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재앙을 뿌리는 마녀가 있었다.
아니, '마녀들이' 있었다.

한세기에 한명, 무조건 나타나 재앙을 뿌리고는 사라지는 그녀들은 가지각색에 엄청난 재앙을 일으켜 많은 이들의 목숨과 문명을 파멸시킨다.

재앙을 몰고오는 마녀들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그녀들은 모두 길든 짧든 실크보다도 부드러운 새하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고, 루비와 같은 색으로 불타오르는 듯한 붉은색 눈동자를 가졌으며, 아름다움이 너무나도 정교하게 짜여져 사람의 것이 아닌 인형과도 같아 섬뜩함이 들 정도에 빼어난 외모를 가졌다.

사람들은 그런 그녀들을 가리켜 한세기 재앙으로 부르며 몸서리치고 두려워한다.

그렇기때문일까, 동시에 사람들은 백발과 적안을 가진 이를 흉조로 여기며 불길하고 배척해야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사회적으로 따돌림당하며, 때로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죽임당하기도 하는 둥... 뭐, 그런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도록 하겠다.

내 이야기가, 그들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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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성.

그 이름을 가졌던 남자는,
여타 남들과 다를 것 없던 삶을 살아가던 20대 청년이었다.

군대도 갔다오고 대학도 다니고 있는 평범한 20대 남성.

그런 그는 정말 어처구니없게도 인생의 끝을 맞이했다.

야밤에 친구들과 술마시고 집으로 귀가하던 중, 뺑소니 당하는 것으로 말이다.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갈갈이 찢겨진 몸을 바라보며 맞이했던 죽음은 정말로 고통스럽고 무서웠던 경험이었다.

뭐, 이제는 아무래도 좋다.

김현성이라는 이름또한 잊어도 좋다.

나의 전생은 이미 그렇게 끝나버렸고, 새로운 이름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클라레스 아델린이라는 이름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