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던 어느 날하나의 인연이 시작된다.

 

비가 오던 어느 날자신도 모르는 고난이 시작된다.

 

"..."

 

그리고 비가 오던 어느 날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이 발현된다.

 

"레드라이트닝브라운하우스가주였던 레이브린 씨의 죽음으로 해당 유서를 읽도록 하겠습니다고인 레이브린 씨는 자신의 다음을 이을 가주를 고르지 않고여기에 있는 릴리 씨에게 가주 대리를 임명한다."

 

"...뭐라고?"

 

첫째의 반발.

 

넷째의 침묵.

 

그리고 당사자인 그녀는 그저 눈을 감고 있었다.

 

"왜지어째서 내가 아니라 저년에게!"

 

"그거야 당사자만이 알지 않겠습니까그리고 당신도 당사자죠."

 

"...인정할 수 없다인정할 수 없다고!"

 

"그렇게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어애드윈너의 그 성질이 고쳐지지 않는 이상너는 가주가 될 수 없으니까."

 

"...릴리!"

 

첫째애드윈은 화를 내며 큰소리와 함께 방을 나섰다.

 

그녀는 그런 애드윈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저건 글렀군요릴리 씨당신의 고생도 어느 정도 알겠습니다."

 

"...그런가요."

 

"...아무래도 저건 가주가 될 수 없습니다아니애초에 활용이 가능한 인간인지부터가 의문이군요."

 

"..."

 

그녀는 쓰게 웃으며넷째데이지를 바라봤다.

 

"데이지방으로 가자."

 

"언니."

 


레드라이트닝붉은색의 번개가 내리치는 장소에 자리 잡은 저택브라운하우스.

 

이곳이 평화로운 적은 없었다.

 

'애초에 평화로울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을 가지며 그녀는 저택을 확인했다.

 

"이상은 없네."

 

브라운하우스의 가주의 대리를 받게 된 그녀가 하는 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고아로서이곳에 오게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녀의 업무는 언제가 이 저택을 관리하는 것이었으니까.

 

"..."

 

저택을 관리하고 돌아다니고 있을 때그녀는 한 방에 발이 멈췄다.

 

"...베르텔."

 

가주였던 레이브린의 둘째 아들지금은 집을 떠난 베르텔의 방.

 

그녀는 그 방문에 손을 갖다 댔다.

 

침묵만이 가득한 방에서 다른 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너는 영영 돌아오지 않는 걸까."

 

그녀의 의문에 답하는 사람은 역시 없었다.

 

작은 한숨과 함께 그녀는 다시 복도를 돌아다녔다.



그녀에게는 전생의 기억이 있었다.

 

인제 와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과거의 기억.

 

전생의 그녀는 남성이었고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인생을 살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그 삶은 끝을 맞이했고죽었다.

 

"...참 신기해."

 

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작게 말했다.

 

"전생의 기억그런 것이 있으면 어떻게든 사용할 수 있다고쓸모가 있으리라 생각했는데지금의 삶에서 그게 도움이 된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

 

거리에 흔한 고아로서 살았을 때도레이브린을 통해 브라운하우스에 와서 일하게 되었을 때도레이브린의 죽음과 함께 가주의 대행을 맡은 지금 역시.

 

전생의 기억은 그녀에게 그 어떤 도움도 주지 못했다.

 

"사람을 붙잡지도 못했지."

 

씁쓸하게 웃으면서 그녀는 자신에게 온 편지를 바라봤다.

 

집을 나가면서도자신의 모든 것을 끊었음에도 계속해서 그녀에게 편지를 보낸 베르텔.

 

그런 베르텔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동시에 작은 위안이 되기도 했다.

 

"첫째는 성장이라는 것을 하지 못하며술과 도박에 빠진 미친놈둘째는 중요한 순간에 집을 나가고는 이런 편지만을 보내 자신의 생사를 알려주는 미운 놈셋째는 열병으로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만이 남은 아이넷째는 이 집안에서 내가 따뜻하게 있을 수 있는 곳."

 

네 남매를 보며그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그녀는 작게 웃었다.

 

기쁨이 남겨있지는 않았다.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어르신의 부탁으로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지만이 일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어."

 

그녀는 편지를 서랍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별로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다시 일할 시간이었기 때문에.



"...아 시간이."

 

"꽤 바쁘게 지나갔으니까요."

 

모두가 달력에 적힌 글자를 바라봤다.

 

잊고 싶지만절대 잊을 수 없는 날.

 

전 가주의 기일이 되었을 때모두가 한 곳을 바라봤다.

 

"만약기일에 애드윈이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대로 제압할 거야."

 

"릴리 씨가 제압한다면 그 사람도 할 수 있는 것은 없겠죠."

 

안심하고 있지만그 안심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 안심 속에서 불안은 있었고그녀는 특이나 더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릴리 씨에게 편지가 왔어요."

 

"...편지가."

 

언제나 오던 편지였다.

 

하지만날이 날인 만큼편지는 쉽게 열지는 못했다.

 

"...후우."

