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하는 일은 즐거웠다.


구스타프 열차포 ‘Dora'의 80cm 화포로,

야마토급 전함의 460mm 3연장 주포로,

초중전차 마우스의 12,8cm Pak 40 대전차포로,

Is-2 전차의 122mm D-25T 대전차포로.


야트막한 언덕 뒤로 몰려오는 마수 무리를,

기분나쁜 웃음을 흘려대는 악의 비밀결사 조직원을,

외계에서 쳐들어온 전쟁광 외계인을,

게이트가 열리고 범람하는 이계의 존재를 육편이 될 때까지 파괴하고 또 파괴해서 이윽고는 한줌 재로 만들어서 날려버리는 일은 즐거웠다.


”아핫... 즐거웠다구. 정말로, 정말로...“


 왈칵, 하고 피를 토한다.

 

 뜨겁고 비릿한 무언가가 목구멍에서 치밀어서 입 밖으로 뿌려졌다. 내 피는 검었고 쇠의 냄새가 났다. 귓가가 다소 멍했다.

 

 오래 전에, 다시 한 번의 삶을 대가로 마법소녀의 계약을 받아들인 나는 소녀가 되었다. 소녀의 육신은 가볍고 작았으나 속이 옹골찼다. 마법소녀답지 않게 무기는 대구경 화포였으나 그것 또한 그런대로 만족스러웠다.


‘아니, 보석 박힌 마법봉이 아닌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인가...‘


 아득한 고통의 흐름 사이로 잡념이 순간마다 명멸하며 사라져갔다.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보지 않으려는 발악인 것일까. 나는 핏물과 함께 실소를 토해냈다.


“어휴, 질기기도 참 질기네요. 병신.“


 차가운 조롱이 날아옴과 동시에 검붉어서 흐릿했던 시야가 탁 트였다. 이상했다. 눈을 또렷이 뜨고 있었을 터인데 왜 내 앞의 소녀를 이제까지 눈치채지 못했지.


병신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었다. 나는 살짝 서글펐다.


“왜 아직까지 살아있는 거예요? 슬슬 죽어줄 때도 되었잖아요. 구시대의 퇴물 주제에.”


 그 말을 내뱉으며 눈앞의 소녀는 붓으로 그려낸 듯 정갈한 눈썹을 미약하게 찡그렸다. 그녀 역시 마법소녀였다. 말따마나, 구시대의 퇴물인 나와는 다르게 신식 무기로 무장한.


 순간 발길질이 날아들어왔다.


“켁! 캬흑...!!”


 열셋 정도나 먹었을 법한 내 몸은 깃털처럼 부웅 떠서, 아랫배에 집중된 충격을 받아내지 못하고 몇 바퀴를 데굴데굴 굴렀다. 


 위장에서 신물을 게워내는 내 머리를 아담한 발이 지긋이 내리눌러서 땅바닥에 처박았다. 신물과 흙탕물과 쇠 삭은 녹물이 입으로 역류했다.


“지대지미사일, 지대공미사일, 대함미사일부터 전략탄도탄까지. 우리같은 신세대 마법소녀가 등장한 지 벌써 수십 년인데, 당신 같은 퇴물이 버젓이 파이를 차지하고 있으면 안 되죠.”


 나라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켜내는 마법소녀. 그 능력은 몇 번이고 발전을 거듭한 끝에 미사일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나같은 초창기는 대포, 지금 나를 죽이려 드는 마법소녀시아는 미사일. 선명한 대비였다.


 당연히 사망률도 낮아지고, 먼 곳에서 마력을 담은 미사일이나 슝슝 날려대면 괴물들이 제 모가지를 헌납해주니 마법소녀 시장은 레드오션을 넘어 하이퍼 레드오션.


 그런 불바다 속에서, 나 같은 퇴물은 스스로가 태어난 동네조차 지키지 못하고 가라앉아갔다.


 작은 마을이었건만, 이곳을 지킬 능력마저 부족하다는 것인지.


“...아프다. 아파.“


 마법소녀 계약은 종신계약인지라 은퇴할 수도 없었다. 나와 동시대를 살았던 동료들은 이미 다 죽어서 그런가. 아마도 내가 끝까지 살아남았던 것이 잘못이었나 보다.


 다만 한 번의 삶을 얻겠다고 끊임없이 다툼이 이어지는 아귀도에 발을 디뎠던 때가 후회스럽지는 않았다. 죽음 앞에서라면 사람이 얼마나 추해지는지 많이 보아왔기에.


당장 나를 죽이려 드는 소녀 - 시아도,


“이기적인 당신 때문에, 내가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잖아요...! 한 달에 열 마리, 못 채우면 계약 위반으로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 당신과 나, 퇴물과 신성 중에 누가 살아야 할지는 뻔한데!“


“신성인가... 글쎄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핏물보다도 한숨이 먼저 새어나왔다. 라떼는 말이야... 마법소녀가 충원되는 속도보다도 죽어나가는 속도가 더 빨라서, 지금처럼 무슨 작업장 운영하듯 할 필요도 없었다는 말이다!


 본디 내가 해치우는 마물들은 전부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려서, 미사일 쏘며 손가락만 까딱이는 신세대들은 나몰라라 한다. 그럼에도 시아가 나를 죽이려고 하는 이유는 뻔했다.


 쟤도 슬슬 구식이거든. 미사일도 연식이 있더라.


마법소녀간의 기싸움에서 밀려나는 거다. 그것이 나같은 소녀의 파이마저 먹어치우려고 하는 이유이고.


***


아, 도저히 못 쓰겠따... 마법소녀라는 장르는 너무 밝아서, 저같은 진성 피폐충에게는 맞지 아나요... 우로부치 겐이라면 몰라도.


180도는 화약의 발화온도랍니다.


공백 없이 몇 천자 썼는지는 몰라도, 아까워서 올려봅니다. 대구경 화포의 쇠퇴를 주제로 써보려고 했는데, 필력 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