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아하아하아...”

살아있냐?”

아직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살아있지정신 차려.”

 

진급시험.

이것을 위한 준비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그렇다고 막상 이 시기가 찾아왔을 때일어나는 것은 별거 없었다.

그저특급을 얻기 위한 발버둥만이 있을 뿐.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멀쩡하신 겁니까?”

평소에도 특급을 얻기 위해서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그게 말처럼 쉬운가?’

 

물론정혜나는 준석의 도움과 피나는 노력으로 어떻게든 조기진급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다시 조기진급을 위해서 그렇게 할 수 있냐고 한다면 고개를 빠르게 저을 자신이 있었다.

그 정도로 힘들었다.

 

아무튼병장 축하드립니다.”

그래너도 상병 축하한다.”

 

조기진급으로 얻어낸 상병이라는 계급.

좋다고 할 수도 있고그냥 그렇다고 할 수도 있었다.

 

돈이 들어온다는 것에서 좋기는 하지만.’

 

*

 

그래도 진급을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 게 있을 리가결국에는 전역하기 전까지는 달라지는 것은 없지.”

 

계급이 바뀌어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그저해야 할 일이 조금 늘어났다는 것일 뿐.

 

소댐이 그 이야기는 안 해분교대.”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알고 있는데자세한 것은 모릅니다.”

 

특급을 땄으니천천히 들려오고 있는 이야기였다.

분교대를 가라는 것.

 

그런데분대장을 달면 저도 당직을 서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별로 반가운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반가운 이야기가 아닌 것 같기는나쁘지는 않아해야 할 것들이 있어서 귀찮기는 하지만할 것들 다 해볼 수 있으니까.”

이 병장님은 그런 마음으로 하셨습니까?”

아니당연히 소댐이 시켜서 한 거지.”

 

계속하라고 하면 할 수 있냐는 물음에 답하자면그것은 NO였다.

분대장으로 해야 할 것들은 많았고일일이 모든 것을 책임지기는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아무튼 열심히 해라?”

이렇게 무책임하게 말할 수가 있는 겁니까?”

이제 내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으니까.”

무책임한 사람이다이렇게 무책임한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걸까 모르겠습니다.”

장난은 여기까지 하고이제 슬슬 다시 운동해야지.”

알겠습니다.”

 

체단실에서 몸을 움직이면사람들의 시선을 자동적으로 신경 쓰게 된다.

그걸 준석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기에 최대한 사람의 시선을 피하면서 하고 있지만그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래서 인기인은.”

제가 인기인입니까?”

그럼내가 인기인이게?”

이 병장님 정도면 인기인 아닙니까말뚝 박지 않는 괴짜라고.”

 

사람이 하는 짓은 말뚝 박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정작 당사자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그것을 당사자도 모르지는 않기 때문에 한숨으로 답했다.

 

내가 정말 괴짜가 되려면 적어도 병기관님 정도는 되어야지.”

덤벨 120정도 말입니까.”

아마도 그 정도아니...그 이상이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그걸 처음 목격하는 순간그런 이야기를 하지.”

 

*

 

축하한다또 성장했구나.”

별로 칭찬을 받고 싶지는 않습니다.”

 

결국에 혜나는 분교대를 다녀왔다.

별로 경험하고 싶지는 않은 듯한 기분이라는 듯한 모습.

그런 모습을 보며 준석은 이해를 한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네분대장 견장이 말이야.”

그렇게 노력했는데 이게 어울려야 하지 않겠습니까만약 그렇지 않으면 제 노력은 아무것도 아니게 됩니다.”

그건 그렇지.”

와 분대장.”

 

지나가는 동기의 말에 혜나를 한숨을 쉬었다.

 

왜 부담이라도 되어서?”

부담이라고 할까그냥 귀찮아서 그렇습니다.”

 

별로 오고 싶지 않았던 군대에서 여러 직책이 부여되는 것은 귀찮은 일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하지 않겠다고 해서 그것이 사라지는 것은 또 아니었기 때문에 결국에 선택지는 하나였다.

 

근데이 병장님은 휴가 언제 나갑니까?”

으음이제 슬슬 나가기는 해야겠지.”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아서 생긴 말출은 도대체 어느 정도랍니까?”

나도 몰라별로 그런 걸 신경을 쓰지는 않았으니까.”

 

*

 

와와 이게 정녕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휴가?”

너도 비슷하게 있지 않나?”

비슷하게 있기는 합니다.”

 

준석은 지금까지 휴가를 나간 적이 없었다.

그렇게 되어서 만들어진 정신이 나간 휴가의 개수.

이게 진정한 승리자?’

 

20에서 30 정도의 휴가.

말년의 모든 것을 뺄 수 있는 진정한 승리자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모두가 시기 질투로 이 병장님을 볼 겁니다.”

본다고 뭐가 달라지는데.”

 

딱히 달라지는 것은 없지.’

 

모두가 말년 휴가에 대해 감탄을 하겠지만그것이 전부였다.

 

잘 다녀오십시오만약 이 병장님 복귀 날에 제가 당직이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글쎄과연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

 

그래재미있더냐?”

모릅니다지금 바쁩니다.”

 

당직으로 불타버린 혜나의 모습에 준석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휴가 얼마나 남으신 겁니까?”

내일 또 휴가지.”

와아.”

 

부럽다는 것과 어이가 없음이 서로 공존하고 있었다.

그런 감상을 남기고 있을 때준석은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별로 좋은 모습은 아니었지만그것에 크게 반응하지는 않았다.

 

*

 

마지막 휴가그것을 마치고 돌아온 준석에게 남은 것은 전역뿐이었다.

전역 전에 한 것은 소대 전체의 회식.

 

이야 타이밍 기가 막힙니다.”

그러게소대 회식을 하면서 전역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모든 게 운이지.”

 

식당에 자리한 1소대의 모두가 준석을 바라봤다.

 

여기 지금까지 고생한 녀석이 있다그리고 괘씸하게도 말뚝을 박지 않은 녀석이 있지.”

그거 아직도 밀고 가시는 겁니까?”

 

전역을 하는 순간까지 말뚝에 관한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물론모두가 그저 웃어넘길 뿐이었다.

 

아무튼고생 많았다.”

감사합니다소댐.”

 

각자의 격려와 전역빵에 대한 경고를 받으며 소대 회식은 간단하게 이뤄졌다.

식사가 끝난 다음은 자연스럽게 PX로 가서 음식들을 사며 생활관에 돌아온다.

 

이것도 이제 예비군 아니면 접하기 어렵겠지.”

예비군...그러고 보니저는 예비군 어떻게 되는 걸지 모르겠습니다.”

병무청이 알아서 하겠지믿기 어렵지만.”

별로 믿을 생각은 없습니다그쪽은.”

 

지금까지의 고생을 하면 치를 떨기에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공감을 하듯이 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정말로 치를 떨게 만들지.”

아무튼다시 한번고생 많았습니다.”

고맙다너도 앞으로 남은 날 고생 많이 해라.”

별로 격려의 말 같지는 않겠지만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먹는 냉동식품과 함께 그다음 날이준석은 부대를 떠났다.

 

심심하다.’

 

이준석이 떠난 다음딱히 생활관을 찾아올 사람은 없었기에 남은 것은 적막함과 함께 심심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