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미친 또 탈주야…진짜 어떻게 게임 한판을 제대로 못하냐…”

 

5명이서 한 팀이 되어 플레이 하는 신작 FPS게임 배틀 스테이트. 출시와 동시에 오픈런에 뛰어들어 이 게임만 파고든지 겨우 일주일이 지났지만 첫날 수작 FPS게임 하나 나왔다며 자신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벌써부터 동접자 수가 실시간으로 깎여나가고 있었다.

 

[슬슬…]

[이 거지 같은 게임사는 어떻게 나온지 일주일 된 게임에 핵을 못잡냐]

[그냥 이제 스테이트 게임즈는 믿고 거르면 될 듯]

 

방송을 킨지 벌써 두 시간 가량이 흘렀건만 앞에 카페 탐방 몇 분 깔짝거린 것 빼고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컨텐츠를 시작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지쳐가는 시청자들의 채팅을 보며 나는 손에 얼굴을 묻었다. 오늘따라 왠지 머리가 아픈 느낌이었다.

 

업타임 옆에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시청자 수는 어느새 1000명 아래로 떨어졌다. 한창 방송을 볼 시간인 저녁 10시였지만 방송을 킬 때보다 시청자 수는 오히려 줄어 있었다.

 

[이분 왜 말 안함?]

[흠…]

[방장 뭐해]

[이번엔 방장이 탈주해 버렸누]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고 있자 방장을 찾는 몇 개의 채팅이 올라왔다. 갑자기 빨라진 채팅에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아 잠시…물 좀 떠오느라, 하하…”

 

그렇게 그날의 방송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흘러갔다.

 

 

 

그날 밤 나는 심한 두통에 잠에서 깨어났다. 고개를 드는 것 조차 버거울 정도로 온 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이마에서는 누군가가 다리미로 지지는 듯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가슴 언저리에서는 구토감까지 올라왔다. 흐릿한 시야 속에서도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방 안 어딘가에 있을 휴대폰을 더듬어 찾았다. 구급차, 구급차를 불러야 했다.

 

“웁, 끄윽…”

 

마침내 발 끝에 채인 휴대폰을 집어 들기 위해 고개를 숙이려던 순간, 나는 지끈지끈하던 머리가 순간 핑 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본능적으로 쓰러짐에 대비하기 위해 낙법을 시도하던 나는 바닥에 닿기 직전 팔에 힘이 안 들어간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머리에서 느껴지는 강한 충격과 함께 어떻게 손 써볼 틈도 없이 순식간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이렇게 죽는 건가…’

 

그것이 마지막으로 머릿속에 든 생각이었다.

 

 

 

 

싱그러운 아침햇살…

따스한 봄바람에 너울거리는 얇은 커튼…

그리고 어디선가 날라온 꽃가루에 코가 간질간질간질….

 

 

“푸엣취!” 

 

나는 요란한 재채기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침대 위에서 이리저리 몸을 비틀던 나는 이내 상체를 일으켜 그 자리에 앉은 채로 가만히 멍을 때렸다. 

 

‘뭐지? 어제 분명 머리 박고 바닥에 쓰러지지 않았나…?”

 

아직 잠 기운에 취해있는 머리였지만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은 쉽게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어제보다 몸도 가벼워진 것 같고…최근에는 아침에 일어난다는 것 자체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심각한 문제는 아니겠지만 일단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렇게 생각하던 나는 이내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이게 무슨….헐.”

 


거울에 비친 나는 영락없는 미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수연아! 빨리 일어나 학교 가야지!”

“아니 엄마 잠시만…잠ㄲ 잠깐만요!”

“아유, 얘가 왜 이래? 오늘 입학식인데 학교 첫날부터 지각할거야?”

“아니 진짜 엄마 제발…으,으아악!”

 

억지로 나를 화장실에 던져 넣은 엄마는 이내 문을 쾅 닫고 사라졌다. 아마 아침을 준비하러 부엌으로 갔을 터였다. 굳게 닫힌 화장실 문을 바라보던 나는 천천히 화장실 변기 뚜껑 위에 앉았다. 갑작스럽게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온 터라 머릿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본래 인터넷 방송인이던 나는 지금껏 홀로 자취를 해오고 있었다. 종합 게임을 전문으로 하는 방송인이기에 재미를 위해 소리를 질러야 할 때도 많았고, 무엇보다 인터넷 방송의 특성상 일을 하는 시간대가 동거인의 수면시간과 겹칠 수 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방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로 가족과는 따로 떨어져 살게 되었고, 그 생활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었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여자가 되어 버렸으니…상황 자체가 황당하거니와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엄마의 반응이었다. 방금 봤다시피 엄마는 이 상황에 전혀 놀란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바뀐 몸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 볼 정도로. 

 

“대체 뭔데…”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낯선 목소리에 흠칫 하기도 잠시, 이내 방금 엄마가 했던 말이 생각나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엄마는 ‘오늘 입학식인데 학교 첫날부터’ 라고 했다. 애초에 따로 살고 있던 아들(딸)이 하루아침에 돌아온 것부터가 이상한 일인데, 그도 모자라 ‘입학식’이라니. 인터넷 방송을 시작하며 진작에 대학을 때려치운 나에게 있어서 정말 우스운 소리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만에 하나, 그러니까 정말로 만약에…내가 학생이 되어버렸다면? 

매일 인터넷 방송만 보다가 새벽 서너 시에 잠드는, 그야말로 한심한 인생을 살던 그 시절의 내가 되어버린 거라면?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작게 중얼거린 목소리가 비좁은 화장실 안에서 메아리 치는 듯 했다...







안녕하세요....지난번에 한편 올리고 이번으로 두 번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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