 

한숨과 함께 그녀는 조심스럽게 편지를 열었다.

 

익숙한 필체와 함께 예상외의 내용이 있었다.

 

"왜 그래요?"

 

"그 편지...베르텔 도련님의 편지죠?"

 

"...저택에 온다고 하네아버지의 기일이니까."

 

편지의 내용에 놀라는 것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그녀를 비롯한 모두가 놀라고 있을 때그녀는 조금이나마 기뻤다.

 

'베르텔이 다시 돌아온다라...'

 

비록 그 이유가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그래도 오래전에 집을 나간 사람이 돌아온다는 것에 기뻤다.

 

비록, 그 당일에 그 기쁨을 유지할 수는 없었지만.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었다.

 

레드라이트닝이곳을 부르는 붉은 번개는 자연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닌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고그 결과물이 평생 이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하지만모두가 이것을 단순한 동화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비록하늘은 맑지는 않았지만크게 문제가 될 것은 별로 없었으니까.

 

"...적어도 이날에는 조용히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이게 무슨 짓이지?"

 

"무슨 짓무슨 짓이냐고나는 정당하게 이 자리에 있는 거다브라운하우스이 저택과 이 땅은 본래 내 것이야."

 

"아니그것은 돌아가신 어르신의 것이지너의 것이 아니야아직도 그분의 유언에 따르지 못하는 모습을 하니...안쓰럽군."

 

"릴리!"

 

"크게 부르지 마오늘은 중요한 날이니까."

 

"그래중요한 날이지너에게도 나에게도 말이야."

 

"...?"

 

'평소와 달라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평소와 다른 애드윈의 모습에 의아해하고 있던 그녀가 본 것은 애드윈 옆에서 모습을 드러낸 누군가였다.

 

"...손님이 올 거라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

 

"단순한 손님은 아니니까."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

 

그런 이들을 보며 그녀는 그들의 옷을 바라봤다.

 

'...갱단.'

 

그것으로 그들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거리에서 보이는 갱단.

 

"애드윈...설마네가 이런 식으로 일을 벌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시끄러워아무튼나는 내 것을 받을 거다."

 

"...후우."

 

'말이 통하지 않아애초에 통할 상대가 아니지그리고 갱단을 데리고 오다니이건 정도가 심하잖아.'

 

이미 그녀의 시선에 애드윈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지금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은 불청객인 갱단.

 

평범한 갱단이라면 그녀가 제압할 수 있지만그들을 평범한 갱단으로 보고 있지는 않았다.

 

"...우리는 말이다이 어리숙한 도련님의 생각 따위는 관심 없어우리가 진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 땅이니까."

 

"너희 그게 무슨 말이야?"

 

"이 저택과 이 땅은 그 누구도 가져갈 수 없다허튼짓하지 말고 꺼져."

 

"그래그러지어차피 오늘은 간단하게 인사만 하려고 온 것에 불과하니까그러니 이건 선물이다."

 

갱단의 보스인 인물은 웃으면서 무언가를 꺼내고 있었다.

 

그들이 우호적인 무언가를 꺼낼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그녀였기 때문에 경계하고 있었지만직후 갱단의 보스가 꺼낸 물건을 보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총이었으니까.

 

"...?"

 

"그래총이다아주 특별한 물건이지."

 

'일반인...그리고 갱단이라도 얻을 수 없는 물건이 왜 여기에?'

 

의문은 많았으나지금 당장 의문을 해소할 수는 없었다.

 

그 전에 해야 할 것이 분명하게 있었으니까.

 

"기일에는 그 고인이 있는 자리에 피 하나 더 묻는 것이 더 좋지?"

 

"모두 피해!"

 

상대의 행동을 이해하기 전에 해야 하는 것은 모두를 지키는 것이었다.

 

그녀는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하려고 갱단의 보스를 향해 달려갔다.

 

"대단하네두려워하지 않고어떻게든 소동을 막으려고 하다니 말이야."

 

그녀가 최선을 다해 움직이는 와중에도 갱단의 보스는 웃고 있었다.

 

그녀의 행동을 비웃고 있었다.

 

방아쇠를 당기고총성과 함께 탄환이 그녀의 어깨를 관통했다.

 

"으윽...!"

 

"그럼다음에는 부디 이 땅을 얌전히 우리에게 주기를 기대하지거기에 있는 머저리는 필요가 없어그럼이만."

 

"으윽..."

 

고통 속에서 보이는 것은 웃으면서 돌아가는 갱단의 모습.

 

그리고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남자의 모습이었다.

 

'...저건.'

 

희미해진 시야가 그것이 무엇인지 인지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허나확실하게 보이는 것은 있었다.

 

"이 미친 새끼가!"

 

갑자기 나타난 남자가 애드윈을 때린 것이었다.

 

"...베르텔?"

 

그 남자가 베르텔이라는 것을 인식하고그녀는 그대로 쓰러졌다.

 

어깨에 흘린 피의 축축함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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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풍 피폐 진득한 위태로운 인간관계를 써보고 싶은데 어려운 것 같음