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름. 나이 스물. 저번달까지만 하더라도 열아홉.


취미는 게임, 독서, 웹소설 읽기.


…그리고 야설쓰기.


물론 야설을 쓴다고 해서 엄청 음란하고 금서로 지정시켜야 할 정도로 천박한 그런 소설은 아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무난한 순애물이었다.


…그 과정이 조금 야하고, 조금 남들에게 보여주기 숭해서 그렇지.


야설을 쓰게 된 이유는 별 다른 이유는 없었다. 원래 게임 아님 독서가 끝이었던 내 취미생활에, 게임공략 사이트를 구경하다 옆에 뜨는 광고때문에 어쩌다보니 웹소설을 알게 되고, 어쩌다보니 웹소설 작가가 되어있었다.


…어쩌다 보니까 그 웹소설 중에서도 야설을 쓰게되버리긴 했지만.


아무튼, 야설을 처음 쓸 때는 금단의 영역을 넘어가는 것 처럼 두렵긴 했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은 별 생각이 없어졌다.


비록 엄마의 강한 권유-라고 쓰고 강요라고 읽는 무언가 때문에 소꿉친구…. 라고 한다면 할 수 있는 애랑 같이 살고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들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고 그것이 나중에 들켜도 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야설을 쓴다는 사실 만으로 들켜서 안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데.’


사실 야설을 쓰는 것을 들키는 것 만으로는 이렇게까지 무조건 들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애초에 상대방은 나를 동성으로 보는 것 같으니까, 속옷차림으로-그것도 브레지어는 했는데 팬티는 입지않은 그럴거면 그냥 다 벗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그런 복장으로 집안을 돌아다닌 적이 한두번이 아니니까.


참다참다 적어도 같이사는 사람이 있는데 자제하라고 했을 때 “우리사인데 뭐 어때~”라는 말로 넘어간 것을 생각하면, 내가 야설을 쓴다고 하는 것을 들켜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 않을까.


뭐, 적어도 한동안-아니면 거의 평생가량을 놀림받던가 하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놀림받는건 지금도 마찬가지니까….


‘중간중간 자살하고싶어지는 것 정도만 뺀다면 문제없겠지, 뭐.’


자살하고 싶어져도 진짜 자살할거냐고 묻는다면 절대로 안한다고 하겠지만, 내 목숨은 소중해.


아무튼, ‘일반적인’ 야설이라면 내가 직접 보여주진 않겠으나 들켜도 그러려니 할 수는 있다. …있을 것이다.


‘이게 일반적인 야설이 아니라서 그렇지….’


소설의 내용은 진짜 평범했다. TS가 평범의 범주 안에 들어가냐? 라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긴한데….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나름 평범한 소설이었다.


평범한 TS순애야설답게 그냥 어느새 여자가 되었고, 주변에 어느새 남자주인공이 붙고, 남자주인공에게 끌려다니면서 조교…? 같은 것을 당하면서 엄청 야해지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남자주인공에게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빠져버리는 그런 소설.


…거기서 여자주인공 역에 걔 이름을 박고 남자주인공 역에 내 이름을 넣어서 그렇지.


물론 이름만 그렇게 쓴 것 뿐이지 작 중 묘사했던 성격은 현실이랑 완전 달랐다.


…여자주인공 성격에 날 대입하고 남자주인공 성격에 걜 대입했어서….


20년이 넘도록 남자로 살아왔던 내게 몸은 여자인 주인공의 시점으로 글을 쓰려고 할 때 여자로 쭉 살아왔던 걔 보다는 남자인 내 성격을 집어넣는게 맞다고 생각했고, 남자의 경우에는 나보다는 걔가 더 활발하고 남자답다 생각했으니까 걔로 성격을 잡았다.


절대로 내가 걔한테 깔려가지고 앙앙거리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고. 절대로.


아무튼, 녀석의 이름과 성격을 반반으로 나눠서 쓰고, 내 이름과 성격도 반반으로 나눠서 쓰다보니 자연스레 절대로 들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생활하기 시작했다.


…나에대한 인간적인 호감도가 깎여나갈거라 생각했으니까. 이렇게 얘기해도 내 유일한 친구였기에 진심으로 혐오받는것은 싫었다.


그렇다면 걔를 베이스로 안 쓰는 것이 가장 편하겠지만, 몇 안되는 것을 넘어 유일한 내가 잘 아는 이성이었고, 이름이나 성격같은 걸로 주변에서 엄청 많이 엮여졌던 탓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고 해야하나….


‘진짜로, 걔 가지고 성욕을 푼다던가 하지도 않았다고.’


…그런 새끼가 소꿉친구를 가지고 야설을 쓰고 있냐? 라고 묻는다면야 할 말은 없지만, 진짜로 성욕을 푼다던가 하지는 않았다.


물론 나도 남자인지라 상의도 브레지어 빼고 전라인데다 하의는 그냥 전라일 때는 나도모르게 시선이 갔던 적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지만, 딱 거기까지.


‘걘 좋아하는 애 있다고 했으니까….’


나한테 자꾸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7년도 넘도록 같은 사람을 얘기하는게 그럴거면 그냥 고백이라도 박아보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튼 7년동안 좋아하는 사람이랑 사귀고싶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잔뜩 섹스하고 애를 낳고싶다-같은 미친 소리를 들어왔던 나로서는 연인으로서 무언가가 생기기엔,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할 짓이 아니라 생각하니까.


