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것일까.


평범한 날이었다. 평소처럼 아침일찍 일어나 재무청에 들어가 재무대신에게 예를 올리던 도중. 재무대신이 이렇게 말했다.


"그대. 무언가 할말이 없는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말하는 재무대신의 말이었다.


"네?"


"무언가 할말이 없냐고 물었다."


아버지뻘 연세와는 다르게 웃음기 가득한 모습으로 물어봐오는 재무대신의 모습에 어찌 할바를 몰라 고개를 숙인채로 고민하는 나였다.


'설마 뒷돈 조금 먹은게 들켰나?'


한 일이라고 해봤자. 밀밭땅을 포도농사가 가능하도록 불법용도전환했을 뿐이다. 받은돈도 별로 되지 않는다.


평생동안 뒷돈을 착복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냥 급해서 어쩔 수 없이 한번만 했던 것인데. 그게 들킬리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그거면 됐다."


아직도 웃음기 가득찬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재무대신이었다.


"아 그러고보니. 오늘 자리가 바뀌었지. 참.


오늘은 20B실로 출근하게나."


"네?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20B실라뇨!"


20B실이 뭐냐고? 좌천이다 좌천.


재무청엔 0부터 9까지 그리고 ABCDE까지 15개의 숫자로 이루어진 방이 있는데. 0부터 9까지는 일반 대신들이 대소사를 보는곳이고. 재무청의 직원이라고 함은 보통 ABCDE 실을 이용하는 법이다.


언제나 A실을 사용해온 나로써는 B실을 사용한다는것 자체가 한단계 낮은 업무를 본다는 뜻과도 같았다.


"설마...  들킨겁니까?"


식은땀이 비질비질 흐른다. 이마를 타고 볼따구를 넘어 턱까지 흐른다.


이거 불법용도전환이 들킨게 틀림 없었다.


그나마 적은 돈만 받고 한거라 좌천으로 끝이지. 만약 큰돈을 받았더라면...


"꿀꺽" 하는 침삼키는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올 정도로 긴장해버렸다.


'젠장. 그 왕자만 아니였어도 이런 일 할 이유도 없었는데!'


"어서 일보세나."


재무대신은 축객령을 내렸고. 나는 20B실로 나왔다.


20B실은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자리잡아있었다.


보통 재무실이란 삭막한 풍경이다. 나무로된 천장에 나무로된 벽 나무로 된 가구. 등등. 그냥 필요한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렇게 고급 가구들이 즐비한 풍경은 그냥 넘어가질 못하겠다.


구석에는 차를 마시라는듯 고급스러운 다기에다가. 유리창 옆에는 장인이 손수 자수를 넣은 커튼에 누우면 잠에 들것 같은 보드라움을 가진 쇼파까지.


마치 응대실 같은 비주얼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뭐야 이건."


그 가구들도 남성을 위해 제작된것이 아닌, 여자를 위해 만든것이 분명해 보였다. 주로 색감이 여자를 위한 색이었으니까.


"아니 뭔데!"


20B실은 원래 응접실 용도였나? 하긴 생각해보면 얼굴이 반반한 애들 위주로 뽑았던것도 같은데. 아무튼간에 왜 나를 이런 방에다가 쳐 넣어버린걸까?


오늘은 적당한 일밖에 없겠다. 점심먹고 일하려고 쇼파에 누워있던 도중. 어떤 소리가 들렸다.


"왕자전하께서 들어오십니다!"


나는 재빠르게 일어나. 쇼파 옆에 서서 정갈히 왕자전하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그러자. 문이 열렸다.


금발의 왕자전하께선 들어오자마자 그렇게 말씀하셨다.


"찾았다. 내 사랑"


"네?"


한쪽 무릎을 꿇고. 내 손등에 키스하시는 왕자전하. 그 모습은 누가봐도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구애하는 모습이었다.


조금 가슴이 두근거렸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나도 사람이니까. 열렬한 구애 앞에선 얼굴이 시뻘건 색으로 변할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 당사자가 나보다 키가 반절정도 되는 12세 꼬맹이라는게 문제였을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