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고 싶었어요. 아이돌이."

"...."

"그냥 그랬다는 거죠."

나는 어이가 없어가지고 말하지 못했다.

"이놈 자식아, 그게 여우주연상 받는 얘가 할 말이야?"

"...헤헤."

"그거도 못 받는 얘들이, 아이돌 지망생들보다 수두룩빽빽이다. 그런데 무슨 배부른 소리를 하려고."

"아저씨가 말하셨던적이 있잖아요.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했던적이, 꽃길 놔두고 흙탕길 덜어다니라고 한 얘기는 아니었다. 길 고를 일 있으면 원하는거 하라고 했던거지."

"그러면, 전 아저씨 말 잘 들은거에요?"

"...잘 들었지. 그런데 그거 말고는 하나도 안 들었잖아. 내가 이상한 짓좀 하지 마라고 몇번을 말했었는데."

"헤헤."

그녀가 밝게 미소짓고 단상을 올랐다.

그리고, 광휘에 가려진 그녀가 나를 내려다봤다.

"고마워요."

'아저씨.'

뒷 말은 입모양만으로 들었다.
그리고, 온 사방이 빛이 났다.

그 뒤에.

잠시 기다리고 나면.

-삐비빅! 삐빅! 삐비비빅!

"예리야, 늦었어! 퍼뜩 일어나!"

"알겠어요..."

나는 눈을 찡그리며 머리를 억지로 묶었다.
알람을 주먹으로 쾅 내려치자, 꺼지면서 금이 간 액정이 눈에 들어왔다.
뭐. 망가지면 새로 사도 되니까.

나는 옷을 훌렁훌렁 벗어던지고는 바로 갈아입었다.
원피스는 좋은데, 가슴 파인건 과하고.
그래. 이게 딱 좋다.

"빨리 나와!"

엄마가 소리쳤다.
나는 그렇게 밖으로 나왔다.

"오늘이 첫 날이라면서, 왜 그렇게 늦니?!"

"좋은 꿈 꿨어요."

"그런데 기분은 영 안 좋아보인다?"

"이뤄질수 없는 꿈이니까."

나는 쓸쓸하게 엄마를 바라봤다.

"꼴값 떤다. 빨리 차에 타. 어휴, 내가 딸 잘못 둬서 출근에 늦게 생겼어!"

신경질적으로 소리친 엄마가 클락션을 울렸다.
길가는 전쟁터였다.
클락션이라는 총성이 울렸고, 사람들은 전선을 이룬듯 묘한 줄타기를 하면서 끼어들었다.

"이 미친 여편네가!"

"뭐요, 아저씨 싸울거야? 싸울거냐고?!"

그렇게 전쟁터를 지났더니, 곧이어 연예기획사에 도착했다.
본사는 아니고 지점이지만.
그럼에도, 아이돌을 양성한다는 역할 면에서는 최적이었다.

"예리야! 나 이만 갈게!"

"고마워요!"

"꼭, 성공하고! 난 간다!!"

그렇게 엄마가 멀어졌다.
나는 아이돌 명찰을 들면서 당당하게 걸어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호통을 받았다.

"이!!! 예!!! 리!!!"

볼펜.
어이쿠, 패스.

"선생님, 볼펜을 실수로 던지셨나봐요. 자, 여기."

"어물쩡 넘어갈 생각 말고! 얘가 생각이 없어?! 첫날부터 늦는건 어디서 벌어먹은 버릇이야?"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내가 진심을 담아서 허리를 굽히자 선생님이 혀를 쯧쯧 찼다.

"예리야, 너는 민서 좀 봐라. 얼마나 이쁘니, 내가 오기 한시간 전부터 연습하고 있었댄다니까."

"넵..."

그렇게 말하면서 민서 옆에 앉았다.
민서는 고개를 돌리더니 나를 바라봤다.

"...멍청이."

"우우."

민서가 내 볼을 양손으로 잡았다.

"늦으면 안 되잖아. 똥강아지야?"

"...아닌데요오."

"언니라고 불러봐."

"은니."

"언니."

"욘니."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민서가 눈을 찌푸리며 볼을 놓았다.
약간 답답했는데, 세이프.

"민서야."

"왜?"

"너 배우 안 할거지?"

"안해."

그렇게 대답하자 약간 서운했다.
내가 니 매니저였을때는 한번에 받아들였으면서.
하여간,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니까.

...뭐, 그래도.

아이돌 되고 싶다는 부탁은 들어줘도 되겠지.
이번 생에는 50에 죽는 일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