, 잡혀가기 직전이 되니 제가 조금 감상적이게 되고 말은 모양입니다. 어떻게 전원이 켜지셨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러고보니."


  ⋯⋯.


"더 드릴 말씀도 없군요. 하⋯,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그럼, 영상도 여기까지 입니다. 모쪼록,"


  그리고 영상은 무책임하게 끝을 맺었다.


  태림은 죽었다. 


  멋대로 상상하고 말게 되는 것이,


  머리통이 쪼개졌겠지.

  뇌를 꺼내졌을 것이다.


  그리고?

  얇게 슬라이스했을까?

  그리고 한장한장 스캔기가 잡아먹고 정보의 덩어리를 배출해내어서—.


  그 정보들을 겨우 이진수뿐인 세계에서 재조합해낸것이?


  하지만 태림은 살아있았다.

  뇌를 슬라이스 당하고도 살아있었다.

  아니, 슬라이스 당했기에 살아있었다.


  오직 생각하는 것만이 가능한 회의주의의 요람안에서 태림은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생각이외라면 무엇이든 그것이 미치도록 하고 싶다고 태림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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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서 창고에 쳐박고 있던 건데 


소재도 너무 매니악하고 설정 주저리 좀 기분나쁘고


그래도 용기를 내 봅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