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님!""


고즈넉한 저택의 방에는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밤이라는 것을 잊은 듯이 방과 집 주변은 사람들의 인파와 등불로 훤했고, 귀뚜라미의 울음소리 대신 인간들의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이런걸 보면 참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평범한 대한민국의 건아로 태어났는데, 어느새 이세상의 여우가 됐던 것이 어언 수십년전. 기력을 모으고, 무공을 닦고, 요술을 부리며 사람들을 도왔다. 날 지도해준 스승님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크읏..."


잠시 일어서려고 하니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간신히 몸을 세워서 주위를 둘러보니, 다 아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도움을 줬던 이들, 내가 도움을 받았던 이들과 지인의 지인들... 저번 생에 비하면 참 잘살았던 것 같았다.


"무리하지 마세요 연화님..."


"정말로 떠나시는건가요?"


"흑..흐윽..."


"모두, 평화롭게 지낼 수 있길..."


쿨럭, 대요괴를 완전히 소멸시킨 댓가는 나의 모든 수명과 기력이었다. 그 반동은 엄청나게 다가왔고, 축제가 끝나자마자 바로 쓰러져서 이렇게 누웠다. 간신히 눈을 떴을 때는 1주일이나 지난 뒤였고, 그사이에 인파가 몰려온 것이었다.


아, 내가 죽을때는 이렇게 슬프게 가는 건 싫었는데, 다음의 다음 생애가 있다면 평온하게 지내고 싶다...


힘이 풀리고, 다시 베개로 머리가 떨어진다. 시야가 점점 흐려지고.... 이윽고....






"..시스투스 양?"


"핫, 음냣...."


또, 그때 꿈을 꿨던 것 같았다. 다들 나만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입에 묻은 침을 재빠르게 슥슥 닦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서 다시 앞을 바라봤다. 으, 부끄러워...


"점심시간 다음 수업이라서 졸릴거예요. 여러분, 팔 한번 쭉 뻗어봐요 쭉!"


쭈우욱, 양 손을 서로 맞잡고 위로 쭈우우욱 뻗었다. 위에 옷이 딸려 올라갈 것 같아서 슬쩍 내리고 다시 쭈우욱 뻗혔다. 뭔가 아쉬웠다, 전생에서는 이 팔이 그래도 저 위까지는 닿았을 텐데, 지금은 꼬마아이 수준이었다.


응앟, 숨을 꼭 참다가 뱉으니까 피가 휙휙 도는 느낌이었다. 역시 스트레칭은 좋은거구나! 


잠이 좀 깨니까, 앞의 선생님께서는 다시 수업을 시작하셨다. 아츠를 처음 사용하거나, 아직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을 위한 교육의 일환이었다. 선생님은 능숙하게 자신의 꼬리 (그렇다, 필라인 족이었다)로 돌돌 감았던 아츠 스태프를 자신의 몸 앞으로 가져왔다. 


"아츠를 사용해본 적 있는 분들은 손을 들어주세요~"


모두가 손을 들었다. 물론 나도. 나이, 종족이 제각기 달랐지만 아츠 자체를 사용해본적 없는 사람은 없었다. 나와 나이가 비슷하거나 조금 많은 아이부터 어째선지 역전의 용사같은 사람까지 있었지만 말이다.


"네, 좋아요. 그래도 처음부터 다시 익혀보면 기초훈련에도 좋답니다."


나긋하게 말하며, 자신의 스태프에서 빛을 뿜게 만들었다. 아마도 저 선생님은 빛의 아츠를 지닌 것이 분명했다. 


"맞아요, 빛을 내뿜는 것이 저의 아츠랍니다. 혹시 아츠를 좁은 곳에서 사용하기 곤란한 분이 있으실까요?"


가끔 아츠의 위력이 너무 크거나, 추상적이거나, 사람한테 써야하거나 등의 제약이 있는 경우라면 좁은 곳에서 쓰기 곤란하곤 했다. 몇몇이 손을 들었고, 선생님은 끄덕끄덕하며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외에는 차례대로 자신의 아츠를 보였다. 바람도 있고, 마찬가지로 빛도 있었고, 치유 아츠도 있었고... 


"시스투스 양 차례예요."


"아, 넷!"


전생의 '연화'였던 시절의 화염은 내뿜을 수 없지만, 귀여운 불꽃 정도는 아츠 스태프 밖으로 내보낼 수 있었다. 만족스러운 작은 불꽃이 일렁이자, 다들 박수를 쳐주며 좋아했다.


"잘했어요, 시스투스 양. 아주 안정적인 아츠예요."


"감사합니다앗..."


칭찬을 받는건 되게 오랜만이라 그런지, 얼굴이 약간 빨개진 느낌이었다. 그래도 어른이었는데, 이정도로 가지고...헷...


"시스투스 양은 아츠로 어떤걸 하고 싶은가요?"


아츠를 발동시킨 이들에게 하나씩 질문을 던지곤 했다. 대부분은 사람을 지키거나 아니면 일에 활용하고 싶다고 했으니, 나도 똑같이 말하면 될 것 같았다.


"사람을 지키고 싶어요!"


그리 말하니 다들 측은한 눈으로 바라봤다. 아니 왜...? 좋잖아...? 물론 지키다가 죽긴 했지만! 그래도!


선생님은 내 머리에 손을 얹고 슥슥 문질렀다. 부드러워서 좋긴한데...어쩐지 표정이 조금은 슬퍼보였다. 












사실 명빵이래요. 어서 써주세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