‘…걔 가지고 19금 소설을 쓰고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긴 한데.’


…아무튼.


“이번편도 끝….”


아침에 쓰려고 하니 뭔가 죄를 짓는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밤에 주로 작업을 하는 나는 그대로 이번 편도 쓰자마자 곧바로 사이트에 올린 후, 그대로 침대로 직행했다.


글을 쓰는 것은 키보드를 두들기는 것이 좋지만, 반응이나 그런 것은 핸드폰으로 보는 것이 편하니까.


댓글을 보다가 오타자를 지적하는 댓글을 보면 눈물을 머금고 다시 컴퓨터 앞으로 앉지만, 그래도 침대에 누워서 댓글을 보는 것이 가장 좋았다.


그렇게 업로드 후 한시간가량 침대에서 반응을 보던 나는, 그대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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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응.”

“이거 뭐야? 나, 남자가 나냐?”


까먹고 컴퓨터를 켜놓은 채로 잠에 들어버리는 실책을 범한 후, 내 컴퓨터의자에 앉아 소설을 내 앞에서 읽고있는 나-아마도 내 소꿉친구로 추정되는 남자앞에서 나는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미, 미안….”


그런 내 목소리에는 어제도 엄청나게 들은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여름, 아니 이젠 한겨울인가…?


아무튼.


이여름, 스무살, 남자. …이제는 여자.


소꿉친구로 야설쓰다가 소꿉친구랑 몸이 바뀌고, 그 바뀐 상태에서 야설쓴걸 들켜서 눈앞에서 정독당하고 있다.


…진짜 자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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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눈을 빙글빙글 돌린다. 적어도 눈 앞에 있는 한겨울-왜 내 몸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눈 앞의 한겨울이랑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썻다.


“…….”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이 너무 따가워, 결국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평소에 고개를 숙이면 보였던 내 몸은 온데간데 없이, 얇은 팔과 그 얇은 팔과는 정 반대로 두툼하다 못해 풍성한 가슴이 보인다.


긴 나머지 아래로 흘러내려오는 머리카락은 덤이다.


“…….”

“…….”


…솔직히 말해서, 지금 이 상황이 꿈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어이가 없잖아. 세상에 남자랑 여자가 몸이 바뀌는게 어디있다고, 성별을 바꾸는 것도 현대의술을 사용해야 가능한 행위인데 그런 행위도 불가능한 몸 바꾸기가 현실일 리가 없었다.


애초에 한겨울의 핸드폰에 문자가 그렇게 없을 리가 없잖아. 나랑 내 부모님, 한겨울의 부모님의 문자 외에는 광고문자밖에 없는 폰은 내 핸드폰에 어울리는 상태지, 한겨울에게 어울리는 상태는 아니었다.


‘다리저려….’


그러나 그렇게 현실을 도피하려고 할 때마다 무릎을 꿇은 탓에 저려오는 다리가 도피를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부정하지 말라고, 이것은 현실이라고.


“후우….”

“…! ….”


한겨울이 한숨을 내쉬었다. 고작 입에서 나온 바람이지만, 나는 태풍이라도 맞은 것 마냥 크게 움찔거렸다.


“혹시, 나 좋아해?”


그 이후로 한참의 시간이 지난 이후, 한겨울은 원래 내 목소리였던-그런 목소리로 물어봤다.


경멸조의 목소리는 아니었기에 안도를 할 뻔 했으나, 곧바로 이런 질문을 한 의도가 무엇인지 곧바로 머리를 굴리면서 찾아내려고 했다.


만약 내가 여기서 널 좋아한다고 한다면? “그토록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네게 말했는데 나를 그렇게 생각했단 말야?” 라는 말과 함께 경멸의 시선을 받지 않을까.


그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야설에다 날 집어넣다고? 너 싸이코야?” 라는 말과 함께 경멸의 시선을 받지 않을까.


‘둘 다 경멸로 빠지잖아….’


더 나은 답이 있지 않을까 머리를 미친듯이 굴렸으나, 멍청한 내 뇌는 그 이상의 답을 내놓지 못했다.


“…아니.”


결국, 둘 다 경멸로 빠질 거라면은 진실을 얘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판단을 내렸다.


“…근데, 날 이렇게 썼다고?”


그와 동시에 예상대로 날카로워지는 목소리, 그와 동시에 내 머리는 그대로 더더욱 아래로 쳐박혀지기 시작했다.


“…내, 내가 아는 여자가 너 말고는 없어서.”


변명조에 가까운 이야기. 실제로 그런 이유로 쓴 거지만 그것이 잘못을 사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니까.


결국 절교의 마음으로 두 눈을 꼬옥 감은 채로 처벌을 기다리던 중,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 처벌에 슬쩍 눈을 뜰 던 쯤-


“…그, 렇단 말이지? 나 말고는 쓸 사람이 없어 서 그런거지?”

“응? 어, 응.”

“…그럼 됐어. 대신 저작권료는 뜯어갈거니까 그건 알아.”


…방금 전 까지 들려왔던 사나운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이, 아무런 처벌 없이 끝나버린 상황에 나도모르게 고개를 들어버렸다.


내가 그러든 말든 이미 상황은 끝난걸 시사하는 듯 내 소설들이 있는 노트북을 받고 원래 한겨울의 방이었던-내 방으로 돌아온 내 머릿속에는 하나의 생각 외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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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썻던 거에 조금 살 붙여서 1화로 만들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